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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06화 (206/351)

▣ 제206화

206화

서로 다른 종의 뮤턴트가 연합을 해서 인간들을 공격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인간들에게도 적대적이지만 다른 종의 뮤턴트에게도 적대적인 모습을 그동안 보아왔었다.

“저게 말이 되는 거야?”

“최 원사님. 저런 경우 본 적 계십니까?”

뮤턴트와 가장 많이 접했던 창수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묻는 특전사 대원들이었다.

“초기형 뮤턴트들이라면 이성이 없어. 하지만 이성을 가진 뮤턴트들이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이성을 가진 뮤턴트라는 것이 불완전 변이체 아니었습니까?”

“뮤턴트 중 인간의 이성을 가진 뮤턴트들을 불완전 변이체라고 했지만 단일 개체들이 아니라 이성을 가진 집단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이성을 가졌다고 불완전 변이체라고 부르기에는 힘들 것 같아.”

“그럼 저놈들이 전부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손을 잡아서 인간들을 공격했다는 겁니까?”

뮤턴트들이 집단을 이루고서는 지능을 가진 채로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다들 엔젤로 인해 어지간한 일로는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 일에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일부지만 뮤턴트가 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뭐? 정말이야?”

“예. 분명 소총을 사용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뮤턴트로 변이가 되면 인간보다 훨씬 육체적으로 강해진다.

그런 상태로 인간들의 무기까지 사용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위협이었다.

“대체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뭔 일은 뭔 일이야. 벌써 몇 년 동안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해가 뜬 것 같은데 수송선으로 이동하지요.”

“흐음! 그러네. 다들 복귀한다. 전부 짐 챙겨!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난다!”

다들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웃으며 보던 모험을 직접 경험한다면 끔찍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에서 몸을 돌린 대원들은 막사로 돌아가 무심한 표정으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야. 지금 이게 맞는 건가?”

“뭐가?”

“아니. 방금 전에 전투를 벌였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엔젤 효과 때문일걸, 육체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충격도 줄여 주는 모양이더라고.”

“아. 그런 거였어?”

“그래. 아무리 이런 세상이라지만 우리가 살인 기계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잖아.”

“그렇긴 그렇지.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뮤턴트와 싸운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과 싸웠다.

물론 자신들은 경고를 했고 그 경고를 무시하고 상대방이 공격해 왔으니 정당한 대응이었지만 뮤턴트를 죽인 것과 같은 인간을 죽인 것의 충격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인간을 죽였음에도 감정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중대장님?”

“배에서 먹자고. 한 끼 조금 늦는다고 문제 될 것도 없잖아.”

“다들 허기져서 그럽니다.”

“아! 엔젤 부작용.”

그렇게 치열한 전투는 아니었지만 대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전투를 벌였다.

당연히 칼로리 소모가 막대했으니 다들 허기져 있었다.

그것이 부작용은 아니었지만 다들 부작용 정도로 치부했다.

“건빵 있지 않나? 하나씩 나눠 줘. 일하면서 먹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참! 혹시라도 뮤턴트들이 습격해 올지 모르니까 경계는 계속 하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참! 최 원사님은?”

“최 원사님은 수송선으로 가셨습니다.”

“그래! 우리도 빨리 이동하자고!”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짐들이 꽤나 많았지만 엔젤을 복용한 특전사 대원들은 엄청난 양과 무게의 짐들을 짊어지고서는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부두로 달렸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로 파괴된 임시 부두에 도착을 한 대원들은 수송선에 짐들을 실었다.

아리가에 처음 도착을 한 지 2주가 지나 있었다.

늦어도 일주일이면 끝날 임무였지만 두 배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돌아가는 데 또 얼마나 걸릴지.”

“꽤 많이 돌아서 간다고 했지?”

“그래. 태평양을 빙 돌아서 갈 생각인가 봐.”

“하! 제발 괴물 물고기 놈들하고 사이렌인지 뭔지 하는 괴물만 안 만났으면 좋겠네.”

“뭔가 재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아?”

“재수 없는 소리 하고 있네. 제발 그러지 말자.”

“엔젤 먹으니까 미래 예지 같은 뭐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너는 안 그래?”

“그러니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수송선에 탑승을 한 대원들은 다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더 좋지 않은 예감이 들게 했다.

“저놈들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 말입니까? 최 원사님.”

“저기. 저 숲속에 뮤턴트.”

“흐음! 저거 현지 군인들 공격하던 그놈들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뮤턴트라고 해도 실제로는 현지인들일 거야.”

“그러긴 하겠네요. 괴물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본래는 현지인들일 테니까요.”

초기 뮤턴트들처럼 무조건 인간들을 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창수는 숨어서 수송선의 자신들에게 뮤턴트들이 살의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저기 뮤턴트들끼리 싸우는 것 같습니다.”

“종이 틀리네.”

“예. 다른 형태의 뮤턴트들인데. 분명 새벽에는 반군 병사들을 함께 공격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공동의 더 큰 적 앞에서 손을 잡은 모양이지.”

“그런 거라면 인간이 너무 불리하지 않을까요?”

“왜? 인간과 손을 잡는 뮤턴트도 나올지도 모르지.”

