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4화
134화
고대의 뮤턴트라 걱정했지만 현대 무기의 살상력 앞에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특수부대원들뿐만 아니라 호주의 코만도 연대가 전멸했다는 것에 코드명 뱀파이어의 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한 놈에게 당했습니다.”
“그게 뱀파이어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더욱이…….”
뱀파이어에게 당한 호주 코만도 연대는 좀비가 되어 버렸다는 말을 미군 특수부대원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뱀파이어의 위협 때문에 그대로 물러섰습니다.”
창수와 한국팀은 호주팀을 사살하지 않았다는 말에 안도했다.
“코만도 연대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변이 억제제를 투약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물론 뮤턴트로 변한 지 오래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패가 되어 버리지만 아직 당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면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코만도 연대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변이 억제제를 투약해야 합니다!”
창수는 코만도 연대 안의 대원들 중에 일부가 자신과 같이 호프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미 뮤턴트가 되어 버렸고 다시 되살리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창수의 요청으로 한국팀과 일부 델타포스의 대원들은 변이 억제제를 챙겨서는 코만도 연대가 전멸을 한 곳으로 달려갔다.
“변이 억제제 추가 요청해! 빨리!”
“알겠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변이 억제제를 창수의 팀이 가지고 갔기에 추가 물자 요청을 했다.
미국에서 긴급 수송기로 변이 억제제를 보내게 되었다.
시간 싸움이었기에 창수의 팀은 빠르게 코만도 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언제 뱀파이어 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해라!”
“러시아 쪽 애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린다고 해도 지금 남는 변이 억제제가 부족할 거야.”
변이 억제제는 그다지 많이 챙겨오지 않았다.
별로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그 때문에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 전부를 구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변이 억제제를 전부 투약해야만 했다.
“빌리!”
마침내 선두에 있던 창수는 자신의 동료였던 빌리를 볼 수 있었다.
으어어어.
좀비 뮤턴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의 빌리에 창수는 곧장 빌리의 몸을 붙잡았다.
“투약해!”
창수가 빌리의 몸을 붙잡고 있는 사이에 대원 하나가 빌리의 몸에 변이 억제제를 투약했다.
“항생제도 같이 투약해요.”
“알았다고!”
변이 억제제뿐만 아니라 항생제까지 투약했다.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야만 했다.
뮤턴트가 된 지는 이미 두어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정상으로 돌아왔다가 부패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빌리의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코만도 연대의 대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덥석!
“미안하다!”
백 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몸무게의 대원들이었다.
액세서리같이 무거운 총기와 장비들도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기에 실제 무게는 더 나갔다.
그런 무거운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을 가볍게 다루는 창수였다.
하나하나 땅바닥에 쓰러트리자 다른 대원들이 달려들어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버렸다.
“투약해! 투약!”
“그래! 기다려 봐!”
빌리의 몸에 변이 억제제와 항생제 투약을 끝낸 의무 대원이 다음으로 제압된 코만도 연대 대원의 몸에 투약했다.
쿵! 쿵!
투약을 하는 것보다 창수가 땅바닥에 꽂아 넣는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이 빨랐다.
“빨리 묶어! 빨리!”
“포승줄! 포승줄! 야! 빨리!”
아예 창수가 쓰러트리면 남은 대원들은 포승줄이나 끈으로 코만도 연대의 몸을 묶었다.
행여 물리기라도 한다면 좀비가 될 수 있었기에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항생제는 그나마 변이 억제제보다는 넉넉하게 챙겨왔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추가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 수 있었기에 아껴야만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십여 명의 코만도 연대 대원들의 몸에 변이 억제제와 항생제가 투약이 되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눈에 보이는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은 전부 제압한 창수는 가장 먼저 변이 억제제를 투약한 빌리에게로 다가왔다.
“으! 으으!”
변이 억제제가 몸 안을 돌고 있는 것인지 빌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100%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좀비 뮤턴트에게 변이 억제제를 투약하면 순간적이나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창수는 아직은 좀비라기보다는 인간으로 보이는 빌리가 맑은 눈동자로 눈을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캐…… 캡틴?”
“정신 드나 빌리?”
다행히도 의식을 되찾은 빌리에 다들 놀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 무슨 일이? 추…… 추워요. 캡틴.”
춥다는 말을 하는 빌리에 전의 미군 병사에게서는 보지 못한 반응이라 희망이 들면서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항생제 한 번 더 투약하고 바로 후송시킵시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빌리! 정신 바짝 차려! 이대로 지면 안 돼! 알았지? 지면 안 된다고!”
“으으! 예. 캡틴.”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의식을 차린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은 묶인 상태 그대로 옮겨졌다.
이때도 외골격 아머 슈트는 큰 역할을 했다.
뱀파이어와의 전투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무거운 것을 옮기는 것에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코만도 연대 대원들이 의식을 차렸고 입구 쪽으로 옮겨졌다.
