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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66화 (166/351)

▣ 제166화

166화

창수는 벤잔의 부탁에 노예로 부려지고 있는 난쟁이들을 구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루사라는 난쟁이 여인이 벤잔처럼 난쟁이가 아닌 드워프가 되었다지만 그녀는 전투는커녕 싸워 본 적도 없는 여인이었다.

아무리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가진 힘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의미 없는 법이었다.

힘을 사용한다는 것은 신체의 테크닉적인 부분도 중요했지만 멘탈인 정신적인 부분도 중요했다.

루사는 둘 다 부족했기에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난쟁이들을 구하는 건 창수와 벤잔 그리고 키나 정도만이 할 수 있었다.

‘아룬이 있었으면 쉬웠을 텐데.’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벤잔과 키나였다.

전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인질 구출과 같이 전문적인 특수 임무에는 벤잔과 키나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창수 혼자 해결해야 했다.

단독 임무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단독으로 해서 될 임무가 아니었기에 창수는 인질 구출 임무가 터무니없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 위험하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라 인질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자칫 인질들의 희생만 생길 수 있습니다.”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겠어?”

“그건 벤잔의 생각이고요, 죽는 것보다 노예로 살아남을 것을 택하는 이들도 있어요.”

긍지와 삶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긍지겠지만 누군가는 삶 그 자체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삶을 택할지도 몰랐다.

창수의 말에 벤잔은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지만 자신만의 주장을 계속하지는 않았다.

당장 자신도 괴물인 뮤턴트가 되었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일단 그들이 갇혀 있다는 곳으로 가 봅시다. 그곳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난 뒤에 인질 구출을 할지를 결정해 봐야 할 겁니다.”

시작도 전부터 겁을 먹고 포기할 창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난쟁이들이 사로잡혀 있다는 곳으로 향한 창수의 일행들은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 난쟁이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고된 노동이라고는 하지만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노동의 효율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난쟁이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은 아무리 봐도 효율적이지 않았다.

* * *

“저 난쟁이들이 생산해 내는 식량보다 먹어치우는 식량이 더 많지 않아?”

“그러게. 여자들만 남기고 남자들은 전부 죽이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러면 우리가 일을 해야 하잖아.”

“끄응! 그게 문제긴 하지. 몸이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약하잖아.”

난쟁이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던 마피아의 조직원들은 어린아이 장난질 같은 난쟁이들의 움직임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난쟁이라 식량을 덜 먹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 먹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도망을 가진 않아서 다행이지.”

“제까짓 것들이 도망을 가면 어디로 갈 것이며 도망을 간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어.”

난쟁이들을 감시하는 것은 무척이나 허술했다.

사실상 감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도망을 가고 싶어도 도망을 갈 곳도 없었지만 도망을 가도 뮤턴트들이 득실거리거나 다른 탐욕스러운 인간들에게 붙잡혀 좋지 못한 꼴이나 당할 터였다.

그나마 고되어도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마피아들이 난쟁이들에게는 오히려 은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도망을 가지 못하게 감시를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감시를 하기보다는 방치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남자 난쟁이들을 죽이지는 못했다.

“여자 난쟁이들은 언제 오나?”

“왜? 히히! 오늘도 즐기게? 취향도 참.”

“그러는 네놈은. 키키키!”

마피아의 조직원 둘이 잡담을 하는 목소리에 둘의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난쟁이 남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남자 난쟁이들이 살아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자 난쟁이들 때문이었다.

같은 장애를 가진 것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있는지 서로 혈연적으로 상관이 없는 난쟁이들이었지만 서로에게 깊은 애착감과 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힘이 없어서 여자 난쟁이들이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고 있어도 참아야 했지만 여자 난쟁이들을 위해 남자 난쟁이들은 몸이 부서지라 일을 했고 여자 난쟁이들도 남자 난쟁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욕을 감수하고 있었다.

‘만일 우리에게 힘이 있다면…….’

몇몇 난쟁이들은 자신들의 힘 없음에 치를 떨며 분노했지만 현실은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봐야 바뀌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굴한 삶이나마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면 감수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점차 패배감과 절망감의 노예가 된 난쟁이들은 완전히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난쟁이들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고 감시를 하는 마피아 조직원들은 잡담이나 나누다가 나중에는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한 난쟁이가 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 장작을 모으러 숲 가까이에 다가갔다.

물론 언제 뮤턴트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숲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 자신을 도와줄 인간 감시자로부터 멀리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나무의 잔가지들이나 줍고 있을 때였다.

“레일리.”

“……?”

익숙한 목소리였다.

“루사?”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고 했다.

얼마에 팔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어본다고 자신에게 대답을 해 줄 리는 없었다.

루사를 좋아하던 레일리로서는 하늘이 무너질 충격이었지만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레일리.”

“……?”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루사의 목소리에 레일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숲속이었다.

시커먼 어둠은 아니었지만 그림자가 진 숲 안쪽은 레일리에게 두려움의 장소였다.

하지만 또다시 선명하게 들려온 루사의 목소리가 레일리의 귀를 간지럽혔다.

