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0화
120화
북한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변이제와 9형 뮤턴트 하피는 한국군에게 피해를 강요했다.
하지만 계속된 토벌 앞에 북한 지역은 점차 한국군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온대 원시림이라는 비무장 지대가 이렇게 사라지는군.”
“통일되더라도 잘 보존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 비극이야. 비극. 정말 뮤턴트는 어쩌면 오만한 인간들에게 벌을 내리는 지구의 징벌인지도 모르겠어.”
비무장 지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뮤턴트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황무지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휴전선에서부터 북쪽 5km 구간을 전부 황무지화해서 뮤턴트의 남하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렇게 허가되지 않은 인원은 사살이 원칙이 되어 버렸다.
몇몇 통로를 제외하고 뮤턴트뿐만 아니라 인간도 즉시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비무장 지대를 황무지화시키며 한국군은 마침내 개성을 탈환했다.
당연하게도 시가지에 숨어 있던 수많은 뮤턴트들을 제압하기 위해 개성의 건물이라는 건물은 다 때려 부숴야만 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유적지까지 파괴되어버리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후우! 이 짓을 평양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게.”
“평양도 이렇게 다 부수려나?”
“다음은 어디랍니까?”
“아마 해주시일 거야.”
“후우! 거긴 뮤턴트가 조금만 나와야 할 텐데. 그나저나 북한 군인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북한 군인들도 뮤턴트화가 되거나 뮤턴트에게 희생이 되기는 했겠지만 예상보다 북한 군인들의 숫자가 적었다.
간혹 북한 초소와 조우하게 되면 일부는 저항을 했지만 대부분은 항복을 하고는 했다.
그렇게 북한 초소에서도 북한 군인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북한군 숫자가 거의 백만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 듣기로는 그렇게 들었지. 예비군 전력까지 하면 수백만이 넘는다고 했지 아마?”
각 기관마다 다르게 보고 있었지만 북한군의 총 병력은 110만에서 70만까지 꽤나 큰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군 병력보다는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휴전선 일대가 뚫리고 북한군 전열 부대의 주둔지까지 밀고 올라간 한국군은 생각보다 적은 숫자의 북한군에 당황해야 했다.
북한도 뮤턴트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에 직격탄을 받았다고 알고 있었지만 군 복무 기간만 10년이 넘어가는 북한군의 사정에 그래도 군인 숫자는 제법 될 것이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북한 군인들의 숫자는 실제 편성된 숫자의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실상은 한국군 전체 병력보다 숫자가 적을 정도였고 뮤턴트 사태가 벌어지고 그 숫자에서 절반 이상이 다시 사라져 버렸다.
사실상 남아 있는 북한군은 없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한국군이 나타나면 항복을 하며 몸을 의탁하기에 바쁠 지경이었으니 한국군으로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물론 북한군 전부가 전의를 잃고 항복을 한 것은 아니었다.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하기로 한 부대들도 있었다.
다만 그런 전력으로는 대세에 지장을 주기에는 불가능했다.
* * *
세계 최강의 제7 기동 군단은 평양 바로 아래의 사리원시까지 진격을 했다.
혹시라도 중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7 기동 군단은 평양을 지나 신의주시까지 올라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 내부의 문제로 북한에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중국군이 압록강 쪽으로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3시 방향 뮤턴트! 4기!”
“쏴 버려!”
쾌속 진격을 하고 있는 제7 기동 군단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건 북한군뿐만 아니라 뮤턴트도 마찬가지였다.
“말로만 듣던 대로 전부 민둥산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비무장 지대 돌파할 때까지만 해도 산이나 숲에 나무들이 울창하더니 이제는 가도 가도 나무 하나 보기 힘들 정도야.”
“그 때문에 뮤턴트 상대하기도 편하고 좋습니다.”
“그건 다행인가?”
난방을 위해 야산의 나무란 나무를 전부 베어버리는 바람에 북한의 상당 지역은 황무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황무지 지대로 인해 뮤턴트 토벌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거 뮤턴트 토벌 끝나고 나면 여기 전부에 나무 심는다고 군인들 동원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렇게 될걸. 한동안 종묘 사업 하면 대박이 날지도 모르지.”
북진을 하는 7 기동 군단의 장병들은 마치 자신들이 사막 지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겪어야 했다.
“자! 곧 사리원에 도착을 한다! 우리 목표는 전투가 아니라 북진이다!”
사리원시에 도착한 제7 기동 군단은 사리원시 안으로 들어서지 않은 채로 사리원시의 외곽을 돌며 커다란 확성기로 소음을 일으켰다.
하늘에서는 전투기와 헬기들이 날아다니며 혹시라도 살아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온 것임을 알렸다.
-북한 동포 여러분께 알립니다! 저희는 뮤턴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온 한국군입니다. 북한 주민들께는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으니 안심해 주십시오! 한국 국군은 도시 내의 뮤턴트들을 외곽으로 유인하고자 합니다! 북한 주민께서는 건물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안전한 곳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도시 내의 뮤턴트들을 도시 외곽으로 유인하고자 하니 북한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전한 건물 안에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리원시의 상공에서 확성기로 소음을 내자 길거리의 뮤턴트들이 헬기를 따라 왔다.
“뮤턴트 유인하겠습니다!”
“목표 지역으로 이동해!”
“알겠습니다!”
작전대로 목표 지역으로 이동하자 헬기를 따라오는 뮤턴트들을 반기는 것은 포탄들이었다.
자주포와 각종 견인포들이 만반의 대기를 하고 있었다.
“목표 지역 유인 완료. 선물을 배달하라.”
