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4화
154화
마녀를 퇴치해 달라는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받은 창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었고 전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지구의 과학 기술은 태양계의 끝인 카이퍼 벨트까지 우주선을 보내었다.
인류라는 종의 탄생 이후 이토록 발전된 문명을 이룬 적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진보였다.
그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신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늘의 천둥 번개와 폭설 그리고 폭우는 과학적으로 설명을 해 줄 이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신이나 괴물의 소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녀의 존재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희생양인가? 절망의 희생양을 찾고 있는 건가?’
중세의 마녀사냥은 힘없고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야 했으며 그런 희생양으로 가장 약한 존재가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뮤턴트라는 괴물들이 실존하면서 마녀도 희생양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뮤턴트인지 창수로서도 알 방법이 없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했다.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을의 지도자는 창수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마녀를 조사해 주기를 바랐던 듯한 행동과 말이었다.
창수는 쓴웃음이 나왔지만 조사를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창수와 벤잔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마녀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중세의 마녀가 사는 곳처럼 마녀가 사는 곳은 마을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깊은 숲속이었다.
“정말 마녀일까?”
“모르니 확인을 해 봐야겠지요.”
“마녀면 악마를 부리는 걸까?”
“악마가 뮤턴트를 말하는 거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뮤턴트를 부리는 것이 가능한가?”
“예.”
창수의 말에 벤잔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뮤턴트였기에 자신을 지배해서 부하로 삼는 괴물이 있을까 두려워진 것이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같은 형만 조종하는 거로 알고 있으니까요.”
“같은 형? 그게 무슨 소리인가?”
“뮤턴트는 1형과 2형 등 각 형에 따른 분류를 합니다. 형이 다르면 유사성이 거의 없어서 다른 형과의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정도지요.”
“그…… 그런가?”
창수가 안심이 되는 말을 해 주었지만 벤잔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했다.
사실 창수도 형이 달라도 다른 형의 뮤턴트들을 조종할 수 없다고 완전히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상식은 파괴되었고 상상 속의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상외의 더한 일들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렇게 창수와 벤잔은 마녀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뮤턴트 몇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 평범한 여인이 저런 뮤턴트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기는 힘들다.’
마을 주민들에게 듣기로 마녀는 혼자 산다고 했다.
혼자 사는 여인이 숲속의 뮤턴트들에게서 살아남아 왔다고 한다면 평범한 인간은 아닐 가능성이 컸다.
‘엘리스나 넬시아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
정말 마을 주민들의 주장처럼 뮤턴트들을 조종해 마을을 공격하게 하는 뮤턴트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창수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마녀의 집 쪽으로 접근했다.
그리고서는 마침내 마녀의 집을 발견했다.
마녀의 집은 허름한 폐가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버려진 집이었지만 집 앞마당에는 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위에 냄비와 함께 뭔가를 끓이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빨래로 보이는 것도 널려 있었기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마녀가 사는 모양인데.”
“마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누군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쩌지?”
“제가 접근을 해서 수색을 해 볼 테니 이곳에서 서포트를 해 주십시오. 뮤턴트가 접근하면 신호를 보내서 알려주시면 됩니다. 주변에서 퇴로로 될 만한 장소도 살펴 주시고요.”
“그…… 그러지. 알겠네.”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임을 벤잔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벤잔을 남겨둔 채로 창수는 은밀하게 마녀의 집으로 접근했다.
‘불을 뿜는다고?’
마을 주민에게 마녀가 불을 뿜어낸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헛소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창수는 이미 발화 뮤턴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작용 때문인지는 창수도 알 수 없었지만 호프 팀이 해체된 결정적인 이유가 호프 팀의 대원 하나의 신체가 발화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성이 없는 완전 뮤턴트화가 되어 가는 것에 결국 뮤턴트가 되기 전에 머리를 날려서 보내줘야만 했다.
그렇기에 마을 주민의 말도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조심스럽게 마녀의 집 근처로 다가가서는 귀를 기울였다.
‘집 안쪽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집 뒤쪽 마당인가?’
창수의 감각은 어지간한 인간이나 뮤턴트가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예리했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도 잡히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뭔가 위험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건 마치 전장에서 노련한 베테랑이 느끼는 것과도 같았다.
물론 그런 감을 느꼈다고 해서 무조건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위기감이 자신이 죽을 자리가 이곳이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창수는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집의 뒷마당으로 은밀하게 이동했다.
그리고서는 한 젊은 여인을 볼 수 있었다.
“뮤턴트?”
“……?”
창수의 목소리에 여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창수와 여인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여인은 자신의 존재를 꿰뚫어 본 창수에 위기감을 느끼고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손을 창수에게 내뻗었다.
불구덩이가 창수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
단 2~3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본래라면 피할 생각도 못 한 채로 불에 맞아 온몸이 타버리게 될 터였다.
하지만 창수는 피해냈다.
퍼엉!
“어…… 어떻게?”
