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1화
141화
뱀파이어 성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마치 무너질 것 같이 흔들거리는 뱀파이어 성에 창수와 엘리스는 필사의 탈출을 시작해야 했다.
“엘리스! 빨리 뛰어!”
“알았어요!”
창수나 엘리스 둘 다 인간이 보일 수 없는 운동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무너지는 성의 잔해에 깔려 죽거나 영원히 봉인이 되어 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는 속도가 워낙에 빨라서 창수와 엘리스는 거의 허공에 반쯤은 떠 있는 채로 날아야만 했다.
“내가 인간이 아닌 것이 다행이군.”
이십 미터는 족히 될 법한 높이에서 떨어졌다.
일정치 이상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에 다행히도 두 다리는 부러진 듯했지만 쇼크사를 당하지는 않았다.
“괜찮으세요? 최 원사님?”
“하아! 잠시만.”
창수는 곧바로 자신의 품 안에서 회복 물약을 투약했다.
“뼈 좀 맞춰 줄 수 있어?”
“그럴게요.”
부러진 뼈가 어긋난 채로 회복 물약으로 붙으면 곤란했기에 엘리스는 부러진 창수의 다리뼈를 똑바르게 붙여주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부러진 뼈들은 붙기 시작했다.
물론 뼈가 부러진 정도의 부상이 회복 물약이라고 해서 바로 회복이 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추가 붕괴의 위험이 있었기에 완전히 회복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업히세요.”
“뭐? 아니 그럴 필요는.”
“저를 여자로 보시는 건가요?”
군인에게 있어서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동료가 부상을 입으면 그 동료를 둘러업고 전장을 탈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창수도 작전 중에 부상한 동료를 둘러업고서는 퇴각하는 일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지.”
창수는 잠시 엘리스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왜소한 덩치인 엘리스는 자신보다 두 배는 족히 나갈 법한 창수의 몸을 둘러업고서는 달리기 시작했다.
‘1형 뮤턴트를 뛰어넘은 상태 같은데. 뭔가 조작이 된 건가?’
창수는 엘리스가 1형 뮤턴트의 운동 능력을 넘어섰음을 느꼈다.
강화 물약까지 사용한 창수는 1형이 아닌 2형 그 이상의 3형까지도 상대를 할 수 있었다.
그런 창수가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스는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단순히 운이 좋았을지도 몰랐지만 창수는 러시아 팀의 대장인 빅토르처럼 엘리스에게도 무언가 모를 개조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수는 엘리스에게 업힌 채로 거대 공동의 출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아! 막으라고!”
지하 유적지의 미로로 들어가는 출입구에는 좀비 뮤턴트들이 연신 달려들고 있었다.
“이놈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수색할 때는 보이지도 않던 놈들이!”
“분명 다 죽였을 텐데!”
마치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무슨 일입니까?”
“뮤턴트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미국의 델타포스 대원들은 출구로 나오고 있는 좀비 뮤턴트들에게 연신 총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저 복장 스페인군 아니야?”
쏟아져 나오고 있던 좀비 뮤턴트 가운데 영화에서나 보던 남미를 처음 정복했던 스페인군의 갑옷을 입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자신들 외에도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던 외부인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그런 외부인들은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금지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창수와 엘리스 그리고 미군 델타포스의 대원들도 마치 빠져나갈 수 없을 듯 보였다.
철컥!
“탄환 제로! 남은 탄창 없어?”
하나둘씩 탄창이 바닥이 났다.
그리고 그때 엘리스가 중얼거렸다.
“한 시간. 한 시간 뒤에 이곳을 폐쇄할 거래요.”
“뭐? 한 시간?”
지하 유적지의 위험성을 알게 된 지휘부에서 결국 페루의 지하 유적지를 폐쇄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그 시간 안에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구출 작전도 없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입구의 베이스캠프가 공격받고 있다고 해요!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이곳을 폐쇄할 것이라고 합니다!”
엘리스의 말과 함께 델타포스가 가지고 있던 탄환들도 바닥이 났다.
“강화 물약 투약!”
결국 강화 물약을 투약하고서는 대검을 들고 좀비 뮤턴트들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엘리스!”
“예? 최 원사님?”
“이제 나는 괜찮으니까. 입구를 뚫자.”
창수도 자신의 대검을 뽑아 들었다.
입구가 하나인지 아니면 여러 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출입구가 더 있다고 해도 그걸 찾을 시간은 없었다.
“십 미터! 십 미터만 가면 갈림길이다!”
통로는 미로였기에 갈림길이 나오기 시작하는 곳까지만 들어가면 뮤턴트들의 압박이 조금은 약해질 수 있었다.
물론 그건 희망 사항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런 방법 외에는 없었다.
강화 물약으로 인해 강력해진 델타포스의 대원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뮤턴트들을 움켜쥐고서는 뒤로 날려버리거나 대검으로 몸통째로 잘라버렸다.
“크윽! 물렸어!”
“뒤로 빠져서 항생제 투약해!”
밀려드는 좀비 뮤턴트에게 결국 물리고 말았다.
영화에서처럼 빠르게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었고 항생제 투약만으로도 충분히 몸 안에 파고들어 온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 모를 것을 사멸시킬 수 있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감염이 되는 것보다 과도한 부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걱정이었다.
강화 물약으로 신체가 강화되었다지만 제한 시간도 있었고 큰 부상에는 별수 없었다.
그렇게 밀려드는 좀비 뮤턴트들을 공동 쪽으로 집어 던지고 베어가면서 길을 뚫은 델타포스의 대원들은 놀랍게도 10m를 전진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야?”
“오른쪽!”
개인 전투 디스플레이에 표시가 된 지하 유적지의 지도를 통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그들은 오른쪽에도 가득 차 있는 좀비 뮤턴트들에 달려들었다.
