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5화
185화
그다지 작은 규모의 마을은 아니었다.
주민이 천여 명은 살 법한 규모의 마을이었다.
“우회할 만한 곳은 없겠어?”
“힘들 것 같습니다.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도로도 그다지 넓지 않았다.
우회를 할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낮이었다면 천천히 수색을 하면서 움직였을 터지만 어두운 야간이었다.
쉬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가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강행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우유니 사막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50km 정도 더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우유니 사막에 도착하고도 수백 킬로미터를 차량으로 달려야 소금 채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소금 채석장에 도착하고서도 수색 작업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야투경 가지고 주변만이라도 수색해 봐.”
“알겠습니다.”
장 팀장은 아침이 될 때까지 물러서려고 해도 딱히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 없음을 알기에 마을의 입구 지역을 수색하기로 했다.
수송선의 지휘소에서 들렸던 알 수 없는 소리가 마음에 걸리는 장 팀장이었다.
내일 아침이 되어도 어차피 수색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수색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저격수 위치 잡고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 준비해.”
“알겠습니다.”
차량을 방어 대형으로 배치하고 모든 대원이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전날의 바다 괴물 때문에 제대로 자지도 못해 피곤할 만도 했지만 다들 눈빛이 살아 있었다.
“여차하면 강화 물약 투약할 준비 해.”
“알겠습니다. 아! 마을 수색은 최 원사님께서 직접 하시겠답니다.”
“그래? 최 원사님이시면 믿을 만하지.”
창수가 마을을 수색한다는 말에 장 팀장은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자신의 팀원들을 믿기는 하지만 뮤턴트들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창수보다 뛰어난 대원은 없었다.
뮤턴트들마다 레이블링을 붙이기는 했지만 워낙에 다양한 뮤턴트들이 등장하면서 레이블링 작업은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다.
당장 특정 변이 유발 물질에 반응해 새로운 뮤턴트가 탄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숫자의 뮤턴트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장 장 팀장의 팀에서 상대를 해 봤던 뮤턴트들은 몇 종이 되지 않았다.
그런 장 팀장의 팀원들에 비해 창수는 수많은 종류의 뮤턴트들을 상대해 보았다.
물론 창수라고 해서 처음 접하는 뮤턴트들에 대한 대응법을 바로 알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뮤턴트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무척이나 컸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창수는 특전사 후배들과 간부들에게 자신이 상대를 해왔던 다양한 뮤턴트들과 대응법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특히나 식물계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무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암석계열의 뮤턴트에 대한 정보는 대원들에게 경악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수색을 하기 위해 몇몇 대원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마을의 입구로 다가갔다.
“열 감지 이상 없습니다.”
“열 감지를 완전히 믿지는 마. 암석계나 식물계는 열이 나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최 원사님.”
뮤턴트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체온이 높다.
심장의 혈류가 빠르게 흐르면서 체온 자체가 높은 것이다.
그렇게 마을 입구에서부터 움직이는 물체나 체온이 높은 물체를 열 감지기로 훑었다.
“폭탄 인간에 대해서 아십니까? 최 원사님?”
“알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치 아픈 대상이던 폭탄 인간이었다.
인간의 모든 특색을 다 가지고 있었지만 예기치 못하게 몸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군인들을 부상하게 하거나 사망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마을 수색 중에 뮤턴트가 아닌 인간을 발견해도 안심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적과 아군 그리고 중립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마을 입구 지역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없는 것에 마을로 접근하는 창수와 수색 대원들은 자신의 앞에 있는 넝쿨들을 의식적으로 잘라내었다.
혹시나 식물계 뮤턴트일 가능성도 있었기에 넝쿨이나 나뭇가지들을 잘라내서 상태를 보는 것이다.
넝쿨이나 가지를 잘라내었을 때 고통스럽게 꿈틀거린다면 뮤턴트였다.
스윽!
의심스러운 바위도 손바닥으로 한 번씩 훑어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보니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마을 입구까지 들어온 창수는 자신의 기감을 최대한으로 집중해서는 아주 작은 소리와 인기척을 감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고된 훈련과 실전까지 겹치자 특전사들은 마치 유령 같았다.
집 내부를 수색하고 상하좌우 발아래와 머리 위까지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이 살폈다.
그렇게 마을 초입 부분은 아무도 없었다.
“최 원사님. 입구 마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들 마을을 버리고 떠난 듯합니다. 가재도구들도 비어 있는 것이 피난을 간 듯합니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마을의 건물들은 하나로 모여 있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몇 개의 건물이 더 있었고 그 뒤로 숲에 가려져 있는 건물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1차로 입구 쪽의 건물들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창수와 수색대원들은 후방에 있는 차량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부르릉!
콰드득!
입구 건물들에 이상이 없다고 하자 차량이 입구 안으로 들어왔다.
“어휴! 저렇게 시끄러운데 모를 수가 있나.”
“그러게. 그냥 시원하게 소총 한 발 갈겨보고 밀려드는 뮤턴트들 전부 쓸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네.”
나름 정비를 했겠지만 군용 수송 트럭은 꽤나 소음이 컸다.
사실 개척 전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도 연료 문제도 있었지만 소음 문제가 컸다.
전투가 아니라 은밀하게 목표물을 회수해 오는 것이 임무였기에 다소 화력이 떨어지는 단출한 구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회수물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에 트럭을 챙겨온 것이다.
“입구 쪽은 이상이 없는데 다음 지점까지 바로 수색을 할까요?”
