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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83화 (83/351)

▣ 제83화

83화

‘셋!’

창수는 건물 내부의 인기척으로 세 명이 있음을 느꼈다.

물론 건물 전체의 인기척을 느낄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그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냐?”

귀찮게 문을 열 필요가 없이 문이 열렸다.

“응?”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아주 찰나의 순간.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창수의 대검의 차가운 칼날이 남자의 목을 자르고 지나갔다.

“돌입.”

짧은 단 한 마디의 단어와 함께 창수의 몸이 건물 내부로 스며들 듯이 들어갔다.

침투팀의 다른 대원들도 스피드 물약을 사용한 채로 건물 내부로 들이닥쳤다.

“뭐…… 뭐…….”

당황한 나머지 한마디 하기도 전에 이미 목의 기도는 구멍이 나서 입 밖으로 공기 빠진 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검은 그림자 같은 유령이 건물 내부를 움직이고 있었다.

퍼억!

“크윽!”

홀로 남은 자.

단번에 갈비뼈가 부러지고 부러진 갈비뼈는 한쪽 허파를 찔렀다.

물론 엔젤을 먹은 덕분에 고통도 죽음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입 밖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우악스러운 손바닥이 입을 틀어막았다.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몸에 힘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죽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개의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

얼굴은 위장 크림으로 짙게 채워져 있었다.

오뚝한 코와 굳게 다문 입술은 꽤나 남자다웠다.

죽음의 천사가 존재한다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다.

마지막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남겨진 헤인트의 조직원으로 추정되었기에 죽이지 않고 살려 생포할 목적이었다.

“제압해.”

창수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두 팔과 다리가 단단하게 묶였다.

입안의 변이물질 캡슐도 빼내었고 입 또한 냄새나는 천 덩어리로 채워졌다.

그렇게 죽지도 변이되지도 못한 채로 제압된 헤인트의 조직원을 내버려두고 창수는 건물을 빠르게 뒤졌다.

한 놈도 남김없이 제거하거나 제압해야만 했다.

건물 내로 들어온 지 1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었다,

창수는 동료들을 빠르게 손가락으로 가리키고서는 수색 구역을 지정해 주었다.

고갯짓도 하지 않은 채로 눈빛만이 미세하게 흔들린 호프의 대원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창수가 지정해 준 구역을 향해 내달렸다.

남은 시간은 13분 52초.

그 안에 끝을 내야만 했다.

창수는 곧장 2층으로 뛰어올랐다.

인간 탄환이라고 불리던 볼트보다 더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눈앞에 나타나는 문.

잠겼는지 열려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문득 창수는 자신이 판타지 세계의 소드 마스터가 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소드마스터처럼 검강이니 검기니 하는 신비로운 힘은 사용할 줄 몰랐다.

이계의 위대한 대장장이가 만든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인류의 과학 기술의 정수로 만들어 낸 티타늄 골드의 강도는 제법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나무 문 정도는 그대로 잘라 버릴 수 있었고 철문도 창수의 근력과 스피드 물약으로 인한 극한의 속도와 결합하면서 가볍게 베어버릴 수 있었다.

외진 밀림 속의 마을의 건물 문이 특별한 기술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 터였으니 창수가 휘두른 대검에 조각조각 잘리는 것은 당연했다.

조각조각 잘려 무너지는 틈 사이로 창수는 내부에 있는 움직이는 모든 것을 보고 느꼈다.

‘파리 세 마리. 개구리 한 마리. 전갈 하나.’

생각이 끝나기 전에 이미 창수의 몸은 옆의 방문 앞에 도착해 팔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문이 잘리고 그 틈 사이로 보이고 느껴지는 움직이는 모든 것.

위협이 되는지 위협이 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몸의 움직임보다 느렸다.

그렇게 30초도 지나지 않아 2층의 상당수의 문을 베어버린 창수는 마지막 문을 베기 전에 인기척을 느꼈다.

문 안쪽에서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문이 베이고 문을 관통해 들어간 창수가 본 것은 두 명의 남자였다.

두 명의 남자 중에 한 남자와 눈이 마주친 창수는 즉시 자신의 대검을 남자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과직!

어찌나 세게 던진 것인지 머리를 뚫고 벽에 칼날의 전부가 박혀 들어가 버렸다.

즉사였다.

남은 한 남자를 보자 남자는 컨트롤러로 보이는 장치를 누르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좋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창수는 막아야 한다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상대도 엔젤을 먹고 있는 것인지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빠르지는 못할 것 같았다.

‘늦었나?’

창수라고 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컨트롤러를 작동시켜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여길 때 총성과 함께 컨트롤러를 쥔 남자의 손목이 잘려나갔다.

탕!

“어? 내 손?”

방바닥에 떨어진 컨트롤러와 사내의 손은 빅이 물고서는 창수의 뒤로 물러섰다.

똑똑한 녀석이었다.

창수는 누가 사내의 손을 날렸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사내가 이빨을 강하게 빼물려는 것에 품 안에서 변이 억제 캡슐을 꺼내어서는 남자의 몸 안에 쑤셔 넣고서는 터트려 버렸다.

“흐흐! 그 정도로 나를 죽이지는 못한다.”

이미 변이 유발 물질이 몸 안에 스며들어 왔으니 자신은 뮤턴트로 변이될 터였다.

뮤턴트로 변이되고 나면 눈앞의 창수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헤인트 조직원들은 일반 뮤턴트가 아닌 자신들이 알아낸 특수 뮤턴트로 변이할 수 있었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의 상태까지 되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될 것을 알기에 특수 뮤턴트가 되는 것이 나았다.

