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5화
95화
창수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리 창수가 뮤턴트 전쟁의 영웅이라 할지라도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UN군 사령부에서도 받아들여질 수가 없는 주장이었다.
“미친놈들. 정치적인 문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괴물들하고 싸우는데 정치가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뒤지고 나서도 정치야! 정치는!”
“목숨 걸고 싸운 대가가 이런 거라니. 하!”
호프 팀의 대원들은 잔뜩 화가 나서는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들도 마치 뮤턴트들이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게 뮤턴트를 통제하는 존재가 있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창수의 말에 다들 동의하게 되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일을 경험한 것이다.
“캡틴. 그게 새로운 유형의 뮤턴트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뮤턴트를 통제하는 것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뭐가 되었든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만 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컸다.
81 전략특수대대에 처음 입교할 때도 미국 특수전 사령부는 대원들에게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멕시코에서의 임무 때 너무 많은 특수부대원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특수부대원들은 각종 임무 중에 너무 많은 희생이 되고 있었다.
창수도 위에서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통제되는 뮤턴트.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결말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뮤턴트와 인간만의 싸움이 아닌 탐욕스러운 인간과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창수는 점점 더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뭐가 더 나올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창수는 더한 괴물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통제되는 뮤턴트도 자신의 착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수의 주장은 묵살되었지만 UN군 사령부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서도 뮤턴트를 통제하는 존재를 브레인이라 명명하고서는 특급 기밀로 분류해 연구와 조사에 들어갔다.
당연히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뮤턴트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할 준비에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뮤턴트와의 전쟁에서 변곡점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 *
“뮤턴트를 통제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뮤턴트 내에 어떤 기관이 생성된 것인지에 대해서 확인하는 중입니다.”
수천 마리가 넘는 뮤턴트가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 움직였다는 미확인의 정보를 토대로 한국 정부의 비밀 연구시설에서는 뮤턴트에 관한 연구에 들어갔다.
변이가 되면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되었다.
당연히 각종 신체 기관이 변이 및 변질이 되었다.
“통제가 먹히려면 통제를 하는 브레인이라는 개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뮤턴트 개체가 통제 명령을 받아들이는 특수 기관이 존재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뇌겠지?”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만 뇌가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통제 방식은 텔레파시나 아니면 초자연적인 기능일 가능성이 크겠군.”
“아무래도 그럴 것입니다. 일종의 감? 후우! 과학자인 제가 초자연적인 연구 주제로 고민을 해야 한다니.”
연구원은 뮤턴트를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모든 것에 대한 상식이 부정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뮤턴트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이제는 뮤턴트의 해부에는 이골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말이야. 불완전 변이체도 브레인에게 통제가 될까?”
“불완전 변이체요?”
“그래. 얼마 전에 1형 뮤턴트가 불완전 변이로 별기군에 합류를 했잖아.”
“아! 예.”
“만일 임무 중에 불완전 변이체가 아군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아군을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구원들은 몸이 오싹해졌다.
“일단 불완전 변이체와 완전 변이체에 대한 차이가 뭔지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후우! 이게 진화인지 아니면 돌연변이인지 알 길이 없구만.”
“진화든 돌연변이든 뮤턴트가 우세종이 된다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겠지요.”
“그래. 그게 진화의 법칙이니까.”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선사 인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타 선사인류들을 멸망시킨 것처럼 뮤턴트가 지구의 우세종이 된다면 인류는 자연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구의 나이에 있어서 일 이만 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고 그 찰나의 시간이면 하나의 종이 멸망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국의 연구팀은 자신들이 확보한 뮤턴트를 철저하게 연구를 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1형 뮤턴트 사이에서도 알파와 오메가처럼 종 내에서의 변이가 이루어집니다. 일본의 1형 뮤턴트는 아리가의 뮤턴트와는 다른 변이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일본의 1형 뮤턴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일본에 가서 뮤턴트 하나 잡아오라는 건가?”
“예.”
“…….”
외교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지금 외교고 뭐고 따질 때가 사실 아니기는 했다.
일본에서 한국의 사이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가까웠다.
당장 일본산 엔젤이 한국에 유통이 되고 있었으니 언제 도쿄와 같은 참사가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뮤턴트를 확보해야만 했다.
“일단 보고는 올려 보겠네.”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브레인이라는 뮤턴트도 확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가능하겠나!”