차량에서 내린 장 대위는 입구 쪽 건물들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야간 투시경으로 본 건물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숲의 나무들로 가려진 부분까지는 볼 수 없었기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장 팀장은 힐끔 자신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해가 뜨고 수색을 합시다. 운전사들의 피로도 상당하니.”
산간 지역이라 해가 늦게 뜰 것을 고려해도 휴식 시간은 길지 않을 터였다.
회복 물약이나 강화 물약 그리고 엔젤을 투약하면 피로 따위는 없겠지만 막상 전투 상황에 닥치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
“통신은 어때?”
“닿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지휘소와의 통신이 될까 싶어서는 통신병에게 물어봤지만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
“아! 별똥별이다.”
다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하늘 위에서 별똥별들이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거 별똥별 아니고 위성일 걸.”
“위성이요?”
“그래. 개코인이라고 일룬 머스크가 쏘아 올렸던 위성들이 떨어지는 걸 거야.”
“아! 그거였습니까?”
지구의 어디서든 통신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링크스타라는 계획의 일환으로 엄청난 숫자의 위성들이 하늘 위로 쏘아졌다.
그렇게 전 세계 어디서든 통신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지상의 문명이 무너져 내리자 하늘 위의 위성들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물론 아직 제 기능을 하는 위성들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성들은 우주 쓰레기가 되거나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사람들의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의 재료가 될 뿐이었다.
“저게 위성이라니. 절망이네요.”
“진실은 참혹한 법이지. 끄응! 조금이나마 눈 좀 붙여. 해는 금방 뜰 거니까.”
“후우! 숨쉬기도 힘들어서 잠이나 올지 모르겠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듯했으니 무척이나 높이 올라온 것 같았다.
다들 숨쉬기가 힘들었고 그만큼 피로도 빨리 찾아왔다.
그렇게 다들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해가 뜨기 직전에 잠에서 깨야 했다.
“밥 먹자.”
“끄응! 전식입니까?”
“그래. 그나마 다행이지.”
보급 문제는 미군 덕분에 상당히 좋았다.
멕시코에서 전투 중인 7 기동 전단과 특전사들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좋은 보급을 받고 있었다.
물론 입맛에 맞지 않은 재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음식의 기본 베이스인 고추장이나 된장 그리고 간장은 한국에서도 부족했다.
당연히 군대에 제대로 배급이 될 리 없었고 바다 건너의 원정군에게도 있을 리 없었다.
“하! 오랜만에 먹는 고추장이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만들어진 지는 꽤나 되지만 전식을 그리워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었다.
“하! 돼지국밥 먹고 싶다. 고추장 왕창 풀고 다대기에 청양고추 잔뜩 넣어서.”
“시끄럽고 빨리 먹어. 시간 없다. 해 뜨기 전에 먹어야 해.”
식사를 마치고 나자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져 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윗마을의 광장에서 수많은 시체를 볼 수 있었다.
“제길! 지독하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윗마을의 광장에 가득한 시체들이었다.
누가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학살의 현장이었다.
“이거 고의로 일으킨 학살 같습니다.”
“그래. 마을 광장에 마을 주민들 전부를 모아놓고 학살을 일으켰어.”
대피를 한 줄 알았던 마을 주민들이었다.
학살된 지는 꽤나 오래된 듯이 보였다.
“인간의 짓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 마피아들인가?”
“그렇지 않을까요? 엔젤의 원료 물질이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으니 마피아들이 비밀을 지키려고 마을 주민들을 전부 학살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후우! 그럴 수도 있겠어.”
엔젤의 원천 물질의 비밀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기에 다들 허탈해했다.
“만일 마피아들의 소행이라면 이 근방에서는 뮤턴트가 없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뮤턴트가 될 인간 자체가 없을 테니.”
뮤턴트도 인간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었으니 인간들을 전부 죽여 버린다면 뮤턴트도 없는 건 당연했다.
물론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뮤턴트로 변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물에게 의도적으로 엔젤을 먹이지 않는 이상 동물들이 엔젤을 먹어 뮤턴트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있다고 해도 그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우유니 사막으로 이동을 하지요.”
“그렇게 합시다. 최 원사님.”
윗마을의 건물들도 대충 살펴보았지만,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동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긴장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특전사들은 계속 산간 도로를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가는 손님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길이 막혀 있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길이 막혀 있습니다.”
“치울 수 있겠어?”
“폭약으로 폭파해 버릴까요?”
“폭약 충분해?”
“이럴 거 어느 정도 예상해서 제법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 별수 없지. 걸어서 갈 수는 없으니까.”
길을 가로막고 있는 암석에 폭약을 설치하고서는 폭파해 가며 길을 뚫어야 했다.
그러고도 트럭의 바퀴가 빠지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나와.”
“최 원사님? 어떻게 하시려고?”
“뭘 어떻게 해. 빼야지.”
창수는 바퀴가 빠진 트럭이나 차량을 들어 올려서는 빼내었다.
“최 원사님. 제가 강화 물약을 먹고…….”
“됐어. 나중을 대비해서 아껴 둬.”
화물까지 6톤이 넘는 트럭이었지만 트럭 전체를 드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화 물약이나 엔젤을 투약한다면 빠진 바퀴 정도는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인간 기중기네. 인간 기중기야.”
개척 전차가 없어도 충분했다.
그리고…….
“하천인데 다리가 붕괴되었습니다.”
“끄응! 강화 물약 먹고 들고 옮기자.”
“…….”
특전사들은 차량을 들어 옮기며 험한 길을 넘었다.
그런 고생 끝에 우유니 소금 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