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7화
157화
1형 뮤턴트를 간단하게 베어버린 3형 뮤턴트였다.
1형에서 3형까지는 뮤턴트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가 목격되었기에 가장 기본형 뮤턴트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뮤턴트는 1형과 2형이 가장 많았고 3형은 1형이나 2형보다는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형은 기본형 뮤턴트로 지정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9형인 하피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3형도 뮤턴트 중에서 기본형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전투력은 일반 뮤턴트를 압도했다.
소년을 덮치려던 뮤턴트를 베어버린 3형 뮤턴트는 소년도 베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창수는 3형 뮤턴트의 머리를 겨누며 탄환을 발사하려고 했다.
‘단번에 제압하지 못하면 죽일 수 없다.’
이론적으로 3형 뮤턴트의 신체를 파괴할 수 있는 자신의 소총이었다.
하지만 3형 뮤턴트는 각진 신체로 인해 전차의 경사 장갑과 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자칫 탄환이 튕겨 나갈 수 있었다.
창수는 정확하게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겨누고서는 곧장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창수의 조준선 상에서 3형 뮤턴트의 몸이 사라졌다.
“큭!”
거리만 가까웠다면 좋으련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다시 조준선 상에 3형 뮤턴트를 넣기 위해 총구를 움직였지만 3형 뮤턴트는 소년을 살상하기 위한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로 옮긴 뒤였다.
“초이! 뮤턴트들이 몰려온다!”
소년의 비명 때문인지 사방에서 뮤턴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도망을 치려면 지금뿐이었다.
물론 그렇게 도망을 친다면 소년은 죽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창수는 뜻밖의 것을 보게 되었다.
“뮤턴트를 공격한다?”
1형과 3형의 종이 달랐으니 서로 싸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3형 뮤턴트는 뭔가 달랐다.
“사…… 살려…….”
퍼억!
소년을 공격하려던 뮤턴트를 향해 3형 뮤턴트가 자신의 신체 탄환을 쏘아댔다.
그건 마치 소년을 보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을 보호한다고? 설마?”
창수는 몰려드는 1형 뮤턴트를 베어내며 소년까지 보호하고 있는 3형 뮤턴트에 불완전 변이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설마 불완전 뮤턴트냐?”
“초이 님! 파이어 볼!”
이제는 마법사가 되고 싶은 건지 키나는 마법사 같은 시동어를 외치며 손에서 불을 던져 댔다.
당연하지만 그녀에게 시동어 따위는 전혀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잠시 얼이 빠져 있던 창수를 향해 달려오던 뮤턴트가 불에 타버리며 터져 버렸다.
창수는 자신의 뒤에서 터지는 화염의 불꽃에 움찔거리지도 않은 채로 총구를 들어 소년에게 달려드는 뮤턴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머리가 터져 나갔다.
탕!
빗나가는 총알은 없었다.
마치 기계처럼 뮤턴트의 머리가 하나둘씩 터져 나가며 땅바닥에 뮤턴트들의 시체만 쌓였다.
창수가 소년을 보호하자 3형 뮤턴트는 부담 없이 몰려드는 뮤턴트들을 상대했다.
이미 도망갈 시기는 늦어버렸다.
벤잔과 키나도 별수 없이 뮤턴트들과의 전투에 돌입해야만 했다.
소년을 중심으로 창수와 벤잔 그리고 키나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3형 뮤턴트까지 모여서는 싸워야만 했다.
1형 뮤턴트는 꽤나 숫자가 많았지만 최강의 파티원들에게는 숫자만 많을 뿐이었다.
이내 수많은 뮤턴트들의 시체만이 남겨졌다.
생각보다는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남은 뮤턴트들은 서로를 뻘쭘하게 바라보았다.
“저기 초이 님. 저희와 같은 거죠?”
창수는 힐끔 3형 뮤턴트를 살폈다.
