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1화
111화
일반 병사용의 몬스터 대응 무기를 시험해 본 창수는 실전에서는 그다지 효용이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름 힘 좋은 병사에게 사격을 해 보게 시켰더니 반동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표적지를 맞추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저격총과 같이 바닥에 거치한 뒤에 사격을 하자 표적지에는 맞추기는 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뮤턴트를 정확하게 저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단 본부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서는 꽤나 당혹스러워했다.
창수가 능숙하게 사용을 하는 것에 제법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무기를 사용할 일반 병사들이 제대로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돌격 소총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 소총처럼 전술적 움직임을 하면서 쓸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물론 창수가 있는 곳은 군대였다.
“애들 훈련하면 되지 않겠어?”
“그게 훈련이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 원사. 쉽게 안 된다는 말은 안 되지는 않는다는 소리잖아. 그렇다고 못 쓰겠다고 하면…….”
“뮤턴트에 대응을 할 만한 무기가 없어지겠지요.”
“그래. 역시 최 원사가 뭘 아는구만. 어차피 저거 북한군 상대로 쓰라는 것도 아니고 괴물 놈들 상대로 쓰라는 거니까. 애들 중에 힘 좋은 애들로 해서 전담팀 하나 만들어 보자고.”
창수는 여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는 법이다.
그건 창수도 동의했다.
일반 소총이나 신형 소총으로는 뮤턴트를 제대로 제압할 수 없으니 뮤턴트 전용 총으로 어떻게든 대응 방법을 만들어 봐야 했다.
“그냥 편안하게 있다가 가려고 했더니 결국 다시 애들 교육이나 시켜야 하네.”
전투에는 참여를 못 한다고 해도 뮤턴트의 위협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 창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대대 주임원사라고는 하지만 주임원사 일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애들하고나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수는 2대대에서 덩치 좋고 힘 좋은 병사들과 부사관을 뽑았다.
물론 훈련은 일주일에 두어 번 몇 시간 정도씩이나 할 뿐이었다.
휴전선 인근 부대였기에 어차피 적은 뮤턴트라기보다는 북한군이었다.
그 때문에 병기창에서 받은 KM-2도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치장창고에 바로 집어넣어 버렸다.
창수가 시범 사격을 해 보겠다고 하고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제대로 구경도 못 해 봤을 터였다.
“최 원사님. 정말 뮤턴트하고 싸우셨습니까?”
“왜? 거짓말하는 것 같아?”
“아닙니다. 거짓말은요. 최 원사님 나이에 원사 계급 다셨으면 실전에서 엄청나게 활약 셨어야 할 것 같은데요.”
“뭐 활약까지야.”
창수는 그렇게 별로 활약을 한 것은 없었다고 했지만 창수의 행적을 확인한다면 전설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렇게 창수는 훈련보다 병사나 부사관들에게 뮤턴트에 대한 이야기나 하면서 교육 시간을 때웠다.
일부 뮤턴트들은 기밀 정보였기에 군인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병사들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1형이나 2형과 같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뮤턴트들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머리다. 머리. 뮤턴트를 완전히 죽이려면 머리를 노려야만 해.”
“심장 쪽은요?”
“심장도 효과는 있어. 하지만 심장이 부서지고도 어느 정도 움직인다.”
심장이 날아가고도 뮤턴트가 움직인다는 말에 병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인간이라면 신체의 어디를 맞더라도 쇼크가 오거나 패닉에 빠져 전투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에 반해 뮤턴트에게는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창수에게서 뮤턴트에 대해 들으면 들을수록 병사들은 한가지는 분명하게 떠올렸다.
‘안 만나고 싶다.’
뮤턴트 때문에 군 복무 기간 연장이 되었고 그 때문에 처음에는 뮤턴트를 다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창수에게 설명을 듣고서는 전역할 때까지 뮤턴트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평소에는 잡담이나 했지만 그래도 교육은 해야 했다.