이후로 200m 위의 지상으로 옮겨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였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전부 확인한 거 맞지?”
“하나가 빕니다.”
“뭐? 한 명이 부족하다고?”
작전에 투입된 코만도 대원의 인원이 하나 빈다는 말에 창수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미로 같은 지하 유적지였기에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흩어져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안 돼! 너무 위험해!”
뱀파이어가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호주 코만도 팀이 이 임무에 투입된 특수부대 중에 가장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약한 팀도 아니었다.
이들이 순식간에 당했다면 한국팀이나 미국팀도 당해 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뱀파이어에 대응하겠다고 강화 물약을 미리 맞을 수도 없었다.
“내가 찾아서 돌아가겠습니다. 남은 변이 억제제하고 항생제 주십시오.”
“창수야!”
창수가 직접 찾겠다는 말에 한국팀의 선배들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창수를 불렀다.
하지만 그들도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뱀파이어를 이길 자신은 없었지만 창수라면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시간 없습니다. 늦으면 되살리지 못합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너를 잃을 수는 없어.”
“걱정 마십시오. 저도 무리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창수도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코 무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약속한 창수는 마지막 남은 변이 억제제와 항생제를 받아서는 몸을 일으켰다.
다들 떠나는 모습을 본 창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서는 남은 대원 하나를 찾았다.
하지만 예민하게 발달된 창수의 감에는 잡히지 않았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멀리 가지 않았으면 싶은데.”
남은 코만도 대원을 찾아 미로 속에서 헤매는 창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감에 잡히는 움직임을 느꼈다.
“찾았다.”
다행이라며 안도하며 자신의 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한 창수는 이내 실망을 해야만 했다.
크르르르!
코만도 대원의 복장이 아닌 오랜 고대인의 허름한 옷이었다.
변이 억제제를 투약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창수는 고대인에게 안식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다음 기감에 잡히는 곳으로 달렸지만 코만도 대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좀비 뮤턴트들뿐이었다.
중간에 전에 작전 투입되었던 미군과 러시아군의 특수부대원들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에게도 안식을 선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좀비 뮤턴트들을 쓰러트리며 계속 움직이던 창수는 거대한 지하 공동의 입구에 서 있었다.
“뭐지? 여긴?”
거대한 동굴 속에 성으로 보이는 커다란 건축물이 보였다.
그리고서는 그 커다란 건축물의 입구로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러시아 스페츠나츠?”
계속 작전을 속행할 것이라 말했던 그들이 떠오른 창수는 고민을 해야 했다.
마지막 남은 코만도 대원을 자신 혼자서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길.”
창수는 엘리스도 이곳 어딘가에서 엔젤의 회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을 예상하고서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뱀파이어의 성을 향해 달렸다.
경고를 하든 뭘 하든 해야만 했다.
‘그걸 사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창수는 자신이 챙겨온 것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화 물약만으로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일 뱀파이어를 죽이지 못한다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창수였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 * *
창수가 뱀파이어 성으로 들어가는 스페츠나츠의 대원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코만도 대원들을 구조한 한국팀과 미국 팀은 베이스캠프에서 뜻밖의 대원을 보게 되었다.
“자네. 어째서?”
“어……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뱀파이어에게…….”
창수가 찾고 있던 마지막 대원이었다.
그는 뱀파이어에게 습격을 당하던 중에 도망을 쳤다.
정확하게는 도망을 쳤다기보다는 뱀파이어에 대해서 베이스캠프에 알리기 위해 후퇴를 한 것이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는 한참을 헤매다 보니 길이 어긋난 것이었다.
베이스캠프로 복귀한 코만도 대원 킨은 자신의 부대원들을 데리고 온 한국팀과 미국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전부 좀비 뮤턴트가 된 것을 확인했던 킨이었다.
그런데 킨이 살핀 자신의 동료들은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좀비의 상태는 분명 아니었다.
“변이 억제제와 항생제로 변이를 되돌렸네. 아직 확실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의식은 되돌아 왔어.”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크윽!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의 동료들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리고 그런 킨을 한국 팀의 대원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킨을 찾으러 창수가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창수를 구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더욱이 변이 억제제도 더는 없는 상태야.”
최대한 빨리 변이 억제제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적어도 몇 시간은 더 걸려야만 했다.
괜히 킨처럼 길이 엇갈리기라도 한다면 상황만 악화될 수가 있었다.
“창수를 믿고 기다리자. 곧 돌아올 거야.”
결국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대로 포기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더욱이 코만도 연대의 대원들을 지상까지 옮기려면 베이스캠프를 지킬 인원도 없어질 터였다.
베이스캠프를 뮤턴트들로부터 지켜내지 못한다면 지하 유적지로 들어오는 지상의 입구를 봉쇄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베이스캠프를 지키는 팀도 배치가 되어 있었다.
“별일 없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