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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07화 (107/351)

▣ 제107화

107화

아리가에서 뮤턴트 사태가 시작되고 난 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는 뮤턴트는 어디에서나 나타났다.

어제 만나 인사를 나눴던 청년이 오늘 저녁 뮤턴트가 되어 나타났고 아이를 키우던 새댁이 뮤턴트가 되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뮤턴트로 인해 죽는 사람들보다 뮤턴트의 등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경제 위기로 굶어 죽는 이들이 더 많았다.

세계 경제는 얼어붙어 갔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갔다.

뮤턴트보다 더 끔찍한 절망이 인간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배고파.”

“배고프니? 이걸 먹거라. 그러면 몸도 안 아프고 근심 걱정도 없어진단다.”

“정말 배가 안 고파지나요?”

“그래.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남은 것이 무엇이 있겠어.”

경제가 무너진 땅에는 독버섯이 자란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아지지 않는 세상이었으니 모든 것을 내려놓다 못해 스스로까지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대공황.

사람들은 이 시기를 뮤턴트 대공황이라 불렀다.

분명 간단히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인류가 힘을 합쳐 싸운다면 뮤턴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것인지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했다.

“이 조그마한 걸 먹으면 배가 불러진다구요?”

조그만 것이든 아니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뭐라도 먹어야만 했다.

작은 알사탕 같은 것을 입안에 넣고 굴렸다.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없던 몸에서 기운이 나는 듯했다.

몸 안에서 무언가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그렇게 차오르는 것이 멈추지 않고 더욱더 채워졌다.

당연히 넘쳐흐르거나 부풀어 오르게 되는 법이다.

인간의 몸 안에서 넘쳐 흐를 리는 없었으니 당연히 부풀어 올라야 했다.

쾅!

거칠게 문이 열리고 군복을 입고 있는 사내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뭘 처먹인 거야! 변이 억제제 투입해!”

“예!”

지휘관의 외침에 따라 군인은 황급히 몸을 뒤틀고 있는 소년의 몸 안에 변이 억제제를 투약했다.

소년에게 사탕을 먹인 남자는 군인들에게 끌려나갔다.

몸수색을 받고 남자의 옷 안에 들어 있던 몇 개의 사탕을 찾아냈다.

“불량 변종제입니다.”

“미친놈들!”

불량 변종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순도가 높은 엔젤에 불순물을 섞어 만든 물건이었다.

엔젤의 가격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불량 제품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불순물에 무엇이 첨가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자칫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었고 변이가 아닌 변질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형태도 알약이 아니라 사탕이나 육포 등 음식 종류로 되어 있기도 해서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았다.

“크르르르!”

“대장! 효과가 없습니다! 변이됩니다!”

“크으! 사살해.”

무엇으로 변이될지 알 수 없다.

가장 약하다는 1형 뮤턴트만 해도 일반 인간보다 월등하게 강한 변이체였기에 대단히 위험했다.

행여라도 높은 등급의 뮤턴트라면 무기를 가진 군인들이라고 해도 위험했다.

그렇게 변이되기 전에 끝을 내야만 했다.

탕!

머리를 조준한 채로 방아쇠가 당겨졌다.

그나마 고통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완전 변이가 되기 전에 수습을 할 수 있었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수십 명이 넘는 뮤턴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도시나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

그나마 강력한 공권력이 유지되는 곳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은 될지도 몰랐지만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라면 문제가 아주 커졌다.

* * *

“우리도 스스로 자기 몸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

“더 이상 군대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습니다. 경찰도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하면 도망가기 바쁜데. 우리도 무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괴물들로부터도 우리를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이웃이 뮤턴트가 되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공격하게 되니 멀고 먼 군인들에게 지켜달라고 연락해도 이미 늦어버린 뒤가 될 뿐이었다.

“무기를 구할 방법이 있나?”

“예. 문제는 무기만으로는…….”

“약도 필요하다는 건가?”

“잘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엔젤이 없이는 괴물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경찰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군인들도 뮤턴트들 잡는 것이 어렵다고 할 정도이니 엔젤이라는 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엔젤이 뮤턴트로 만든다는 사실은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알게 되었다.

물론 변이물질이라는 것과 함께 사용했을 때였지만 무엇이 변이물질인지 아닌지를 알기는 어려웠다.

“잘만 사용하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독초도 잘만 사용하면 사람 살리는 약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들 다 가지고 있는데 우리만 없으면…….”

뮤턴트도 걱정이었지만 같은 인간들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져 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었다.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예. 돈만 있다면 구할 수 있습니다.”

“양품으로 구해 보게. 요즘 불량품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하더구만.”

“알겠습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사람들은 각자의 집단을 만들고 스스로 몸을 지키기 시작했다.

무기도 필요했지만 엔젤도 필요했다.

잘만 사용한다면 될 것이라는 오만함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집단들이 많아질수록 사태는 점차 힘들어져 갔다.

* * *

엔젤과 변이물질 수색 작전은 계속된다.

“캡틴! 엔젤의 대량 유통 첩보가 포착되었습니다.”

“헤인트?”

“헤인트 녀석들 요즘 어디로 숨은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엔젤의 원료 물질만 처리하면 끝날 수 있는데.”