처음 볼 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유엔 산하 특수부대 무력개입여단((Force Intervention Brigade, FIB) 소속입니까?”
3형 뮤턴트는 다른 뮤턴트들과는 달리 군복을 입고 있었다.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이 날카롭게 금속체로 되어 있었기에 의복은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눈앞의 3형 뮤턴트는 UN군 휘장이 박혀 있는 정규 군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군복 안쪽의 안감에 잘려나가지 않게 어떤 작용이 되어 있는 듯 보였다.
무력개입여단은 유엔 평화 유지군 내에서 평화 임무가 아닌 전투 임무 부대로 최초 창설된 부대였다.
창설 시기는 2013년이었고 아프리카 내전이 도저히 평화 유지 임무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상임이사국들과 비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오직 전투 임무만을 위해 창설된 부대였다.
그 당시 대한민국도 비상임이사국으로 무력개입여단의 창설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유엔법상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부대였지만 특수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만들기도 힘들지만 없애기도 힘든 법이었기에 무력개입여단은 유엔군의 특수부대로 꽤나 요긴하게 이용되었다.
창수의 호프 팀이 뮤턴트 대응 전문 특수부대로 창설되어 활동했지만 실제 호프 팀은 미군 특수전사령부의 지원을 받는 다목적 특수팀에 가까웠다.
결국 호프팀이 UN군 산하 조직임에도 UN군이 마음대로 지휘를 하기 어려웠다.
그에 반해 무력개입여단은 UN군이 독자적으로 특수군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창수는 무력개입여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무력개입여단에 불완전 변이체라니.’
전 세계 각국 그중에서 미국의 지원금에 크게 의존하는 UN 본부였으니 실제 전력은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물론 과거의 UN 평화 유지군의 일 년 유지비용만 2조 원이 넘어갈 정도였기에 어지간한 중소 국가의 무력은 가지고 있었다.
창수의 질문에 3형 뮤턴트는 창수를 바라보고서는 거수경례를 했다.
“UN군 산하 특수 무력개입여단 소속의 아룬 중사입니다. 영웅 최 원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룬?”
창수는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서는 이내 머릿속에 잊고 있던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인도네시아!”
“예.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목소리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목소리였다.
입에서 고주파를 쏘아내던 3형 뮤턴트였기에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과거 헤인트 조직 박멸을 위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밀림 은거지를 급습했을 때 발견했던 3형 뮤턴트의 불완전 변이체인 아룬이었다.
UN군에서 회수해 간 아룬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창수도 알지 못했다.
“최 원사님 덕분에 그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내 덕분은. 잘 지내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이곳에 혼자?”
“아! 임무 중에 낙오했습니다.”
창수는 자신처럼 특수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낙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외로 특수부대 임무 중에 낙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원사님께서는? 어떻게?”
“아! 나도 낙오했어.”
“원사님과 같으신 분이 낙오라. 처음에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아룬은 창수를 남미에서 보게 되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UN군 특수 연구소에서 연구와 검사를 받고 나중에 무력개입여단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자신을 사살하지 않고 구해준 호프 팀의 창수에 대한 소식은 전해 들을 수 있었지만 창수와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적은 없었다.
아룬에게 있어서 창수는 생명의 은인이었다.
아룬은 창수의 옆에 서 있는 벤잔과 키나를 보았다.
벤잔이야 인간과 뭔가 다른 외모를 하고 있었고 키나도 손에서 불덩어리를 던져 댔으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인간이 아닐 터였다.
“불완전 변이체들을 매번 구하시는군요.”
“아! 뭐 그렇게 되었네.”
창수는 아룬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을 제외하고 전부 불완전 변이체였다.
“어디로 복귀하면 되지?”
“모르겠습니다. 임무 중에 전원 사망을 해서 복귀 장소를 알지 못합니다.”
“아! 그런 거야? 흐음! 곤란하겠네.”