“나는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할 타천사가 된다. 흐흐흐흐!”

창수는 광신도 같은 사내를 빤히 바라본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실패인가?”

이제 그대로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할 때였다.

창수는 머뭇거리지 않고서는 커다란 권총으로 변이가 진행되는 남자의 머리를 겨누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끝났다.

“흐흐흐! 소용없다. 나는 머리가 터진다고 죽는 괴물 따위가 아니니.”

소용없다는 말을 하는 사내의 말로 추정컨대 사막의 4형 뮤턴트나 죽지 않는 특수 뮤턴트로의 변이가 되는 듯했다.

창수는 낭패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변이 억제 캡슐을 실험해 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용 있을지 없을지는 해 봐야 아는 법이지.”

창수는 헤인트의 엄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이미 상당 부분 변이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아직 변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머리를 날려버리려고 할 때 문득 창수는 의아함을 느끼고서는 물었다.

“너 변이가 이렇게 느렸냐?”

“뭐?”

“왜 변이하다 말아?”

“무슨 소리냐? 나는 세상을 정화 시킬…….”

창수의 질문에 사내도 뭔가 이상했는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신체의 말단 부위로부터 변이가 진행되다가 어째서인지 변이가 멈추었다.

“어째서?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사내는 창수가 자신의 몸에 무슨 짓을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흐음! 성공한 모양이네. 뭐 불완전 변이도 아닌 상태니 별 볼 일 없어 보이네.”

창수는 뮤턴트의 힘이 드러나지도 않은 듯한 사내를 포박하고서는 복도 밖으로 있는 힘껏 던져 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복도 밖 멀리 던져 버린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방을 뒤적거리고 있는 한 여인을 향해 물었다.

“일단 도와준 것은 고마워. 엘리스.”

움찔!

여인은 자신을 알아보는 창수에 몸을 잠시 움찔거렸지만 이내 자신의 할 일을 계속하려는 듯이 방 안의 서류와 컴퓨터의 자료를 USB 저장 장치에 내려받았다.

“미국에 협력하는 거야?”

“오랜만이에요. 그때는 고맙다는 말도 못 했네요.”

“그때의 일은 나도 미안했어.”

창수는 멕시코에서 3형 뮤턴트로 변이된 엘리스의 동생을 죽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미국의 81 특수전략대대로 복귀하고 난 뒤로 엘리스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미국의 연구시설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불완전 변이가 되어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체는 1형 뮤턴트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부상해도 인간보다 뛰어난 회복 능력도 가지고 있었으니 여인의 몸이라고 해도 특수부대원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부분도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특수훈련까지 받았다면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

“저 막을 건가요?”

“다 찾았어?”

“예.”

“한 번은 봐 줄게. 덕분에 마을 주민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으니까.”

사내가 누르려고 했던 컨트롤러는 마을 주민들을 변이시키는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일 터라 짐작이 갔다.

“다음에 봬요.”

“그래.”

다른 대원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엘리스는 곧바로 사라졌다.

“효과가 끝났군.”

창수는 스피드 물약의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음을 느꼈다.

“15분이라더니 15분이 아니잖아. 아니 내가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인가?”

창수는 호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어서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빅에게 하나 던져 주고서는 자신도 한입 물었다.

“캡틴?”

“늦잖아. 발견했어?”

“예! 제작된 엔젤을 발견했습니다.”

“좋아. 여기 남은 자료들 전부 확보하고 본부에 연락하고 유인팀에게도 알려. 마을 주민들을 변이시키는 컨트롤러 장치를 확보했다.”

창수는 빅의 발아래에 있는 컨트롤러 장치를 들어 올리며 방 밖으로 나섰다.

엘리스 덕분에 피해 없이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군인인 창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복잡한 음모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건물의 입구 앞의 벤치에서 달달한 사탕 하나를 빅과 함께 물고서는 앉아 있자 유인팀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 헬기에서 내려오는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캡틴.”

“다친 애 없지?”

“예. 그런데 누구입니까?”

“봤냐?”

“보지는 못하고 들었습니다.”

“옛날 인연. 그냥 모른 척해 줘.”

“알겠습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모른 척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법이다.

“임무도 끝난 것 같은데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실 겁니까?”

“위에서 보내 주면 가자.”

“킥킥! 캡틴이 사시는 거죠?”

“그래. 어차피 받은 돈 쓰지도 못하는데 그렇게라도 써야지.”

생각보다 위험수당이 높아서 통장에는 돈이 쌓이고 있었지만 딱히 쓸 시간이 없었다.

필요한 물건들도 대부분 사령부에서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것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인 목숨값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나마 가족을 위해 한국에 제법 괜찮은 집 한 채는 사준 창수였다.

“후우! 이번에도 살아남기는 했네.”

“캡틴! 이리로 좀 와 주십시오.”

“왜?”

“그게 이상한 뮤턴트가 있습니다.”

“이상한?”

창수는 이상한 뮤턴트가 있다는 대원들의 말에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가 감옥 속에서 겁에 떨고 있는 한 뮤턴트를 볼 수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불완전 변이로군. 그것도 3형인가.”

불완전 변이 뮤턴트를 또 발견하게 된 창수였다.

뮤턴트는 사살이 원칙이었지만 불완전 변이된 뮤턴트를 무조건 사살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불완전 뮤턴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불완전 뮤턴트를 돌연변이 개체로 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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