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화
244화
여인이 깨어나려고 하자 창수는 넬시아와 아룬 그리고 미노에게 잠시 자리를 피해 달라는 말을 했다.
만에 하나 의식이 돌아왔다면 셋을 보고 다시 놀라게 될 것이었다.
설령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여전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창수라면 어렵지 않게 제압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넬시아와 아룬은 투덜거리는 미노를 끌고 살짝 옆의 골목길 쪽으로 들어갔다.
“으! 으으! 여…… 여긴…….”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정부나 군에서 골치 꽤나 아프겠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녀와 같은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쉽사리 작전을 벌이기는 어려워졌다.
창수 정도나 되어야 피해 없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이었고 몸에 붙어 있는 것도 상태에 따라 또 달라질 터였다.
“이보세요. 정신 차리셨나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누구?”
여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창수가 군복을 입고 있는 것에 아직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안도를 했다.
“저…… 저희를 구하러 오셨군요.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자신들을 구하러 군인들이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끔찍한 지옥에서 구해졌다는 생각에 안도가 되는 여인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김혜선이요. 아…… 아저씨. 군인 아저씨. 동생. 저 동생 있어요. 동생은 무사한 거죠?”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동생을 찾는 혜선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자신의 동생이 없었다.
그리고 얇은 이불에 몸이 가려져 있었지만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도 이내 알 수 있었다.
“제……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죠?”
혜선은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며 창수를 노려보았다.
마치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니냐는 듯한 혜선이었지만 창수의 입보다 덕수의 입이 먼저 열렸다.
“미친 소리 하네. 기억 안 나는 척하지 마. 괴물 되고 난 뒤라면 모르겠지만 괴물이 되기 직전까지는 기억이 있을 테니까.”
덕수의 말에 혜선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기억이 난 듯했다.
공포에 질린 듯이 혜선은 몸을 세차게 떨기 시작했다.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혜선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괴…… 괴물. 괴물한테 먹혔는데. 어…… 어떻게 된 거죠? 운이. 우리 운이는 어떻게 된 거죠? 나…… 나 분명 죽었을 텐데!”
“진정해요.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제 괜찮…….”
“아! 어…… 엉덩이가 아파요. 간지러워요. 아파요. 아파. 크륵!”
창수는 이불로 가린 혜선의 몸 뒤로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는 것인지 불룩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혜선은 다시금 의식이 멀어지는 듯했다.
“군인 아저씨. 저 눈이 안 보여요. 눈이 안 보이고 있어요. 왜요? 저기, 저 다시 졸려와요. 살려 주세……. 으륵! 크륵!”
몸에 붙은 것을 제거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혜선은 다시 의식을 잃었고 그녀의 엉덩이에서 돌기가 돋아나고 있었다.
이미 몸 안에 심어진 시드(씨앗)가 제거되지 않아 다시 뮤턴트화가 진행이 되는 듯했다.
“소용없네. 완전히 괴물이 되었어.”
덕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최악이라는 듯이 웃었다.
창수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에서 돋아나는 전갈의 꼬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제거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샘플 확보한다.”
창수는 혜선의 몸을 붙잡아 단단히 묶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정상으로 돌리지 못하니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다시 뮤턴트화가 되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혜선의 상태가 이상해지자 골목길 안에 숨어 있던 셋이 다시 나왔다.
뮤턴트가 되더라도 의식이 있으면 상관이 없을 터였지만 의식이 없다면 뮤턴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공격하지 못하게 단단히 묶고서는 덕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래? 따라올 테냐?”
“따라가면 달라지는 거 있나요?”
덕수는 창수의 말에 자신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눈앞의 혜선이 다시 인간에서 뮤턴트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정체도 들켰으니 비밀 연구실 같은 곳에서 끔찍한 실험을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아무리 인간이라고 외쳐 봐야 막무가내로 각종 실험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너는 여기 있는 내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 거냐?”
“예?”
“무슨 걱정 하는지 알겠는데. 이 친구들도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본래의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정부에 협조하고 있는 거야. 모습은 이러해도 인간의 의식이 있으면 인간인 거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마라. 이 여자. 그래. 다시 뮤턴트가 되고 있지만 방금 전에 봤잖아. 다시 기억이 돌아온 거. 내 능력으로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또 다를 수 있겠지.”
창수의 말에 덕수는 아룬이나 넬시아 그리고 미노를 보았다.
그런 덕수에게 넬시아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해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검사를 받기는 하는데 그렇게 괴롭…… 조금 괴롭기는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야.”
사실 못 참아서 난동을 부리고 탈출을 하려다가 창수 덕분에 처리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은 연구 데이터를 거의 다 뽑아 먹혀서 더 이상 실험체로서의 의미가 없어져 군에게 협조 중이었다.
덕수는 창수 일행들의 모습에 잠시 고민을 했다.
“그…… 그럼 저도 당신들처럼 될 수 있다는 건가요?”
괴물들과 싸우는 뮤턴트 군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네가 인간으로 계속 남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해.”
창수의 대답에 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가…… 가족 찾고 있어요.”
가족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찾더라도 본래의 상태로 돌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덕수였다.
