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5화
145화
격리소까지 뮤턴트가 나타났다.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 대원들뿐만 아니라 격리 중이던 특수부대원들 모두가 완전 무장을 했다.
단 한 마리뿐이었고 창수에게 얻어맞고 숲 속으로 도망을 가 버렸지만 언제 격리소가 대규모 뮤턴트로부터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뮤턴트가 맞습니까? 최 원사님?”
창수가 잘못 보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숲으로 도망을 갔다는 말에 일부가 재확인을 하기 위해 창수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뮤턴트는 자신들이 죽든 말든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이성이 있는 뮤턴트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자신이 불리하다 보면 물러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창수가 남미의 맹수를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더욱이 창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라고 말했으니 처음 보는 동물을 오해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창수도 확실하게 자신이 본 것이 뮤턴트라고 확신하기 힘들었다.
“무조건 뮤턴트라고 보기는 힘들기는 한데. 형태가 수인을 닮았다고 해야 하나? 혹시 남미에 그런 동물이 있나?”
“수인이요?”
“그래. 러시아의 팀장이었던 빅토르 대위님하고 비슷해 보였네. 정확하게 닮지는 않았지만 손은 사람의 손 형태였고 입에 뿔이 달렸던 것 같은데…… 흐음! 아! 그래. 판타지 세계에서 보면 오크라고 해야 하나?”
“…….”
창수가 설명을 해 주는 형태의 동물이 남미에 있을 리는 없었다.
“꼭 오크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내가 가슴을 후려쳤을 때 죽지는 않더라고.”
창수가 본 것은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반인반수 형태의 괴물이었다.
오크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창수가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매끈한 피부도 아닌 굵고 거친 털들이 빽빽하게 난 오크 같은 괴물이었다.
“아! 멧돼지 오크? 그런 게 있나? 털은 많이 나 있더라고.”
뻔뻔한 표정의 창수가 너스레를 떨자 창수가 격리소에서 답답함에 장난을 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창수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주변 수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색을 말이십니까?”
“예. 일단 근처에 마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확인도 해 봐야 할 것 같고. 아직 두 달이나 여기 있어야 할 텐데 미리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창수는 주변에 대한 수색 정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만히 있다가 대규모 뮤턴트들에 기습이라도 받게 된다면 위험해 질 터였으니 선제적으로 움직이자는 말이었다.
이미 한 달이 넘도록 격리되어 있다 보니 푸른 고사리의 유출에 대한 위험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수색 작전을 벌일 만한 인력이…….”
경비 대원들은 딱 격리소의 경비를 위한 병력뿐이었다.
차라리 안전한 장소로 전부 이동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남미 지역은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군병력이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남미의 수많은 마피아 조직들이 각 지역을 나눠서 통치하고 있었으니 남미 지역을 안정화할만한 세력은 없었다.
UN 평화유지군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서는 남미에서 물러선 상황이었다.
그래도 처음 뮤턴트 사태와 엔젤이 남미에서 시작되었기에 각국의 특수부대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그런 특수부대원들은 남미를 안정시키는 목표는 없었다.
“수색은 제가 직접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 원사님께서요?”
“예. 저도 확실하게 그게 뮤턴트인지 아니면 그냥 동물인지 확신하기 어려우니 확인을 해 봐야겠지요. 어차피 샘플 확보도 필요할 것 같으니까.”
굳이 할 필요는 없었지만 창수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문제로 수색 작전에 직접 나서겠다는 말을 했다.
‘저 애를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까.’
창수는 힐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로 격리소에서 보호를 받게 된 아이를 떠올렸다.
숲 어딘가에 뮤턴트가 있을 수 있었으니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창수가 적극적인 수색 정찰과 함께 샘플 확보를 요구하자 격리소장은 고민 끝에 상부의 허가를 받아 수색을 승인하게 되었다.
* * *
일단 1차로 헬기를 통한 항공 정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워낙에 빽빽한 숲 속은 항공 정찰만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격리소에서 4km 떨어져 있는 마을이 전멸당했다. 뮤턴트의 습격인지 마피아들의 습격인지를 확인을 할 수 없다.”
인간들의 적은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도 있었다.
“총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뮤턴트들의 등장으로 치안이 안정적이지 못한 지역은 모두가 무장하고 있었다.
아니 치안이 안정적인 곳도 무장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대표적인 총기 소지 불법 국가인 한국조차도 후방의 수백만 명의 민방위 병력들까지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사실상 완전 무장 상태였다.
물론 총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탄환 수급이 힘들어서 마음대로 총기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총기는 동네 대장간에서도 어찌어찌 만들어 낼 수 있다지만 탄환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선진 군사 강국들이 생산하는 탄환들이었고 그런 탄환들이 후진국으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세계 교역이 붕괴되면서 선진국들이 생산하는 탄환들이 공급되기 어려워졌다.
한동안은 비축량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상관없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비축량이 바닥이 난다면 탄환 생산을 못 하는 지역은 열병기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폐가 무용지물이 되자 탄환이 돈을 대신하기까지 했다.
