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5화
195화
창수의 특전사들과 씰 팀이 있는 곳은 해발 고도가 상당히 높은 지역이었다.
우유니 소금 사막을 빙 둘러 길도 존재하지 않는 고산지역을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내가 안데스 산맥을 이렇게 탈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러게 말입니다.”
해발 고도 6,000m가 넘는 남미 최대의 산맥이 안데스 산맥이었다.
그나마 안데스 산맥의 중심부는 아닌 북쪽 끝자락이었기에 7,000m가 넘는 고산지역을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맨몸으로 산맥을 넘어가야만 했다.
물론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도 있었다.
화물차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좁은 도로였지만 그런 도로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지도에는 이쪽에 길이 있는 것으로 나온대.”
“너무 믿지 마. 이쪽 동네 도로사정이 엉망인 데다가 그나마도 벌써 몇 년 이상 관리조차 되지 못한 곳이야. 있던 도로도 사라졌을 거야.”
몇 년도 되지 않아 사람의 인적이 끊기면 수풀이 무성하게 솟아나 도로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된다.
그나마 아스팔트 도로였다면 제법 오래 버텨낼지도 몰랐지만 당장 비만 오면 진창이 되는 도로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표지판도 없어서 현재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길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이거 길을 잃은 것 같은데.”
“그냥 서쪽으로 쭉 가! 가다 보면 바다 나오겠지. 그다음에 위로 계속 가면 결국 아리가야.”
속 편하게 서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칠레 해안선의 도시나 도로가 나올 터였다.
물론 수백 킬로미터를 계속 걸어야 했다.
“천리 행군도 해 봤는데. 이 까짓거.”
“저 친구들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구? 씰?”
“예.”
“저 친구들이 우리들보다 더 독종일 걸. 쟤들 훈련 나 하사일 때 본 적이 있는데 아우! 완전 독종이야.”
“독종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몸이 꽤나 망가진 것 같습니다. 우리야 방독면이 있었지만 저 친구들은 그 소금 전부 마셔서 폐가 완전히 망가졌을 텐데요.”
미 해군 씰 팀의 대원들은 나름 부지런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대원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회복 물약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았다.
폐의 폐포 세포뿐만 아니라 온몸 안의 근육과 장기 그리고 혈관까지 소금 결정이 박혀 들어갔다.
죽지만 않는다면 무조건 살려낸다던 회복 물약과 엔젤이었다.
물론 씰 팀의 대원들은 죽지는 않았다.
그 말은 회복 물약과 엔젤이 없었다면 이미 죽은 송장이라는 의미였다.
“하아! 하아! 하아! 제길! 엔젤을 먹었는데도.”
엔젤을 먹고 몸 상태가 꽤나 회복이 되었다.
몸 상태가 엉망이라 강한 힘과 체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신체의 회복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계를 넘어선 몸 상태로 인해 엔젤의 효능이 하루를 가지 못했다.
그렇게 엔젤의 효능이 바닥이 나고 나자 다시 몸의 상태는 악화되었다.
아니 악화한 것은 아니라 반송장의 상태에서 중상의 상태로 회복이 된 것이었지만 중상의 상태로 해발 고도 5,000m의 고산지역을 계속 이동해 대었으니 아무리 초인이라 불리는 특수부대원들이라고 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중상의 상태에서 경상의 상태로 회복된 동료들도 계속된 이동으로 다시 몸 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했다.
“이대로 한국 팀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만 합니다.”
“하아! 하아!”
미 해군 씰 팀의 최선임인 베크 상사는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상태가 많이 호전된 이들도 있었지만 몇몇 동료들은 더 이상 무리를 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다.
상태가 그나마 나은 한국군 특전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이제는 거의 한계였다.
“상사님. 콜록! 콜록! 저희를 놔두고 먼저 가십시오.”
몸 상태가 특히 좋지 않은 대원 하나가 자신들을 놔두고 먼저 가라는 말을 했다.
자신들 때문에 상태가 그나마 나은 동료들까지 위험해 질까 걱정이 된 것이다.
아직까지는 뮤턴트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 뮤턴트가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더욱이 한국군 특전사들도 강화 물약이나 엔젤이 넉넉하지 않았다.
회복을 위해 전부 사용을 했다가 위기의 순간이 되면 골치 아플 것이었다.
한국군도 동맹군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베크 상사도 알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게 된다면 생명의 은인으로 평생 모실 만큼 씰 팀의 대원들은 특전사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부상의 상태가 심각한 이들을 놔두고 떠나는 것이 더 많은 동료들을 살리는 길이었지만 베크 상사는 절대 동료들을 버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는 전우다. 죽더라도 끝까지 같이 간다!”
특수부대원이라고 해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중한 팀을 위해서 그리고 중요한 임무를 위해서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렇게 점차 걸음이 느려지는 씰 팀의 모습을 창수는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낙오.’
창수도 임무 중에 몇 번이고 낙오를 경험했다.
훈련 중에서도 낙오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고는 했다.