강화 물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였다.
“다음은 왼쪽!”
“왼쪽으로 뚫어! 뒤를 막아! 뒤를!”
뒤쪽에서도 달려드는 뮤턴트들이었기에 양쪽을 다 상대해야만 했다.
다행히 뒤쪽에서는 엘리스와 창수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제한 시간이 끝났어!”
“뒤로 빠져!”
강화 물약의 제한 시간이 다 된 대원들에 중간에 있던 대원들이 강화 물약을 투약하고서는 앞으로 달렸다.
강화 물약으로 인해 안 그래도 일반 상태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폐활량도 커져 있었기에 좀비가 부패하며 만들어 내는 유독 가스도 빠르게 흡입하고 있었다.
“우욱! 토할 것 같군.”
“지독한 냄새야!”
그나마 강화 물약의 효과로 인해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강화 물약의 효과가 떨어지자 곧장 어지럼증과 함께 몸이 비틀거렸다.
“괜찮아? 정신 차려?”
“크윽 몸에 힘이 없어.”
“회복 물약 투약해! 빨리!”
“아직 안정 시간이…….”
“지금 그게 문제야?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니야!”
연달아 강화 물약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유독 가스로 비틀거리는 대원들에게 회복 물약까지 투약을 해야만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비틀거리던 대원들은 다시 버틸 수 있었다.
“방독면 써! 방독면!”
“제길! 갑갑해서 쓰기 싫었는데!”
신형 방독면이 구형보다 시야각이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갑갑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욱이 어두운 상태에서 방독면을 사용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점도 있었다.
그나마 뒤에 있는 대원들이 고성능의 플래시를 비춰주고 있었고 강화 물약을 투약하면 어둠 속에서도 감각이 예민해져서인지 아군과 적군에 대한 구분이 가능했다.
그것이 6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델타포스의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감에 의지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
“크윽! 아직 쿨타임 안 끝났는데!”
통로의 길을 뚫고 있던 대원의 강화 물약 효과가 끝이 나자 중간에 대기했던 첫 번째 강화 물약을 투약했었던 대원들이 다시 강화 물약을 투약했다.
너무 빠른 강화 물약 연속 사용이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뒤에서 창수와 엘리스가 버텨주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 낸 것이었다.
“교체!”
바닥은 수많은 좀비 뮤턴트들의 부패한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좀비 뮤턴트가 보이지 않았다.
“뚫렸다.”
설마 성공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텅 빈 공간에 다들 가슴이 벅차올랐다.
“뛰어!”
그다지 빠르지 않은 좀비 뮤턴트들이었다.
강화 물약의 효과가 사라졌다고 해도 혹독한 훈련을 받았던 특수부대원들의 움직임은 범인의 범주를 넘어 있었다.
맹렬하게 달리는 대원들이었다.
중간에 뮤턴트 한두 마리가 나타나 길을 막기도 했지만 250 파운드(113kg)의 탱크 같은 몸을 저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다음 어디야?”
“왼쪽! 왼쪽으로 가서 쭉 직진!”
“시간 얼마 남았어?”
“5분 남았습니다!”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빨리 달려! 빨리!”
“남은 스피드 물약 있으면 사용해!”
속도를 올려주는 스피드 물약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 몇 개인지 모를 강화 물약을 사용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부작용이 없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그게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우욱!”
“헨리! 괜찮아?”
잘 달리고 있던 대원 하나가 주저앉았다.
“좀비한테 물린 거야? 항생제 투약해!”
“하지만 강화 물약을!”
“강화 물약 투약했다고 좀비가 되게 놔둘 수는 없…….”
“크으으으!”
고통스러운지 몸을 뒤트는 헨리였다.
그리고서는 헨리의 몸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변이한다.”
변이하고 있었다.
“변이 억제제! 변이 억제제!”
황급히 변이하는 동료에 변이 억제제를 찾았지만 그 누구도 변이 억제제를 가지고 있는 이는 없었다.
“강화 물약은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면서! 이 빌어먹을 한국 놈들아!”
델타포스의 대원 하나가 강화 물약을 만들어 낸 한국을 욕했다.
혹시라도 생길 부작용 때문에 권장 사용법을 반드시 지키라고 했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역시 과도한 사용 때문인가?”
창수는 호프 팀에서의 변이 때처럼 과도하게 변이 억제제를 사용한 델타포스의 대원이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다른 대원들보다는 적게 변이 억제제를 사용했다지만 창수 또한 상당히 많은 강화 물약을 사용했었다.
언제 자신도 변이될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두두둑!
“크으으으! 다…… 다들 가! 빨리! 다들 가!”
“헨리!”
“빨리 가! 늦기 전에…… 나는 가만 없…… 크으윽!”
헨리는 자신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자신의 동료들에게 폐쇄되기 전에 빨리 가라고 외쳤다.
변이 상태를 늦출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빨리 가! 크아아악!”
괴물로 변이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뱀파이어로의 변이였다.
“뱀파이어. 변이 물질과 접촉한 건가?”
창수는 헨리가 뱀파이어로 변이되고 있는 것에 지하 유적지에 뱀파이어로 변이되는 변이 물질이 퍼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윽! 탈출한다!”
이미 변이가 되어 언제 동료들을 공격할지 모르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기에 결국 델타포스의 팀장은 탈출을 지시했다.
창수와 엘리스도 그런 그들을 따라 출구로 달렸다.
“우욱! 크윽! 계…… 계속 가! 계속!”
중간에 헨리 외에 다른 대원들에게도 갑작스러운 변이가 일어났다.
그렇게 희생자들을 남긴 채로 지하 유적지의 입구로 달려간 대원들은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아군 생존자다!”
살아남은 이들이 빠져나오고 난 뒤에 지하 유적지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