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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54화 (254/351)

제254화

254화

비가 그치고 대구였던 곳은 거대한 호수가 되어 있었다.

호수의 물은 짙은 검은색이었다.

아마도 화산재와 뒤섞이며 검은색 물이 된 듯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화산재는 가라앉고 맑은 물만이 남을지도 몰랐다.

“칼데라 호인가?”

“칼데라 호라기에는 대구가 화산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이 정도면 용암은 완전히 식어 버렸겠지?”

“아무래도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지하에 용암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 괴물들은? 물에 빠져 죽었겠구만.”

깊이는 알 수 없었다.

온통 검은색이라 한길 아래의 깊이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보다 작던 화염의 악마들이 멀쩡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 저기 좀 보십시오!”

“어디?”

“저기 호수의 가운데요!”

호수의 중앙쯤에 무언가 탑의 꼭대기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탑이 아니었다.

용암으로 인해 건물은 하나도 남김없이 녹아 버렸다.

그렇게 다들 자세히 호수 가운데를 바라보았다.

“팔?”

“그 커다란 괴물의 팔일까요?”

유독 커다란 뮤턴트가 하나 있었다.

누군가 그 뮤턴트를 발록이라고 말을 했다.

그 발록의 팔인 듯 보였다.

검게 식어 버린 발록의 팔은 하늘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화염계 뮤턴트여서인지 엄청난 양의 물 앞에서는 별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마치 봉인이라도 된 것처럼 거대한 대구 호수 한가운데 팔만 내놓은 채로 멈춰 있었다.

“물을 빼야 할까요?”

“저 많은 물을 어디로 빼?”

족히 수천만 리터는 될 법한 양의 물이었다.

더욱이 온통 검은색으로 오염되어 있으니 물길을 만들어 빼낼 수도 없었다.

빼낸다고 해도 낙동강이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낙동강 하류의 도시들의 식수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 정화가 되기까지 가만히 놔둬야 한다는 의미였다.

“대구 호수의 가운데 있는 팔이 발록의 팔이라던데 혹시 물을 빼내면 부활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부활?”

“예. 보통 재앙의 시작이 저런 걸 건드리는 것이거든요.”

“재앙의 시작 같은 소리 하네. 아주 물에 축축하게 젖어서 다시 불은 안 붙을 것 같구만.”

“혹시 모르죠. 잘 말려서 불을 붙이면 재생할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혹시라도 둑 안 무너지게 살펴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과거 거대 도시가 있었던 자리는 그렇게 호수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대구 호수라고 칭했고 그 대구 호수의 바닥에는 화염의 악마들이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호수의 물이 빠지면 악마가 부활을 할 것이라 말하고 다녔다.

정말로 악마가 부활을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거대한 호수의 물을 빼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거대한 호수 한가운데 있는 발록의 팔을 한국 정부나 군대에서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대구 안쪽에 생존자는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대구라는 지명은 호수로만 남게 되었다.

* * *

대구 사태는 꽤나 파괴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구에서 떠난 위협이 하나 있었다.

“꼬마 아가씨.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면 될 거야.”

“…….”

고아였다.

여자아이를 고아원으로 안내해 준 남자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고아가 넘치는 세상이었다.

죽음이 너무나도 가깝다 보니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아직 정부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을 모아 최소한의 보호를 해 주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이 자신들의 희망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충격으로 인해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이는 한 고아원에 맡겨졌다.

“이름이 뭐니?”

“…….”

고아원의 원장은 여자아이에게 이름을 물었지만 이름을 듣지는 못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군인으로부터 온통 뮤턴트로 가득 찬 곳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고 들었다.

당연히 부모가 뮤턴트들로부터 끔찍한 죽임을 당했을 터였다.

어린 여자아이가 버틸 수 있을 만한 충격은 아닐 터였기에 이름을 잃어버렸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 많이 배고프지. 일단 많이 먹고 푹 쉬다 보면 괜찮아질 거다.”

여자아이는 고아원의 원장의 손에 이끌려 다른 고아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약해.”

“응? 뭐라고 했니?”

“…….”

여자아이가 무언가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원장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지만 여자아이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여자아이의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차츰 좋아질 것이라 생각을 하며 여자아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여자아이는 고아원의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 * *

대구 사태가 끝나기는 했지만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은 곧장 멕시코로 갈 수 없었다.

일차로 혹시라도 빠져나간 화염의 악마는 없는지 대구 주변을 수색해야만 했고 백두대간을 통해 내려오는 거미 뮤턴트가 강원도 태백에서 목격되었다는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인간의 몸에 알을 낳으면 한 달도 되지 않아 부화를 해서 새끼 거미 뮤턴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두어 달 만에 성체로 자랄 정도로 터무니없는 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물론 그만큼 인간들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왕성한 식성을 보였다.

“백령도에서 신종 뮤턴트가 발견되었답니다.”

“또 무슨 신종?”

“그게. 신종이 아닐 수도 있는데.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중국 서부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메뚜기 뮤턴트라고 합니다.”

“그게 벌써 한국에 도달했다고?”

메뚜기 뮤턴트를 막기 위해 대구를 소멸시켜 버린 최악의 무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반도에까지 도착을 한 것이다.

“그게 개체는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길을 잃고 황해를 건넌 것 같습니다.”

황해가 그다지 크지 않은 바다라지만 바다는 바다였다.

그 바다를 건너 넘어왔다는 말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다행히 한 마리뿐이었기에 생포되어서는 연구실의 샘플이 되었지만 언제 황해를 넘어 한반도에 당도를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한반도는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위기인 것이다.