창수는 여전히 UN 평화유지군 소속의 특수부대에 있어야 했다.

창수가 한 번씩 한국으로 보내오는 뮤턴트의 샘플은 한국 정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미 중국에까지 테러 집단이 대량의 엔젤을 가진 채로 잠입해 들어갔다.

수천에서 수억이 넘는 뮤턴트들이 대한민국까지 밀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 강한 화력과 뮤턴트들의 약점을 알아내야만 했다.

한국도 데빌탄과 같이 뮤턴트 특화 무기 개발에 힘을 쓰고 있었다.

아울러 마더의 샘플로 인해 고농축의 영양제 개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한미 연합팀이 확보한 브레인의 뇌에서도 뮤턴트를 조종하는 방법과 브레인의 비밀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그나저나 일본 소식 들으셨습니까?”

“일본 소식?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무슨 던전 탐사하는 모험가 파티 같은 것이 생겼답니다.”

“그게 뭔데?”

“일본 정부에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는지 민간 군사 기업이나 민간인들에게 뮤턴트 사냥할 수 있는 권한을 파는 듯합니다.”

“뭔 헛소리야? 누가 그런 짓을 해?”

“그게 사냥 중에 돈이 되는 것은 챙겨 갈 수 있게 허가를 해 줄 뿐만 아니라 엔젤까지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허가를 해 준답니다.”

“엔젤?”

“예. 지금 전 세계가 엔젤 확보하려고 안달이랍니다.”

창수는 엔젤로부터 시작된 일이 엔젤을 갈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사령부에서는 뭐래?”

“그게 일본 정부의 고유 권한을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뭔 헛소리를 하고 있어! 엔젤은 국제 유통 금지 약물로 지정되었잖아!”

“그렇지만 그게 권고 사항으로 변경되었답니다.”

“뭐?”

“각국 정부에서…….”

엔젤의 유통을 도저히 막지 못하자 엔젤이 아닌 변이물질에 대한 통제에 치중했다.

모든 물질이 다 엔젤과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오랜 연구 끝에 주의를 할 변이 유발 물질의 목록이 정리가 됐다.

그렇게 의약품들과 각종 식품 첨가물들은 가장 먼저 엔젤과의 반응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국제 기준이 만들어졌다.

반응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생산 및 유통이 금지가 된다.

그렇게 1형부터 지금까지 등장한 뮤턴트들의 변이 유발 물질들은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나타나고 있는 뮤턴트들의 변이 유발 물질은 불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군.”

창수는 어쩌면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호프 팀도 해체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국 방어로 돌리는 건가?”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요? 국제 연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아직은 유지가 되는 듯합니다만. 실은 저도 본국에서 귀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아마도 이번 임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수는 다국적 팀인 호프 팀의 대원들이 본국 소환 명령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호프 팀이 해체된다면 창수도 한국으로 복귀 명령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뭔가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창수는 국제 연대가 무너지게 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수는 일개 군인이었다.

적을 상대로 싸우는 도구일 뿐이었으니 임무에 따라 움직여야 할 대상이었다.

문제는 적이 점차 누구인지 알 수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 * *

“움직이지 마!”

“유엔군 특수작전 타격대다! 움직이지 마!”

엔젤의 대규모 유통을 포착한 호프 팀은 엔젤의 유통 장소를 급습했다.

탕!

당연하겠지만 격렬하게 저항을 해 왔다.

엔젤을 먹은 이들이었으니 당연히 위협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제압하기 위한 특수부대원들도 엔젤이나 강화 물약을 투약해야만 했다.

탕! 타탕!

격렬한 총격전이 이루어졌다.

“크윽! 맞았어!”

“치료 물약 투약해!”

강화 물약을 연속으로 투약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지만 실전에서는 모든 것을 다 지킬 수 없었다.

“어리석은 저항이다! 키키키! 크으으으!”

탕!

“머리를 노려! 변이하려고 한다!”

총알에 맞은 엔젤 유통책 조직원들은 엔젤로 인한 강한 힘이 사라지자 변이 유발 물질을 사용했다.

스스로 인간이었음을 포기하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변이하려는 이들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내리꽂은 창수는 변이 억제제를 투약했다.

“네놈들 마음대로 끝날 생각은 버려라.”

엔젤의 추종자들.

그들이 지독한 광신도들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헤인트가 아닌 헤인트와 손을 잡은 테러 단체들도 엔젤의 추종자가 된다.

그렇게 사로잡아 봐야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들을 수도 없었다.

자백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엔젤을 과하게 복용했던 것 때문인지 정신적인 약물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백제 때문에 변이가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 생포하는 것보다 사살을 하는 것이 더 깔끔하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수는 되도록 생포를 우선시했다.

어떻게든 엔젤을 만드는 헤인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엔젤의 추종자들을 제압한 창수의 호프 팀은 저항을 하지 않는 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엔젤을 파는 이들과 엔젤을 구입하는 이들의 반응은 언제나 극명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엔젤을 구입하는 이들도 저항을 했지만 점차 엔젤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범죄 단체가 아닌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는 이들로 바뀌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이들이었다.

‘차라리 그럴 돈으로 식량을 구입할 것이지.’

창수는 사들인 식량을 지키기 위해서도 엔젤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사정이 어떻든 모두 체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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