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62화 (162/351)

▣ 제162화

162화

남부 멕시코에서 상륙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백 대의 전차와 장갑차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완전 무장을 한 군인들은 육지에 발을 내딛자마자 바로 엄폐물을 향해 내달렸다.

적은 없었다.

이미 강습부대가 먼저 상륙지를 확보하면서 아군의 안전한 상륙전을 지원하고 있었다.

“상륙 지점 인근의 특이 사항은?”

“현재는 없습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상륙해서 부대들 전개 시켜.”

“알겠습니다!”

귀중한 전력이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낯선 땅에 와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 소모할 전력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7기동군단의 사령관은 상륙함 주변의 미군 국기를 단 해군 함정들을 바라보았다.

한국군 단독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미 해군의 지원을 통해 세계에서도 손안에 꼽히는 육군 전력이 상륙전을 감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7기동군단 전력의 반도 안 되는 전력이다.’

선발대였지만 그 선발대만으로도 웬만한 국가의 육군 전체 전력에 맞먹는 전력이자 화력이었다.

적이 있는 곳으로의 상륙전이었다면 끔찍할 정도의 피해를 보았을 터였지만 상륙지는 평온하기만 했다.

사실상 행정 상륙이었다.

그런 행정 상륙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시작된 상륙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태에서도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꼬박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륙지에 저지선을 구축했다는 보고입니다!”

“자주포대의 전개가 완료되었습니다!”

“지휘 막사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하나하나 문제 될 것 없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피해 없이 상륙이 완료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안도하고 있을 때 사고가 터지는 법이었다.

“저지선에서 뮤턴트와의 교전 발생! 교전 발생!”

총탄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온종일 상륙함과 상륙정들이 오가며 일으키는 소음만으로도 전쟁터 같은 바다였다.

다만 어둑어둑해지는 육지 쪽으로 환한 조명탄이 터지고 번쩍이는 불빛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숫자와 형은?”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형은 1형으로 확인됩니다!”

“1형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확인되었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뮤턴트들에게 점령된 멕시코를 해방하기 위한 지원 부대였지만 실상은 점령 부대였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사이에서 미군이 대대적인 단속과 국경 차단 작전을 시행했다.

엔젤의 미국 내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과거 마약과 난민들의 유입을 막아왔던 미국 정부였지만 이번에는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막았다.

그렇게 남미에서 출발한 엔젤들은 미국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멕시코에서 유통되었다.

그리고 멕시코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1억3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던 멕시코였다.

거기에 더해 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피난민들까지 몰려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멕시코에 발이 묶였다.

과거였다면 비록 미국 입국은 실패해도 미국 영토 내의 난민 수용소로 옮겨졌을 터였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되지 않았다.

밀려드는 난민들에 미국 정부는 난민들에게 발포까지 해가며 국경에서 몰아내었다.

그렇게 넘쳐나는 사람들과 엔젤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뮤턴트를 발생시켰다.

변이 유발물질만 조심하면 된다지만 이미 현대 문명은 수많은 화학물질과 함께하고 있었다.

더욱이 엔젤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밀반입하려던 마약까지 멕시코에 남게 되자 뮤턴트의 창궐은 예약되어 있는 것이었다.

뮤턴트가 2억 마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백 수천만 마리가 될지 몰랐고 남미에는 4억 명의 인구가 있었다.

그들 전부가 뮤턴트가 되지는 않겠지만 미군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파나마를 틀어막아서 시간을 벌고 있었지만 멕시코를 안정화하는 데 전력 소모를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한국군의 전력은 미국 정부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미국과 러시아 다음의 육군 전력을 가진 대한민국이었다.

지켜야 할 땅이 너무나도 넓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대한민국은 좁은 영토로 인해 전력도 모여 있었다.

물론 대륙에서 몰려올 뮤턴트들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전력이었지만 한국 땅은 너무나도 위험한 배수진 위의 땅이었다.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지만 만에 하나 밀린다면 전 국민이 도망갈 곳도 없이 전부 전멸을 할 곳이었으니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미국의 속셈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무엇보다…….

“포탄과 탄약은 충분한가?”

“예! 미군 수송선에서 탄약과 포탄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군에 공중 지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아직은 미군의 지원이 절실했다.

한국에서도 포탄과 탄약 등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원료가 부족해지고 있었고 식량 또한 부족했다.

대한민국 땅에서 8,000만 명이 전부 생존하기에는 불가능했다.

‘지금 한반도에는 오백만의 병력이 있다.’

예비군 전부가 군인으로 징집되었다.

본래는 대학생이 되어야 할 학생들도 전부 군인으로 징집되었다.

취업 준비생과 일자리가 사라진 청년들도 재징집이 되었기에 대한민국에는 온통 군인들만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7기동군단이 멕시코에 교두보를 만들면 한반도에 있는 500만의 병력도 순차적으로 태평양을 건너게 될 것이었다.

그 때문에 세계 최대의 조선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은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를 대형 함정을 쉴 사이 없이 찍어내고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는 한민족의 반만년의 터전인 한반도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한반도를 지켜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한민족이 멸망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이다.

두두두두!

미 항공모함에서 헬기들이 육지로 황급히 날아 들어갔다.

최첨단의 전투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아니 과잉 전력이었다.

미국마저도 유지비가 과도한 첨단 전투기는 뮤턴트전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전투기의 무덤에 보관되어 있던 구식의 전투기들을 황급히 재생시켜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뮤턴트들을 격퇴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투 경험이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참모의 말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뮤턴트와의 전투와 전쟁은 인간들과의 전쟁과는 달랐다.

