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8화
138화
뱀파이어의 성 내부를 뒤지고 다니던 창수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희미한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좀비인가? 아니면 뮤턴트?”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창수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지하의 성에서도 지하로 여겨지는 아래로 내려가자 왠지 모르게 흡사 감옥과도 같은 곳이 나타났다.
“그래도 성이라고 있을 것은 다 있나 보네. 감옥이라. 뭐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몇천 년이 지난 것인지도 모를 고대의 유적지였다.
과거에는 사용이 되었을 터였지만 지금은 아닐 터였지만 창수는 감옥의 가장 끝에 뱀파이어 뮤턴트 하나가 갇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뱀파이어 뮤턴트는 바짝 말라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활성화 상태인지 움직이고 있었다.
“왜 여기 갇혀 있는 거지?”
“아롱? 차르능?”
창수의 목소리에 반응을 한 것인지 바닥에 누워 있던 뱀파이어 뮤턴트는 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서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아주 먼 고대에 사용되었던 언어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창수는 뱀파이어 뮤턴트의 눈동자에서 왠지 모르게 이성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뱀파이어 뮤턴트는 창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듯했다.
“불완전 변이체?”
여전히 생성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몰랐지만 불완전 변이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기력이 다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듯했다.
“어차피 말은 통하지 않는데. 갇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뱀파이어들에게서 불완전 변이체로 여겨져서는 갇힌 건가?”
같은 뮤턴트임에도 불구하고 적과 아군을 구분한다는 것에 창수는 뱀파이어들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능이 뛰어난 우두머리가 있다는 것이겠지.’
지금까지 만난 뱀파이어 뮤턴트가 딱히 지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으니 확인을 할 길은 없었다.
대화라도 통했다면 뭐라도 해 보겠지만 대화가 통할 리가 없었으니 창수로서도 별수 없었다.
“구해 달라는 것 같은데 불완전 변이체라고 할지라도 너를 믿을 수가 없으니.”
구하는 방법이라면 자신의 체액을 조금 나눠 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다.
“괜한 후환을 만들 필요는 없지.”
창수가 나가려고 하자 불완전 변이체로 보이는 뱀파이어는 얼마 남지 않은 기운으로 버둥거리며 애원했다.
“카른! 토릉! 부르릉!”
“처지가 꽤나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네놈은 이 지하 세계 밖으로 나갈 수 없을 거야.”
다른 뮤턴트와는 달리 감염성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터무니없이 위험했다.
일부 정신 나간 지도부가 뱀파이어에 관해서 연구하고 싶어 할지도 몰랐지만 창수는 뱀파이어가 밖으로 나가게 해 줄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감옥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내 창수는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들이 먹이를 찾아 성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사달이 나고야 말았구만.”
창수는 결국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 일에 난감해졌다.
자신이 보았던 뱀파이어 미라의 숫자만 수백 마리가 넘었다.
그 모든 뱀파이어들이 전부 부활했다면 자신만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불완전 부활인가 보네.”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창수는 외떨어져 있는 뱀파이어의 뒤로 조용히 접근했다.
소리를 내지 않은 채로 암살자같이 접근한 뒤에 예리한 단검으로 뱀파이어의 목을 그었다.
뱀파이어의 체액이 목에서 흘러나왔다.
물론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면서 흘러내린 체액은 멈추었다.
“멈추면 계속 흘러내리게 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
푸욱!
다시 한 번 상처를 내면 그만이었다.
다시 체액이 흘러나오고 멈추면 체액을 흘러내리게 만든다.
더 이상의 재생을 위한 체액이 부족해지자 뱀파이어는 완전히 미라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상대하기에는 어려운데. 어떻게 한다.”
창수가 하나는 상대를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계속 상대를 할 수는 없는 것에 고민하고 있을 때 요란한 총탄소리가 들려왔다.
“시작되었네.”
창수는 뱀파이어 뮤턴트와 스페츠나츠 대원들의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뱀파이어 뮤턴트들은 총탄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창수는 위에서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 방음 한 번 개판이네. 엘리스인가 본데.”
창수는 뱀파이어 뮤턴트들이 잔뜩 몰려가고 있는 방향과 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엔젤의 원천 물질이었기에 창수는 엘리스가 있는 위로 향했다.
* * *
“대장! 뮤턴트가 몰려옵니다!”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 뮤턴트들이 몰려드는 것에 성 내부를 수색 중이던 스페츠나츠 대원들은 대응을 시작했다.
“이 녀석들 아까만큼 날쌔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팔짝팔짝 날아다니지도 않고 말이지! 금방 잡겠는데?”
완전한 상태였다면 꽤나 버거웠을 터였지만 기운 없는 듯한 뱀파이어였다.
그렇게 뱀파이어들을 전부 제압해 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이놈들 아주 바짝바짝 잘 말랐습니다.”
“그러게 이놈들도 별것도 아니구만.”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쉽게 제압을 할 수 있었다.
뱀파이어의 고약한 체액 냄새에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체액 냄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체액이 말라비틀어지며 사라지는 듯했다.
“탄환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저는 3개 남았습니다.”
“2개 남았습니다.”
“저는 한 개 남았습니다.”
