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0화
210화
굶어 죽느니 뮤턴트가 되기를 선택했다.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거대 게가 되었다고 한다.
시작은 특정 변이 유발 물질에 노출이 되었지만 흉포성이 높지 않고 인간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해당 변이 유발 물질을 통해 거대 게가 된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낮에는 태양빛에 몸이 마르고 고통스러워져 결국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밤이 되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매일 밤 육지로 올라와 인간으로 지내다가 해가 뜨면 다시 거대 게로 변해서는 바다로 향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거 무슨 저주를 받은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그러게, 바다 마녀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게가 되고 밤이면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기는 힘들었고 다들 과학자도 아니었기에 굳이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이스터섬의 주민들이 낮에는 바닷속에서 생활을 하면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말입니까?”
창수의 질문에 사로잡힌 거대 게는 고개를 끄덕였다.
척박한 이스터섬에서는 사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식량을 구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결국 바닷속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스터섬의 주민들도 예상치 못하게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바다에서 완전히 터전을 마련하려던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결국 밤이 되면 육지로 올라와야만 했다.
다만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거대 게가 되어서도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닷속에서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창수와 특전사 대원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 볼 수는 없었지만 제법 거대한 규모의 시설물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주 먼 훗날, 이 건물들이 인간들에게 발견이 된다면 어떤 신화나 전설이 만들어지게 될지도 몰랐다.
그 먼 훗날까지 아틀란티스의 문명이라는 미스터리가 전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해지게 된다면 수만 년 전의 아틀란티스 문명이 이곳이 분명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뮤턴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들의 이성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이스터섬의 사람들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거대 게로 변하는 변이 유발 물질이 무엇인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창수는 눈앞의 거대 게를 샘플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거대 게로 변하는 변이 유발 물질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복어 독이요? 이거 복어 독이라는 글자 맞지?”
“예. 맞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죽으려고 환장을 했던 모양이었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들 중에 하나였다.
“아니. 그런데 복어 독을 먹었는데 왜 갑각류로 변해?”
“복어가 갑각류를 겁나 좋아한다고 합니다.”
“…….”
정확하게 테트로도톡신이 변이 유발 물질로 작용을 한 것인지 아니면 복어의 몸 안의 특정 성분이 원인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엔젤을 먹고 복어 내장 먹은 이가 거대 게로 변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렇게 괴물 게가 되는 걸 다들 따라 했다구요?”
창수의 의문에 거대 게는 몇 가지를 더 알려 주었다.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헨리! 그게 무슨 소리야? 괴물이라니?”
뮤턴트 사태가 벌어지고 몇 달 뒤부터 이스터섬에는 배도 항공기도 오지 않게 되었다.
외부에서 식량과 생필품의 공급이 중단된 것은 당연했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관광을 위해 이스터섬을 방문했던 관광객들까지 해서 거의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스터섬에 고립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곧 선박이나 여객기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이스터섬에 오는 이는 없었다.
섬에 보관되어 있던 식량은 오천 명이라는 사람들이 소모를 하기 시작하자 빠르게 줄어들었다.
다급함에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식량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아픈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면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엔젤을 대량으로 들여온 이들이 있었다.
본래는 이스터섬을 경유해서 뉴질랜드로 가려고 했던 밀수업자였다.
밀수업자도 이스터섬에서 발이 묶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엔젤의 일부를 섬 주민들에게 팔았다.
일단 그렇게라도 버텨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엔젤이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엔젤 복용으로 인해 칼로리 소모가 더 커져서는 식량을 더욱더 필요로 했다.
그나마 바다에서 잡아 오는 수산물밖에 먹을 것이 없었기에 엔젤을 먹은 이가 재수 없게도 복어를 먹어 버린 것이다.
본래라면 죽어야 했지만 엔젤과 결합하면서 변이가 되었고 그렇게 거대 게가 되었다.
적당히 커야지 2미터가 넘는 커다란 게가 되어 버렸으니 마을 주민들은 커다란 충격과 공포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과 공포에 빠진 것은 섬 주민들이 아닌 변이된 변이체였다.
-나야! 나! 게리! 나 게리라고! 나 괴물이 아니란 말이야!-
가족과 친척 그리고 지인들에게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연신 외쳐 보았지만 입에서는 하얀 거품만 나올 뿐이었다.
다들 공포에 질려서는 거대 게가 되어 버린 게리에게서 도망을 쳤다.
일부 남자들이 총과 무기를 들고 달려와서는 게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일반 게도 아니고 뮤턴트 거대 게였다.
몽둥이로는 껍질이 깨지지도 않았고 총알로도 큰 상처를 주지 못했다.
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게리는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이었고 친척들이었고 친구들이었다.
섬이 크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게리도 난폭하게 굴 수가 없었다.
결국 게리는 하소연을 하다가 결국 사람들을 피해 바다로 몸을 피했다.
