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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39화 (139/351)

▣ 제139화

139화

엔젤의 원천 물질.

외계에서 온 생물 병기라거나 고대에 존재했던 생물의 특수 유전 물질일 것이라 추측되고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엔젤이 정말로 천사가 인간들에게 내리는 심판의 물질이라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엔젤은 인류를 진화시키고 있었다.

“이것이 엔젤의 원천 물질?”

엘리스는 마침내 뱀파이어의 성을 통해서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지나 한 동굴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하 200m라고 보기 힘들 만큼 한 줄기의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 빛의 주위로 고사릿과의 양치식물이 한 무더기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생김새는 지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사리들이었다.

하지만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는 고사리들은 무언가 신비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눈앞의 그것이 엔젤의 원천 물질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최초의 보고자가 그렇게 보고를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최초의 보고자는 엘리스의 몇 걸음 앞에서 쓰러져 있었다.

고대의 고사리를 채집하려다가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사망을 한 듯했다.

-엘리스. 회수할 수 있겠나?-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스는 자신의 뇌에 심어진 고성능의 위치 추적장치와 함께 삽입된 통신 장치에 대답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물질로 보였다.

아무리 생명력이 강하고 재생력이 좋은 뮤턴트라고는 하지만 안전할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엘리스는 방독면을 착용하고서는 채집통을 들고 천천히 동굴의 안으로 들어갔다.

화생방 방호가 가능한 신형 군복이었다.

물론 전문 장비처럼 완전한 방호가 가능한 복장은 아니었지만 뮤턴트의 생명력과 함께한다면 방사성 물질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단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리고 근육들이 저릿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인간들보다 체온도 높고 심장 박동도 빠른 뮤턴트였다.

그런 뮤턴트임에도 불구하고 통신기를 통해 전달되는 엘리스의 심장 박동은 믿기 어려워질 만큼 빨라지고 있었다.

-엘리스.-

“후우! 후우! 후우!”

첫 번째 보고자보다는 좀 더 고대의 고사리에 가까이 접근했다.

엘리스의 상태를 확인하던 미국 지도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단시킬까요?”

“중단은 무슨 중단이야! 저거 확보하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데!”

엘리스가 죽는다고 해도 반드시 확보해야 했다.

그렇게 중단 명령이 없자 엘리스 또한 계속 고사리를 향해 다가갔다.

덜! 덜! 덜!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엘리스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 하나 고사리를 채집한다는 그 목표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발짝을 더 나아가려는 순간 무언가가 엘리스를 낚아채서는 동굴의 입구로 물러났다.

“허억! 허억! 허억!”

“제길! 저건 대체 뭐야? 미쳤어? 왜 저기로 다가가려는 거야!”

“최 원사님? 하아! 하아!”

“저게 원천 물질인가? 아무리 봐도 아닌데.”

창수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신체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푸른 빛을 내는 고사리에 진절머리를 냈다.

아무리 봐도 저딴 것이 엔젤의 원천 물질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냥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생물 병기 같은 물건이었다.

“저걸 확보해야만 해요.”

“저게 뭔 줄 알고 확보를 해! 저건 아무리 봐도 엔젤이 아니야! 저것이 밖으로 나가서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인류…… 아니 지구는 죽는다.”

창수는 확신했다.

푸른 고사리의 주변에 떠다니는 푸른 포자가 지상에 뿌리를 내린다면 지구는 더 이상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릴 것이었다.

인간이 연구할 대상이 아니었다.

“설마 뱀파이어와 좀비는 저걸 지키고 있는 녀석들인 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

창수의 억측이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삼류 영화의 숨겨진 음모론 같은 것이기도 했다.

“절대 저것을 나가게 할 수 없어.”

창수는 설령 엔젤의 원천 물질이라고 할지라도 푸른 고사리를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 창수의 목소리를 미국의 지도부는 생생하게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과도한 위험 물질인 듯합니다.”

“빌어먹을! 그럼 대체 저것이 뭐야! 외계의 외계인이 지구의 생명을 만들고 언젠가 지구의 생명을 없애기 위해 준비해 놨다는 그딴 삼류 시나리오 같은 거라면 당장 집어치워! 뮤턴트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염병할 세상! 지금까지 아무런 일 없이 잘 흘러가고 있었다고! 소련과의 핵전쟁도! 경제 대공황도! 중국과의 경제 전쟁도! 아무것도 아니었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미국의 대통령은 더는 침착함을 감추지 못하고서는 길길이 날뛰었다.

“각하! 타국의 정상들이 보고 계십니다.”

“보라지! 지들도 머리가 있으면 알 거 아니야!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통제 본부의 한쪽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이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보이고 있었다.

자국의 군인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도 모두 동의를 한 상태였다.

“차라리 거대운석이 추락하는 것이 나을 거다! 그거라면 이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입이 있다면 말을 해 봐! 네놈들이 확보해야 한다고 그렇게 외쳐대던 것이 지구 멸망 급의 생물 병기인지도 모르니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지도자였다.