“그놈이 있어야 대비책을 만들 것 아닙니까. 어제도 1형 뮤턴트가 발생했다고 하던데! 하! 분명 변이물질 생산 유통이 금지되었는데 어떻게 그놈들이 계속 나오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1형이나 2형이나 변이물질은 사실 만드는 것에 그리 어렵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한낮 마피아 따위가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의 조력자가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지금 국가 단위로 음모라도 꾸미고 있다는 건가? 억측이야!”
“예. 뭐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만.”
“자네가 답답해서 그러는 줄은 알고 있네. 그럴 우려까지는 아닐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마치 체한 듯이 답답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뮤턴트에 대한 약점을 찾아내야 하는 연구원들이었다.
강화 물약을 만들어 낸 것처럼 그보다 더한 결정적인 무기를 만들어 낸다면 뮤턴트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전장에서 싸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구원들도 치열한 전쟁터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 * *
뮤턴트 연구팀에서의 요청서는 대한민국의 정부 상층부에 올라갔다.
일본의 수도가 찍힌 위성 사진 수십 장을 탁자 위에 깔고 브레인이란 확인되지 않는 뮤턴트의 통제 속에 군대와 전쟁을 치르는 뮤턴트들에 대한민국도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일본 육상 자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이었지만 저런 대규모 뮤턴트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본 뮤턴트를 지금 가지고 와 달라는 거요?”
“예. 연구팀에서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브레인까지 확보를 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 임무는 비밀로 해야겠구만.”
“예. 하지만 단독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미군과 합동으로 진행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행여라도 일본 정부에 들키더라도 그게 부담이 크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부라는 청와대에는 이제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김석호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석호는 군인 출신이었다.
본래라면 절대 군인 출신인 김석호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었다.
아직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군인 출신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군대는 철저하게 민정 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야만 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 그런 대한민국의 불문율을 깨트렸다.
4선 장군 출신의 김석호 대통령은 뮤턴트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국민들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경제 발전이나 민주주의 같은 가치보다 생존이 최우선의 가치였다.
이런 김석호 대통령처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도 생존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 있었다.
복지와 교육 등은 뒤로 밀리고 군대가 가장 최우선으로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개인적인 행복과 자유를 중시하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생존이 우선시 되는 사회 분위기가 되자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아직 유의미한 차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했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의 패권을 다퉈야 하는 새로운 종이 나타나자 전쟁을 위한 병사들을 뽑아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병적 자원의 고갈을 고민하던 대한민국 국방부도 20대에서 30대까지 수많은 지원병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 가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위기 속에서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다소 독재자 같은 김석호 대통령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는 참모에 인상을 구겼다.
“이미 국토 절반 이상을 빼앗겨 버린 망한 나라를 뭐하려고 걱정해!”
“그렇기는 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우려도 있으니. 미군과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후우! 한번 문의는 해 보게. 그러면 별기군 쪽을 통해서 작전을 진행해야겠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포획팀으로 훈련된 팀이 있습니다.”
별기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별기군에서 필요하다고 한다면 군대나 경찰 할 것 없이 최고의 인재를 차출해 별기군으로 배치했다.
“그런데 이거 최창수 상사가 알아낸 거라면서?”
“예. 그렇습니다.”
“지금 그 친구 UN군 산하에 있지?”
“예. UN 사령관의 요청이 있어서 그쪽으로 보내고 별기군 1팀을 국내로 되돌렸습니다.”
세계 평화도 좋고 뮤턴트 토벌이나 헤인트 제거도 좋다지만 국내 안전이 최우선 사항이었다.
나라를 지켜내라는 것으로 대통령이 된 김석호는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자신은 지금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질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친구 국내로 데리고 못 오겠지?”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 덕분에 우리 쪽에서 UN군으로 많은 병사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상태입니다.”
“그건 좋기는 하지만. 후우! 알겠네. 일단 일본산 뮤턴트인지 뭔지 하는 놈부터 밀수해 와.”
“예! 작전명은 밀수로 해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해.”
“알겠습니다. 참. 엔젤을 좀 더 확보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그게 그렇게 많이 필요하나?”
“예. 강화 물약뿐만 아니라 그게. 일본 쪽에서 특수 물약을 제작한 모양입니다. 부작용이 아주 크기는 하지만 성능은 탁월하다고 합니다.”
“성능이?”
“예. 최 상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뮤턴트들이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점점 첩첩산중이로구만. 이거 완전히 밀수군. 밀수야. 국민들이 이 사실 알면…….”
“국가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 진행해 봐.”
그렇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승인하에 일본 도쿄에서 다량의 엔젤을 확보하고 뮤턴트를 생포해서 대한민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작전명 밀수가 진행이 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