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8화
188화
“그게 뭡니까? 최 원사님?”
“그거 뮤턴트 아닙니까?”
창수가 건물 밖에서 가지고 온 것은 소금에 뒤덮인 뮤턴트였다.
소금 결정에 뒤덮여 죽은 것 같은 뮤턴트였지만 그 뮤턴트가 3형 뮤턴트라면 안심을 할 수 없었다.
착! 착! 착!
창수는 의아해하는 특전사 대원들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뮤턴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소금을 떼어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최 원사님! 이거 3형 뮤턴트 아닙니까? 만에 하나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위험합니다!”
장 대위가 달려와 뮤턴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소금을 뜯어내는 창수를 말렸다.
“괜찮습니다. 일반 뮤턴트가 아닙니다.”
“일반 뮤턴트가 아니라구요?”
“예.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뮤턴트입니다. 불완전 변이체.”
“불완전 변이체?”
장 대위도 뮤턴트 중에서 인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뮤턴트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실제 전투에 들어가면 불완전이든 완전이든 구분할 여력도 없이 모조리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동안 창수가 다른 특전대원들보다 인정을 받아왔던 것은 불완전 뮤턴트라는 존재를 알아내고 그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유엔군 산하 특수부대원인 아룬입니다.”
“유엔군?”
창수는 아룬이 입고 있는 군복을 특전사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얀 소금 결정이 군복에도 붙어 있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금속 신체로 인해 보통 의복을 입지 않는 3형 뮤턴트였다.
입고 있어도 대부분은 넝마였으니 금속 몸체로 돌아다녔다.
그에 반해 창수가 소금 결정을 뜯어내고 있는 3형 뮤턴트는 다소 허름해 보이기는 하지만 완전한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아룬의 몸을 뒤덮고 있는 소금 결정을 전부 떼어냈다.
“뜨거운 물 좀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뜨거운 물이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최 원사님!”
창수가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자 특전사 한 명이 뜨거운 물을 챙겨왔다.
창수는 뜨거운 물을 받아서는 아룬의 몸에 천천히 부어가며 소금 결정을 씻어내었다.
소금 결정 때문인지 꽤나 부식이 되어 있는 아룬이었다.
무작정 물을 사용할 수도 없었기에 신체의 소금기만 적당히 씻어내고서는 창수는 자신의 손바닥을 베어 아룬의 몸에 피를 떨어뜨렸다.
“최 원사님!”
“괜찮습니다.”
작은 부상이라도 좋지 않았다.
더욱이 온통 소금기가 가득한 장소였으니 상처 부위로 소금기가 스며들 수도 있었다.
뚝! 뚝! 뚝!
그렇게 창수의 손바닥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은 아룬의 신체에 닿았다.
금속성 몸체에 피가 닿았으니 당연히 피부 표면을 따라 흘러내려야 했다.
뜨거운 물도 그렇게 흘러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창수의 피는 잠시 피부 표면에 흘러내리는 듯하더니 아룬의 신체에 흡수되어 갔다.
부식되어 있던 아룬의 신체가 창수의 피 안에 들어 있는 철분에 의해 회복이 되어 갔다.
잔뜩 녹슨 철이 본래의 반질반질한 표면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다들 너무나도 신기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피를 흡수했을지 모를 때 아룬의 팔이 갑자기 움직여서는 창수의 목덜미에 닿았다.
창수의 목덜미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최 원사님!”
“이 괴물 놈이!”
“멈춰!”
이미 총을 쥔 채로 아룬을 겨누고 있던 특전대원들은 당장에라도 아룬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창수가 순간 멈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룬의 머리 부분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창수의 목덜미에서 흘러내린 핏방울들은 아룬의 손날에서부터 천천히 흡수되었다.
“최 원사님?”
“정신 차렸나? 아룬.”
“죄송합니다.”
아룬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창수의 말에 황급히 자신의 손날을 거뒀다.
자신의 은인을 죽일 뻔했다는 사실에 아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죄송합니다. 최 원사님.”
“괜찮아. 이봐. 회복 물약 하나만 줘 봐. 그리고 나 어지러우니까 육포 있으면 좀 주고.”
창수는 회복 물약을 하나 마시고서는 입안에 육포를 찢어 넣었다.
아룬을 깨우기 위해 꽤나 많은 피를 흘린 창수였다.
“내가 위험한 일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창수에게 혼이 나는 아룬은 무척이나 다소곳하게 바닥에 앉아서는 창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뮤턴트가 얌전하게 있는 모습에 특전대원들은 놀라워하면서 창수에게 경외심을 품었다.
‘대체 어떤 작전과 임무들을 수행해 오신 거야?’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찾았어?”
“예.”
창수는 아룬이 엔젤의 원천 물질의 위치를 찾았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소금에 부식이 되기는 하겠지만 다른 인간이나 뮤턴트들보다는 훨씬 더 버텨낼 수 있을 아룬이었다.
“헤인트의 두목은?”
“동화되어 있는 듯합니다.”
“동화?”
“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소금 사막 자체와 동화된 듯합니다.”
“소금 사막?”
창수는 아룬의 말에 그게 말이 되느냐는 듯이 아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설명을 할 수 없을 듯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 소금 사막 전체가 헤인트의 두목이라는 거야?”
“예.”
“쓰러트릴 방법은?”
“…….”
방법을 꽤나 많이 찾아본 듯했지만 모조리 실패한 듯했다.
창수가 생각해도 남한의 10분의 1의 크기를 자랑하는 우유니 사막 전체가 된 헤인트의 두목을 쓰러트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다.
‘소금의 약점이 뭐지?’
창수는 순간 소금의 약점을 생각했다가 이내 물이라는 것을 떠올렸지만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우유니 사막 전체의 소금을 녹여버리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소금 사막 전체를 바다에 던져 버리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터였다.
