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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196화 (196/351)

▣ 제196화

196화

“이쪽 바리케이드치고. 저쪽은 퇴각로로 쓰게 물건들 치워 놔.”

“알겠습니다. 한 상사님. 옥상에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외부 사다리 뒤쪽에 있던데 조금 부실한 것 같습니다. 떼어내든지 아니면 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건 팀장님께 보고하고 조치하자.”

“알겠습니다!”

리조트 건물을 요새화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람도 없고 뮤턴트도 없었지만 뮤턴트나 마피아들이 공격해 올 수도 있었기에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조처를 해주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씰 팀의 대원들을 제외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씰 팀의 대원들 모두 한국의 특전사 대원들을 돕고 있었다.

비록 소속은 달랐고 국적도 달랐지만 함께 생사를 넘나들다 보니 서로 전우애를 느끼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외부에 비트도 만들어 뒀습니다. 비트 내부에 식료품과 식수도 일부 놔뒀으니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장 팀장님. 그리고 최 원사님.”

미 해군 씰 팀의 베크 상사는 장 팀장과 창수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자신들을 이대로 버리고 가도 될 터였지만 마지막까지 신경을 써 준 것이다.

“내일 아침 저희는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착하면 미 해군에 연락을 해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임무가 비밀 임무였기에 같은 원정군 내부에서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멕시코 원정군의 작전 범위는 멕시코 중남부 지역이었다.

조금 더 작전 범위를 넓혀도 파나마 북쪽까지인 중미 지역까지였다.

남미 지역까지 작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골치 아픈 문제야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그런 일 하라고 앉은 자리이니까.’

창수는 그런 말을 하고서는 한 번 더 리조트를 둘러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충성!”

“충성. 별일 없지? 임 중사.”

“예. 뭐 딱히 별일은 없습니다. 아! 조금 기분 나쁜 곳입니다.”

“기분 나쁘다고?”

“아! 예. 뭐 그 친구들 앞에서는 할 말은 아닌데 그 왜 있지 않습니까. 폐가 같은 느낌.”

폐가라는 말에 창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버려진 지 몇 년 된 것인지 폐가 같은 이라는 말이 아니라 폐가가 맞았다.

“폐가 맞잖아.”

“예. 뭐 그렇긴 하죠. 그냥 지하실 쪽에 좀 으스스 한 느낌이 들어서요.”

“으스스하다고? 뭐라도 있나?”

“아니요. 둘러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럼 같이 한 번 더 둘러보지.”

“예!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창수는 조금의 문제라도 있을지 점검을 하기 위해 지하실로 향했다.

“여긴 전기 안 들어오나?”

“예. 전선 쪽의 문제인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여기까지 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재도 마찬가지구요.”

발전기를 수리하면서 일부 리조트 건물에 전기가 들어왔다.

물론 발전기의 기름을 아껴야 했기에 전기를 마음껏 쓸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까지 이곳에서 버텨야 할지 모르기에 중요한 자원인 발전기는 아껴 써야 했다.

“제 개인적인 느낌인지도 모릅니다. 최 원사님.”

손전등의 불빛에 의지해 지하실을 둘러보는 창수와 임 중사였다.

“방심하지 마. 뮤턴트 중에 형체가 없는 놈도 있다.”

“예? 형체가 없는 놈이요?”

“그래. 정확하게는 기체형 뮤턴트.”

창수는 한국에서 봤던 기체형 뮤턴트를 떠올렸다.

그런 놈이 하나라도 있다면 씰 팀은 자신들이 누구한테 당하는지도 모른 채로 전멸이었다.

‘하긴 우리도 마찬가지긴 하지.’

창수는 지금 상태에서 고스트를 만난다면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불탄 자국 있는지 확인해 봐.”

“불탄 자국이요? 그 기체형 뮤턴트가 나타나는 곳이 그런 곳입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닌데. 화재 사고 현장에서 그놈이 튀어나왔거든.”

“알겠습니다.”

기체형 뮤턴트는 대체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지하실 안에 불탄 자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모닥불 태운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동물의 뼈도 있는 것으로 봐서 과거에 누군가가 야생동물의 고기를 구워 먹은 듯했다.

“일단 여기 별것도 없으니까. 폐쇄해.”

“알겠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을 폐쇄해 버렸다.

그냥 기우일 수도 있었지만 창수는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특수부대원들의 어떤 감이라는 것을 마냥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당장 창수 자신만 해도 자신의 감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렇게 창수는 임 중사의 감을 마냥 무시하지는 않았다.

물론 기체형 뮤턴트라면 지하실 문을 폐쇄하는 정도로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무엇 하나 안심을 할 수 없었기에 창수는 임 중사에게 물었다.

“액체 질소 버렸나?”

“아니요. 챙겨왔습니다.”

“그것도 챙겼어? 무거웠을 텐데.”

“필요하다 싶은 것은 거의 다 챙겨왔습니다. 포탄도 몇 개 챙겨왔을 걸요.”

“박격포 버리고 오지 않았어?”

“버리긴 했죠. 그래도 포탄 부비트랩으로 쓸 수도 있고 해서 몇 개 챙겼습니다.”

“잘했어. 액체 질소 하나만 가져다줘.”

“기체형 뮤턴트에 사용하시려구요?”

“그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씰 팀에 하나 주려고.”

“그럼 포탄도 한 두어 개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러던가.”

“태성이 녀석이 좋아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무거워 죽겠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해발 고도 4,000m가 넘는 곳이었다.

그 고산지역을 무거운 철 덩어리들을 짊어지고 내려왔으니 고생 꽤나 했을 터였다.