사람의 목숨 가격보다 탄환 하나가 더 비싸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인간의 무력으로도 뮤턴트를 상대하지 못하는데 열병기까지 없어진다면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엔젤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괴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엔젤이 있어야 뮤턴트에게 저항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밀림 속에 모여 살던 마을 주민들이 마을에 보이지 않는 것에 정밀 수색 정찰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대로 철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게 나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미국 본토로는 옮길 수 없다고.”
“대체지가 없는 건가?”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해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샘플을 원하는 듯합니다.”
“그놈의 샘플은! 그딴 괴물의 시체가 왜 필요하다는 거야!”
창수가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라고 하는 바람에 상부에서도 샘플을 요구하고 있었다.
군인들에게 괴물의 사체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뮤턴트 산업이라는 신종 산업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의 각종 산업 생태계가 붕괴 내지는 축소된 상황에서 뮤턴트 산업은 그나마 인간들이 경제에 도움이 될 산업이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어 내고 소비하는지는 일반인들이나 군인들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상부에서는 필요로 하고 있었다.
“최 원사님의 협조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하고 싶어 했잖아. 지원 필요하다는 것만 확실하게 지원해 줘.”
격리 수용소를 경비하는 병사들이 격리 중인 대원들보다 전투력이 높을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격리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 격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벌써 격리 수용소는 통제 불능이 되었을 터였다.
아니 창수를 중심으로 통제가 이루어졌을지도 몰랐다.
창수에게 육상을 통해 정밀 정찰과 수색을 요청한 격리소장에 창수는 몇몇 대원들을 뽑아서는 주변 지역 정찰에 나서기로 했다.
* * *
“장비 확실하게 챙기고 정신 바짝 차려!”
“알겠습니다. 캡틴!”
“강화 물약 사용 못 하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튀어. 괜히 영웅 흉내 내지 말고.”
창수는 강화 물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불안하기는 했지만 가만히 있다가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안 데리고 가도 정말 괜찮겠어?”
창수는 한국 선배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은 여기 좀 지켜 주십시오. 쟤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누군가는 격리소를 방어하고 있어야 했다.
경비 대원들이 있었고 남은 특수부대원들도 있었지만 창수는 특전사 선배들에게 격리 수용소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들의 실력을 가장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격리 수용소였지만 이곳을 잃어버리게 되면 창수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든 미국 정부의 제안대로 멕시코로 가든 일단 격리 수용소는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올 테니까요.”
창수도 굳이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먹을 것도 조금 챙겨. 자네 배고프면 기운 빠지잖아.”
“하하!”
무리하게 움직이다 탈진했던 것을 떠올린 선배가 험비에 먹을 것을 잔뜩 넣어 줬다.
그렇게 델타포스와 코만도 연대 그리고 창수까지 12명의 한 개 팀이 세 대의 험비에 나눠 탑승하고서는 격리 수용소를 나섰다.
“어디로 갈까요? 캡틴?”
“일단 마을 쪽으로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고작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걸어서라면 제법 걸릴 터였지만 차량으로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직선거리로 4km이지 도로를 통해 가려면 꽤나 돌아서 가야 했기에 거의 두 배인 8km 정도를 가야 했다.
숲을 뚫고 갈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도로를 통해 돌아서 가기로 했지만 도로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뮤턴트 사태 전에도 도로 관리가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뮤턴트 사태 이후에는 더욱더 관리가 될 리 없었다.
덜컹거리는 도로 상태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로 달리는 험비 속에서 창수는 창밖을 주시하며 이상을 감지하려고 했다.
“또 새로운 타입의 뮤턴트라면 꽤나 골치겠습니다.”
창수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미국의 델타포스 대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새로운 타입이어도 무조건 까다롭다고 보기는 힘들지.”
지금까지는 계속 까다로운 뮤턴트들이 등장했다.
어느 정도 적응했다 싶으면 더욱 까다로운 뮤턴트들로 인해 새로운 뮤턴트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까다로울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남미는 더 이상 가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 뮤턴트 사태가 벌어진 남미였기에 가장 위험한 곳이기는 했다.
미국마저도 소규모 수색 작전 외에는 남미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지 않고 있었다.
‘그걸 한국군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지.’
한국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명령이 자신에게 떨어진다면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하차!”
험비에서 내려서는 마을의 입구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마을을 수색했다.
그리고서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핏자국은?”
“핏자국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럼 다들 이주라도 했다는 거야? 좀 더 찾아봐! 마을 주변까지 확인을 해 봐!”
적어도 백 명은 족히 살 마을에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제 발로 걸어가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상도 못 하고 잡아먹혀 버린 것은 아닐까요? 별의별 뮤턴트들이 다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창수는 그 말에 고심하다가 한마디 말을 더했다.
“그것이 아니면 마을 주민들이 전부 뮤턴트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예?”
“좀 더 찾아보자고. 아! 혹시 이 근처에 또 다른 마을이 있나?”
“여기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도시가 하나 있습니다만…….”
대답하며 머뭇거리는 것에 창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마피아들이 관리하는 곳인가?”
“예.”
“거기에 갔다가는 총알로 환영을 받겠군.”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생존자들은 마피아들에게 몸을 의탁하거나 자경단을 구성해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했다.
그러던 중 한 소녀를 발견했다는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