최소 100억 톤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뭐야. 소금 사막 전체가 뮤턴트라고? 그딴 것이 가능해?”
“제길!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우리가 지금 뮤턴트의 아가리 위에 서 있다는 거잖아! 후우!”
“소금이면 물이 약점 아니야? 비…… 그래. 비라도 오면 그 괴물 놈도 뒤지는 거 아닐까?”
힘들게 챙겨 가지고 온 무기와 장비들 모두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사막에 무슨 비야! 비는!”
“아니! 여기도 비가 와.”
“예? 장 팀장님? 비가 온다고요?”
“그래. 건기와 우기가 있다. 그리고 관광지로 유명한 건 우기 때문이다.”
우유니 사막의 환상적인 광경은 건기 때가 아닌 우기 때였다.
소금 사막 위로 살짝 코팅된 물기로 인해 거대한 거울 같은 모습이 연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우기야.”
“예? 지금이 우기라구요?”
“그래. 그리고 우유니 소금 사막은 사막이 아니라 본래는 호수다. 소금층 아래에 물이 있어.”
비가 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린다면 소금 사막의 소금들도 전부 씻겨 내려가 버릴지도 몰랐다.
그렇게 헤인트의 두목은 절대 죽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것이 저주라고 한다면 저주일 수도 있었다.
“저기 최 원사님. 엔젤의 원천 물질이 있는 곳을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아룬. 위치가 여기에서 먼가?”
만일 거리가 너무 멀다면 포기해야 할 터였다.
“그다지 멀지는 않습니다.”
“멀지 않다고?”
“여기서 북동쪽으로 4km 정도 가면 건물들이 있습니다. 그곳 지하에 있습니다.”
“4km라.”
창수는 고민했다.
차로 4km 정도라면 금방 갈 수 있었다.
다만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꽤나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곳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위협이요? 이것 말고요?”
아룬은 소금 창고 안의 소금을 자신의 손으로 푹 찔러넣었다가 빼내었다.
창수가 보기에도 소금 지옥에서 살아남을 인간이나 뮤턴트는 없었다.
‘엔젤의 원천 물질. 과연 확보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만일 그 누구도 엔젤의 원천 물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 창수도 굳이 꺼내올 필요는 없었다.
이미 수많은 엔젤이 지구상에 퍼져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 결국 엔젤은 바닥이 날 것이었고 그렇게 엔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엔젤을 얻으려고 찾아온다고 해도 이 소금 지옥에서 엔젤의 원천 물질을 가지고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제는 이미 엔젤의 원천 물질이 의문의 집단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 의문의 집단을 상대로 세상을 구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창수가 대한민국의 군인이라지만 대한민국이 절대선이라고는 여길 수 없었다.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단지 한민족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면 손에 넣어야 할지도 몰라.’
창수가 뮤턴트의 샘플을 확보해 박충렬에게 그렇게 보냈던 이유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목숨을 걸고 엔젤의 원천 물질을 확보하려는 것은 좀 더 많은 한국인들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군인의 임무였다.
창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인들까지 함께 살아남고자 했다.
“회수합시다.”
엔젤의 원천 물질의 위치를 안 이상 시도는 해봐야 했다.
* * *
“최대한 정비를 하기는 했지만 언제 다시 문제가 발생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화통은?”
“두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 겁니다. 그래도 사용했던 정화통 내부를 청소하기는 했습니다만…….”
남은 정화통은 하나였다.
작동되는 콤프레셔로 정화통 내부의 소금 결정을 불어내었다.
다행히도 소금 결정이 컸기에 정화통의 내부 미세 필터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가장 큰 구멍의 필터를 소금 결정으로 막아서 숨을 쉬지 못하게 할 뿐 정화통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용한 정화통의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기는 했지만 얼마간 재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차량 내부까지도 소금을 털어내고서는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하아! 영 소리가 마음에 안 드네.”
“그래도 시동 걸리는 것이 어디야.”
“제발 꺼지지 말아 줘라. 제발!”
운전을 담당하는 대원이 자신의 차량에 간절히 기도했다.
“여기만 벗어나면 내가 깨끗한 물에 세차해 줄게!”
소금을 털어냈다고는 하지만 손바닥으로 쓸어내면 까끌거리는 소금 결정이 계속 나왔다.
아무래도 무사히 복귀해도 폐차를 해야 할 듯했다.
물론 한국군의 특성상 수송부에서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을 하기는 할 터였다.
그렇게 나름 준비가 끝난 대원들은 몸을 꽁꽁 군복으로 싸매고 방독면을 쓴 뒤에 방독면의 정화통 위에 천까지 감았다.
최대한 정화통 안으로 소금 결정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자! 출발한다!”
“문 어떻게 합니까?”
“그냥 날려버려!”
다시 문 연다고 용을 쓸 바에야 화끈하게 날려버리고 출발을 하기로 했다.
쾅!
폭발과 함께 창고의 철문이 날아가고 나자 전술 차량들이 창고 건물 밖으로 내달렸다.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이 주변에 펼쳐져 있었지만 너무나도 치명적인 하얀 가루들이 사방으로 날리면서 달라붙고 있었다.
“정말 한 번은 진짜 좋은데 두 번은 오기 싫다.”
“여기 정상일 때도 그래. 한 번은 와 볼 만한 곳인데 두 번은 굳이…….”
장 팀장은 두 번째 온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남미 여행에서 볼리비아 여행은 우유니 소금 사막 외에는 굳이 할 만한 여행도 아니기도 하며 우유니 소금 사막 관광도 남미 여행에서 꽤나 계륵 같은 것이기도 했다.
우유니 소금 사막을 일정에 넣으면 일정이 매우 꼬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