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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73화 (173/351)

▣ 제173화

173화

전쟁터였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지는 않았지만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장소였고 실제로 전쟁터의 상황이 작전 상황판에 펼쳐져 있었다.

“푸에블라 지역까지 진격했습니다. 이번 주 안에 산안드레스툭스틀라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 상황 보고해!”

“전차 15대와 장갑차 37대가 전투 불능 및 기동 불능 상태입니다. 병력도 700명 이상이 사망 및 부상으로 전선을 이탈했습니다.”

피해가 점차 누적되고 있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땅에서 눈을 감은 병사들에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국가 이익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쟁이었다.

여기서 지면 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령관님! 본국에서 긴급 통보가 와 있습니다.”

“이리 줘 봐.”

오직 사령관만이 볼 수 있도록 특급 기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사령관은 통보서를 받아서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부관은 사령관실로 누구 하나 다가오지 못하도록 사나운 눈빛을 한 채로 입구를 지켰다.

부관보다 계급이 높다고 해도 허락 없이 들어가려고 한다면 즉결 처분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온 제7기동군단의 군단장.

지금은 원정군 사령관인 류한석 중장은 봉인지를 뜯어서는 안에 들어 있는 서류를 밝기 시작했다.

빠르게 서류를 읽어나가면서 류한석 중장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시작된 건가.”

압록강과 두만강 북쪽으로 마침내 뮤턴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보고서였다.

아울러 서해를 통해 중국인들이 밀입국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밀입국이야 500만에 달하는 예비군들이 통제할 수 있을 터였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려들기 시작하는 뮤턴트들이었다.

만에 하나 장벽이 뚫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끔찍하기만 했다.

‘물러설 곳도 없으니 내 나라 국민들이 전부 바닷속으로 밀려나겠지.’

류한석 사령관은 차라리 자신이 지옥불에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류한석 사령관의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주까지 아직 대한민국에 남아 있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보물이었다.

그런 보물이 상처 나거나 망가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보고서에는 류한석 사령관을 독촉하는 그 어떤 문구도 나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명령보다 강력한 명령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류한석 사령관은 즉시 라이터로 한국에서 보내온 극비 보고서를 태웠다.

그렇게 완전히 불타버린 것을 확인하고서는 사령관실에서 나왔다.

“본대는 언제 도착하지?”

“이틀 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전개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7 기동 군단은 전부 멕시코에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선발대만 현재 와 있는 상태였고 그런 선발대만으로도 막강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대로 이틀 뒤에 본대가 들어온다면 멕시코가 아니라 미국까지 치고 올라가도 될 정도일 터였다.

물론 육군력만의 일이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전력을 투사한 한국군이었다.

“후발대는 언제 출발하지?”

“후발대는 부산에서 삼일 뒤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군 수송 선단에 민간 선박들을 총동원하고 미군 수송대의 지원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7 기동 군단의 전체를 한 번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보급을 미군이 해주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한국군이 보급까지 하게 되었다면 멕시코에 상륙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모든 차량은 멈추고 병사들을 굶을지도 몰랐다.

당연히 끔찍하리만큼 탄과 포탄 소모로 인해 전투도 지속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사령관님. 본대가 올 때까지 일단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선발대 병력은 분명 멕시코에서 교두보를 형성하고 본대가 올 때까지 대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뮤턴트들의 저항이 크지 않고 본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계속 이루어지면서 무리를 하고 있었다.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모들의 의견을 따를 만했지만 한국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받아든 류한석 사령관은 그럴 수가 없었다.

7 기동 군단이 전멸하더라도 한국인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해야만 했다.

‘예비군단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본대와 후발대 다음으로 예비군들로 이루어진 점령군들이 계속 보내질 것이 분명했다.

남은 정규 부대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남하할 뮤턴트들을 막게 될 것이었다.

본토의 치안 유지는 예비군들의 임무일 터였고 멕시코의 치안 유지도 예비군들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터였다.

문제는 예비군들의 전투력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믿지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낯선 전장에서 인간이 아닌 뮤턴트들을 상대로 피해 없이 뮤턴트들을 소탕할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뮤턴트들을 전부 소탕할 수는 없을 터였지만 대다수의 뮤턴트들을 정리하는 것은 7 기동 군단의 몫이 될 것이었다.

“점령해야 할 영역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멕시코 아래로 코스타리카까지 내려가야 해!”

가능하다면 파나마까지 내려가고 싶었다.

7 기동 군단이 점령해야 할 영역이 한반도보다 몇 배나 될 정도로 넓었다.

아래로는 파나마에서 위로는 미국의 국경 지역까지였다.

사실상 중미 지역 전부를 차지하고 그 안의 뮤턴트들을 전부 토벌해야만 했다.

“괴물 놈들을 전부 수색 사살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정리는 해야 해! 본대 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 따위는 없다!”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언제 한반도로 뮤턴트들이 몰려들지 알 수 없었다.

한반도에 뮤턴트 해저드가 터진다면 한국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해상 및 공중 운송 수단을 총동원해서 군인이 아닌 국민들을 실어 태평양을 건너게 될 것이었다.

“멕시코 자경단들의 저항이 상당합니다.”

