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7화
97화
신주쿠 방향으로 잠입을 해 들어가는 창수의 호프 팀과 일본의 사무라이 팀은 폐허를 뚫으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뮤턴트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북쪽으로 올라간 뮤턴트들이 전부인 것 같은데요.”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안심을 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아직 안심을 하기에는 일렀다.
언제 뮤턴트들이 나타날 수 없었기에 다들 잔뜩 긴장을 한 채로 주변을 사주 경계하며 나아갔다.
온통 지진과 약탈로 인해 파괴되어 제대로 된 위치 파악이 힘들었지만 최첨단의 GPS를 통해 위치 확인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도쿄 내의 기지국들이 대부분 기능을 상실했기에 위성 통신망을 사용해야만 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였던 도쿄는 완전히 문명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쪽 코너만 돌면 역에 도착을 할 수 있습니다.”
“좋아. 잠시 숨 고르고 난 뒤에 진행하자고.”
다들 목을 축이거나 허기를 달래며 잠시간의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창수는 주변을 살피며 퇴각로 상의 위협은 없을지를 살폈다.
뮤턴트와의 싸움은 도망의 연속이었다.
압도적인 화력과 전투력으로 뮤턴트들을 압도하며 토벌하는 건 정규 부대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지 특수부대가 할 일이 아니었다.
교전은 피치 못할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창수는 임무를 포기하고 퇴각을 할 생각이었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었다.
최강이라 불리는 미군조차도 전방에 저격수나 적의 매복이 의심되면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무한정 대기하는 편이었다.
폭격과 포격이 위협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난 뒤에나 진격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던 중 창수는 일본의 사무라이 팀의 대원 하나가 어디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화장실이라도 가나?’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워낙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에 화장실이 아님을 깨닫고서는 사무라이 팀 대원의 뒤를 쫓았다.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임무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괜한 변수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창수는 그렇게 사무라이 팀 대원의 뒤를 따르다가 이내 사무라이 팀의 대원이 뮤턴트 아이 한 명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뮤턴트?”
분명 뮤턴트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여느 뮤턴트와는 달리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지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 아이 뮤턴트여서인지 힘이나 체력 등은 크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사무라이 팀의 대원이 자신을 쫓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저 애는 또 어떻게 발견한 거야?”
그렇게 어린 아이 뮤턴트를 쫓는 사무라이 팀의 대원과 그런 사무라이 팀의 대원을 쫓는 창수였다.
그리고 창수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무라이 팀의 대원을 볼 수 있었다.
“아! 들켰네.”
안 들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무라이 팀의 대원에게 들켜 버린 것에 창수는 감이 꽤나 좋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창수는 숨는다거나 모른 척하지는 않았다.
아주 당당하게 사무라이 팀의 대원에게로 다가간 창수였다.
“다…… 당신은?”
“누구 명령으로 무단 이탈하라고 한 거지?”
“그…… 그게. 뮤턴트를 발견해서.”
“발견하면 즉시 보고가 원칙 아니었던가?”
소속이 다르지만 이번 임무의 총지휘관은 창수였다.
닌자 팀의 대부분을 구한 이도 창수였기에 일본 육자대 특무사령부에서도 이번 임무에 한해 창수에게 지휘권을 위임했다.
창수만큼 뮤턴트전에 있어서 최고의 대원은 없다는 판단이 여러 군과 기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 그게 뮤턴트를 놓칠 것 같아서.”
사무라이 팀의 대원인 히로는 설마 자신이 추적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대원들에 비해 감지 능력이 뛰어난 히로였다.
창수에 대해서 꽤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그냥 실력 좋은 한국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엔젤 부작용자인가?’
히로는 자신과 같은 엔젤 부작용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이물질과 결합하지 않는다면 엔젤은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투약 후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엔젤의 모든 성분은 부작용 없이 몸 안에서 사라진다.
변이물질과의 결합도 투약 후 24시간이 지나면 변이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졌다.
하지만 사람이란 백 명이 있다면 백 명 모두가 다른 법이었다.
히로처럼 엔젤 부작용자가 존재했다.
분명 엔젤의 성분은 신체에 남아 있지 못하고 전부 빠져나갔지만 감각과 신체가 약간이나마 강화되어 있는 것이다.
히로는 창수도 자신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수는 힐끔 어딘가로 가고 있는 어린 뮤턴트를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예.”
창수는 히로를 데리고 어린 뮤턴트를 쫓았다.
‘제법이네.’
창수는 분명 엔젤이나 강화 물약을 투약한 상태가 아님에도 자신을 따라오는 히로에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상시 신체가 강화되어 있는 창수였다.
그렇게 강화된 신체에 노력으로 단련까지 시켰다.
엔젤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엔젤을 사용한 특수부대원을 상대할 수 있는 창수였다.
그런 창수가 엔젤을 사용한다면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 될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변이물질로 변이까지 된다면 창수는 역대 최강이자 최악의 뮤턴트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창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고 있지 않았다.
싸돌아다니는 어린 아이 뮤턴트를 살펴본 창수는 이내 어린아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불완전 변이체로군.”
“불완전 변이체요?”
“아직 모르는 거야?”
창수는 히로가 불완전 변이체에 대해서 모르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일을 하면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창수였다.