수백 마리가 넘는 뮤턴트들이 넓은 공터에 모여들자 머리 위에서 수백 발의 포탄들이 쉴 사이 없이 쏟아졌다.
지진이 난 듯이 땅이 울리는 포격으로 인해 다시금 뮤턴트들이 몰려왔으니 뮤턴트들에게는 지옥의 땅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격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별것 아니잖아.”
“우리 쪽이야 그렇지 다른 후방 부대들은 아주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파주에서 뮤턴트가 나타났다며?”
“예. 북한 주민들이 먹는 음식에 뮤턴트로 변이를 일으키는 음식이 섞여 있는 듯합니다.”
“결국 살아 있는 북한 주민들이 먹을 음식들도 전부 우리 쪽에서 공급해 줘야 하겠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거야 뭐 정부에서 알아서 잘하겠지요.”
“그래야지.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사리원에서 일차로 한 번 털어 주고 우리는 바로 평양으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7 기동 군단은 사리원에서 뮤턴트들을 적당히 정리하고서는 바로 평양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남포 쪽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중국군의 남하를 저지하려면 바쁘게 올라가야만 했다.
그렇게 7 기동 군단이 사리원을 지나 평양으로 향하고 있을 때 후방 진입 부대들도 상당히 위로 올라가 있었다.
산의 나무들을 전부 태우면서 뮤턴트들을 남김없이 처리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울 나무들이 사라진 것이다.
“나무들 없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나무가 없으니까 동물도 없지만 뮤턴트들도 없네.”
뮤턴트들도 숨을 곳이 없어지니 그다음은 간단했다.
뮤턴트들이 멀리서 달려오거나 날아오면 지원을 요청하면 되는 것이다.
일반 보병으로는 피해만 가중된다는 교훈을 얻은 한국군은 결국 화력으로 때려잡기로 했다.
천조국인 미군처럼 전투기의 폭격을 요청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넘쳐나는 포병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문에 후방 사단에 있는 견인포까지 전부 싹 쓸어서는 전방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각종 치장물자 창고에서 포라고 하는 물건들은 전부 보내어서 전방 포병 병사 수보다 포가 많을 정도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 국방부도 바보는 아니어서 예비역들 중에 포병 주특기를 가진 간부와 병사는 최우선 소집이 되어 전방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순간 포탄 숫자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대한민국은 포탄만은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다.
“쏴!”
펑!
105밀리 포탄만 340만 발이라는 괴랄한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이었다.
물론 한국 포병의 주력이 155밀리로 전환된 지도 꽤나 오래되어 105밀리 포탄은 예비물자로 전환 되어 있었지만 북한군 방사포가 적이 아닌 뮤턴트가 적인 이상 105밀리 포탄은 충분하다 못해 최적이었다.
결국 군수 공장으로 전환된 대한민국의 공단들에서는 105밀리 포탄을 쏟아낼 견인포들을 찍어내고 있었다.
북한 땅에서 340만 발의 105밀리 포탄을 전부 소진하겠다는 포방부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덕분에 토산에서 신계 방면으로 가고 있던 창수의 35 여단 예하 뮤턴트 대응 중대는 꽤나 편해졌다.
“중대장님! 뮤턴트입니다!”
“포병 지원 요청해!”
“몇 마리 안 되는데 그냥 제가 처리하죠.”
“원사님이요?”
“예! 이 정도면 사거리 대충 나올 것 같은데요.”
툭하면 포병 지원을 요청해 대는 김명우 중대장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두 마리의 뮤턴트까지 전부 포병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미군도 그놈의 지원 요청 때문에 중간에 멈춰서 시간 보내는 일이 다반사더니. 한국군도 똑같아지네.’
전방에 적이 있다는 낌새만 느껴도 바로 공중 폭격을 요청하는 미군이었다.
그로 인해 야산에 저격수 하나만 숨어 있어도 수많은 대군의 움직임이 멈추어 버렸다.
그나마 전투기라 빨리 날아와 처리를 해 주어서 망정이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군대라면 한세월을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미군의 방식을 한국군은 포병으로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얼마 전부터 사단도 아닌 35 여단 산하에 2개 포병 대대가 들어왔다.
5 기계화 사단 예하에도 4개 포병 대대인 1 포병 여단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포병 여단과 무관하게 1개 포병 여단급의 포병이 27 여단과 35여단 그리고 36 여단에 배치가 된 것이다.
물론 105미리 견인포가 대부분이어서 화력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었지만 일선 병사들에게는 격하게 환영을 받았다.
포병이 적으로 만나면 끔찍한 저승사자였지만 아군으로 만날 때는 승리의 전신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고작 두 마리의 2형 뮤턴트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창수가 사용하는 것은 저격총이었다.
사단 내에 몇 정 굴러다니는 저격총을 요청해 지급받은 창수였다.
특전사에서도 저격수 주특기는 아니었지만 호프 팀에서 활동을 하면서 팀 내 저격수에게 저격에 대해서 배워 두었다.
‘저격보다는 직접 때려 부수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오래 살려면 이게 낫지.’
숨을 잠시 멈추고서는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총성보다 빠르게 날아갔다.
거리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총성을 듣는다면 2형 뮤턴트도 빠르게 반응을 하며 달려올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곧바로 재장전을 한 뒤에 두 번째 뮤턴트의 머리를 노리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성공 여부는 바로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병사들이 알려주었다.
“와!”
놀라움의 탄성과 함께 창수는 몸을 일으켰다.
두 마리의 2형 뮤턴트의 머리가 날아가서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야! 탄피 주워라.”
“예! 알겠습니다! 주임원사님!”
창수는 두 발의 탄피를 주우라는 말을 하고서는 중대장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