그렇게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를 떠나기 시작했다.

항구마다 피난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창수는 곧장 떠날 수가 없었다.

군인으로서 한 명의 국민들이라도 구해야 했다.

마음속으로는 가족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느 군인들과 다를 바 없이 국민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대구 수색이 끝나고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 거미 뮤턴트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 창수의 활약으로 뮤턴트 부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군에서 창수에게 추가로 불완전 뮤턴트들을 배속시켰다.

그렇게 일개 분대 수준으로 늘어난 뮤턴트 부대는 어느덧 최전선에서 뮤턴트들을 상대로 싸워야만 했다.

“최 원사님! 거미들이 밀려옵니다!”

“창수! 이 거미들 맛없다!”

“이 돼지 새끼! 안 처먹으면 될 거 아냐!”

“최 원사님! 지원 사격 할까요?”

“왜 내가 너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황이 이러니 따르도록 하지.”

각종 기기괴괴한 괴물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며 거미 뮤턴트들과 싸우고 있었다.

창수는 인간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 기괴한 싸움판의 한가운데서 고개를 내저었다.

“거기 빠져나간다! 막아!”

뮤턴트 대원들 하나하나가 괴물들이었지만 거미 뮤턴트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숫자도 많아 저지선을 뚫고 나오기 일쑤였다.

속도까지 빨라서 한 번 놓친다면 한반도 전체로 퍼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렇게 뮤턴트 대원들을 뚫고 나온 거미 뮤턴트는 뻥 뚫린 남쪽으로 내달리려고 했다.

물론 남쪽에 한 차례 더 저지선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일반 전투 부대였다.

막아내더라도 막대한 피해가 날 수 있었다.

거미 뮤턴트는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뮤턴트보다 상대적으로 상대하기가 쉬운 인간들을 사냥하기 위해 그대로 내달리려고 했다.

물론 어느 사이엔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인간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몸에 알을 싣기에 알맞은 인간이었다.

자신의 길고 날카로운 발로 몸을 꿰뚫어 버리면 숨이 끊어질 터였다.

그렇게 빠르게 찔러 들어온 거미의 다리는 인간의 숨통을 끊어 버리는 듯했다.

물론 상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이 아닌 거미의 머리로 검붉은 창날이 뚫고 들어갔다.

깔끔한 동작이었다.

군더더기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거미의 머리를 관통했고 녹색의 체액을 뿜어내었지만 창을 쥔 인간은 거미의 체액 한 방울도 묻지 않은 채로 이제는 거미의 사체 옆을 지나쳤다.

“미노! 맛없어서 먹기 싫으면 그냥 죽여만 놔!”

“창수! 먹지도 않는데 죽이는 건 싫다!”

“그럼 죽이지 말고 다리만 몸통에서 뽑아 놔! 못 움직이게!”

“아하!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구나! 창수 역시 똑똑하다!”

죽이는 건 먹기 위해서만이라고 생각하게 된 미노가 맛없어서 먹기 싫다고 거미 뮤턴트들을 상대하길 꺼려 했다.

그 때문에 일부 거미 뮤턴트들이 저지선 밖으로 나오자 창수는 못 움직이게 몸통에서 다리를 뜯어내라고 했다.

미노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거미 뮤턴트의 다리를 잡아 힘으로 뜯어내 버리고서는 한쪽에 던져 버렸다.

다리를 잃은 채로 버둥거리는 거미 뮤턴트는 다른 대원이 간단히 처리했다.

“내가 죽인 거 아니다!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면 상관없다며 열심히 거미 뮤턴트들의 다리를 뜯어내는 미노였다.

“멍청한 놈! 뭐 멍청해도 지금은 이 역겨운 거미 놈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니!”

의외로 미노와 죽이 잘 맞는 들개 뮤턴트 복실이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거미 뮤턴트를 공격해 대었다.

놀랍게도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대원들이었다.

하지만 뮤턴트들을 막아내는 것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거미 뮤턴트들의 시체가 한가득 쌓였을 때 전투가 끝이 났다.

“한곳에 모아서 태워 버려.”

“샘플 확보 안 합니까?”

“샘플은 넘치도록 있다고 전부 현지 폐기 하라는 지시야.”

“알겠습니다.”

창수는 뮤턴트의 사체들을 태워 버리면서 자신이 보낸 샘플들이 그동안 효과가 있기는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 정리가 되어 가고 있던 중에 산 아래로 기이한 것이 보였다.

“최 원사님! 저거 뭡니까?”

“뭔데?”

창수는 산 아래쪽을 가리키는 뮤턴트 대원의 말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바위 위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무척이나 커다란 덩치의 소 떼를 몰고 가고 있는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저거 소 같은데요.”

“그런데 소가 왜 저리 커?”

“창수! 고소한 냄새 난다! 저거 나 먹어도 되나?”

창수는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미노가 커다란 젖소를 가리키자 힐끔 젖소들과의 거리를 확인했다.

상당히 멀었다.

무언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기는 힘들었다.

창수는 힐끔 미노의 외모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냄새를 맡는 거지?’

코는 안 보이는데 냄새는 또 맡는 신기한 미노였다.

“안 돼.”

물론 창수는 허락해 주지 않았다.

거미 뮤턴트들의 남하로 뮤턴트 밀크를 생산하는 젖소들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뮤턴트 밀크가 없다면 현재의 사람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미 뮤턴트들도 뮤턴트 밀크를 생산하는 뮤턴트 젖소들을 습격하려 했다.

한 컵만으로도 성인 인간 하나보다 영양가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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