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4화
94화
“꽉 잡아!”
일본의 닌자 팀을 대형 트럭에 태우고 창수는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엔진이 터질 것같이 맹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트럭이라 꽤나 굼뜨기는 했지만 강력한 마력으로 인해 튕겨 나갈 듯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우당탕탕!
트럭의 짐칸에 널브러져 있는 닌자 팀은 서로 몸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크으! 운전 좀.”
“한국인 놈들. 운전 한 번 더럽게 하네.”
창수는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
사실 강화된 몸으로 인해 아프지도 않을 터였지만 차 타다가 급정거나 급회전을 경험해 본 이들은 자연히 그 통증이 떠올라 엄살을 부리는 법이었다.
일종의 환상통을 느끼며 투덜거리는 닌자 팀의 특수부대원들에게 창수는 복수했다는 셈 치기로 하며 외쳤다.
“꽉 잡으라고! 참고로 나 면허 없다!”
“뭐?”
“면허 없다고!”
서울에서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채로 군대에 들어간 창수였다.
운전 특기도 아니었고 훈련 끝나고 바로 특전사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에 해외 파병 간 창수가 면허 딸 시간이 있을 리 없었다.
물론 면허가 없어도 부대에서 운전병들한테 졸라서 운전을 배우긴 했다.
혹시나 싶어 군용 지프에서 60 트럭 그리고 장갑차까지 몰아보기는 했지만 무면허인 것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뭐 하는…… 꽉 잡아라!”
니키타는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부하들을 슬퍼할 시간도 없이 남은 부하들을 걱정하며 다들 꽉 잡으라고 했다.
하지만 트럭의 짐칸에 잡을 곳이 있을 리는 없었다.
덜컹!
지진으로 인해 부서진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 험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망아지 날뛰는 것처럼 요동을 치는 트럭에 다들 트럭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진맥진한 몸으로도 잔뜩 힘을 주어야 했다.
그런 트럭의 뒤로 뮤턴트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집념에 치가 떨려올 지경이었다.
퉁! 퉁!
트럭의 정면으로도 뮤턴트들은 자신들의 몸을 던지며 저지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수많은 뮤턴트들이 트럭을 쫓아오고 있었다.
“이봐! 조금 더 빨리 못 가나?”
“이게 뭐 스포츠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리고 도로 상태가 개판이잖아! 아! 빅 너 말하는 건 아니야.”
컹!
창수는 도로의 장애물들을 피하느라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쫓아오는 뮤턴트들을 보며 트럭을 모는 창수에 트럭의 운전석 위에 매달려 있던 니키타는 자신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수송 헬기들을 보았다.
“이봐! 오른쪽! 오른쪽이라고!”
자신들이 있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고함을 질렀지만 창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직진했다.
“뭐하는 거야? 오른쪽이라고!”
“거 참! 시끄럽네. 정신 사나우니까 조용히 좀 해라!”
창수는 운전석 창문 밖에서 눈동자가 결정화된 채로 자신을 노려보는 니키타를 보고서는 조용히 좀 하라고 외쳤다.
‘불완전 변이 상태인가? 꽤나 미친 짓을 한 모양이네. 하긴 죽는 것보다는 나은 일일 테니.’
닌자 팀이 뮤턴트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를 떠올려 보면 창수라고 해서 살아났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
“코타! 정신 차려! 코타!”
“으…… 으으으!”
부작용도 심한 것인지 짐칸에 간신이 올라탄 대원도 발작이 일어나고 있었다.
창수는 자신의 회복 물약을 꺼내어 니키타에게 내밀었다.
“이거 회복 물약인데 상태 안 좋은 친구 먹여. 도움이 될 거다!”
“크윽! 아무것도 먹으면 안 돼. 일주일 동안 뭘 먹으면 뮤턴트화 된다.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 돼.”
“…….”
물조차 먹어서는 안 된다는 니키타에 회복이 되기는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르! 크르!”
“코타 묶어! 코타 묶으라고!”
“크으! 코타 정신 차려라!”
짐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소리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리지 않기 위해.
아니 물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부스터 샷을 사용한 대원의 몸과 입을 단단히 묶어야 했다.
“정신 바짝 차려!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정신 잃고 상대를 습격하면 되돌아올 수 없다.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
“알겠습니다. 크으!”
다들 서로의 상태를 살피며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견디고 또 견디었다.
창수는 그렇게 트럭의 백미러를 통해 뮤턴트와의 거리를 어림짐작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봐! 이쪽 길로 가면 중심가로 들어간다! 외곽으로 탈출을 할 수 없단 말이다!”
“알아! 왔다!”
“뭐?”
니키타는 창수의 외침에 트럭의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주유소가 도로의 오른쪽에 있었다.
“뒤에 있는 동료들한테 꽉 잡으라고 해!”
“크윽! 미친놈! 꽉 잡아라! 주유소를 터트린다!”
C4 폭탄을 설치해 둔 창수였다.
트럭으로 뮤턴트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반 인간이었다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겠지만 상대는 일반 인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른 뮤턴트들이었다.
더욱이 구조 헬기가 있는 곳까지 뮤턴트들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주유소를 지나쳐 폭발 범위를 조금 벗어났다고 여길 때 창수는 무선 기폭 장치를 작동시켰다.
이내 창수가 작동시킨 기폭 장치는 C4 폭탄을 폭발시키고 주유소에 남아 있던 기름에 불을 붙였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시커먼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크으으윽!”
아찔할 만큼 강력한 폭발과 함께 소음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뮤턴트뿐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는 닌자 팀에게도 타격이 가해졌다.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별 타격이 되지 않았을 터였지만 다들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렇게 소음과 충격파에 트럭의 운전석 위에서 굴러떨어지려는 니키타를 창수가 붙잡았다.