“뮤턴트와 만나게 되면 뮤턴트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동료들과 함께 화망을 구성해라. 실전에서 머리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다행히 1형의 경우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면 죽지는 않아도 확실하게 전투력은 상실시킬 수 있다.”
창수는 일반 소총으로도 화망만 구성하면 1형 뮤턴트들은 저지할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물론 2형부터는 화망을 구성하더라도 KM-2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전차나 장갑차로 밀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화력도 그쪽이 월등하게 세구요.”
“그래. 전차나 장갑차라면 3형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한민국의 보병 부대들은 빠르게 기계화 보병으로 전환이 되었다.
물론 다시 복무 기간 연장으로 인해 병력 숫자가 늘어나면서 일반 보병 부대가 늘어나게 되었지만 한국 정부는 뮤턴트도 일반 보병이 아닌 기계화 보병이나 기갑으로 상대한다는 작전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5사단의 예하 부대도 상당수가 기계화되었다.
수송 트럭도 대부분 장갑차로 변경되었으니 뮤턴트를 상대하는 데 보병 무기가 굳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문제는 2형이나 3형이면 장갑차나 전차도 파괴할 수 있는 놈들이라서 문제지.”
“그…… 그 정도입니까?”
“그래. 뭐 한두 마리 나오는 정도라면 문제는 없어.”
2형과 3형이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라도 결국 쪽수 앞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창수도 동의를 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상위 뮤턴트들이지. 후우. 그런 녀석들만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당장 일본에서 만난 브레인만 돼도 일반 부대로 상대가 될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나름의 대응책들이 마련되어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창수뿐만 아니라 별기군의 화랑 팀의 보고로 데빌탄이나 초고주파 발생기와 같은 뮤턴트 대응 무기들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었다.
장갑차에 초고주파 발생기를 다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창수는 뮤턴트 대응법들을 병사들에게 알려주며 시간을 때웠다.
피비린내 나는 생활에서 지금의 평화로운 시간은 창수에게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평화는 길지 않은 듯했다.
* * *
“간부 오는지 잘 봐라.”
“예! 알겠습니다. 김 병장님.”
본래라면 전역을 했어야 할 김 병장은 벌써 병장만 2년째였다.
과거라면 2년이면 신병으로 들어와 전역까지 했을 시기였다.
그렇게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 병장은 휴전선의 경계 초소에 들어와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아. 그래도 전역을 하기는 하네.”
“전역하시면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게. 요즘 밖에 나가면 할 일이 드럽게 없다던데.”
“요즘 단기 하사 많이 한다고 합니다.”
“너나 해라.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나는 나가련다.”
사회에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다 보니 일반병으로 전역하고 단기 하사로 얼마간 더 복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월급도 생각보다 많이 줘서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었다.
“군 복무자들 중에 해외에서 뮤턴트 사냥꾼으로 모집하기도 한다고 하던데요.”
“뮤턴트 사냥꾼?”
“예. 우리나라야 워낙에 잘 대응을 하고 있다지만 외국 쪽은 아닌가 봅니다. 월급이 어마어마하다던데요.”
“당연히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러지. 월급이나 받을 수 있겠냐?”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요.”
뮤턴트 사냥꾼도 특수부대원들이나 한번 해 볼까 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들과 같은 일반 보병들은 해당 사항 없는 일이었다.
“북쪽 애들은 뭐하냐?”
“뭐 똑같습니다. 저 전입 왔을 때부터 있던 애들인데요. 뭐.”
“크크크! 니 전입이 아니라 내가 전입 왔을 때도 있던 애들이야.”
김 병장은 킥킥거리며 북한군 초소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장비를 보았다.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감시 장비에는 북한군 병사가 선명하게 잡히고 있었다.
과거 알몸으로 체조를 하는 북한군 병사의 영상이 주간 동향 회의에서 재생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근무 중에 대소변을 보는 모습은 익숙할 정도였다.
