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28화 (228/351)

제228화

228화

서울의 구 하나가 완전히 봉쇄되고 남부 지역의 중심 도시 중에 하나인 대구가 봉쇄되었다.

여전히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맥 속에서는 뮤턴트들이 득실거렸고 봄이 되면 다시 거미 뮤턴트들이 국경 장벽을 넘어올 것만 같았다.

“태평양에서는 거대 해양 뮤턴트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목을 조여 오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있었다.

이런 위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도중 외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누구?”

“아랍 에미리트의 모하메드 왕세자가 도착했습니다.”

“그 양반은 왜?”

김석호 대통령은 연달아 터진 대형 사건들에 지쳐 있을 때라 중동의 UAE의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했다는 말에도 시큰둥했다.

과거에야 국빈으로 극진하게 모셨겠지만 지금은 아직 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할 뿐 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보좌관도 중동의 왕세자가 온 것에 대한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했지만 대답을 해 주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귀찮은 요청을 해 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거절하는 것은 그렇겠지?”

“스스로 찾아온 손님인 데다가 UAE와의 협정이 있습니다.”

“흥! 그놈의 종이 쪼가리만도 못하게 된 협정 따위야!”

국제 조약이니 협정이니 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한국 정부로서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미국 정부와의 협정 외에는 다른 국가 간의 협정은 사실상 파기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만나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듣기로 선물로 기름을…….”

“기름?”

“예. 유조선이 한 대 동지나해를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도착을 할 것 같습니다.”

대형 유조선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는 말에 김석호 대통령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로 만나기로 하지.”

“예.”

그런 것이 있으면 진작 말을 할 것이지, 라는 말을 하는 김석호 대통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피곤해 보이는 모하메드 왕세자와 접견실에서 마주했다.

“어서 오십시오. 왕세자님.”

“환대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형식적인 악수를 한 두 사람은 둘 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바로 결론으로 넘어갔다.

“한국의 상황은 잘 통제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여객기를 타고 오는 동안 본 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불타고 있는 도시와 폐허가 되어 버린 땅을 하늘 위에서 지켜보았다.

그나마 한국의 도시는 멀쩡해 보였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과거 전염병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한국만큼은 상황을 통제 아래 두고 완벽에 가까운 관리를 해 나갔다.

이번 뮤턴트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은 완벽하게 통제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러움과 놀람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다지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행여라도 무리한 부탁을 할까 걱정이 되어 한국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고 말을 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도 김석호 대통령이 자신들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절박했기에 도와 달라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외교적 수사니 뭐니 할 상황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급박해 보이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모습에서 김석호 대통령은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죽었을지도 모를 한국의 상황에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뮤턴트 메뚜기들이 아프리카에서 발생을 했습니다.”

“예?”

“현재 중동에 도달을 했고 일부는 인도 쪽 방면으로 곧바로 올라갔습니다.”

“메뚜기요?”

“예. 동아시아에서는 황충이라고 부르는 놈이지요. 문제는 뮤턴트화 되어 인간만 한 크기입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는 괴물입니다. 크기도 그렇고 먹성도 그렇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놈들입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을 겁니다.”

과거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황충이 중동과 인도 그리고 중국 남부 지역까지 날아들어서는 작물들을 전부 집어삼켜 버린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빈국들은 기아에 휩싸여서는 수많은 아사자들을 만들어 내었다.

겨울이 되면 죽기에 한반도까지는 올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그다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황충보다 수십 배나 큰 데다가 작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먹어 치우는 놈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놈들이 한반도에 도착을 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도착을 하고 나면 손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먹고 알을 낳아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와 중국이 황충에 지배된다면 전 세계가 황충에게 뒤덮이게 될 것입니다.”

거미 뮤턴트만 해도 골치 아픈데 다른 대량 발생 뮤턴트의 등장에 김석호 대통령은 헛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기름을 가지고 왔습니다. 기화폭탄을 만들어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군수 산업이 발전되어 있는 한국이었다.

물론 그것도 옛말이었지만 탄약과 폭탄 생산에 있어서 한국만큼 가성비 좋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국가는 없었다.

대규모 뮤턴트들의 이동에 기화폭탄으로 전부 태워 버리려는 속셈인 듯했다.

“해처리가 어디입니까?”

“소말리아입니다.”

뮤턴트 퇴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뮤턴트가 태어나고 있는 해처리를 박멸하지 않는 이상 매년 계속될 일이었다.

“미국 정부에 협조를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처리에 핵이라도 날려 박멸을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물론 해처리가 나타날 때마다 핵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중국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서 나타난 뮤턴트에 핵미사일을 사용했다가 기형 뮤턴트가 발생을 했다.

