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8화
148화
폭격으로 인해 격리 수용소의 본부는 전부 불타올랐다.
격리 수용소를 공격해 온 마피아들도 전폭기의 폭격에 혼비백산하며 도망을 가 버렸다.
약탈을 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낙오된 창수는 마을에서 먼저 출발한 두 대의 험비에서 동료들이 전부 전사를 한 것을 확인했다.
그 누구보다 강인해 보이던 특수부대원들은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그런 특수부대원들도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창수는 할 말을 잃은 채로 대원들의 시신들을 수습해서는 하나하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동물들뿐만 아니라 뮤턴트들에게도 훼손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대원의 시신을 수습해 땅에 묻어주자 어느덧 밤이 되었다.
쉴 시간도 없이 창수는 파괴되어 버린 격리 수용소를 뒤졌다.
중간중간 시신들도 있었지만 시신들은 많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창수가 보았던 수송기를 타고 떠난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창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인지 한국팀 대원들의 시신은 보이지 않는 것에 안도했다.
혹시나 통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너무나도 철저하게 부서진 바람에 쓸 만한 통신 장비를 찾을 수 없었다.
험비의 통신기도 망가진 상태였기에 창수는 자신이 완전히 낙오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기다리면 수색대가 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워낙에 철저하게 부숴놓았기에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육로로 올라가 봐야 하려나?”
창수가 있는 곳은 페루였다.
위로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를 거쳐 파나마를 넘어간다면 멕시코 쪽으로 갈 수 있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를 버리고 멕시코로 넘어오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멕시코까지 가는 것이었다.
창수는 특전사 선배가 험비에 넣어 줬던 식량을 챙겼다.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창수는 식량과 무기를 챙기고서는 북쪽을 향해 걸었다.
멕시코까지는 8,000km 가까운 거리였다.
중간중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에 얼마나 걸리게 될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오직 돌아가기 위해 걷기만 할 뿐이었다.
* * *
창수가 남미의 밀림을 헤매고 있는 사이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다지 밝다고는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총동원하여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있었지만 9형 뮤턴트인 하피는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채어 가 버리는 하피는 대비를 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도 같았다.
하피를 잡기 위해 수많은 군인들이 동원되어서는 산을 뒤지고 다녀야만 했다.
“다들 조심해라! 경계 확실하게 해!”
“알겠습니다.”
악산을 오르는 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뮤턴트들을 경계 하는 것까지 해야만 했다.
“어!”
“뭐야? 발견했어?”
“아니요. 들개입니다.”
“뭐? 들개?”
산속에는 뮤턴트뿐만 아니라 야생 동물도 있었다.
멧돼지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들개 그리고 고양이 등 수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뮤턴트들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그런 야생 동물들도 잡아먹고는 했다.
뮤턴트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의 수많은 산에서 등산객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등산객들에 야생 동물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들개는 신경 쓰지 말고 뮤턴트나 찾아!”
간부의 신경질적인 외침에 병사들은 계속 산을 올라갔다.
그리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뮤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뮤턴트 발견했습니다!”
“뭐? 자극하지 마라!”
“저기 그게 사체입니다!”
“사체라고?”
발견된 것은 뮤턴트의 사체였다.
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죽어 있는 뮤턴트의 사체를 들개들이 뜯어 먹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으! 저리 가! 워이! 저리 가!”
군인들은 뮤턴트를 뜯어먹고 있는 들개와 들고양이들을 쫓아냈다.
겁도 없는지 들개와 들고양이들은 아쉽다는 듯이 주변을 서성였다.
일부 인간의 손을 탔던 듯한 들개들은 군인들의 바로 앞에서 서성이기까지 했다.
“혹시 니들이 잡은 거냐?”
“에이! 김 병장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마도 뮤턴트들끼리 싸우다가 죽었는데 굶주린 들개들이 뜯어 먹은 거겠지 말입니다.”
“하긴 그렇겠지?”
뮤턴트의 사체를 발견한 군인들은 기분 좋은 듯이 꼬리를 흔들고 있는 들개들이 뮤턴트를 사냥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개는 개일 뿐이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뮤턴트들의 시체들이 산속에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들개와 들고양이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두 가지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맙소사. 들개가 뮤턴트를 사냥하고 있잖아.”
고작해야 중형 체급의 들개였다.
물론 중형급만 넘어가도 개의 전투력은 인간을 넘어선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들개들이 뮤턴트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총을 든 군인들도 뮤턴트를 상대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들개들은 무려 2형 뮤턴트까지 사냥했다.
“저…… 저건 들개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저건 뮤턴트야. 들개 뮤턴트라고.”
“들개 뮤턴트?”
