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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20화 (220/351)

제220화

220화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슬라임들을 볼 수 있었다.

창수는 그 광경에 서울이 지옥이 되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있는 곳도 그다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제길!”

최대한 빨리 서울을 벗어나야만 했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프로펠러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창밖으로 전투 헬기의 모습이 보이고 창수는 들릴 리 없는 고함을 질러야만 했다.

“안 돼!”

창수의 외침 소리를 무시한 채 전투 헬기의 기관포에서 불을 뿜어대었다.

두두두두두두!

수도 서울이었다.

과거처럼 천만 인구가 모여 사는 초거대 도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이 살고 있었다.

열심히 인구를 분산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수도 서울을 뮤턴트에게서 지키기 위해 전투 헬기의 조종사는 기관포의 트리거를 있는 힘껏 당겼다.

뚝! 뚝!

건물 안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금만 조준이 잘못되어도 건물 안의 시민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었기에 헬기 조종사의 몸은 땀으로 젖어들었다.

지금은 훈련이 없었지만 헬기 탑 건에 뽑히기도 했던 이 준위였다.

그런 실력대로 지상에서 꾸물거리는 기이한 뮤턴트의 몸 위로 정확하게 탄착점을 형성했다.

퍼퍼퍼퍽! 펑!

도로가 엉망이 되어 버릴 터였지만 시민들을 하나라도 더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슬라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어떤 뮤턴트라도 전투 헬기의 기관포를 맞고 무사할 수 없었다.

숫자가 너무나도 많아 보였지만 확실하게 숫자를 줄일 수 있다면 자신으로서는 충분히 한 것이었다.

그렇게 기관포의 포탄을 전부 소모해 가며 슬라임들을 쓸어버렸다.

슬라임의 파편으로 온통 도로가 물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치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공터에 있는 슬라임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서는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일반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빠른 동체 시력을 가진 이 준위는 자신이 갈기갈기 찢은 도로로 시선을 돌렸다.

“맙소사!”

꿈틀거리는 기괴한 뮤턴트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기관포탄으로는 죽일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내 무전으로 자신의 공격이 뮤턴트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외쳤다.

공용 무전망으로도 슬라임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도 슬라임들이 죽지 않고 숫자만 늘어난다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공격 중지! 공격 중지! 서울에 나타난 뮤턴트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다! 공격하지 마라! 공격을 하지 마!-

뮤턴트가 나타난 지는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슬라임들은 엄청나게 증가를 했다.

서울시에 주둔하고 있던 수많은 군인들이 슬라임을 처리하기 위해 수만 발의 탄환을 쏟아내었다.

한마디로 수만 마리 이상의 슬라임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슬라임들은 군인들과 건물 내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먹어 치웠다.

슬라임은 반투명의 젤리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뮤턴트를 죽이려면 일반적으로 머리를 노려야 했다.

하지만 슬라임은 머리가 없었다.

아니 있지만, 눈으로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저지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숫자만 늘어날 정도였으니 막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쓰러트리라는 거야!”

“중대장님! 무조건 막으랍니다!”

“야! 이 새끼야! 뭘 어떻게 막아! 공격도 못 하는데 어떻게 막으란 말이야!”

뒤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자신들이 도망을 가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 안의 주민들은 전부 죽는 것이었다.

“살려 줘!”

“제발! 살려 줘요! 살려 주세요!”

이미 슬라임들이 파고들어 간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살려 달라 비명을 질러 대었다.

일부는 창문 밖으로 매달려 있었고 일부는 옥상으로 올라가 살려 달라 소리를 질러 대었다.

“싫어! 오지 마!”

기괴한 액체 괴물이 다가온다.

손에 잡히는 물건들을 들고서는 슬라임을 향해 던져 대었지만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더욱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부글! 부글! 부글!

슬라임의 몸에 닿은 물체들이 녹았다.

마치 강한 산성의 몸체를 가지고 있는 듯했으니 사람들은 슬라임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려야만 했다.

그렇게 결국 도망갈 곳이 없던 이들은 창문 밖으로, 옥상 아래로 뛰어내렸다.

운이 좋으면.

단 1%의 확률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행하는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상도 슬라임들로 뒤덮여 있었다.

“뜨…… 뜨거워! 아아아아악!”

추락사하지는 않았다.

바닥의 물컹거리는 슬라임의 몸에 집어 삼켜져서는 몸이 녹아들어 갔다.

그렇게 녹은 몸은 슬라임의 살점이 되어 슬라임의 숫자와 크기를 늘려 줄 뿐이었다.

그런 슬라임들이 꾸물거리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 * *

“따라와! 여길 나가야 해!”

“어디로요?”

“지상으로 내려가야 해! 빨리!”

창수는 혜은을 데리고서는 최대한 아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결국 계단으로 지상까지 내려간 뒤에 차량을 이용하든 도보로 이동을 하든 슬라임이 없는 곳으로 피해야만 했다.

총으로 피해를 주지 못하는 슬라임을 보며 창수는 지금의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슬라임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일단 피해야만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창수는 한참 계단을 내려가다가 숨을 헐떡이는 혜은을 바라보았다.

여자인 데다가 일반인인 혜은이 창수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작정을 하면 특전사들도 창수를 따라가지 못하니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까아악!”

창수는 결국 혜은을 안아 들고서는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아무것도 못 해 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제길! 경치 좋다고 너무 위에다 방을 잡았어.’