창수는 덕수의 가족도 혜선과 같이 변했으리라 생각했다.
덕수가 뮤턴트화가 되었음에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돌연변이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운이 좋은 것이었다.
물론 이것이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 *
창수는 혜선과 덕수를 데리고서는 안전 구역으로 돌아왔다.
경계선 밖의 군인들은 창수가 생존자를 데리고 나오자 다들 감탄을 했다.
“역시 생존자들이 있었어!”
“그럼 이제 구하러 들어가는 건가?”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다행이다. 나 친척이 대구 안에 있거든. 제발 살아 있었으면 좋겠는데.”
전력이 부족하다고 대구 진입이 허락되지 않고 있었다.
대구를 수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봉쇄만 하고 있던 군이었다.
겨울을 보내고 난 뒤 더 이상 생존자들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모두 뮤턴트가 되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창수가 생존자들을 데리고 나왔으니 정부와 군에서도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대구 진입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 생각했다.
생존자들은 앰뷸런스에 태워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당연히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을 했으니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심리 치료를 받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다음 날에도 창수는 뮤턴트들을 데리고 대구 안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는 생존자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생존자다!”
게이트의 입구로 스스로 걸어 나오는 생존자가 있었다.
“뭐야? 알몸이잖아.”
“야! 김 일병! 몸 가릴 옷가지 가지고 와!”
“예! 알겠습니다!”
넋이 나갔는지 알몸으로 게이트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었다.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세 명의 군인들이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충분히 경계를 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생존자였다.
경계심이 사라질 만했다.
“이봐요. 괜찮으세요?”
알몸의 남자에게 다가간 이준우 하사는 남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왔지만 아직은 쌀쌀했다.
“김 일병.”
“예!”
남자의 몸에 옷가지를 덮어주려는 순간 김 일병의 몸이 풀썩 땅바닥에 쓰러졌다.
“야! 김 일병! 뭐 하냐?”
갑자기 쓰러진 김 일병의 모습에 다들 의아해했다.
그중에 다른 병사가 김 일병에게 다가갔더니, 알몸의 남자 옆으로 뱀과 같은 길쭉한 것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뱀과 같은 길쭉한 것이 병사의 몸을 찔렀다.
푸욱!
찔리는 그 순간 핑 도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 뭐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의식은 멀쩡했다.
단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뿐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동료들의 비명 소리와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뮤턴트다! 생존자가 아니야!”
“물러……. 윽!”
너무 경계를 하지 않고 가까이 접근을 한 것이 문제였다.
창수는 분명 보고를 했지만 상부에서는 말단의 간부들과 병사들에게 관련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병사들을 공격한 알몸의 남자가 생존자가 아닌 뮤턴트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저격수가 뮤턴트의 머리를 날려 버린 것이다.
탕!
퍼억!
머리가 날아가 버리고 나자 뮤턴트의 몸은 허물어졌다.
“제길! 구역질 나는 괴물 놈들!”
본래는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닌 괴물일 뿐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날려 버렸으니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다는 생각이 드는 저격수였다.
하지만 이내 게이트 주변 군인들의 탄성과 경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았어?”
“움직인다!”
머리가 본체가 아니었다.
머리는 인간으로서의 본체였고 뮤턴트로서의 본체는 다른 것이다.
“말도 안 돼! 분명 머리를 날리면 뮤턴트는 죽는다고 했잖아!”
머리가 날아가도 살아 있는 뮤턴트의 모습에 공포가 밀려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뮤턴트에 대한 대책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특전사들이나 대뮤턴트 요원들은 머리가 터져도 죽지 않는 뮤턴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군인이나 일반인들은 머리만 날려 버리면 뮤턴트는 죽는다고 알고 있었다.
정부와 군에서도 머리가 날아가도 죽지 않는 뮤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반 군인들에게 그런 것까지 말해 주면 사기가 떨어지게 될 것을 알기에 말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로 군대를 진입시키지 못한 것은 이런 문제도 있었다.
머리가 날아가고도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 알몸의 남자는 자신의 두 팔로 쓰러진 두 명의 군인들의 몸을 잡았다.
“뭐…… 뭐 하는 거야?”
“끄…… 끌고 가는 것 같은데?”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건가?”
“모…… 모르겠…… 아!”
두 명을 끌고 가려던 알몸의 남자는 두 명까지는 무리였는지 군인 하나는 포기하고 하나의 군인만 붙잡아 끌고 가려고 했다.
탕!
동료를 그냥 끌고 가게 놔둘 순 없었다.
알몸의 남자의 심장에 총알이 날아가 박혔다.
머리가 아니라도 심장이 날아가면 뮤턴트도 죽었다.
“빌어먹을! 왜 안 죽는 거야!”
결국 동료를 끌고 가는 팔을 날려 버렸다.
그렇게 되자 더 이상 군인을 끌고 갈 수 없었다.
“빨리 가서 구해 와! 빨리!”
황급히 게이트에서 달려 나와 동료들을 구해 가는 군인들이었다.
그러고서는 알몸의 남자의 몸에서 기괴한 것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제길! 신종 뮤턴트인가 봅니다.”
“가지가지 하네!”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죽는 날까지 적응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