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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15화 (115/351)

▣ 제115화

115화

개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집단의 힘 앞에는 무력할 뿐이다.

최강의 특수부대원이라고 해도 수백 발의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현실은 결코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될 수 없다.

“최 원사님. 인간 맞지?”

“혹시 뮤턴트 아니실까?”

창수도 꽤나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2형 뮤턴트는 창수의 덩치의 두 배 아니 세 배는 족히 나갈 만큼 컸다.

힘도 장사여서 1톤이 넘어가는 승용차 정도는 간단히 뒤집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힘이 좋았다.

그런 무시무시한 뮤턴트를 창수는 너무나도 손쉽게도 처리해 내고 있었다.

불필요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냥 뮤턴트들 사이에 들어가 총구를 뮤턴트의 턱 아래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뮤턴트의 턱 아래에서부터 정수리 위까지 작은 구멍 하나가 날 뿐이다.

그러면 여지없이 뮤턴트는 죽어버렸다.

그런 모습은 마치 멍하니 넋을 잃고 구경을 하는 군인들에게 왜 이런 쉬운 것을 못 하느냐고 하는 듯했다.

“저게 짬이구나.”

한 이등병 병사 하나가 넋을 잃고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이등병의 말에 그 옆에 있던 일병과 상병 그리고 병장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짬이라고 하기에는…….’

창수만큼 짬을 먹는다고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군대에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짬만큼 편한 것은 없었다.

“살아서 전역하면 평생 술안주다.”

“그런데 남들이 믿어줄까?”

“군대면 믿어 줄 수도 있어.”

“아니 군대여서 더 안 믿어 줄 것 같은데.”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2형 뮤턴트의 몸이 허물어지자 창수는 다소 지친 모습으로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야! 가서 라면 좀 구해 와라.”

“예! 주임 원사님!”

그냥 고참 병장도 아니고 대대장도 어려워할 창수의 지시였다.

다들 어디서 구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잠시 후 어떻게든 구해온 라면에 뜨거운 물까지 부어서는 창수에게 대령했다.

창수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는 나뭇가지를 젓가락으로 사용해 설익은 라면 면발을 입안에 넣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임원사님.”

“아. 다친 애들 없습니까?”

“예. 덕분에 없습니다.”

“후우! 죄송합니다. 임무 끝나면 바로 당 충전을 하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요.”

보기에는 쉽게 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창수는 강화 물약이나 엔젤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였기에 상당히 무리해서 움직였다.

강화 물약 없이 2형 뮤턴트의 공격에 직격이라도 한다면 창수라고 해도 무사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경험과 함께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곳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그게. 평야 지역은 어떻게든 막고 있는데 강원도 쪽이 위험한가 봅니다.”

“산속이라 힘든가 보군요. 아마도 거기서 뮤턴트들 막으려면 별기군이나 특전사들 동원해야 할 겁니다.”

“별기군이요?”

창수는 중대장인 김명우 대위가 별기군에 대해서 모르는 듯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육군의 많고 많은 대위들 중 하나인 그가 특수 임무 부대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특수부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극비일 정도로 비밀이었다.

당연히 별기군은 국방부 소속도 아니었으니 일반 일선 부대의 중대장이 알 리 없었다.

“뮤턴트 대응 부대입니다.”

“아! 혹시 그곳 소속이셨습니까?”

“아니요. 저는 특전사령부 소속이어서 거기와는 다릅니다만 뭐 거기 인원들이 제 동료들이었으니 알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군요.”

창수가 특전사로 뮤턴트들을 상대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김명우 대위였다.

“후우!”

“아! 야! 김 상병!”

“상병! 김진만!”

“가서 주임 원사님 커피 한 잔 타 와라!”

“알겠습니다!”

야전에서 어디 가서 커피를 타가지고 와야 하나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군대에 가 본 남자라면 어떻게든 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창수도 고작해야 믹스 커피일 터였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당 충전을 위해 커피를 기다렸다.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아. 담배는 안 피웁니다. 뮤턴트 놈들이 냄새에 매우 민감한 놈들이라서요.”

“그…… 그렇군요.”

김 대위는 창수에게 담배를 건네주려다가 무안해져서는 다시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당장에라도 한 대 입에 물고 싶었지만 훈련도 아닌 실전에서 그 짓을 하다가 걸리면 자신도 감당할 수 없었다.

“뮤턴트다!”

“……!”

갑자기 뮤턴트라는 병사의 외침에 창수와 중대장인 김 대위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한 병사가 반동이 꽤나 심한 KM-2 총의 총구를 뮤턴트에게로 겨누더니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텅!

묵직한 총성과 함께 잠시 후.

“와!”

“맞았다!”

병사들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병사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던 뮤턴트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잘 쏘네요.”

“이 병장이네요. 저놈 감각이 꽤나 좋은 놈입니다. 연대 특등 사수였습니다. 아무튼 쏘는 건 다 잘하는 놈인데 저것도 잘 쏘네요.”

병사들로서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창수였지만 의외로 인간의 능력은 무시 못 했다.

그렇게 화망을 구성하며 무지성으로 머리에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저지하기만 하면 다행이라던 뮤턴트 대응 중대는 경험이 쌓이자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주기 시작했다.

“중대장님. 주임원사님. 커피 가지고 왔습니다.”

“아! 고마워. 주임 원사님. 받으시죠.”