동물도 뮤턴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뮤턴트는 인간이 괴물로 된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날개를 달고 있는 들개가 목격되면서 뮤턴트가 된 동물들도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뮤턴트들이 존재하는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치 보스 같은 뮤턴트가 등장했다.
“크르르르! 인간들은 전부 죽여주마.”
9형인 하피와 2형인 헐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이종(異種)의 등장이었다.
엄청난 힘과 민첩력 그리고 하늘을 나는 능력은 이 새로운 이종을 절망스러운 괴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반 하피에 비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이종 하피는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몸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지능도 뛰어난지 함정을 파도 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활동 범위가 한반도 전체였다.
아침에 평양에서 목격되었다면 점심에서는 대전에서 목격되고 저녁에는 부산에서 목격될 정도였다.
그 때문에 이종 하피가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일 것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 이종의 하피에게 있어서 인간들이 만든 장벽은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들은 볼 수 있었다.
“뮤턴트 새끼들이다.”
“번식까지 하는 겁니까?”
1형과 2형들에서는 뮤턴트들 사이의 번식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9형 뮤턴트인 하피의 번식이 확인된 것이다.
깊은 숲 속에서 번식하는 하피들을 박멸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숫자의 뮤턴트들이 태어나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였다.
다행히 들개 뮤턴트들이 하피나 2형 뮤턴트들을 사냥하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천적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물형 뮤턴트들이 언제 인간을 공격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 지금은 인간들의 손에 길어진 뮤턴트 개와 고양이들이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완전히 야생화가 된 뮤턴트 개와 고양이들은 뮤턴트들보다 사냥하기 쉬운 인간들을 노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완전한 박멸이 어렵겠나? 북쪽에서처럼 말이야.”
“한반도의 숲을 전부 다 불태우시자는 말씀이십니까?”
“끄응!”
북쪽에서는 숲을 태워 가며 뮤턴트들을 박멸했지만 숲이 울창한 남쪽에서는 그 방법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뮤턴트들에게만 통용되는 전염병이나 뭐 그런 거 없습니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변이만 더 유발할 뿐입니다. 더욱이 이미 일본 북해도에서 9형 뮤턴트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번식을 하는 뮤턴트이기에 한반도에서 박멸한다고 끝이 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연해주 등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점점 한반도에서는 희망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에 국가안전보장이사회의 참석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전에 분명 9형 뮤턴트가 출산했을 때 뮤턴트가 아닌 인간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지 않아요!”
과거 창수가 구한 불완전 변이체인 김준희라는 여인이 낳은 아기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예. 뮤턴트가 낳은 아기는 뮤턴트가 아닌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 뮤턴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들도 인간 아닙니까?”
“그건 김준희 씨가 인간일 당시에 임신을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럼 뮤턴트인 상태에서의 임신은 인간이 아닌 뮤턴트다?”
“예.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뮤턴트가 인간 아기를 낳았다고 했을 때 뮤턴트들의 번식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에 다들 안도했었다.
하지만 그런 안도가 무너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1형이나 2형 그리고 3형 뮤턴트가 번식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각 형 내에서의 변종이 보고되고 있었기에 마냥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중국 쪽은 어떻습니까?”
“중국 쪽에서도 뮤턴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쪽도 안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시베리아에서 뮤턴트가 목격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러시아에서 뮤턴트를 만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변이 솔져 프로젝트 말이지?”
“예.”
스페츠나츠의 빅토르처럼 러시아는 뮤턴트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뮤턴트 군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뮤턴트에 대응하기 위한 뮤턴트 군인들이었지만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를 일이었다.
러시아와는 나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지만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지 알 수 없었다.
“식량 문제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소?”
“안전성 확인 중입니다.”
“언제까지 안전성 확인을 할 거요? 벌써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어요. 사료용으로 쓰던 비축미까지 전부 꺼내 쓰고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니까!”
일본에서 확보한 마더의 샘플을 통해 고영양의 우유를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었기에 쉽사리 사용 허가를 내릴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한반도에서는 모든 국민들을 다 먹여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밀크를 보급한다고 해도 7,000만 명의 국민을 전부 먹여 살리는 것이 힘들다는 것에 다들 승인을 하기 머뭇거려지는 계획을 떠올려야만 했다.
다만 누구 하나 그 계획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계획의 파장을 누구 하나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
“UN 평화 유지 사령부에서 멕시코의 안정을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다들 UN 평화 유지 사령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요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한국민들이 무작정 넘어갈 수는 없었다.
멕시코는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마피아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곳이었다.
“7기동군단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김석호 대통령의 질문에 회의에 참석한 육군 참모 총장이 대답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수복하고 북한 지역인 박천군 방면에서 대기 중입니다.”
중국 쪽에서의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중국과의 접경 지역은 소개령이 내려져 있었다.
언제 전쟁이나 뮤턴트의 한반도 진입이 일어날지 모를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