게가 되어서인지 바닷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괴로워서 바닷속의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물론 인간이었을 때처럼 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힘들어하던 게리는 문득 먹음직한 것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냥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뮤턴트는 뮤턴트였다.
우월한 신체 능력으로 상당히 커다란 물고기도 잡을 수 있었다.
바다 위에서야 물고기 잡기가 힘들었다지만 바닷속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게리는 그렇게 배 터지게 물고기를 잡다가 오늘도 굶고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름 효자라면 효자였던 게리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물고기를 잡아서는 고민 끝에 어두운 밤이 되자 몰래 바다에서 나와 육지로 올라갔다.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기에 인적 드문 해안가에서 한참을 돌아 집으로 간 게리는 자신의 집 앞에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내려놓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괴물이 되어 버린 자신이었으니 가족들이라고 해서 자신을 받아 주지는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자정이 되었을 무렵 게리의 몸은 기이한 변화를 일으켰다.
마치 바다 마녀의 저주가 풀린 것처럼 인간이었을 때의 몸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아! 아아! 아아! 도…… 돌아…… 돌아!”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이었지만 다시 돌아온 것에 게리는 미친 듯이 자신의 집 문을 두들겼다.
이내 아들을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던 게리의 부모가 문을 열었고 알몸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게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귀신을 본 듯했지만 귀신이라 해도 자신의 자식이라면 부모로서는 상관없는 일인 법이다.
이해가 안 될 말을 하는 게리였지만 자식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안 게리의 가족들은 신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늦은 저녁이었지만 게리가 잡아 온 물고기를 요리해 다 같이 나눠 먹었다.
게리는 자신이 다시 괴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자신의 방에서 잠이 들었지만 저주는 풀린 것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거대 게가 된 게리는 비명을 질렀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입에서는 하얀 거품만 나올 뿐이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보며 다시 바다로 도망을 쳐야만 했던 게리였다.
그리고 또다시 밤이 되어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온 게리는 자정이 되면 괴물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게리는 절망을 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바닷속에서 물고기를 잡아 섬 주민들에게 나눠 주며 환심을 샀다.
물론 이미 이쯤부터는 섬 주민들 모두 거대 게가 게리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거대 게가 되었지만 여전히 게리의 이성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게리의 저주를 풀어주려고 했다.
“그 처녀의 뽀뽀를 받으면 저주가 풀리지 않을까?”
“응? 그거 설득력이 있어!”
매우 설득력이 있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의 말에 따라 게리의 저주를 풀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저기! 입에 거품 있는데요!”
게리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게리의 소꿉친구가 당첨이 되었다.
섬이다 보니 소꿉친구들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물론 무조건은 아니었지만 게리의 저주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게리의 소꿉친구는 마냥 거부를 할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안면이 있는 게리의 부모님과 그냥 빨리 뽀뽀 한 번 하라고 등을 떠미는 자신의 부모님의 기대 어린 눈동자에 결국 흉측하게 변해 버린 자신의 소꿉친구의 하얀 거품이 올라오는 입에 입을 맞춰야만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저주가 아니었기에 저주가 풀릴 리가 없었다.
“혹시 니들 이미 했니?”
“예? 그게 무슨? 아! 안 했거든요! 그런 거! 야! 게리! 너도 입 있으면 말해 봐! 우리 아무 일 없었다는 거!”
부글! 부글!
안타깝게도 저주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낮에는 거대 게가 되고 밤에는 인간이 되는 게리의 삶은 이어졌지만 이스터섬의 식량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굶주리던 가족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가장들이 게리처럼 거대 게가 되었다.
그렇게 거대 게가 된 가장들은 가족들을 위해 바다에서 물고기나 조개 등의 해산물들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런 가장의 모습에 괴로워하던 다른 가족들도 하나둘씩 거대 게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결국 섬 주민들 모두가 거대 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차피 그동안 외부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기에 이스터섬의 주민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창수와 특전사 대원들은 이스터섬의 진실을 알게 되고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안 이상 창수도 이스터섬의 바다 게가 된 섬 주민들을 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일인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이스터섬의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스터섬의 주민들 중에 수송선의 엔진을 고칠 수 있는 이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인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최 원사님! 수송선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창수는 혹시나 바닷속의 거대 게들이 수송선을 공격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도움을 받을 길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 해군과 연락이 닿았답니다!”
“뭐? 해군? 어디 해군? 미 해군?”
“아니요! 우리 해군이랍니다! 바로 복귀하라는데요! 해군 군함이 올 거랍니다!”
수송선의 무선 통신기로 구조 요청을 계속 보내던 중에 어째서인지 남반구의 태평양에 있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통신이 된 것이다.
창수와 대원들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복귀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날 저녁쯤에 멀리서 대한민국 국기를 단 해군 함정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