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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86화 (86/351)

▣ 제86화

86화

“하필이면 베트남에서 임무 끝나고 돌아왔네.”

창수는 한국 땅을 밟으며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노랫말이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김 씨가 아니라 최 씨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의 귀환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상사 계급의 노병 같은 창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20대였다.

그런 창수가 공군 비행장에서 내리자 한 대의 차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최 상사님.”

“한가하신가 봅니다.”

딱히 보고 싶지 않은 상대인 박충렬이었다.

박충렬도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었겠지만 그를 볼 때마다 죽은 김만춘 대위가 떠오르고는 했다.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면 김 대위의 묘에 참배하고는 했다.

“한가한 것이 아니라 최 상사님과 같이 중요한 분을 모시려면 제가 직접 나서야지요.”

“그게 아니라 아주 귀찮은 일 시키려고 부르신 것 같습니다.”

“일단 타시죠.”

창수의 말이 맞는다는 듯이 박충렬은 자신이 끌고 온 차에 탑승하도록 했다.

박충렬이 운전대를 잡는 것으로 봐서는 남들이 들으면 안 될 중요한 일인 듯했다.

창수가 뒷좌석에 짐을 던져 넣고 조수석에 앉자 차량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 말씀해 주시죠. 하루라도 빨리 헤인트 놈들 때려잡으러 가야 하니까요.”

“이제 받아들이신 모양이군요.”

“안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까요. 죽어야 끝날 일 같으니 말입니다. 윗분들이나 아랫사람들이나 전부 저 아니면 안 된다고 띄워 주니 별수가 없더군요. 스스로 꽤나 단호한 성격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아닌 듯합니다.”

남들 앞에 단호하게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사는 게 쉽지만은 않지요. 저도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피차 불편하니까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주시라니까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상주에서 잡은 듀라한 기억나십니까?”

“그때 놓친 겁니까?”

“그런 듯합니다.”

“골치 아프겠군요.”

창수는 불안했던 기억이 맞았다는 것을 알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 좀 잡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라고 그놈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잡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별무반에서도 실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뮤턴트 대응 부대인 별무반에서도 실패했다면 듀라한을 잡을 수 있을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겠군요.”

“예. 비밀리에 잡아내야 합니다. 그런 놈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꽤나 골치 아파집니다.”

창수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창수 자신도 겁이 났다.

육체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듀라한을 잡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 전에 잡은 듀라한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연구소에서 연구 중입니다. 어차피 일단 그리로 가야 합니다.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잡았던 듀라한을 보러 가야 한다는 말에 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전에 감자탕이나 먹으러 갑시다.”

“제가 잘 아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창수가 한국에 온 기념으로 감자탕이 먹고 싶다고 하자 박충렬은 핸들을 돌리며 목적지를 수정했다.

그렇게 감자탕 한 상을 다 비운 창수는 만족스러운 듯이 배를 두드리고서는 비밀 연구실로 향했다.

그렇게 비밀 연구실에 도착하자 밀폐된 공간에서 유령처럼 허공을 유영하고 있는 뮤턴트를 볼 수 있었다.

“신기하군요.”

“예. 생명체의 기준이 흔들릴 만큼 신기한 존재입니다.”

“죽일 수 있습니까?”

“일단 봉인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를 사용해 볼 수 있을 듯하지만 아직 죽여보지는 않았기에 죽일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덜컹!

창수가 보고 있는 동안 밀폐된 방 안으로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물?”

돼지 한 마리였다.

고스트는 꽤나 불만스러운 듯이 방 안의 벽을 몸으로 부딪쳤다.

“왜 저러는 겁니까?”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겁니다.”

“먹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구요?”

“예.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서 불만인 듯합니다.”

창수는 의아한 듯이 설명을 해주는 연구원과 함께 밀폐된 방 안에 들어와 있는 돼지를 바라보았다.

한창 불만인 듯한 고스트는 결국에는 별수 없는 듯이 돼지의 코와 입을 통해 돼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돼지의 몸 안에 들어가서는 벽을 향해 돌진해 부딪쳤지만 밀폐된 방은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부서지지는 않았다.

“이리로 따라오시지요.”

창수는 연구원들의 안내를 받아서는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 가죽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뭡니까?”

비닐이나 인조 가죽으로 만든 인피면구의 신체형으로 생각한 창수였다.

“고스트가 먹어 치운 사람의 남은 피부 가죽입니다.”

“…….”

창수는 연구원의 말에 손을 뻗어 피부 가죽을 만졌다.

사람의 피부 감촉과 똑같았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서는 내부를 파먹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 파먹으면 다시 나와서 다른 인간을 파먹는다는 겁니까?”

“예.”

“몇 시간이 걸립니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대략 일주일이 걸리지 않더군요.”

창수는 상주 사태가 일어났던 때를 떠올렸다.

이미 반년 가까이 지난 뒤였다.