대원마다 탄창의 남은 개수를 확인하며 앞으로의 전투를 얼마나 지속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한 번 정도나 더 전투를 할 수 있을 뿐 더는 남은 탄창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한 번도 꽤나 아슬아슬했다.
그렇게 재정비를 하려는 순간 대원 하나의 몸이 허공에 들렸다.
“어? 크아악!”
그리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찢겨 나갔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쏟아져 내렸다.
“노프.”
커다란 뮤턴트.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훨씬 커다란 뮤턴트가 스페츠나츠 대원의 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씨익!
그 뮤턴트는 특이하게도 머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잘려나갔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죽여!”동료가 산 채로 짖겨나간 것에 분노한 대원들은 커다란 뮤턴트의 몸에 가지고 있던 모든 탄환들을 쏟아내었다.
구멍이 나고 터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형체가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이 산산이 부서져 갔다.
하지만 커다란 뱀파이어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재생했다.
그리고서는 또다시 자신의 앞에 있던 또 다른 스페츠나츠 대원의 몸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어버렸다.
“쿨럭!”
몸을 훑고 지나간 뱀파이어의 발톱에 의해 뱀파이어는 또다시 싱싱한 피와 체액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싱싱한 피와 체액을 공급받자 빠르게 신체가 회복되는 뱀파이어는 머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놈!”
자신의 부하 두 명이 희생되자 빅토르는 머리가 생겨나고 있는 뱀파이어의 몸을 후려쳤다.
뱀파이어는 빅토르의 힘에 의해 벽에 처박혔다.
벽이 허물어지며 벽의 잔해에 파묻혀 버린 뱀파이어였지만 완전히 머리가 회복된 채로 잔해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부활을 한 뱀파이어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황금 왕관을 주워서는 재생을 한 자신의 머리에 씌웠다.
“네놈, 설마 그 보스였냐?”
빅토르와 대원들은 황금 왕관을 쓴 뱀파이어가 왕좌에 앉아 있던 이 성의 주인임을 알게 되었다.
“까르릉! 취릭! 메룽랑스!”
부활한 뱀파이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빅토르와 대원들은 눈앞의 괴물이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건 뭐야? 지금 말하는 건가?”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듣겠는데? 정말 말을 하는 건가? 지능이 있는 거야?”
“지능이 있든 말든 뭔 상관이야! 죽여 버려!”
빅토르는 뱀파이어에게 달려들었다.
눈앞의 뱀파이어 보스를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빅토르는 알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전투로 그나마 남은 탄환도 바닥이 났을 것이 분명했다.
탄환 없이 전투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게 빅토르는 왕관을 쓴 뱀파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네놈이 불사자인지 불사체인지는 모르겠다만 죽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죽여주마.”
빅토르는 연신 뱀파이어의 몸을 후려치고 후려갈겼다.
촤아악!
뱀파이어의 살점이 뜯겨나가고 체액이 흩뿌려졌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두 마리의 뮤턴트가 무서우리만치 난폭한 전투를 벌였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피부 가죽이 찢겨 나가는 소리가 연신 주변을 가득 채웠다.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과 거친 호흡 소리도 가득했다.
당하고만 있던 뱀파이어도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질기디질긴 빅토르의 피부 가죽을 찢으려고 했다.
뱀파이어도 그렇지만 늑대인간도 재생력은 그 누구 못지않았다.
찢겨 나간 빅토르의 질긴 가죽은 빠르게 재생이 되었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아닌 괴물과 괴물의 싸움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네놈보다는 더 강한 모양이군.”
빅토르는 충분히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뱀파이어 또한 동의하는 듯했다.
뱀파이어는 빅토르와 싸우는 것을 포기한 채로 도망을 가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감히 내 부하들을 건드린 네놈을 내가 가만둘 것이라 여겼나! 네놈은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도망가려는 뱀파이어를 붙잡아 날개를 뜯어내고 다리를 부러트렸다.
“크아아아아!”
“네놈도 고통을 느끼나 보구나. 크크크크!”
고통을 느끼는 뱀파이어에 빅토르는 희열을 느꼈다.
고대의 뮤턴트라 하기에 절대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절망이라 예상했지만 좀비 뮤턴트와의 싸움만으로도 고대라고 해서 현대에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가 가진 파괴력은 생물의 개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고대의 변이 물질은 현재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 복잡성과 다양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대의 대부분의 세균과 바이러스는 현대의 페니실린을 감당할 만큼 강력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빅토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류는 수많은 생명과학의 정수와 엔젤 그리고 최고의 변이 물질을 투약했다.
수많은 군인들을 죽여가면서 탄생한 현대의 늑대인간이었으니 완전히 부활하지 못한 뱀파이어가 당해 낸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이 탄생하고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인류의 문명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과드득! 과득!
“크크크크! 죽여주마! 부활하지 못할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마.”
뱀파이어 로드는 몸통에 머리와 오른팔 하나만 남긴 채로 모든 것이 다 떨어져 나가고 너덜너덜해졌다.
그렇게 본능이 가진 폭력성을 모조리 드러낸 빅토르는 그 순간 극심한 허기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힘의 열량이 바닥이 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땅찮게 열량을 확보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손에 너덜너덜해져 있는 고깃덩이였다.
“대…… 대장!”
스페츠나츠의 대원들은 자신들의 대장의 행동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