더욱이 방사능 낙진으로 지구 전체가 오염되면 그나마 생존을 하고 있던 인간들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미국 정부에 협조를 구한다고는 했지만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 너머의 일이었으니 미국 정부가 관심을 보일지는 알 수 없었다.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다는 뮤턴트 메뚜기 떼들을 전부 박멸하는 데 얼마나 많은 물자와 인력을 갈아 넣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게 UAE가 공급해 주는 원유로 액체 기화폭탄을 생산해 최대한 뮤턴트 메뚜기들을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물론 그 터무니없는 계획이 성공을 할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뭐든 해야만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무리한 부탁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것은 들어 줄 생각이었다.

UAE가 공급해 주는 원유로 기화폭탄을 생산하겠지만 전부 기화폭탄을 만드는 데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나머지는 적당히 한국 정부에서 챙기게 될 것이었다.

‘아마도 UAE의 주요 인사를 한국으로 이주시켜 달라는 부탁이겠지.’

한국 정부와 UAE는 사문화되기는 했지만 상호 방위 조약이 체결되어 있었다.

국가의 안위가 위협받을 때 군대를 파견해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렇게 약속대로라면 한국군이 파병되겠지만 그런 것을 해 줄 리 없었다.

결국 UAE의 왕족과 일부 국민들을 한국으로 이주시켜 보호해 주는 정도에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최창수의 행방을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최창수? 혹시 최창수 원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리가의 영웅이라는.”

“예. 그에게 과거 도움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아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군요.”

“그라면 아직 살아 있습니다. 지금은 전주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아! 살아 있었군요.”

모하메드 왕세자는 창수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국의 왕세자가 찾는다니, 다소 의아하기는 했다.

그렇게 모하메드 왕세자는 창수를 한번 만나 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런 부탁이야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에 받아들여졌다.

* * *

점점 절망스러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희망이 헛된 것이라 할지라도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발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때?”

“도저히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감을 못 잡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엔젤과 뮤턴트를 연구하는 연구소의 팀장은 부하 연구원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짜증을 부렸다.

물론 자신이 짜증을 부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답답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자신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후우! 엔젤만 해도 알아낸 것이 적은데 순도가 더 높은 엔젤의 원천 물질은 더 기가 막힌 놈들입니다.”

“뭐가 그리 기가 막힌 놈들인데?”

“그러니까. 저놈들 살아 있습니다.”

“뭐?”

“원천 물질. 세계수라고 했던가요?”

“그래. 우유니 소금 사막 지하에 있는 세계수인지 뭔지라는 것에서 추출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창수에게서 보고받은 정보를 전달받은 연구소였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여기고 있는 중이었다.

“엔젤은 세포 조직 내에서 세포 조직을 극도로 활성화시킵니다. 하지만 엔젤은 무기물입니다.”

“그래. 그런데 저 하얀 건 무기물이 아니라 유기물이라는 거야?”

“예. 유기물입니다. 살아 있어요.”

그냥 하얀 가루였다.

눈으로 보면 곱게 잘 간 밀가루같이 보일 정도였다.

“그럼 대체 어떤 놈이야?”

“꼭 집어 말하자면 곰팡이 같은 놈입니다.”

“곰팡이?”

“예.”

“그럼 포자라는 건데. 저걸로 세계수인가 뭔가 하는 나무나 식물을 싹 틔울 수 있지 않아?”

“해 봤는데 안 됩니다.”

“생식 능력은 없나 보군.”

“예. 대신 번식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 자가 복제 능력이라고 해야겠네요.”

“뭐? 설마.”

“특정 조건을 충족시켜 주자 늘어납니다.”

엔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원천 물질이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설마 저걸 무한정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거냐?”

“무한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원천 물질을 늘려 엔젤을 무한정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제길! 어쩐지 그놈의 엔젤이 계속 만들어져 공급되고 있다더니!”

창수로부터의 보고서에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의 원천 물질의 공급은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한다.

물론 세계수의 묘목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니 어디선가는 소량이나마 계속 원천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을 터였다.

문제는 원천 물질이 세계수에서 생산되지 않는다고 해도 자가 복제가 되는 듯이 늘어난다면 세계수는 무의미했다.

어디선가 원천 물질 일부만 가지고서 계속 엔젤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엔젤을 만드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작은 가정집에서도 엔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엔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일단 엔젤의 제작법을 찾아내 봐.”

“예. 알겠습니다.”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엔젤을 토대로 원천 물질을 통해 엔젤 제조법을 발견해야만 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커다란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