여인은 경악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불덩이를 피한 존재는 없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뮤턴트들조차 절대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불에 피부와 살점 그리고 뼈까지 전부 타버렸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피한 것이다.
창수는 곧장 여인의 미간을 향해 자신의 소총의 총구를 겨누고서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그녀의 입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불완전 변이체?”
아직도 불완전 변이체를 인간으로 봐야 할지 뮤턴트로 봐야 할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창수의 머뭇거림에 여인은 곧바로 다음 불구덩이를 던졌다.
호프 팀의 동료와는 달리 온몸이 발화체는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듯했다.
꽤나 매력적이고 부러운 능력이었다.
물론 마냥 감상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창수는 다시 한번 몸을 던져 불덩어리를 피해야만 했다.
창수의 신체 능력이 조금만 떨어졌다면 피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 번이나 피해 버린 창수의 움직임에 마녀는 당황했다.
힘을 자각하고 난 뒤 처음으로 겪는 공포였다.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사람들을 뮤턴트로부터 구했다.
사람들을 구하고서는 뿌듯했다.
자신에게 이런 힘이 생긴 것은 신께서 자신에게 준 축복이고 사람들을 구하라는 사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이한 힘을 사용하는 여인을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불렀고 마녀라고 불렀다.
자신은 분명 뮤턴트들로부터 사람들을 구했는데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
결국 도망을 쳐야 했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숲속으로 도망을 친 그녀는 절망했지만 사람들을 위해 몇 번이고 뮤턴트들을 물리쳐 줬다.
그러면 사람들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순진한 생각이었던 듯했다.
“암살자?”
그녀는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킬러를 고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을 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향해 겨눈 채로 좌우로 움직이며 자신이 던지는 불덩이를 피하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총을 든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초이! 무슨 일이야!”
“뮤턴트?”
마녀는 뒷마당으로 인간이 아닌 웬 난쟁이 괴물이 튀어나오는 것에 당황했다.
문제는 그 난쟁이 괴물이 사람의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불? 마녀인가?”
“벤잔 님! 피하세요! 이봐요! 마녀님!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
창수는 마녀에게 연신 이야기 좀 하자고 공격을 하지 말라고 외쳤다.
물론 상대는 그럴 마음이 없는지 계속 공격하고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창수도 버티기는 힘들었기에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인간처럼 생겼는데? 인간 아닌가? 아! 그 1형 뮤턴트의 변종인가?”
벤잔은 얼른 나무 기둥 뒤로 숨어서는 마녀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나무 뒤에 있는다고 못 막는다니까요! 도망가요!”
“마녀치고는 너무 예쁜데!”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창수는 답답함에 짜증을 내려다가 마녀의 불덩이 공격을 피하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텅!
꽤나 둔탁한 총성이 울렸다.
불을 던지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듯했지만 신체 자체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설령 대단한 강도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창수의 총기의 파괴력은 2형 뮤턴트의 머리도 간단히 부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대전차탄 같은 고구경의 탄환이 마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녀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바람에 몸에서 힘이 쭈욱 빠졌다.
지금까지 이 정도의 위협을 받은 적은 단연코 없었다.
놀라운 힘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일반 여인에 불과한 그녀였다.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탄환에 면역 따위는 없었다.
공포에 질려서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무방비였다.
공격도 할 수 없이 다음번 탄환에 의해 분명히…….
‘죽는다.’
오직 죽음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신체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서 들려온 낯선 소음에 그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쿵!
뮤턴트였다.
“언제?”
눈앞의 창수에 온 신경이 가 있었던 것인지 뮤턴트가 이토록 가까이 온 줄 알지 못한 그녀였다.
“괜찮습니까?”
“예?”
분명한 사람의 목소리.
그런데 총구는 자신의 머리를 여전히 겨누고 있었다.
“불완전 변이체시죠? 저는 유엔군 호프 팀의 팀장이자 한국군 특전 사령부 소속의 특전대원 최창수 원사라고 합니다.”
“예?”
“옆에…… 하아! 이분도 당신과 같은 불완전 변이체 뮤턴트인 드워프 벤잔 님입니다.”
“예?”
“응? 자네 내가 뮤턴트인 걸 어떻게 안 건가?”
벤잔은 창수가 자신이 뮤턴트인 것을 알고 있는 것에 경악했다.
“아니! 그걸 왜 모릅니까! 아무튼 저희는 당신을 공격할 생각이 없습니다. 공격하지 않으시겠다면 저 또한 총구를 내리겠습니다.”
“…….”
창수의 말에 마녀 키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키나의 끄덕임에 총구를 내리는 창수였다.
그리고 벤잔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분명 감쪽같이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자네 정말 어떻게 안 거야? 그리고 드워프라니? 내가 드워프라는 뮤턴트인가? 그럼 이 여자는 정말 마녀야? 마녀라는 뮤턴트들이 존재하는 거야?”
“마녀?”
마녀 키나는 벤잔의 말에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창수가 알 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