창수의 말에 망원경으로 육지 쪽을 바라보고 있던 대원 하나가 인간과 뮤턴트가 손을 잡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영 그 광경이 연상되지 않았지만 불완전 변이체가 인간과 함께 뮤턴트들을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개별 개체가 아닌 뮤턴트 집단과 함께 싸울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은 영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창수는 이미 드워프라는 종족의 일도 있었기에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인간이 뮤턴트를 박멸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너무나도 큰 피해가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인간의 문명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수십억 명의 세계인들이 사망을 하거나 뮤턴트로 변이되었을 터였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뮤턴트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으니 인간과 뮤턴트가 서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였다.

뿌우우우우!

기척 소리가 울렸다.

출발을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수송선을 조종하고 있는 박 중사가 이것저것 만져 보다가 실수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육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인해 다들 불안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떠나야 한다는 확신은 가지게 되었다.

“우와! 움직인다!”

“야! 박 선장!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그렇게 기척 소리가 났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수송선은 서쪽으로 출항을 했다.

* * *

창수와 특전사들이 탑승을 한 수송선이 바다로 출항을 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수송선단이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후우! 멕시코로 이주라니.”

“멕시코라고 하지 말고 아사달이라고 부르라던데요.”

“아사달 같은 소리 하네. 이름 바꾼다고 거기가 멕시코가 아니게 되냐.”

“멕시코 정부도 없어졌는데요.”

“아무튼 이제 고향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

수송선단의 선박 위에서 담배 하나를 물고서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군복을 입고 있었다.

다만 배도 튀어나왔고 얼굴에 주름도 있는 것이 젊은 나이는 아니었다.

일단 군인은 맞았다.

단지 20대 초반에 군대를 다녀와 전역을 하고 예비역과 민방위 신분을 거쳤다가 다시 군인이 된 이들이었다.

그렇게 군인의 신분 때문인지 둘 다 어깨에 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듣기로는 북쪽에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요.”

“그런 정보는 또 어디서 얻는 거야? TV도 안 나오고 인터넷도 안 되고 되는 거라고는 라디오뿐인데.”

“에이!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당연하겠지만 엔터 산업은 붕괴되었다.

TV도 인터넷도 다 안 된다.

그런 것에 전력을 소모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정보를 얻으려면 동마다 지정된 장소에 걸리는 대형 벽보를 보거나 라디오 방송뿐이었다.

그나마 라디오 방송까지 중단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라디오 방송도 과거처럼 웃고 떠드는 프로는 없었다.

처음에는 오직 정부의 지침과 지역별로 뮤턴트가 나타났다는 알람 역할 정도나 했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우울해하는 모습에 요즘에는 종종 노래도 틀어 주고 있었다.

물론 라디오 건전지나 전기 충전 문제로 인해 계속 라디오를 켜 놓을 수가 없었으니 여유롭게 노래를 듣기에는 힘든 세상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활동 영역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소식들이 전해졌다.

“괴물 놈들이 북쪽에서부터 밀고 내려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래서 이렇게 멕시코로 가는 거잖아.”

도망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반도 땅이었으니 가만히 있다가는 전부 죽을지 몰랐다.

“응? 야! 저기 저 배는 뭐냐?”

동쪽으로 가던 수송선단 중에 선박 하나가 따로 떨어져서는 남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다른 곳으로 가나 보네요.”

“다른 곳? 남쪽이면 호주인가?”

“모르죠. 호주인지 아닌지. 어디 엘도라도라도 찾으러 가나 보죠.”

“어! 야! 저기 봐! 저거 고래인가?”

“고래요? 어디?”

수송선단에서 선박 한 대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함께 멀리서 고래로 보이는 거대한 몸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야! 너 그거 아냐? 배에서 고래나 돌고래를 보면 행운이라고.”

“오! 그러면 남미 미녀 만나게 해 주세요!”

“멕시코는 북미인데?”

자신들과 다른 쪽으로 빠지는 선박에는 관심을 끄고 고래를 보고 기도를 하려고 할 때였다.

푸슉!

수송선단을 호위하던 구축함 한 대에서 미사일이 발사가 되었다.

미사일은 이내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고래의 몸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쾅!

광음과 함께 붉은 피와 고래의 살점이 바다 위로 튀어 오르고 고래를 본 기념으로 기도를 하던 두 남자의 몸은 굳어져 버렸다.

“뭐…….”

“뭔 미친 짓이야? 이게. 요즘에는 미사일로 고래 잡아? 돈이 썩어나네. 아니 이제 돈은 의미 없는 세상이긴 하지만.”

아직 해왕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두 남자는 해군이 왜 고래를 미사일로 때려잡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래의 사체를 뒤로하고 수송선단은 속도를 올려 태평양을 부지런히 건넜다.

해군의 고래 사냥은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일어났다.

처음에는 뭔 난리인지 몰라 하던 수송선단의 탐승객들도 오래지 않아 바닷속도 이제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예상하게 되었다.

뮤턴트는 육지와 하늘뿐만 아니라 바닷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야! 혹시 유리병 있냐?”

“유리병은 왜요?”

“유서 쓰게.”

“유서?”

“아! 몰라. 내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 하나 남기게! 이렇게 그냥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가 뒤지기는 싫으니까!”

그렇게 다들 유서를 써서는 유리병에 넣는 것이 수송선단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이 멕시코에 도착을 했지만 유리병에 유서를 써서 넣는 행위는 수송선단의 문화와 같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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