그렇게 이제는 친구들 얼굴보다 더 정감이 갈 정도인 북한군 병사였다.
갑자기 옆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무심결에 인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은 뭘 하려나 싶어서 바라보았다.
부사수의 말처럼 별것은 없었다.
이렇게 내일도 오늘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김 병장은 감시 장치로 지켜보고 있던 북한군 병사가 뭔가에 놀란 듯이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간부라도 왔나?”
“저기도 우리하고 별 차이 없나 봅니다.”
“군대가 다 그렇지. 어딘들 안 그러겠냐? 저놈들도 조선 사람들인데.”
“그러니까요. 아우! 빨리 통일이나 되었으면…….”
“어?”
탕!
총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켜던 부사수 이 상병은 황급히 몸을 숙였다.
탕! 탕! 탕!
총소리는 계속되었다.
“김 병장님!”
“저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총을 쏘고 지랄이야!”
“북한 애들이 우리 쪽에 쏘는 겁니까?”
“아니! 지들 쪽으로 쏘고 있는데?”
김 병장은 남한 쪽이 아닌 북한 쪽으로 연신 총을 쏘아대는 북한군 병사를 볼 수 있었다.
대체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야! 빨리 보고해!”
“아! 알겠습니다!”
총소리가 북쪽에서 들렸으니 오래지 않아 본부 초소에서 연락이 오든지 할 것이었다.
그 전에 먼저 연락을 해야만 했다.
“저놈들이 왜 저러냐?”
부사수가 보고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 때 김 병장은 북쪽을 감시 장비로 계속 살폈다.
그리고서는 볼 수 있었다.
“뮤…… 뮤턴트다.”
“북한군이 사격을……. 예? 김 병장님 뮤턴트라구요?”
“야! 도망쳐! 도망치라고!”
김 병장은 북쪽의 북한군을 향해 도망치라고 고함을 질렀다.
수십 마리의 커다란 뮤턴트가 북한군 초소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김 병장의 목소리가 북한군 초소에 닿은 것인지 뮤턴트를 향해 사격하던 북한군 병사도 결국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도망을 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야! 왜 하필이면 이리로 오냐! 딴 데로 가!”
김 병장의 외침과는 달리 북한군 병사는 한국군 초소를 향해 달려왔다.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정말 정신없이 한국군 초소를 향해 달려오는 북한군 병사였다.
“야! 지뢰 조심해! 지뢰!”
운이 좋은 것인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북한군 병사는 지뢰를 건드리지 않고 한국군 초소의 철장을 향해 달려와서는 외쳤다.
“살려주시라우! 남조선 동무우!”
귀순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2형 뮤턴트들이 달려오는 모습에 겁에 질려서는 한국군에 몸을 의탁하는 북한군 병사였다.
당연히 뮤턴트들도 한국군 초소를 향해 달려왔다.
펑!
다행인지 지뢰를 밟은 것인지 폭발이 일어났지만 역시나 뮤턴트여서인지 죽거나 하지는 않은 듯했다.
지뢰가 터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이 상병은 연신 수화기에 뮤턴트가 몰려온다며 지시를 내려달라고 고함을 질러대었다.
탕! 탕! 탕!
“김 병장니임! 뭐하십니까!”
“머리! 머리! 약점은 머리다! 저놈들 오는 거 안 보여!”
죽기 싫었던 김 병장은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어떻게 철장을 넘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북한군 병사도 김 병장이 있는 초소 안으로 들어와서는 뮤턴트를 향해 자신의 돌격 소총으로 방아쇠를 당겨대었다.
“야! 북조선 동무! 저놈들이 왜 저기 있써?”
“난들 어찌 안단 말이오! 남조선 동무! 뭐하고 있써! 남조선 동무! 빨리 지원 요청하질 않고!”
“아! 미치겠네! 뮤턴트가 몰려온다! 당장 지원을 부탁한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뮤턴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