사실 7기동군단의 전력도 과잉 전력이었지만 어설픈 전력으로 피해를 보느니 과잉 전력이 낫다고 여겼다.

“북쪽에서 접근 중인 뮤턴트들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포격 지원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요란한 소음이 주변의 뮤턴트들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계속 뮤턴트들을 끌어들이게 될 터였다.

“자주포로 격멸해!”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육지에 전개된 k-9 자주포가 포신을 돌리고 긴급 포사격을 가했다.

단숨에 수백 미터를 달려오는 뮤턴트들로 인해 포사격도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육지에서 바다까지 들려오는 포격 소리에 아직 상륙하지 못한 장병들은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느껴야만 했다.

“빌어먹을! 이딴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이 새퀴야! 누군 이딴 곳에서 죽고 싶겠어! 정신 똑바로 못 차려!”

북한 땅에서 뮤턴트들과의 전투로 나름 베테랑이 되었다고 생각을 한 장병들이었지만 며칠을 태평양을 건너온 이름도 모를 땅에서 죽고 싶은 이들은 없었다.

더욱이 상대는 포로 따위는 모르는 식인 괴물들이었다.

시체조차 온전히 남지 못할 것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베테랑들도 공포에 물들었다.

“우리는 최강의 7기동군단이다! 뮤턴트들 따위한테 안 져! 더욱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 놈들도 함께 싸우고 있다고! 전 세계의 모든 뮤턴트들을 전부 우리 손으로 박살 낼 거야! 알았냐?”

장병들은 미군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뮤턴트들을 물리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시작해 남미의 뮤턴트들을 전부 처리하고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돌며 뮤턴트들을 박멸하는 일에 대한민국의 제7기동군단이 활약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제길! 이런 일을 하게 될 거면 멕시코가 아니라 일본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일본부터 정벌해야지! 하여간 윗대가리들은 영 머리가 안 돌아가!”

뮤턴트들이 득실거린다는 일본을 정복하는 것이 더 보람될 것이라 생각하는 장병들도 있었다.

“야! 방사능에 오염된 땅 뭐하려고!”

“아! 맞다! 하긴 그렇긴 하네. 그래도 멕시코는 너무 멀다.”

“그렇다고 중국으로 밀고 들어갈 수도 없잖아.”

“그렇긴 하지.”

중국에서도 뮤턴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장병들도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십 미터도 넘는 거대한 장벽들이 설치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장벽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7기동군단이 대륙으로 나갈 일은 없어 보였다.

“잡담하지 말고 움직여! 우리 차례다!”

해가 지고 있었지만 상륙은 계속되고 있었다.

수십 척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상륙함들과 군함들의 조명 아래 7기동군단의 선발 부대는 멕시코에 상륙했다.

* * *

“모든 사태의 원흉이 헤인트라는 마피아 조직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세계 각국이 달려들었는데 어째서 그 헤인트를 잡지 못한 거죠?”

창수는 키나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헤인트의 조직원들을 잡아왔던 창수였다.

헤인트는 그리 큰 조직은 아니었다.

남미의 마피아들 중에 대형 조직들은 수천 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지만 헤인트는 고작해야 이백 명이 될까 싶을 정도로 크지 않은 조직이었다.

창수의 손으로도 수십 명의 헤인트를 사살하거나 체포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씨가 말랐어야 했지만 헤인트의 머리인 두목은 끝까지 잡지 못했다.

엔젤의 원천 물질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일반 사람들에게서 헤인트의 조직원들을 구분하기 어려워서인가? 하긴 마피아하고 일반인들하고 쉽게 구분이 되는 건 아니니까.”

“아니요. 헤인트의 구분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응?”

창수는 헤인트 조직원들의 구분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요?”

“문신.”

“문신?”

“자신들이 천사라고 여기는 놈들이라 천사의 날개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있습니다.”

마피아라고 하기보다는 이제는 광신도에 가까웠다.

자신들은 세상을 구원할 천사의 전사들이라 칭하는 광신도들이었다.

그렇게 등뿐만 아니라 손등에도 그리고 이마에도 특유의 천사의 날개를 그려놓았다.

“하지만 천사 날개는 꽤나 흔한 문신이잖아.”

확실히 천사의 날개 문신은 흔했지만 광신도들인 헤인트의 조직원들은 흔해 빠진 천사의 날개를 문신으로 하지는 않았다.

아는 이들이라면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천사의 날개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는 헤인트였다.

그리고 창수는 그 천사의 날개 문신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한가하게 헤인트를 쫓고 있을 틈은 없었다.

한국군이나 미군과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 했다.

그렇게 계속 북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도망쳐! 빨리! 도망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장을 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무법천지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너무나도 흔한 광경이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이었다.

구해준 이들이 자신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이 너무나도 흔해 빠졌다.

“낄낄낄낄! 한 놈도 남김없이 잡아! 계속 도망가는 놈은 죽여 버려라!”

“예! 대장!”

도망을 가는 사람들을 사냥하는 무장 병사들의 대장은 지프의 조수석에 서서는 낄낄대고 있었다.

간간이 총구를 하늘 위로 겨누고서는 쏘아대는 것이 마치 자신이 세상의 주인인 듯한 태도였다.

주변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뮤턴트 때문에 어지간하면 총을 사용하지 않아야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자신을 보란 듯이 드러내고 있는 무장 병사 대장의 모습을 창수는 숨어서 보다가 두 눈을 크게 떠야만 했다.

“헤인트?”

무장 병사 대장의 손목에 헤인트의 천사 날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