적진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식량도 점차 떨어져 가고 식수도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소모된다.
체력의 고갈 속도는 그보다 더 빨라서 회복이 되지 않았다.
특전사 팀들도 아직은 체력이 남아있어서 씰 팀을 돕고 있었지만 점차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소모되는 곳이야.”
“후우! 물 좀 드십시오. 최 원사님.”
“쉴 만한 곳을 찾아야 해.”
“쉴 만한 곳이요?”
“그래.”
창수는 물을 마시며 안심을 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창수는 햇빛이 비치는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거리는 제법 있었지만 그곳에 인공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저기 마을로 추정되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마을이요?”
“저기!”
“아! 그러네요. 그런데…….”
마을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자신들을 반겨줄 사람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뮤턴트가 있어서 자신들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마을이 나은 건 당연했다.
창수는 장 팀장과 씰 팀의 베크 상사를 모아서는 대화를 나누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최 원사님.”
“어떤 일로?”
“저쪽에 마을로 추정되는 곳이 있습니다.”
“저쪽이요?”
“마을이라면?”
“현재 씰 팀 대원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창수의 말에 베크 상사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장 팀장과 창수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예? 죄송이라니요. 아닙니다.”
“베크 상사님. 씰 팀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이 상태대로라면 씰 팀의 대원들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동맹국으로서 저는 베크 상사님과 동료들을 돕고 싶습니다.”
차량이 있었다면 수월하게 이동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걸어서는 이 이상 한계였다.
“마을에서 차량을 찾아보시자는 겁니까?”
“지금 멀쩡한 차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남미에서 멕시코까지 올라가면서 멀쩡한 차량을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저곳에 인간이 있을지 뮤턴트가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이 있다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도와줄까요?”
“미군이라고 하면 도와줄 것입니다. 남미의 사람들은 현재 미국으로 넘어가기를 원하니까요.”
“하긴 미 해군 정예인 씰 팀을 포기할 미국 정부가 아니니. 기여자들을 도와줄 수도 있겠군요.”
장 팀장은 창수의 말에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크 상사도 자신들의 조국이라면 그 정도는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넓고 넓은 미국 땅에 난민 백여 명 정도 더한다고 넘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만일 뮤턴트가 있다면?”
문제는 인간이 있을 가능성보다 뮤턴트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었다.
물론 인간도 뮤턴트도 없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창수는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일 뮤턴트가 있다면.”
창수는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했다.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창수의 목소리에 장 팀장과 베크 상사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창수라면 어떤 뮤턴트든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욱이 이런 노지보다는 폐허 상태이겠지만 벽과 지붕이 있는 곳이 씰 팀의 대원들에게도 좋을 겁니다.”
“그게 무슨?”
“죄송하지만 현재 특전사 팀은 최대한 빨리 아리가로 복귀를 해야만 합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화물선이었다.
그리고 그건 베크 상사도 알고 있었다.
통신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화물선이 떠나버리고 난다면 미국으로 복귀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버린다.
이곳에서 미국까지 걸어가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돌아가서 미군을 통해 이곳에 씰 팀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 그나마 생존 확률이 높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최 원사님! 지금 씰 팀을 여기 버리고…… 아니 놔두고…….”
장 팀장은 베크 상사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도 점차 힘겨워지는 상황에 몇 번이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후우! 최 원사님의 말씀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테구요.”
“죄송합니다. 베크 상사님.”
“아닙니다. 오히려 이만큼 신경 써 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동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뮤턴트와의 전투는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만에 하나 뮤턴트들이 있다면 전투를 벌이는 것은 씰 팀이 아닌 창수와 특전사 팀일 터였다.
한마디로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장 팀장도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고민을 해야 했다.
“걱정 마십시오. 장 팀장님. 정찰을 해 봐서 무리라 여겨지면 전투 없이 물러날 테니까요.”
“최 원사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일단 마을 쪽으로 가도록 하지요.”
그렇게 다들 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도 가는 동안은 위협이 될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내려가는 길 위에 마을이 있어서 어차피 지나쳐 가야 할 위치에 있었다.
“마을이 아니라 산장 같은데요.”
“그러게. 여행자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이구만.”
“그럼 리조트인가?”
“뭐 호텔은 아니지만 머물기에 나쁘진 않겠어.”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수색을 해 보자고.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알겠습니다.”
마을은 아닌 리조트 건물이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로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것인지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은 시설들은 제법 쓸 만했다.
“뮤턴트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물이 아직 있습니다. 뒤쪽 텃밭에 야생화 된 작물들이 조금 있습니다.”
“지하에 발전기 있고. 조금 수리하면 돌아갈 것 같습니다.”
“아! 그래? 연료는?”
“조금 남아 있습니다. 뭐 길게는 못 가도 어느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체 발전기도 있는 듯이 수리를 조금 하면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잠시만 그럼 통신은? 통신할 수 있는 시설 있는지 찾아봐!”
통신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바로 연락을 할 수도 있었기에 통신 시설을 찾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통신 설비가 부서져 있다는 말에 아쉬워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