서울 경치 좀 구경하겠다고 높은 층에 방을 잡았다.

그 때문에 지상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그렇게 슬라임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

“제길!”

계단 아래로 꾸물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슬라임을 볼 수 있었다.

“살려 줘! 아파! 아아아악!”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는 슬라임에게 한 남자는 허리 아래가 뒤덮여서는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러 대었다.

창수는 옷과 피부 그리고 근육까지 녹아들어 가며 뼈가 보이기 시작하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접전도 불가능하다.’

근접전이 불가능한 이상 창수는 회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기에 창수는 자신이 있는 층의 복도로 뛰어 들어갔다.

다른 방법으로 내려갈 길을 찾아야만 했다.

“4층.”

다행히 꽤나 많이 내려왔다.

4층이라면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창수는 창밖을 보고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층 높이가 아니잖아.”

“최 원사님.”

아파트나 주택과는 달리 층고도 높은 호텔 건물이었다.

특히나 1층의 경우는 건물의 2층 규모를 넘을 정도로 층고가 높아서 4층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아파트 건물의 7층에서 8층 정도의 높이였다.

창수 혼자라면 어떻게든 뛰어내려도 무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혜은을 안고서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엔젤이나 강화 물약이 없는데.’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치료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방에서 복도로 나와 아래로 내려갈 방법을 찾으려고 할 때 혜은이 비명을 지르며 창수에게 외쳤다.

“까아악! 괴물이에요! 최 원사님!”

계단을 통해 올라온 슬라임들이 꾸물거리며 복도로 나오고 있었다.

권총과 대검이 있었지만 사용할 수 없었기에 창수는 별수 없이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있는 힘껏 발로 차자 단단한 문이 부서지며 열렸다.

“최 원사님! 저 괴물들 뭐예요?”

“슬라임!”

“슬라임이요?”

“아니! 슬라임 같은 뮤턴트!”

형태가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슬라임과 같았기에 이해가 편하도록 슬라임이라 부른 것이었지만 판타지 소설 속의 설정과 같은 슬라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판타지 소설들의 설정이라는 것이 작가 마음대로 하는 것이었으니 별 의미는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단단한 통유리창을 향해 호텔 방 안의 물건을 있는 힘껏 던졌다.

와장창!

강화 유리였기에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부서지지 않아야 했지만 아주 강한 충격 앞에서는 역시나 별수 없었다.

높기는 했지만 혜은을 안고서는 어떻게든 뛰어내려야 했다.

그렇게 뛰어내릴 준비를 하려는 순간 혜은이 외쳤다.

“저기, 슬라임이면 불에 타지 않나요?”

“불?”

“예! 그게 저…… 소설을 읽었는데. 슬라임들은 마법으로 죽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마법은 세상에 없지만…….”

산성으로 추정되는 물컹한 신체에 강한 물리력으로 공격을 하면 신체가 분열된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슬라임은 물리 내성이 있었기에 마법이나 불과 같은 물리 외적인 공격으로 퇴치를 할 수 있었다.

“냉장고 뒤져 봐! 빨리!”

“예? 왜? 아! 예!”

혜은은 창수의 말에 황급히 냉장고를 찾아 열었다.

별로 쓸 만한 것이 없었다.

“생수하고 음료만 있어요.”

“술 같은 거 찾아봐!”

“알겠어요!”

혜은은 호텔 방 안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술을 찾았다.

사실 술이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창수는 호텔 방 안의 쇠봉에 이불 천을 둘러 감아서는 호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는 동안 슬라임은 호텔 방의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호텔 아래로 뛰어내려야 했지만 호텔 1층 아래로 빼곡하게 슬라임이 가득했다.

뛰어내리는 순간 슬라임에게 잡아먹힐 것은 분명했다.

‘만일 불에 잘 붙는 놈들이라면…….’

창수는 불을 붙인 횃불을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슬라임들을 향해 내밀었다.

불의 열기 때문인지 움찔 몸을 떨며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는 슬라임들이었다.

“최 원사님! 찾았어요! 술 있어요!”

혜은은 구석진 곳에 숨겨 놓은 듯한 반쯤 마신 위스키 병을 들고 창수에게 다가왔다.

“이것 좀 들고 있어 봐!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아! 예!”

“절대 슬라임의 몸에 닿게 해선 안 돼!”

“예? 왜요?”

“여길 통째로 구워 버릴 수 있으니까!”

“아!”

슬라임의 몸이 강력한 인화성 물질이라면 자칫 호텔 전체가 불바다가 될 수 있었다.

아직 호텔 방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존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작정 불을 붙일 수는 없었다.

창수는 반쯤 술이 든 위스키 병에 불 심지를 만들어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거 잘못하면 호텔 주변도 다 불바다가 되겠는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기에 창수도 별수 없었다.

창수는 위스키 병의 심지에 불을 붙인 뒤, 도로가에 세워져 있는 차량을 향해 던졌다.

말랑한 슬라임의 몸 위에 떨어지면서 자칫 화염병이 터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량으로 빠르게 던져진 화염병은 산산조각이 나며 주변으로 화염을 비산시켰다.

화르륵!

그다지 크지 않은 불씨였다.

하지만 그 작은 불씨는 이내 들불처럼 번져 가기 시작했다.

슬라임의 약점을 찾은 것이다.

다만 슬라임이 너무나도 많이 늘어난 것이 문제였다.

“지옥이군. 지옥이야.”

온 도로와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에서 창수는 건물 내부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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