소설리스트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82화 (82/351)

▣ 제82화

82화

누군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누군가는 세상 끝에서 세상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깊은 밀림 속.

그곳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로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밀림이었지만 군인들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후우! 습하고 덥군. 캡틴. 한국의 여름도 덥고 습하다면서.”

“그래. 뭐 이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의 여름이 꽤나 유명하다지만 적도 가까운 동남아의 섬의 여름은 여행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는 않았다.

한여름의 대만만 해도 공항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보다 아래에 있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한여름은 비수기였다.

쏴아아아아아!

하지만 다행인지 한 번씩 쏟아져 내리는 폭우는 찜질방에서 달구어진 듯한 열기를 식혀주고는 했다.

“하아!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마시고 싶네.”

“캡틴, 몰디브에서 모히또겠지. 하지만 캡틴의 생각에는 동의하는 바야. 후우! 뮤턴트보다 이 지긋지긋한 열대성 기후가 더 짜증 날 지경이야.”

다들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곳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들은 뮤턴트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전사들이었다.

누군가가 고생을 해서 얻어온 첩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첩보에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 속의 밀림에 헤인트의 비밀 아지트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희망.

호프 팀은 즉시 헤인트를 박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까지 날아왔다.

멕시코 때처럼 헤인트는 막대한 양의 엔젤을 만들어 내고 있을 터였다.

그 엔젤이 유통되기 전에 막고 헤인트를 체포하거나 사살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밀림 속에서 헤매며 목적지로 향하는 호프 팀을 이끌고 있는 이는 창수였다.

여전히 계급은 상사였지만 특무상사의 지위로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호프 팀의 선두에는 이제는 동료로 완전히 인정을 받고 있는 빅이라는 이름을 창수로부터 받은 비글 한 마리가 있었다.

빅은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아의 구분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밀림 속으로 들어가고 난 뒤에 한 마을을 발견하게 되었다.

평범해 보이는 마을이었지만 마을의 중간마다 총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총을 든 사람들에게 통제받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마을 주민들이었다.

“여기 맞지?”

“맞아.”

첩보원이 목숨을 걸고 알려온 정보대로 헤인트에 대한 박멸 작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 구할 수 있을까?”

“힘들 거다.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변이될 거야.”

고성능 망원경으로 마을을 살폈다.

마을 주민들의 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치가 달려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다면 곧장 엔젤과 변이 물질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 가서는 뮤턴트로 변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마을 주민들을 구할 방법이 없는 이상 마을 주민들 모두가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형이나 2형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3형 이상부터는 위험해. 물론 헤인트도 3형 이상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기에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분명 마지막에는 발악을 하며 나올 거다.”

“그렇겠지. 신형 뮤턴트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나온 뮤턴트들에 대한 대비책은 그나마 마련해 왔다지만 전혀 정보가 없는 신형 뮤턴트가 등장하게 되면 꽤나 곤란했다.

“일단 잠입 위치를 파악해. 대피로도 확보하고.”

“알겠어. 캡틴.”

대원들은 빠르게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창수는 그런 대원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또 누군가 희생이 되려는지.’

매번 작전마다 한두 명의 동료들을 잃어야만 했다.

워낙에 위험한 임무였으니 한두 명의 희생은 적은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강의 군인들조차 집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처참했다.

‘우선은 임무가 먼저다.’

창수는 헤인트의 비밀 아지트를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그때 문득 무언가가 빠르게 숲 속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자?’

체형은 남자가 아닌 여인이었다.

문제는 움직임이 평범한 인간 여인이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엔젤을 먹은 여인인가? 헤인트?’

헤인트인지 아니면 다른 정체불명의 소속의 여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예상치 못한 변수란 위험도를 높이는 법이었다.

하지만 작전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헤인트의 박멸과 엔젤의 확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각국도 엔젤이 필요했다.

적어도 헤인트를 박멸하기 전까지는 엔젤이 필요했기에 호프 팀의 임무에는 엔젤의 확보도 있었다.

잠시 후 대원 하나가 마을을 살피고 있던 창수에게 다가왔다.

“캡틴. 잠입로 찾았어.”

“유인 준비는 끝났지?”

“그래.”

“그럼 유인팀하고 잠입팀을 나눈다. 작전은 새벽 4시. 그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야간 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유인팀으로 뮤턴트가 될 사람들을 최대한 유인한 뒤에 잠입팀이 헤인트의 비밀 아지트로 추정되는 곳을 급습하는 단순한 작전이었다.

물론 잠입이라고는 하지만 헤인트는 보는 족족 사살해야 할 터였기에 요란하게 잠입하게 될 터였다.

‘그냥 폭격을 해 버리는 것이 나을 텐데.’

엔젤의 확보만 아니었다면 이 마을과 주변은 이미 불 바다가 되어 있을 터였다.

‘그나마 변이 억제 물질이 효과를 봐야 할 텐데.’

창수는 뮤턴트의 변이를 억제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시제품이었지만 변이 억제 물질이 담긴 캡슐을 지급 받은 창수였다.

물론 많지도 않았고 성능도 확실하지 않았기에 실전에서의 성능 확인을 겸해서 창수가 받아온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미 변이가 완료된 뒤에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변이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용을 해야만 했다.