어떤 위험한 임무였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특수부대원들이 전멸할 정도였다면 매우 위험한 임무였을 터였다.
“원사님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아! 일단 멕시코로 갈 예정이야. 지금은 호프 팀 소속이 아니라 한국군 소속이라 최종 목적지는 한국이 될 수도 있고.”
“그렇군요. 그렇다면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뭐 상관없지.”
아룬이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창수의 팀에 구해진 소년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딱히 고맙다는 말을 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창수는 소년이 안전하게 몸을 피했기를 기도했다.
신을 믿지 않는 창수였지만 빌어먹을 세상은 신의 축복이나 기적이라도 바래야만 했다.
“저기 안녕하시오. 나는 벤잔이라고 하오. 내가 무슨 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이가 나를 드워프라고 부르는 불완전 뮤턴트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녀인 키나라고 합니다. 저도 불완전 뮤턴트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3형 불완전 뮤턴트인 나이트 아룬 중사라고 합니다.”
세 불완전 뮤턴트는 서로 통성명을 했다.
그리고 호기심이 유독 많은 벤잔은 아룬을 살펴보며 궁금증을 물었다.
“혹시 몸 안에 핵연료가 들어 있소?”
“무슨 말씀이시죠?”
“아니 몸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에너지를 어떻게 얻나 싶어서요.”
벤잔의 질문에 아룬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1형 뮤턴트의 몸에 자신의 팔을 찔러 넣었다.
푸욱!
“……?”
뮤턴트의 몸에 팔을 찔러넣자 뮤턴트의 몸이 왠지 모르게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룬의 팔 위로 붉은 피가 올라오면서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뮤턴트의 피 안의 철분 성분을 흡수합니다.”
육체를 먹지 않는 대신 피를 흡수하는 3형 뮤턴트였다.
꽤나 공포스러운 광경이었지만 벤잔과 키나는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은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는 키나의 불에 타서는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는 뮤턴트의 시체로 시선이 옮겨졌다.
불완전 뮤턴트도 먹는데 불완전 뮤턴트인 자신들도 못 먹을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은 저 먹을 것이 없어서 먹었었어요.”
“그래? 실은 나도 그래.”
수군거리는 키나와 벤잔에 창수도 별수 없었다.
가장 넉넉한 식량이 그것뿐이었다.
* * *
아룬과 합류하게 된 창수의 파티는 더욱더 강력해졌다.
사람들을 습격하는 뮤턴트를 쓸어버리면서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최 원사님.”
“아니야. 죄송할 건 없어.”
마을을 습격하던 뮤턴트들을 쓸어버리고 마을을 구하기도 했지만 아룬의 모습에 인간 마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벤잔까지는 TV에서 보던 특이한 외모의 난쟁이라고 주장을 할 수라도 있었지만 아룬은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군복을 입고 있어도 외부로 드러나 있는 금속의 광택으로 인해 뮤턴트임을 들켜 버리는 것이다.
불완전 뮤턴트라고 이야기를 해 봐야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이유에 불과했다.
결국 멕시코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노숙을 해야만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콜롬비아야. 그 위로 파나마를 거쳐 올라가면 중미고. 그런데 전에 들으니까 파나마 운하를 넘기 힘들게 되었다고 하던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관통하는 해양로인 파나마 운하는 완전히 봉쇄되었다.
남미의 뮤턴트들이 중미를 거쳐 북미까지 올라가지 못하도록 높다란 장벽이 세워졌고 운하도 가득 물이 채워져서는 넘어가기 힘들어졌다.
당연하게도 파나마 운하의 남쪽으로는 수많은 인간들이 몰렸다가 지금은 뮤턴트 변이체들에 의해 점령되어 있었다.
남쪽에서 배라도 구해서 바다를 건너 위로 넘어가야 할 판이었다.
일단 파나마 쪽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했기에 그곳까지는 가 봐야 했다.
그렇게 네 명의 파티원들은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