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4화
124화
아이와 엄마가 잠이 든 건물 밖으로 군인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다.
본래라면 본대로 복귀를 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문제가 발생해 복귀할 수 없었다.
사단이나 군단 아니 국방부 레벨에서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눈 내린 야외에서 휴식하고 있는 창수에 중대장과 의무관이 다가왔다.
“주임 원사님.”
“예.”
“불완전 변이체가 뭡니까?”
“알아서 좋을 건 없습니다.”
“병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뮤턴트.
괴물이었다.
인간이었다고는 하지만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약물로 괴물이 되어 버린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가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아이를 낳았다.
그동안 괴물을 잡는다고만 알고 있던 군인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그냥 예외 돌연변이입니다.”
“돌연변이요? 저게 돌연변이라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돌연변이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저라고 뮤턴트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왜 저들이 태어났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불완전 변이체는 우리 쪽 소관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창수의 말과 함께 수송 차량들이 몰려 들어왔다.
별기군의 회수팀이었다.
회수팀의 팀장은 곧장 중대장과 창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상부의 명령서다. 뮤턴트 어디 있어?”
꽤나 고압적인 인물이었다.
누구인지를 묻는 중대장에 국방부의 낙인이 찍힌 서류를 내밀고서는 생포한 뮤턴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 고압적인 모습에 중대장뿐만 아니라 주변 군인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일단 군복 차림도 아니고 소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회수팀의 다른 대원들도 그들 팀장의 행동처럼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런 살벌한 분위기에 창수의 졸린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게좋게 이야기를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불편하게 합니까.”
창수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창수에게로 향하고 이내 창수를 알아본 회수팀의 대원이 황급히 창수에게 경례를 했다.
“단결! 최 교관님 아니십니까?”
“최 교관님?”
다들 창수를 알아보고서는 경례를 했다.
그들 중에 창수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드물었다.
별기군의 특성상 대부분은 특수부대원들이 많았다.
당연히 계급적으로 창수보다 높은 이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군 소속도 아니었으니 창수에게 계급을 내세울 수 없었다.
설령 내세우더라도 별기군 내의 창수의 인맥이 보통이 넘었기에 함부로 하기도 어려웠다.
“어! 최 상사. 오랜만이야. 아! 이제 원사님이라고 해야 하나?”
“응? 오 상사님? 오랜만입니다.”
회수팀의 부팀장이 창수와도 잘 아는 사이여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 자네가 생포한 건가? 어쩐지.”
회수팀에 특이 뮤턴트 회수 임무가 내려왔다.
그 때문에 서울에서 이곳까지 쉬지도 않고 달려와야만 했다.
당연히 회수팀에서는 창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창수가 있었다면 이런 고압적인 분위기도 보이지 못했을 터였다.
“자네가 최창수 원사인가?”
“…….”
“아! 최 원사. 우리 팀장님이신데. 김덕원 중령님이셔. 예편을 하고 별기군 쪽으로 옮기셨지만.”
“처음 보는구만. 김덕원이라고 하네.”
“예. 처음 뵙겠습니다. 김 팀장님.”
회수팀의 김 팀장은 전설적인 군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창수를 바라보았다.
꽤나 젊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대위 계급의 중대장보다 젊어 보이는 것이 절대 원사의 계급이라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창수가 그동안 쌓은 공적을 떠올린다면 원사도 부족할 정도였다.
그냥 부사관에서 사관으로 진급을 했다면 자신이 예편을 한 계급보다 위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중령까지 한 짬밥이 있었기에 김 팀장은 빨리 이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려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계속 검문을 받아 잠시 기분이 좋지 않았네. 자네들이 이해 좀 해 주게나.”
북한군이 아닌 뮤턴트와의 전쟁이었지만 전시 상황이었기에 북한군 지역 너머에서는 계속 검문의 연속이었다.
명령서를 보여도 도통 확인 절차만 계속되는 통에 지쳐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해도 갔지만 반드시 회수를 해야 하는 특이 뮤턴트라는 것에 조급해져 있었다.
당장 회수팀장인 자신이 직접 팀까지 이끌고 찾아온 것이다.
“회수는 조금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협조 부탁한다고 했지 않은가!”
“목소리 좀 낮춰 주십시오. 산모와 아기가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뭐?”
“보고 못 받으셨습니까?”
“특이 뮤턴트라고.”
“하아! 박충렬이 참 일 싸가지 없게 하네.”
“자네! 부단장님을…….”
“그 양반하고 저하고 좀 맺힌 게 있습니다. 이해 좀 부탁드리고. 아무튼 불완전 변이체고 코드명은 하피. 조금 전 출산했습니다.”
“출산? 불완전 변이체가 말인가?”
“예.”
“뮤턴트를 출산한 것인가?”
“그건 알 수 없고. 그쪽 팀장님께서 접근 권한이 없는 것 같은데.”
창수의 싸늘한 눈빛에 김 팀장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네 지금 나하고 뭐하자는 건가.”
“오 상사님.”
창수는 눈앞의 김 팀장과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에 부팀장인 오 상사를 바라보았다.
“최 원사.”
“박충렬이 전화 좀 해서 바꿔 주십시오.”
“야! 너…….”
자신을 무시하는 창수의 모습에 김 팀장이 창수의 멱살을 잡으려고 했지만 창수에게는 느려터진 김 팀장의 움직임이었다.
커억!