창수는 이 변이 억제 캡슐을 사용해 볼 순간이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비트 속에서 작전 개시 시간이 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 * *

깊은 어둠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도 뒤로 뒤돌아 달려도 위와 아래까지 아무리 허우적거려 보아도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란 힘들었다.

살려 달라 고함을 질러보아도 어둠 속에 목소리가 잡아먹힌 것인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어둠 속에서 저항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신기하게도 지금 자신이 있는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둠이면 어둠이지 더 짙은 어둠이 무어냐 할 수 있겠지만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어둠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어둠이 보이고 있었다.

“뭐지?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은 거냐?”

창수는 더욱 짙은 어둠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예지몽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창수는 이내 어둠 속에서 빛이 비쳐 들어오는 것에 눈을 찌푸렸다.

강렬한 빛.

그 빛이 어쩌면 절망 속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창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몸이 흔들리자 잠에서 깼다.

“캡틴. 캡틴.”

“아이젠? 크윽! 눈 좀 그만 비춰.”

“하하하! 캡틴답지 않게 깊게 잠들어서 말이야. 도통 깨질 않아서 말이지.”

짙은 어둠 속을 뚫고 들어온 빛은 노르웨이군의 특수부대원인 아이젠이라는 대원의 랜턴 불빛인 듯했다.

마치 후임이 선임에게 야간 근무 나가야 한다고 깨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창수였다.

‘하아! 현실은 더 처참하구만.’

포기하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똥통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살아있는 순간까지 버둥거려야 했다.

“뭐야?”

“작전 시간이야.”

“끄응. 다들 잘 쉬었어?”

“캡틴이 제일 잘 쉰 것 같아.”

“…….”

덩치들은 하나같이 산만했지만 제법 개그 욕심도 있고 웃기기도 하는 특수부대원들이었다.

같이 사선을 함께 넘다 보니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피를 나눈 형제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뮤턴트들이 변이되면 유인팀에서 유인해. 잠입팀은 잠입 위치로 이동한다.”

창수는 잠입팀을 이끌고서는 잠입 위치로 이동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지?”

“없어. 조용해.”

창수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는 말에 낮에 스치듯이 보았던 여인이 사고를 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헤인트 쪽인가?’

차라리 헤인트라면 골치 아플 일은 없었다.

적으로 여기고 제거하면 그만이었다.

침투 위치로 이동한 침투팀은 작전 시간이 됨과 동시에 은밀하게 침투하기 시작했다.

다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신속하고도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경계를 서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분명 엔젤을 먹고 있을 터였다.

힘뿐만 아니라 감각까지 예리하게 만들어 주는 엔젤이었다.

물론 이런 곳까지 특수부대원들이 그것도 오늘 찾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에 꽤나 방심하고 있었다.

감각이라는 것이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것과 풀어져 있는 것의 차이는 꽤나 큰 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젤의 효과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정말 좋지 못했다.

경계병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세계 최강의 군인들이었다.

그중에 창수도 있었다.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 티타늄 골드 나이프의 예리한 날로 목의 동맥이 그어졌다.

엔젤이고 뭐고 머리로 피가 올라가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이미 몸은 땅바닥을 향해졌고 잠시 버둥거리다가 움직임이 멈추었다.

경계병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계속 잠입해 들어갔다.

이내 두 명의 경계병이 한 건물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 내에서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건물이었다.

헤인트의 아지트로 사용되고 있거나 엔젤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추정되었다.

이번에는 중요성 덕분인지 경계병들은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지도 않았다.

“경계 초소 쪽하고 함께 단번에 제압한다.”

“예.”

마을 곳곳의 경계 초소 지역에 있는 헤인트의 경계병들을 원거리의 저격수들이 노리고 있었다.

소음기가 달린 저격총으로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소음기가 있다고 해서 소음이 완전히 잡히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적막한 밀림 속의 마을에서는 엔젤을 먹은 헤인트의 감각이라면 발각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을 주민들이 뮤턴트가 되면 헤인트의 조직원들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헤인트도 알고 있었기에 주민들의 거주 구역에서 벗어난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헤인트와 마을 주민들을 구분하는 수고로움은 없어도 되었다.

그렇게 작전을 강행하려는 순간 마을 안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싫어! 더 이상 싫어! 나는 더 이상 못하겠어!”

“헨리!”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청년은 자신의 목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장치를 움켜쥐고서는 뜯어내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망을 치려는 청년에 경계 초소 위의 헤인트의 경계병들이 총을 겨누었다.

중요한 노동력이었다.

버려야 할 때는 가차 없이 뮤턴트로 만들어 버릴 터였지만 지금은 엔젤의 생산을 위해 뮤턴트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엔젤로 감각이 예민해져 있는 경계병들을 이용해 사살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다.

괜히 뮤턴트가 되어 아까운 노동력을 상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총탄 소리와 함께, 창수는 신호를 주고서는 건물의 입구에 있는 두 명의 경계병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스피드 물약. 제한 시간 15분.’

스피드 물약을 사용한 창수의 움직임은 엔젤을 먹은 헤인트의 조직원들 따위가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 있었다.

두 명의 헤인트 조직원들이 쓰러지는 것과 함께 호프의 저격수들은 경계 초소의 헤인트 조직원들을 전부 사살해 버렸다.

건물 내부에서 인기척과 함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