하지만 의외로 뮤턴트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일본의 사무라이 팀도 뮤턴트 제거가 주 임무였으니 뮤턴트는 전부 제거를 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인간의 이성이 남아 있는 뮤턴트. 사실상 인간이다.”
“예? 뮤턴트가 아직 인간이라구요?”
“그래. 넌 저게 뭔 줄 알고 쫓은 거냐?”
“그…… 그게 뮤턴트면 목을 베어 가려고.”
창수는 자신이 쫓지 않았다면 히로가 불완전 변이체를 죽였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아. 불완전 변이체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아니 이미 여러 불완전 변이체는 각국 정부와 특수부대에 협력하고 있다.”
“그…… 그렇군요.”
꽤나 충격적인 사실을 창수로부터 알게 된 히로였다.
“그럼 어떻게 하죠?”
“일단 접촉을 해 봐야지. 감이 좋은 것 같은데. 주변에 뮤턴트가 있는지 알아봐.”
창수도 감이라면 그 누구 못지않았지만 히로가 자신을 알아차린 것에서 히로 쪽이 감은 더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히로의 서포트를 받으며 창수는 어린 아이 뮤턴트에게로 다가갔다.
창수는 되도록 불완전 변이체가 놀라지 않도록 불완전 변이체의 정면으로 이동했다.
물론 그래도 놀랄 것이 분명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우연인 듯이 마주친 창수와 불완전 변이체인 지로는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치자마자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무덤덤한 창수의 표정과는 달리 지로는 이내 공포에 질렸다.
군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었으니 공포에 질리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인간보다 상위 종이라 여겨지는 뮤턴트였기에 본래라면 인간이 공포에 질리고 뮤턴트가 탐욕스럽게 달려들어야 할 터였다.
“안녕.”
“…….”
몸이 굳은 지로에 창수는 무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 일본어로 해야 하지. 아니 통역기 작동 중일 텐데.”
창수는 자신의 귀에 매달린 통역기를 손가락으로 건드려보고서는 다시 말을 걸었다.
“너 사람이지? 혼자 다니는 거니?”
“아! 아아! 도…… 동료 있어요.”
지로는 창수가 자신을 뮤턴트가 아닌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봐서 도망을 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가 있다고? 피난 명령 내려졌는데 대피 안 하고 왜 이런 위험한 곳에 있는 거니?”
창수도 지로가 자신이 지로를 인간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 대피요?”
대피할 수 없는 몸이었다.
1형 뮤턴트가 인간과 크게 외형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지만 가까이에서 접하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체온도 일반 인간보다 높았다.
수시로 체온 검사를 했기에 인간들과 함께 있을 수 없었다.
분명 붙잡혀서 실험실에서 해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불완전 변이체에 대해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창수였다.
“대피하라는 소리 못 들었니?”
“예. 못 들었어요.”
“배고프지?”
“예?”
“먹어.”
창수는 지로의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육포를 던져 주었다.
어린 뮤턴트라고 해도 뮤턴트는 뮤턴트였다.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창수에게서 육포를 받은 지로의 두 눈이 번득였다.
사실 자신보다 약한 인간이었다면 지로는 대화가 아니라 습격했을 터였다.
지금도 창수가 경계를 풀고 무방비하다면 습격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허기져 있던 지로였다.
그렇게 극심한 허기짐에 당장에라도 입안에 넣고 싶었지만 지로는 입안으로 넣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품 안에서 육포 하나를 더 꺼내서는 지로에게 던져 주었다.
“가져다줄 사람이 더 있나 보지?”
“아! 도…… 동생이 있어요.”
“동생?”
“예.”
동생이 있다는 말에 창수는 지로를 빤히 살펴보았다.
‘형제가 둘 다 불완전 변이일 가능성은 희박해. 그렇다면…….’
창수는 대략 짐작이 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혹시 동생이 지금 아프니?”
“예?”
“동생이 아파서 피난을 가지 못한 거니?”
“그…… 그게.”
“아프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데.”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한사코 거부하는 지로에 창수는 역시나라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지?”
“저요? 지…… 지로요.”
“그래. 나는 최창수라고 한단다. 한국인이지만 UN 평화유지군으로 도쿄의 지진과 사고를 돕기 위해 파병된 군인이야.”
“평화유지군?”
“그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군인이지.”
지로는 TV에서 보던 UN 평화유지군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동생뿐만 아니라 너와같이 아픈 친구도 도울 수 있단다.”
“저…… 저는 아프지 않아요.”
“그래. 아프지 않아. 너와 같은 친구들도 아프지 않거든.”
“예?”
“이거 볼래?”
창수는 사진 한 장을 꺼내어서는 지로에게 건네주었다.
“사진? 헉!”
창수에게 넘겨받은 사진을 본 지로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군인들 사이에 거대한 뮤턴트가 한 마리 들어 있는 것이다.
“불완전 변이체.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부른단다. 너와 같이 뮤턴트가 아닌 인간이지.”
“부…… 불완전 변이체?”
“그래. 괴물이 아닌 사람. 우리는 그들을 돕고 있어.”
지로는 창수가 자신이 뮤턴트인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 동생을 사…… 사람으로 되돌려 줄 수 있나요?”
“한번 해 보자꾸나.”
지로는 창수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불안했던 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