그런 지도자들 중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한 미국의 지도자였으니 그의 모습은 이례적이었지만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수많은 정보들이 모여들고 보고가 올라온다.

그 수많은 보고들 중에 중요한 것을 가리고 지시를 내려야만 했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하루는 24시간이었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처리할 수 없을 만큼의 일거리가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하아! 철수시켜.”

“알겠습니다.”

철수시키고 고대의 유적지는 완전히 봉인한다.

고대인인지 외계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알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존재가 후대의 지적 생명체들에게 분명하게 경고를 해 놓은 듯한 장소였다.

마치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세상의 위험한 고순도의 방사능 폐기물을 지하 깊이 파묻어두고 인류가 멸망하고 난 뒤에 찾아올 또 다른 지적 생명체에게 각종 방법으로 위험을 알리지만 후대의 지적 생명체들은 그 경고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꺼내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도 몰랐다.

“뮤턴트가 고대의 생물 병기인 건가?”

“가능성은 큽니다.”

“그 생물 병기를 우리 손으로 깨운 건가?”

“가능성이 큽니다.”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저질러 버린 상황에서 최대한 발버둥을 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을 뿐이었다.

“러시아 쪽에 문제가 발생한 모양입니다.”

“무슨 소리야? 러시아 쪽이라니?”

미국 대통령인 톰은 힐끔 디스플레이의 러시아 대통령 쪽을 바라보았다.

서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두 국가는 아니었지만 이 작전을 처음 제안한 쪽은 러시아 쪽이었다.

아무래도 태평양을 건너 남미 대륙 쪽에 있는 고대의 유적지를 단독으로 탐사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그렇게 미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이미 한 차례 더 고대의 유적지를 조사했고 푸른 고사리를 확인했다.

그것이 어쩌면 엔젤의 원천 물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좀비와 뱀파이어들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 세계가, 전 국토가 뮤턴트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가장 많이 갈려 나가는 것은 특수부대원들이었다.

매번 뮤턴트 발생마다 대규모의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소수의 특수부대를 통해 소규모의 뮤턴트들을 처리해야만 했고 그로 인해 특수부대원들은 급격하게 소모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특수부대원을 만드는 것이 마냥 쉬울 일일 리 없었다.

특수부대원을 만든다고 해도 뮤턴트에 대응할 수 있는 특수부대원은 그 수가 더욱 적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도 결국 특수부대원들의 고갈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성공을 할지 못 할지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호프 팀에서 사실상 위험성으로 인해 퇴출된 인원들을 이 작전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대원이 다 죽더라도 목표물만 회수할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것이다.

“스페츠나츠가 왜?”

“그게. 뮤턴트 대원이 폭주 중입니다.”

“폭주?”

미군도 불완전 변이체인 엘리스를 투입한 것처럼 러시아도 실험체인 빅토르를 투입한 것이다.

그 빅토르가 폭주하고 있다는 말에 다들 러시아의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명감을 가진 대원입니다.”

분명 러시아 대통령의 말처럼 빅토르는 투철한 사명감과 충성심을 가진 사내였다.

이성이 마비가 되는 가운데서도 국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크르르륵! 원천 물질을 가지고 간다. 그것이 조국을 위한 일. 그것이 우리 인민들을 위한 일. 내 목숨을 바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뱀파이어 로드를 먹어치운 빅토르는 이성의 대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자신의 부하들이 말리는 것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오직 임무만을 위해 빅토르는 뱀파이어 로드를 집어삼켜서인지 아주 중요한 위치가 있는 곳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빅토르는 뱀파이어들이 지켜왔던 그곳으로 향했다.

“대장! 대장! 어딜 가시는 겁니까? 대장!”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빅토르를 하염없이 불러댔지만 빅토르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사라졌다.

멍하니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대원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아직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무래도 대장을 찾아야겠…… 쿨럭!”

대답을 하던 대원 하나가 날카로운 뼈에 찔린 채로 피를 울컥 뿜어내었다.

뿜어지던 빗방울들은 날카로운 뼈에 흡수가 되었다.

“빌어먹을 괴물 놈들!”

반 이상이 빅토르에게 먹어치워 졌던 괴물이 다시 부활하고 있었다.

빅토르가 사라진 이상 부활하는 괴물을 상대할 이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비명과 함께 스페츠나츠의 대원들은 뱀파이어 로드의 완전한 부활에 희생되어 버렸다.

완전히 재생한 뱀파이어 로드는 한 명의 대원이 도망을 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빅토르가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빅토르에게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여기는 뱀파이어 로드였다.

아니 뱀파이어 로드는 자신이 또다시 빅토르에게 진다고 할지라도 빅토르와 인간들이 하려는 짓을 막아야만 했다.

“부릉 칼리쉬!(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뱀파이어 로드는 파멸의 공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고대의 위대했던 전사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최후의 임무였다.

이 최후의 임무는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했다.

자신들이 저주받아야 할 만큼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마지막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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