“크으.”
“이봐 정신 차려.”
“네놈, 살아서 돌아가면 가만 안 두겠다.”
“살려 줬더니 말하는 꼬라지 보소. 그래. 일단 살아서 나가고 보자. 이거 받아! 나 길 모르니까 길 안내나 해라!”
창수는 탈출 포인트를 표시한 지도를 니키타에게 넘겨주었다.
내비게이션도 안 되는 곳이었으니 창수가 처음 와 본 도쿄의 길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니키타는 창수에게서 지도를 받아서는 현재의 위치와 탈출 위치를 살폈다.
“오른쪽으로 돌아라!”
“오케이!”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트럭을 쫓아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감각이 마비된 것뿐만 아니라 조종되던 것도 풀려 버린 것이다.
그렇게 간간이 한두 마리씩 길을 막아서는 뮤턴트들을 받아버리면서 창수는 탈출 포인트로 달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 헬기가 보이는 공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팀장! 캡틴이 일본 애들 구해서 오고 있습니다!”
“뮤턴트들은?”
“점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 버려!”
수송 헬기에서 보급받은 탄환들로 인해 탄환들은 여유로웠다.
굵직한 탄환들이 장대비마냥 트럭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뮤턴트들을 향해 쏟아졌다.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날아갔다.
생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임무는 저지.
호프 팀의 도움을 받아 수송 헬기까지 이동한 트럭은 이곳저곳이 다 찌그러져 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트럭만큼이나 트럭에 실려 있던 일본의 닌자 팀도 엉망이었다.
“빨리 실어! 빨리!”
당장 탈출을 해야만 했다.
창수는 기진맥진해 있는 니키타를 움켜잡고서는 수송 헬기의 수송칸에 집어던지 듯이 실었다.
다른 호프 팀의 대원들도 닌자 팀의 대원들을 움켜쥐고서는 수송 헬기에 실으려고 했지만 이내 느낀 위화감에 몸을 움찔 떨며 멈추었다.
“뮤턴트?”
인간의 외모였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수많은 뮤턴트들의 느낌 때문인지 닌자 팀이 인간이 아닌 뮤턴트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수 물약의 영향이다. 회복시킬 수 있다니까 일단 실어!”
“아! 알겠습니다! 캡틴!”
창수의 설명에 닌자 팀의 대원들을 둘러업고서는 수송 헬기에 실었다.
“크으! 나를 묶어줘.”
“뭐?”
“나를 묶어줘. 이성이 날아갈 것 같아. 내가 폭주하지 못하도록 묶어. 입을 막아 줘.”
“무슨?”
“묶어! 못 움직이게 팔다리 다 묶고 입도 막아 버려! 빨리!”
“예! 알겠습니다. 대체 뭐야? 좀비냐?”
닌자 팀의 대원들은 튼튼한 금속 밧줄을 가지고 있었다.
작전에 사용하는 것인가 했지만 그 금속 밧줄은 부스터 샷을 사용 후 자신을 스스로 묶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단단히 묶고 입까지 묶어서는 공격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봉쇄한 뒤에야 수송 헬기에 실려졌다.
탕탕!
“출발! 출발!”
수송 헬기의 동체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출발을 외치자 수송 헬기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렇게 한 두 대씩 떠올라가는 헬기들 속에 창수도 몸을 싣고서는 시커멓게 몰려오는 뮤턴트들을 바라보았다.
임무는 완전히 실패했다.
“도쿄의 인간들이 전부 뮤턴트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 어떻게 같은 인간들을 저렇게까지.”
할 말을 잃어야 할 정도로 참혹하고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수만 아니 수십만이 넘어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뮤턴트들이 거대했던 도시를 꽉 채우고 있었다.
도쿄의 하늘을 날고 있는 폭격기도 기가 질렸는지 폭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의 육상 자위대와 UN 신속 기동군도 도쿄를 가득 채운 뮤턴트들에 기가 질려서는 물러서 버리고 말았다.
강력한 화력이라고 해도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휩쓸려 버릴 한숨의 모래 벽이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 * *
저벅! 저벅! 저벅!
오사카로 후퇴한 호프 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작전 실패에 대해 보고를 해야 했다.
일본의 닌자 팀들은 일본 육자대의 특수부대들에 의해 어딘가로 이송되었다.
마지막까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던 니키타의 눈빛만이 창수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인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눈빛에 창수는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도쿄 내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창수는 일본 정부 관계자와 UN군 사령관을 앞에 두고 도쿄의 상황에 대해서 보고 했다.
“도쿄의 지하에 뮤턴트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야마쿠치는 그럼 어디에 있는 건가?”
뮤턴트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다.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뮤턴트는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창수의 말에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UN군 사령부의 고위 장교들도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쾅!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네! 자네의 말에 책임질 수 있는 건가!”
“증거! 확실한 증거가 있소! 증거가 있냐는 말이오! 지금 야마쿠치가 뮤턴트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인정할 수 없었다.
뮤턴트가 통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혼란이 온다.
적어도 인정하는 그 순간 일본은 끝이었다.
일본 정부는 창수의 발언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일개 조장 주제에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이야!”
“당장 사과해! 자네의 경솔한 발언을 당장 사과하란 말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창수의 말을 없던 것으로 하려고 했다.
“지금 너무 흥분된 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UN군 관계자가 결국 흥분된 회의실을 정리하며 창수를 회의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렇게 창수가 나가고 난 뒤에 회의실 안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UN군 장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넋을 놓아야만 했다.
“도쿄를……. 지워 버려야 하는 건가?”
누군가의 말인지 모를 중얼거림이 회의실의 공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