“최소 삼십 명 이상은 잡아먹혔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일단 여섯 구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실이 아닌 외부에서 동일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에 창수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음이 확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듀라한을 찾아낼 수 있을 만한 방법은 어떻게 됩니까?”

“고스트 상태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지만 듀라한 상태에서는 일반 뮤턴트 감별법과 동일하게 체온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신체 내부에서 연소 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듀라한인 상태로 저번처럼 포획해야 한다는 말이로군요.”

“예. 그렇습니다.”

“유력 출몰 장소는요?”

“그게 덕유산 쪽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덕유산이요?”

“예. 대부분의 시신이 그곳의 등산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참.”

연구원은 한가지 힌트를 주원에게 주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탈출한 고스트는 여성인 듯합니다.”

“예?”

“그게 고스트에게는 성별이 있는 듯합니다. 조금 전에 본 친구는 남성체에 들어가려고 하더군요. 마치 자신이 남성이라고 여기는 듯이요.”

고스트가 되기 전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듀라한이 되는 성별을 결정하는 듯하다는 말에 창수는 황당했다.

“별일이 다 있군요.”

“일단 덕유산 일대에서 발견된 신체는 여성들뿐이었습니다. 남자들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요.”

여성들도 등산을 많이 한다지만 아무래도 산이 높을수록 남성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만 노렸다는 것에 덕유산 고스트는 여성체라고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창수가 덕유산 고스트를 사로잡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광음이 들려왔다.

마치 커다란 망치로 벽을 있는 힘껏 후려치는 듯한 광음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 그…… 그게.”

외부인에게 말을 하기에는 난감한 일에 머뭇거리던 연구원은 이내 눈앞의 남자가 그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상부로부터 창수에게 적극 동참하라는 지시를 받은 연구원이었다.

“넬시아입니다.”

“넬시아?”

“전에 아리가에서 최 상사님의 팀에서 확보했던 2형 뮤턴트 말입니다.”

“아! 불완전 변이된 그 2형 뮤턴트 말씀이시죠?”

“예.”

“그런데 왜?”

“그게. 인간의 몸으로 되돌리지는 못해서…….”

창수는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분명 인간의 몸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했던 그녀를 한국으로 데리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뮤턴트의 몸 그대로였던 것이다.

창수도 변이되어 버린 몸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얼마 전에 확보한 3형 뮤턴트인 아룬도 세계보건기구의 연구실에 갇혀 있었다.

“이름이 넬시아였군요. 여성이었던 건가요?”

“예? 아! 예. 스스로 여성이었다고 하더군요.”

넬시아가 여성이라는 말에 창수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연구원에게 물었다.

“넬시아와 만나 봐도 되겠습니까?”

“예?”

“안 되나요?”

“아니 안 될 것은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한번 만나 보도록 하지요. 꽤나 우울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리가 사태가 터진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때부터 연구시설에 갇혀서 온갖 실험을 받으며 지내왔다면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달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연구소장뿐만 아니라 상부의 허가를 받아 창수는 넬시아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정말 안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위험할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파워 물약 투약하면 되니까요.”

2형 뮤턴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는 창수였다.

연구원들의 만류에도 창수는 넬시아가 갇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넬시아는 불완전 변이로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무턱대고 인간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한 정신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넬시아는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온 창수를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쭙잖은 위로나 던지러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잘 지냈어요?”

“…….”

평소에 듣던 연구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넬시아는 의아한 듯이 무릎에 파묻고 있던 머리를 들어 올려서는 창수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이였다.

군인인 듯이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넬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창수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었다.

“기억이 나지 않나 보군요. 그때 당신을 구했던 군인 중 한 명…….”

창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넬시아는 창수를 향해 돌진을 해왔다.

사람은 공격하지 않았던 전과는 달리 분노가 가득한 모습으로 창수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휘둘러왔다.

“거짓말쟁이!”

지금 자신이 고통받게 하고 있는 원인을 제공한 군인이라는 것에 넬시아는 창수를 죽이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넬시아의 주먹이 창수의 몸을 후려쳤다.

이내 창수의 몸이 벽 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넬시아의 힘을 보면 분명 온몸의 뼈란 뼈는 다 부서지고 장기는 파열될 것이었으니 즉사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

넬시아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그제야 놀라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

순간적인 분노로 공격했지만 정말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던 그녀였다.

흉악하고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몸을 덜덜 떠는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죽었을 것으로 여겨졌던 창수가 입을 열었다.

“후우! 화가 조금 풀리나요?”

“사…… 살았어요? 어떻게?”

“하아! 죽을 뻔했네. 잘 지내지는 못하신 것 같고. 일단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창수는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넬시아에 다가가서는 사과를 했다.

그녀도 실패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연구원들이 자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나도 절망적인 그녀였다.

“밖에 나가고 싶어요?”

“예?”

“갑갑하지 않나요?”

넬시아는 창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처음 괴물이 되고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이가 창수였음을 떠올렸다.

지금 다시 내밀어 진 창수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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