“감사합니다.”

창수는 미지근하기는 하지만 달달하고 구수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후우! 이제 좀 살 것 같네.”

커피를 다 마실 때쯤 창수는 자신의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빅을 볼 수 있었다.

“너는 어디 가서 뭐 하고 있었냐?”

컹!

창수는 빅에게 조금 짜증을 내면서 화를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 대위는 애완견에게 괜히 투정 부리는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창수는 진짜로 빅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빅의 능력이라면 2형 뮤턴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자신 덕분에 희생이 적다지만 희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죽은 병사들도 제법 있었고 다친 병사들은 꽤나 많았다.

그렇게 짜증을 냈지만 창수는 빅의 입에 묻어 있는 붉은 자국을 보고서는 빅이 어디 가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산이나 숲으로 움직이고 있던 뮤턴트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일 터였다.

“밥은?”

컹!

“하긴 니가 뭐 굶고 다닐 놈도 아니고. 고생했다.”

컹!

김 대위는 창수가 빅과 대화라도 나누는 것 같은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꽤나 오랫동안 키워 왔던 강아지라는 말을 들은 김 대위였다.

창수가 일반 병사였다면 부대 내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을 터였지만 대대장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주임원사였으니 묵인되었다.

잠시 후 뮤턴트 사체들을 처리할 병력이 오고 나서야 2대대 내의 뮤턴트 대응 중대는 자신들의 주둔지로 이동을 준비했다.

지원 요청이 오면 바로 이동해야만 했다.

* * *

창수의 뮤턴트 대응 중대의 활약에 2대대뿐만 아니라 35 기계화 여단을 넘어 타 사단에까지 지원을 가야만 했다.

“삼오이다!”

“살았다! 삼오이가 왔다!”

지원을 받는 부대는 창수의 뮤턴트 대응 중대를 삼오이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5사단 예하의 35 여단 2대대를 삼오이 부대로 부르는 것이다.

2형 뮤턴트에게 학살당하는 보병 중대나 대대들에 삼오이는 구원의 천사였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부대가 전멸한다면 삼오이 부대가 아닌 기계화 부대가 밀고 들어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쓸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막대한 숫자의 기갑 전력이 있는 대한민국 육군이었지만 사방에서 빗발치듯이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기갑 전력은 너무나도 부족하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삼오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체 언제 지원이 오는 거야! 대체 언제!”

제때 지원이 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피해는 누적되었다.

뮤턴트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도 없었다.

“혹시 북한 주민들 전부가 뮤턴트가 된 거 아니겠지요? 권 병장님?”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이 새퀴야!”

북한 주민들의 숫자는 2,000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천만이 넘는 뮤턴트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전사자가 늘어가면서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희생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대한민국 최강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제7기동군단은 웅크린 채로 북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 이북 지역의 사단들이 뮤턴트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사이 경기도 이천에 사령부를 둔 제7기동군단은 자신을 가로막는 그 어떤 적도 분쇄하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다른 기계화 사단들에 비해서도 강력한 화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제7기동군단이었다.

제7기동군단의 전차 수만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전체 전차 수를 압도했다.

사실상 북한 전용의 군단이 아닌 중국이나 러시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사실상의 야전군급 부대였다.

부대가 완편되다 못해 강화된 병력과 장비로 전보다 더욱 강력해져 있었다.

“소총으로 못 죽이면 전차포나 기관포로 전부 때려잡아 버려!”

전 부대가 기계화되고 기갑화 되어 있었으니 일반 보병의 개인 화기는 보조 전력이라고 하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국방부에서 북진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전차의 액셀을 밟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락이 끊긴 북한 정부와 연락을 하기 위해 평양에 잠입하고 있던 별기군 싸울아비 팀은 평양 시내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맙소사!”

“미친놈들!”

셀 수 없이 많은 북한 주민들이 학살을 당한 채로 죽어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대체 왜?”

“설마 뮤턴트가 될까 봐 미리 전부 죽여 버린 건가?”

한 대원의 말에 다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생각을 했지만 몸의 모든 털이 다 곤두섰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뮤턴트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었으니 인간을 없애서 뮤턴트를 없앤다는 생각이었다.

확실한 효과가 있었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그 끔찍한 계획을 평양의 학살자들이 시도했다는 것에서 평양 정부와의 협력과 협상은 불가능해졌다.

“돌아간다.”

싸울아비 팀 팀장의 지시에 대원들 그 누구도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자신들이 만나고자 했던 이들을 북한의 주민들을 대표하는 이들로 인정을 할 수가 없었다.

평양에 잠입해 들어가려고 했던 싸울아비 팀의 대원들은 그대로 남하를 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에 자신들이 목격한 참사를 보고했다.

한국 정부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자료들에 같은 한민족인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북진한다.”

대한민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북진 명령은 국회의 만장일치 비준을 받아 전군에 하달되었다.

“북진이다!”

제7기동군단은 자신들의 주둔지의 모든 것을 다 버린 채로 북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울러 수백 대의 전투기와 헬기들이 뮤턴트가 보이는 곳이라면 남김없이 불길을 토해냈다.

“엄청나네.”

“그러게 말입니다. 주임원사님. 이거 뮤턴트도 전부 다 때려잡겠습니다.”

창수는 끝이 없을 정도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갑의 행렬을 목격하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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