“레일리. 저 루사예요. 숲 안으로 와 주세요.”

“루사? 정말 루사야?”

“예. 조용히 몰래 안으로 와 줘요.”

루사의 말에 레일리는 홀린 듯이 숲 안으로 들어갔다.

“루사. 어디 있어? 루사?”

루사를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루사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일리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손아귀에 놀라 몸을 버둥거렸다.

그리고서는 루사를 볼 수 있었다.

“레일리.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저예요 루사.”

“읍!”

레일리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커다란 덩치의 여인이 루사라고 하는 것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일리가 알던 루사는 더 왜소하고 신체도 부자연스러웠다.

눈앞의 여인도 난쟁이이기는 하지만 체격이 다부지고 강인해 보이는 난쟁이였다.

“레일리. 믿기 어렵겠지만 저는 루사예요. 제 아버지는 게루. 어머니는 엘리자. 당신에게는 남동생이 둘 있고 당신은 하와이에 가고 싶은 것이 꿈인 레일리.”

처음에는 루사가 아니라며 발버둥을 치던 레일리는 오직 루사만이 알고 있을 이야기를 하는 것에 발버둥을 멈추었다.

그렇게 발버둥이 멈추자 창수는 조심스럽게 레일리의 막았던 입을 놔주었다.

“루사?”

“예. 맞아요. 레일리. 저 루사 맞아요.”

“어…… 어떻게?”

“드워프의 신께서 저를 난쟁이가 아닌 드워프로 만들어 주셨어요.”

“뭐?”

루사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드는 레일리였다.

사실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드워프의 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여인이 루사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대체 어떻게?”

“드워프의 신께서 우리 난쟁이들을 전부 구원해 주시겠대요.”

“뭐?”

“큼! 안녕하십니까.”

벤잔은 한사코 자신은 신이나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했건만 루사는 드워프의 신이라며 굳게 믿어 버리는 듯했다.

평생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자신의 몸을 꿈꾸었던 그녀였다.

비록 그런 인간의 몸은 아니었지만 인간 쪽에 훨씬 가까운 몸이 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신이 자신의 소원을 이뤄 준 것이라 믿는 그녀였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난쟁이들에게도 신의 축복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굳게 믿는 그녀였다.

“누구?”

레일리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벤잔의 모습에 루사와 비슷한 체형과 느낌임을 느꼈다.

평범한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벤잔도 난쟁이였다.

‘살찐 난쟁이? 아니 근육 같은데? 근육질 난쟁이?’

뭐가 되었든 지금의 자신들의 몸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레일리도 벤잔 님과 저처럼 드워프가 될 수 있어요.”

“드워프? 드워프라면 그 영화에 나오는 난쟁이 종족?”

지구가 난장판이 되기는 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일리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팝콘을 먹었었다.

드워프가 뭔지는 레일리도 알고 있었다.

판타지 영화의 한 종족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종족의 외모가 눈앞의 벤잔과 루사와 무척이나 유사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엔젤과 특정 변이유발 물질의 결합으로 변이된 겁니다. 드워프는 정식 명칭이 아닌 별칭으로 부여되는 것이구요.”

“예? 그게.”

창수는 신이니 판타지니 하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에 레일리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니까 뮤턴트로 변이가 된 건데. 인간일 때의 이성이 그대로 인 채로 드워프라는 종족으로 변한 거라는 겁니까?”

“예. 벤잔이 그 방법을 알고 있고 루사라는 분은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된 겁니다. 루사 양께서 자신들의 동료들도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루사의 부탁이라는 말에 레일리는 멍하니 루사를 바라보았다.

난쟁이가 아닌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던 그녀는 결국 뮤턴트가 되어 버렸다.

“그럼 우리도 당신과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소.”

완전히 만족을 할 만한 외모는 아니었다.

영화 같은 것에서야 조연으로 멋있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이 드워프처럼 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의 몸에서 드워프는 분명 탐이 나는 신체였다.

“인간의 모습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레일리의 말에 창수는 대답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이 인간입니다.”

“…….”

분명 창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인간이었다.

단지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뮤턴트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누구 하나 입 밖으로 난쟁이니 뭐니 하는 무례한 말을 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례한 말을 하다못해 노예로 여겨졌다.

“레일리. 나 새 삶을 얻었어요. 그리고 새 몸을 얻었어요. 옛날에는 못하던 걸 지금은 할 수 있어요. 비록 예쁘지 못한 몸이지만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몸이에요. 벤잔 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인간도. 그리고 뮤턴트도 이길 수 있는 힘이래요.”

“뮤턴트도?”

난쟁이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는 이유는 도망을 가서 뮤턴트들에게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레일리는 벤잔을 바라보았다.

키는 작지만 커다란 덩치에 강철의 갑옷을 입고 있고 자신은 들지도 못할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었다.

확실히 뮤턴트도 단번에 썰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위용이었다.

“저도 될 수 있다구요?”

“당신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세상에 버려진 사람 누구든 될 수 있소.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소.”

벤잔의 말에 레일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노예라지만 레일리도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었다.

지금의 처지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언제든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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