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3화
163화
이런 곳에서 헤인트의 조직원을 만나게 될 줄은 창수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요? 최 원사님.”
아룬은 당장 지시만 내려 준다면 헤인트의 조직원을 생포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자신들의 임무는 아니었지만 세상을 이렇게 만든 헤인트에 대한 분노는 무척이나 컸다.
당장 아룬 자신만 해도 영원히 뮤턴트로 살아야만 했고 창수를 제외한 나머지 둘도 인간이 아니게 된 이유가 헤인트 때문이었다.
“생포해.”
창수도 헤인트가 아니었다면 모른 척하고 넘어갔을 터였지만 헤인트인 이상 확인을 해 봐야 했다.
단순한 낙오자인지 아니면 헤인트라는 조직이 이 근처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창수의 허가에 따라 창수의 팀은 헤인트를 생포하기로 했다.
“일단 제가 한 방 먹일게요!”
“저놈은 죽여서는 안 돼!”
“예!”
마녀 키나가 커다란 불덩어리를 만들었다.
마치 군대의 공용 화기 같은 그녀였다.
도망치는 사람들과 쫓고 있는 무장 병사들의 사이로 불덩어리가 날아들었다.
퍼엉!
사방으로 화염이 비산하고 화염에 닿은 무장 병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바닥을 뒹굴었다.
“뭐? 뭐야? 어디냐? 어디냐고?”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하는 무장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장 병사들의 당황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텅!
가슴이 날아가며 훌쩍 뒤로 몸이 날아가 버렸다.
창수의 팀의 숫자가 적었기에 전부 생포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남은 이들은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
‘탄환도 부족하네.’
더 이상 보급이 되지 않는 탄환이었기에 창수는 마지막 탄환을 소비하고서는 무기를 버렸다.
다시 멕시코까지 가서 아군과 합류하게 되면 탄약 보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창수는 자위를 위해 가지고 있던 권총을 꺼내서는 무장 병사들의 머리를 노렸다.
“저쪽이다!”
결국 무장 병사들은 창수들이 있는 곳을 확인했다.
이내 기관총으로 창수가 있는 방향을 향해 연발로 쏘아대었다.
팅! 팅팅팅!
총탄이 마치 금속판에 맞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런 소리가 들린 것인지 의아해할 때 그들은 묵빛의 검은 형체를 볼 수 있었다.
“뮤…… 뮤턴트다.”
그냥 일반 뮤턴트라면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자신들도 엔젤을 먹었고 총도 가지고 있었기에 뮤턴트의 머리를 날려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무장 병사들이 본 뮤턴트는 일반 뮤턴트가 아니었다.
“사…… 삼형이다! 도망쳐!”
일반 소총으로도 타격을 주기 힘든 것이 3형 뮤턴트였다.
3형 뮤턴트를 제압하려면 대물저격총이나 대전차 미사일은 사용해야만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장갑차의 고구경 기관총이나 기관포가 있어야 했다.
그것도 3형 뮤턴트가 기동 중이 아닌 멈춰 있을 때 기습을 가해야만 했다.
자신들이 가진 무기로는 3형 뮤턴트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안 무장 병사들은 고민을 할 것도 없다는 듯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놈들!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지 마! 뭐하는 거야! 빨리 도망쳐!”
도망을 가는 부하들에 헤인트의 문신이 새겨진 남자는 운전사에게 빨리 도망을 치라고 외쳤다.
부하들의 목숨 따위는 상관없었다.
오직 자신의 목숨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이미 아룬은 지프의 엔진부에 자신의 금속 팔을 찔러 넣은 뒤였다.
붉은 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에 공포에 질렸다.
“이 망할 괴물 놈이!”
헤인트의 문신을 한 남자는 자신의 권총으로 아룬의 얼굴 부분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일반 권총은 아닌지 꽤나 멋들어지게 커스텀이 되어 있었고 위력도 상당했다.
타앙! 타앙! 타앙!
아룬의 얼굴 부분이 찌그러지고 흠집이 생겼다.
만일 생포가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일단 운전사부터 처리하자며 아룬은 자신의 금속 팔을 예리하게 만들고서는 운전석 운전사의 가슴에 찔러넣었다.
쿨럭!
“아…… 아으! 아으!”
폐에 구멍이 났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은 나오지 않고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왔다.
뮤턴트가 아닌 인간의 피를 흡수하지 않는 아룬이었기에 금속 팔 사이로 붉은 피들이 흘러내렸다.
‘얼굴 흠집은 나중에 고쳐야겠군.’
창수가 없었다면 인간의 피도 자신의 신체 복구에 사용했을 터였지만 괜히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진 말자며 자제하는 아룬이었다.
그렇게 무장 병사들은 도망을 쳤고 운전사는 죽었으며 남은 이는 헤인트의 문신을 한 남자만 남았다.
타앙! 철컥!
권총의 탄약이 바닥이 난 듯했다.
빠르게 탄창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때 헤인트의 문신을 한 남자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이 겨누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림없다!”
이미 엔젤을 먹은 뒤였다.
뮤턴트가 아닌 일반인들 따위는 자신을 이길 수 없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이를 향해 팔을 뻗었다.
뮤턴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인질로 삼든 방패로 삼든 할 생각이었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최후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렇게 총구를 피해냈지만 남자의 상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상대는 창수였다.
엔젤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도 엔젤을 먹은 인간보다 강한 군인이었다.
창수는 저항하는 남자에 그럴 줄 알았다며 군홧발로 무릎을 후려 찼다.
빠각!
살아가는 동안 꽤나 힘들 터였다.
“크윽!”
그나마 엔젤로 인해 고통은 크지 않았고 망가진 신체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복과 함께 강화된 육체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되었다.