그렇게 창수는 부비트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박격포용 고폭탄 두 개와 액체 질소 통 하나를 베크 상사에게 가져다주었다.

“이건 뭡니까?”

“이건 혹시라도 쓸 일 생기면 쓰시면 되고 이건 액체 질소입니다.”

“액체 질소요?”

고폭탄이야 이해라도 갔지만 액체 질소는 대체 왜 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이걸 왜 챙겨 온 거야?’

씰 팀인 자신들에게 뭔가 비밀로 하고 있는 듯했지만 한국의 특전사 팀들이 꽤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은 알 수 있었다.

당장 창수만 해도 보통의 존재가 아니기에 무척이나 위험한 임무일 것은 분명했다.

“기체형 뮤턴트에 대해서 아십니까?”

“기체형이요?”

“예. 뭐 보기에 따라서는 유령 같은 놈일 겁니다.”

“유령?”

유령이라는 말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려다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창수인 것에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까 기체형 뮤턴트라면 물리력으로는 처리 방법이 없으니 저온의 액체 질소로 해치우라는 말씀이신 겁니까?”

“예. 뭐 액체 질소로 얼렸다고 해도 녹으면 부활하니까.”

창수는 베크 상사에게 커다란 비닐 봉투를 주었다.

“이걸로 감싸라구요?”

“예. 안 빠지게 꽉 묶어야 합니다. 찢어지면 안 되니까 관리 조심 하시구요. 밀폐 용기 찾아서 그 안에 넣어 두면 됩니다. 미 해군 수송기나 헬기 올 때 샘플로 쓰셔도 되고 그냥 버리고 가셔도 됩니다. 아! 버릴 때는 땅속에 파묻어버리세요. 괜히 튀어나오면 귀찮아지니까요.”

베크 상사는 액체 질소통과 비닐을 쥐고서는 멍하니 창수를 바라보았다.

“그놈이 나옵니까?”

“모르겠습니다. 지하실에 느낌이 이상하다는 친구가 있어서요. 미신을 믿는 것은 아닌데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참 지하실 폐쇄했으니까 굳이 들어가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인들 호기심에 굳이 문 따고 들어가는 건 아는데…….”

창수는 미국 영화를 떠올렸다.

유령 나온다는 집에 굳이 찾아가는 미국인들의 감성을 한국인인 창수는 도통 이해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해를 못 한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감성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요. 저희도 그런 건 별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다행이시구요. 일단 오늘 밤까지는 저희가 함께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닌 듯한데 영 찝찝해지는 베크 상사였다.

그렇게 해가 지는 저녁이 되고 창수는 옛날 영화가 떠오른 것인지 인원 점검에 들어갔다.

“우리 처음에 여기 올 때 몇 명이었냐?”

“스물아홉 명이었습니다. 씰 팀 포함입니다.”

“인원 확실해? 전부 세어 봐. 혹시라도 한 명 늘었거나 한 건 아닌지 모르니까.”

“아! 그 영화 말씀하시는 거죠?”

“자네도 봤나?”

“예. 그러고 보니 비슷하긴 하네요.”

완전히 비슷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비슷했기에 다들 인원 점검을 확실하게 했다.

“혹시나 전사했던 동료 있는지 확인해 봐! 씰 팀도 물어보고. 분명 전사했는데 옆에 있을 수가 있으니까.”

“…….”

베크 상사와 씰 팀의 대원들은 힘들어도 그냥 다음 날 아침에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인원 문제는 없었다.

한 명이 더 있다거나 한 명이 덜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밤중에 유령이 나타나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아침 기상과 함께 인원 점검을 했고 이번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아침밥을 챙겨 먹고서는 특전사 팀은 미 해군 씰 팀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면 구조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서.”

“하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다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서로 덕담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리가로 가야 하는 한국의 특전사 팀이 더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었다.

마냥 자신들이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구조대를 기다리지 말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씰 팀의 대원들의 몸 상태가 회복되고 난 뒤에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더욱이 상부의 더러운 결정에 의해 버림을 받을 수도 있겠지.’

양쪽 모두 비밀 임무 중이었으니 서로의 행적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물론 특전사 팀이나 씰 팀의 대원들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

그렇게 창수와 특전사 팀의 대원들은 씰 팀을 버려진 리조트에 남겨두고서는 서쪽의 해안가를 향해 내려갔다.

그렇게 얼마쯤 산에서 내려갔을지 모를 때였다.

우르릉!

“뭐야?”

“지진인가?”

“지진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약하기는 한데 땅이 흔들린 것 같습니다.”

특전사 대원들은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지진을 처음 경험해 본 대원들도 있었기에 당황해했다.

“여진이군요.”

“여진이요? 최 원사님?”

“예. 전에 아리가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 갔을 때도 뮤턴트가 아니라 지진 때문이었으니까요.”

“아! 그랬었지요. 저도 들었습니다. 그때 지진이 상당했다고.”

“예. 뮤턴트 사태 전에 아리가는 지진으로 이미 붕괴 상태였으니까요.”

창수는 아리가 대지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리가의 임무 수행 중에서도 여진은 계속되었다.

계속된 지진으로 일부 대원들은 멀미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진이 얼마나 오래 갑니까? 최 원사님?”

“글쎄요. 전에 아리가에서는 임무 끝날 때까지 거의 반년 정도 여진이 있었습니다만.”

“여진이 그렇게 오래요?”

다들 창수의 말에 아리가가 있는 북서쪽을 불안한 듯이 바라보았다.

다들 통신이 끊어질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나마 육지가 아닌 바다 위의 선박이었기에 지진이 났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세차게 뛰는 가슴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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