뮤턴트도 문제였지만 멕시코의 마피아들이나 자경단의 저항이 심하다는 참모의 말에 류한석 사령관은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보호 조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실력 행사를 해라.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아…… 알겠습니다.”

책임을 질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질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한석 사령관은 그런 책임이라면 얼마든지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전범 재판에 회부되겠지.’

이미 망한 세상에 국제법이니 전쟁법이니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눈 가리고 아웅도 해야만 했다.

류한석 사령관은 더욱더 강하게 몰아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이틀 뒤에 7 기동 군단의 본대가 상륙을 시작한 뒤 한국군은 더욱더 빠르고 강하게 몰아쳤다.

뮤턴트들을 사살하고 멕시코인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한반도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국 정부는 멕시코에 특전사들과 해병대 병력까지 대거 투입했다.

그리고서는 공병대들을 끌어모아서는 멕시코에 대규모 피난민 수용소를 세우도록 했다.

그렇게 제7 기동 군단은 멕시코를 수월하게 점령해 나가는 듯했다.

* * *

“아우! 죽겠네. 죽겠어. 집에 가고 싶다. 대체 여기서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세계 평화를 위해 뮤턴트 토벌을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병사들은 원정 기간이 늘어날수록 불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었다.

“여기 애들은 지들 땅 지들이 지키지도 못하고 우리한테 의지를 하는 건지.”

“그러게 말이야. 이러다가 죽으면 완전히 개죽음인데.”

이제는 계속된 전투로 인해 다들 백전노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죽음은 두려웠다.

“그런데 우리 평화유지군으로 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던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멕시코 애들 지금 전부 무기 압수하고 수용소로 보내고 있잖아.”

“그게 왜?”

“아니 평화유지군이면 멕시코 애들하고 연합 작전을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만 싸우잖아.”

“그거야. 다 마피아 놈들이라 믿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지.”

“맞아. 그놈들한테 툭하면 공격받는데. 그놈들하고 어떻게 같이 싸우냐?”

일부 병사들 사이에서는 뮤턴트들보다 멕시코 마피아들에 더 치를 떠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군이 멕시코인들의 무기를 압수한다는 소식에 한국군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멕시코인들과 함께 연합 작전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멕시코 상황을 보면 볼수록 마피아들의 무기를 압수해야만 한다고 확신하게 만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기들뿐만 아니라 마피아들에게서 막대한 엔젤을 압수한 것이다.

압수한 엔젤만으로도 수백만 명이 투약을 할 수 있는 양이다 보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멕시코의 마피아들이 하나로 연합되어 있었다면 7 기동 군단도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엔젤을 투약하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마피아들을 7 기동 군단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각개 격파를 했다.

그렇게 피해는 가중되고 있었지만 점차 점령지역들은 안정화 되고 있었다.

“아무튼 그놈들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어쩌면 이주 계획이 잡혀 있는 건지도 몰라.”

“무슨 이주 계획?”

“한국인들의 이주.”

“뭐? 뭔 헛소리야. 지금 태평양 건너서 이주해 온다는 거야? 온 국민이?”

“몰라.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서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무려 칠천만 명이다. 칠천만 명. 멕시코인들도 많이 줄었다지만 여기 사람들까지 전부 합치면 1억은 될 수도 있어.”

“일억 명이면 딱 좋네. 일억 인구면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 있다고 하던데.”

“자생은 무슨! 세계 경제가 망했는데 일자리가 어련히 있겠다. 전부 농사나 지을래?”

“농사는 아니어도 아마 뮤턴트 사냥꾼 같은 직업은 생길 것 같다.”

“한국에서? 그냥 군대로 쓸어버리려고 하지. 한국의 높으신 분들이 어련히 일반인들에게 무기 쥐여 주려고 하겠다. 지금도 빼앗고 있는 실정인데.”

“그러면 대다수는 군인인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마을 나타났다. 수색 준비해!”

이동 중에야 쉬면서 잡담을 나눌 여유라도 있었지만 임무가 시작되면 잡담을 나눌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다들 장난기 가득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싸늘해졌다.

아주 약간의 방심과 실수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목숨도 잃게 만들었다.

“하차! 하차!”

하차라는 분대장의 외침에 장갑차에서 내린 병사들은 장갑차에 의지해 사주경계를 했다.

1형 뮤턴트라면 상관없었지만 2형 이상의 뮤턴트는 전차나 장갑차의 지원이 필수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마을들은 버려져 있었지만 간혹 몇 마리의 뮤턴트들이 남아 있거나 일부의 민간인들이 남아 있기도 했다.

그렇게 이름 모를 마을을 수색하던 병사들은 그 안에서 인간을 발견했다.

“사…… 살려 주세요.”

“민간인 발견! 민간인 발견! 무장은 하지 않았다! 민간인 후송하겠다!”

병사들은 집 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민간인을 발견하고서는 민간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병사들에 인간은 공포에 질린 채로 고함을 질렀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안 돼!”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냥 위협을 느낀 것으로만 생각했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한국군입니다! 우리는 위협할 생각이 없습니다!”

적대할 의사가 없다며 보호를 해주겠다고 민간인에게 다가가 몸을 붙잡았다.

“안 돼!”

그런 병사에 민간인은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외친 비명이었다.

쾅!

폭발과 함께 주변이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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