덩치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어딘가의 군인 출신이거나 경찰 출신인 듯했지만 창수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되지 않았다.
창수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서는 훌쩍 들어 올려서는 땅바닥에 처박았다.
쿵!
“커억!”
폐 안에 가득 차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밀려들어 왔다.
엔젤이 없었다면 과도한 고통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보자. 입 좀 벌려 봐라.”
창수는 이미 이런 자들을 수도 없이 상대해 봤기에 손으로 턱을 움켜쥐고서는 강제로 벌렸다.
저항을 하려는지 남자가 창수를 향해 팔을 내저었지만 창수는 간단하게 팔을 잡아서는 살짝 힘을 주어 팔을 부러트려 버렸다.
눈 깜빡이지 않고 무릎과 팔 하나를 부숴버리는 창수의 모습에 아룬뿐만 아니라 벤잔과 키나도 살짝 몸을 떨었다.
순둥순둥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거침없는 창수였다.
같은 나이에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어려 보이는 면이 있다.
거기에 더해 창수는 군인답지 않게 피부도 좋아서 더욱 어려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제법 오랫동안 수염을 밀지 않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려 보이다 보니 성격이 다소 유해 보였다.
“음! 주둥이에는 없네. 뭐 네놈들 수법이야. 내가 모를 수가 없지.”
창수는 남자의 옷을 자신의 날카로운 대검으로 갈기갈기 찢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초이 님?”
“아! 이놈들 몸에 변이 유발물질 투약기를 감춰 두는 경우가 있어서요.”
창수가 남자의 옷을 전부 찢어버리는 것에 얼굴을 붉히는 키나였다.
간단히 설명 후에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야만 했다.
숨겨놨던 무기도 몇 개 떨어졌고 창수는 엉덩이 사이까지 샅샅이 뒤져서는 변이 유발물질 투약기를 찾았다.
“크윽! 네놈. 누구냐?”
“호프.”
“……?”
호프라는 말에 헤인트의 조직원이었던 베루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도…… 동양인? 호…… 혹시?”
얼굴에 수염이 나 있었지만 누가 봐도 동양인인 창수의 모습에 베루는 뭔가가 떠오르는 듯 보였다.
“누구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거다.”
“사신.”
“사신이라. 오랜만에 듣네. 네놈들한테는 말이야.”
창수는 역시나 헤인트라는 생각에 하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지? 그리고 네놈이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해도 어떻게든 열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겠고.”
창수는 베루에게 협박을 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고문을 해도 광신도들인 헤인트는 입을 좀처럼 열지 않았다.
막상 잡고 봤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기억으로 소득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창수였다.
‘괜한 짓을…….’
창수가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을 할 때 베루가 입을 열었다.
“다! 말할게! 다 말할 테니까 나를 죽이지 말아 줘!”
“뭐?”
“다 말한다니까! 헤인트의 본부 위치를 묻는 거지? 망했어! 완전히 망했다고!”
“망했다고?”
호프 팀에서 나오고부터 헤인트에 대한 정보 습득이 어려워졌다.
아직도 전 세계 곳곳에서 헤인트가 암약하며 엔젤을 퍼트리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시도는커녕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지만 세상에는 생각 이상으로 미친 인간들이 넘쳐났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헛고생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광신도들 같던 헤인트의 조직원이 모든 것을 다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망했다니 무슨 소리야?”
“뭐야? 벌써 꽤나 되었는데 왜 모르는 거지? 아! 호프에서 사신이 나갔다고 들었는데.”
베루는 천국의 전사라고 여기던 자신들에게 악의 사신으로 불렸던 창수가 호프 팀에서 나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물론 나갔다고 해서 창수가 사신이 아니라는 것도 아닐 터였다.
“그놈들. 네놈들을 조종하던 그놈들이 우리를 배신했다.”
“그놈들?”
“후후후후! 시작은 우리가 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우리가 아니야. 우리 같은 작은 조직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일 능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거냐?”
“…….”
창수는 옛날부터 느끼고 있던 어떤 음모론이 사실이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눈앞의 베루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헛소리!”
창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벤잔과 키나 그리고 유엔 무력개입여단 소속의 아룬도 있었기에 베루의 말을 부정해야만 했다.
“헛소리가 아니야! 그놈들이 천사를 가지고 갔다!”
“천사?”
“그래! 네놈들이 그토록 찾던 엔젤을 만들기 위한 천사! 그 천사를 네놈들이 가지고 갔단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듯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어 줄 수도 없었다.
베루의 말뿐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 천사가 어디에 있었던 거지?”
“후우! 그거 말이냐? 키키킥! 볼리비아에 있었지. 아니 지금도 있어. 그걸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거든. 사신 너도 그 천사를 본다면 너도 신의 섭리를 느끼게 될 거다.”
“아직 볼리비아에 남아 있다는 거냐? 엔젤의 원천 물질이?”
“그래. 본체는 잘난 네놈들이 어딘가로 가지고 갔지만 볼리비아에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그리고?”
창수는 뭔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베루에 뭔가가 더 있음을 느꼈다.
“히히! 네놈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우리 두목이 그곳에 있다.”
“두목?”
“그래. 그곳에 두목이 있다.”
“뮤턴트가 된 거냐?”
“그래. 평범한 뮤턴트는 아니지. 과연 사신은 그 괴물을 죽일 수 있을까?”
창수가 무수하게 많은 뮤턴트들을 죽여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자신하는 베루였다.
물론 창수가 볼리비아로 가서 헤인트의 두목을 처치해야 할 의무나 이유는 없었다.
다만 아룬의 붉은 눈에서 살의가 피어올랐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이들의 원수가 바로 헤인트의 두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