“전시에 민간인이 군인 몸에 손을 대게 되어 있나?”
창수는 당황해하는 회수팀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오 상사님. 전화 연결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오 상사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에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결국 오 상사는 별기군의 부단장인 박충렬과 전화 통화를 해서는 창수에게 넘겨주었다.
“오랜만입니다. 박 부단장님.”
-최 상사님이십니까? 최 상사님이라는 보고는 못 받았는데.-
“지금은 진급해서 원사입니다.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회수팀장 이거 영 못 쓰겠네요. 오 상사님이 일 잘하실 것 같은데 빨리 바꾸시고. 이번 일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전보다 터프해 지셨네요. 그냥 이 기회에 별기군 쪽으로 오시죠. 팀장 자리 하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쪽 일은 별로 관심 없고 이번 개체가 워낙에 특이한 케이스라 제가 조금만 관여를 할까 합니다.”
-산모와 아기라고 하셨지요?-
“예,”
-알겠습니다. 뭐 그러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빼돌리거나 하진 말아주십시오.-
“제가 설마 그러겠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목숨 걸고 도와드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요. 서운하네요.”
-회수팀장 좀 바꿔 주시겠습니까?-
“그러죠.”
창수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는 김 팀장에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박 부단장과 뭔가 통화하던 김 팀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전화를 끊고서는 수송 차량으로 가 버렸다.
“본래 저런 분이 아닌데 내가 사과를 할게 최 원사.”
“아닙니다. 회수팀 일이야 저도 조금은 알지요. 단지 불완전 변이체다 보니 일반 뮤턴트 대하는 것처럼 하면 곤란해서 그런 겁니다.”
창수의 말에 오 상사는 쓴 미소를 지었다.
몇 차례 불완전 변이체를 회수하는 일이 있었다.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신체는 뮤턴트였기에 당연히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다.
결국 제대로 설득을 하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처리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회수팀의 대원들이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나다 보니 불완전 변이체도 사실상 뮤턴트와 다를 바 없이 대하기도 했다.
‘우리가 자네처럼 압도적인 강함이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강화 물약이나 엔젤을 사용하면 뮤턴트 못지않은 강함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평소 그런 강함을 가지지 못했기에 힘의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엔젤이나 강화 물약으로 강해진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일선의 특수부대들은 자주 접하다 보니 원활하게 사용을 할 수 있었지만 회수팀이 그렇게 자주 사용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더욱이 호프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해 엔젤이나 강화 물약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당장 창수만 해도 일선 특수부대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특수부대원이 뮤턴트가 되면 재앙이기에 일정 이상 엔젤에 노출된 대원을 임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대 뮤턴트전에서 가장 유용한 대원인 창수를 배제한 것이다.
“지금부터 제가 회수팀의 임시 팀장이 되겠습니다. 회수 절차는 해가 뜨는 아침에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창수는 엄마와 아기가 편안한 첫날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기로 했다.
최대한 준희를 도울 생각이었지만 연구실에 들어가고 난다면 더 이상은 창수가 도울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이른 새벽이 되어 준희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최대한 난방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쌀쌀한 추위에 준희는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아기를 감싸고 있었다.
“저를 데리고 갈 사람들이 왔군요.”
“그래요.”
“우리 아기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인간인지 뮤턴트인지 확인 작업을 거치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우리 아들 많이 힘들겠네요.”
뮤턴트인 자신이 인간 아기를 언제까지고 지켜주기는 어려웠다.
“만일 인간이라면. 우리 아기가 인간이라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될 겁니다.”
“저만 희생을 하게 된다면?”
“예. 하지만 당신들도 우리와 공존을 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공존이라기보다는 이용을 당하는 것에 가깝겠지만 창수는 이 불완전한 공존이 꽤나 길게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만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점점 밀리고 있었다.
한국군은 북한 지역을 뮤턴트로부터 점차 수복하고 있었지만 전 세계의 곳곳은 인간들의 영역에서 뮤턴트들의 영역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더욱이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인간들 사이에서도 전쟁과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었다.
창수도 호프 팀에서의 알렉스의 갑작스러운 변이에 대해서 무언가 의구심을 가졌다.
물론 연구원들이 만들어 낸 강화 물약이 완전히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창수도 할 수 없었다.
언제 다른 대원들이 부작용으로 인해 뮤턴트가 되어 버릴지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창수 또한 잠이 들면 자신이 뮤턴트가 되어 있는 꿈을 꾸고는 했다.
창수로부터 자신과 같이 불완전 변이체들이 인간들에게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희는 창수를 믿기로 했다.
불안했지만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뮤턴트가 아닌 인간 쪽의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해가 뜨고 난 뒤 창수는 준희와 그녀의 아들을 회수팀의 수송 트럭에 태우고서는 서울로 향했다.
“응? 잠시 뭔가 잊어버린 것이 있는 듯한데?”
남쪽으로 향하던 창수는 뭔가 잊어버린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 아픈 문제에 그냥 잊기로 했다.
흔들리는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 있자 졸음이 밀려오는 창수였다.
펄럭! 펄럭!
준희의 동생이라는 뮤턴트가 자신의 몸을 묶은 포승줄을 풀어내고서는 숲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끼엑! 끼엑!
숲으로 도망친 하피는 원한 가득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숲속에 있던 한 인간을 발견하고서는 자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 습격을 했다.
그리고서는 인간의 품 안에 있던 알사탕을 발견하고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