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화
255화
창수의 뮤턴트 부대에게 뮤턴트 밀크를 생산하는 젖소의 호위 임무가 맡겨졌다.
뮤턴트 젖소가 거미 뮤턴트에게 잡아먹힌 것이다.
육류 생산뿐만 아니라 아기들의 분유 생산에 핵심적인 존재인 뮤턴트 젖소였다.
단 한 마리의 뮤턴트 젖소가 생산할 수 있는 뮤턴트 밀크만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었으니 단 한 마리도 뮤턴트들에게 잃을 수 없었다.
“남쪽으로 이송하는 백 마리의 뮤턴트 젖소들을 보호하라는 임무인가.”
“그런데 그 젖소가 대체 뭡니까? 고소한 냄새가 엄청나게 나던데요.”
창수는 기억했다.
“일본에서 보았던 그걸로 만든 건가 보네.”
“예? 그거라니요?”
“그런 것이 있어.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일단 임무만……. 미노! 젖소한테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지!”
창수는 계속 슬금슬금 뮤턴트 젖소에게로 다가가는 미노를 보고 버럭 화를 내며 미노에게 다가갔다.
뮤턴트 젖소 한 마리당 사육사가 한 명이 붙었다.
트럭과 같은 것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걸어서 뮤턴트 젖소들을 옮기고 있었다.
창수의 뮤턴트 부대가 호위 임무에 투입이 되었다지만 뮤턴트 젖소 주변은 사육사들과 일반 보병 부대가 담당하고 있었다.
공격해 오는 뮤턴트들을 일차로 저지하는 임무를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덩치 덕분에 뮤턴트 젖소들은 꽤나 느렸다.
더욱이 4시간마다 젖을 짜 줘야 한다며 4시간이 지나면 멈춰서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젖을 짜야 했다.
그렇게 짠 뮤턴트 밀크는 수송 트럭이 와서 전부 챙겨 어디론가로 가 버렸다.
그 때문에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이동을 하기도 힘들었다.
“시간당 대략 2km 정도 이동을 하는데. 하루에 15km 정도. 이래서는 목적지까지 한 달은 걸리겠네.”
직선거리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목적지인 남부 지역까지 이동을 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듯했다.
창수가 지도에 현재의 위치와 도착지를 살폈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상하 농장이었다.
그렇게 대략 걸릴 시간을 살펴보던 중 창수는 호송대의 단장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서는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 원사.”
“충성!”
“고생이 많아.”
“고생은요. 오히려 단장님께서 고생이 많으시죠.”
“내가 고생은 무슨.”
“그런데 그건?”
“아! 이거 한 주전자 얻어 왔어.”
고소한 냄새가 가득 풍기는 주전자였다.
“이게 기가 막히게 고소하고 무엇보다 피로를 풀어주는 데 특효더라고.”
뮤턴트 밀크의 중요성 때문인지 호송대의 단장은 원스타의 장군이었다.
그는 그릇 하나에 하얀 뮤턴트 밀크를 담아서는 창수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마셔도 되는 겁니까? 단장님.”
“허락받았어. 워낙에 양이 많이 나오다 보니 수송 트럭으로도 전부 수송이 되지 않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지금 여기만 뮤턴트 젖소 후송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야. 이놈들 워낙에 예민해서 수송 트럭이나 항공기 그리고 배를 태워도 뮤턴트 밀크가 나오지 않아. 한 번 멈추면 한 달은 족히 뮤턴트 밀크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 때문에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는 거지.”
후송대 단장의 설명에 창수는 그제야 왜 이렇게 직접 걸어서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 달이면 수십만 명은 족히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창수는 그릇에 담긴 뮤턴트 밀크를 바라보았다.
사실 뮤턴트 밀크를 창수는 먹어 보았다.
물론 뮤턴트 젖소에서 생산을 한 것이 아닌 마더라고 불린 뮤턴트에게서 나온 뮤턴트 밀크를 먹어 보았던 것이다.
창수는 그렇게 뮤턴트 밀크를 받아서는 한 모금 마셨다.
우유라기보다는 고소한 아몬드 밀크 같은 맛과 향이었다.
엄청나게 고단백의 농축 영양제 같은 뮤턴트 밀크는 피로뿐만 아니라 체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맛있군요.”
“그래. 본래는 사람들에게 직접 먹이려고 했었는데 혹시나 부작용 때문인지 사료로 사용하나 보더라고.”
“사료요?”
“그래. 이거 먹이면 가축들이 워낙에 잘 자라서 말이야.”
창수는 최근 들어 왜 육류 보급이 잘 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 사람에게 뮤턴트 밀크를 직접 먹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보니 사료를 통해 우회 식량화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먹어도 이상이 없는 겁니까?”
“뭐 상부 지시로는 먹지 말라고 하지만 이거 근처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에게는 꽤나 곤혹이거든. 중독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육사들 중에 안 먹은 사람은 없을 거야. 근무병들도 제법 얻어먹었을 테고.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일세.”
단장의 말에 창수도 동의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이외의 다른 군것질거리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고소한 우유라니 하루 이틀은 자제력을 발휘해도 계속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었다.
“뭐 병사들 피도 뽑아 가고 건강 검진도 계속 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우리한테서 실험 데이터를 뽑아가고 있는 것도 같고 말이야.”
후송대 단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부에서도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는 실험 데이터를 뽑아 간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일 년이 넘도록 마셨던 사육사들도 딱히 문제가 발생을 하지 않았다.
“부작용이 없었나 보군요. 지금까지.”
“아니 있긴 있었네.”
“부작용이요?”
“그래. 너무 건강해졌어. 다들 보게. 키가 멀대같이 커졌지 않나?”
창수는 단장의 말에 후송대의 병사들과 사육사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180cm 이하는 없을 정도로 키가 컸고 몸도 좋았다.
중요한 임무여서 일부러 특전사급의 후송 병력을 선발한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후송대 인원 자체가 기존의 경비 병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예병 같지?”
“예. 확실히 정예병 같습니다.”
“뭐 그 강화제인지 뭔지하고 비교할 건 아니지만 장기 복용을 하면 제법 육체적으로 강해지는…… 응?”
단장은 자신의 어깨를 누군가가 툭툭 건드리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서는 이내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미노!”
“헤에에에!”
창수가 한마디 했지만 미노의 시선은 단장이 들고 있는 주전자로 향하고 있었다.
“응? 한잔하고 싶냐?”
단장의 말에 미노는 몸의 상체를 열심히 흔들었다.
생긴 것은 꽤나 흉포하게 생겼지만 하는 짓은 강아지나 다를 바 없었다.
더욱이 그런 미노의 옆에 있는 복실이도 주둥이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하하! 그래. 고생하고 있는데 한잔 줘야지!”
단장은 흔쾌하게 뮤턴트 대원들에게도 뮤턴트 밀크를 한 바가지씩 주었다.
특히나 미노는 안 줬다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뮤턴트 젖소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먹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뮤턴트 밀크가 포만감도 채워 줘서는 계속 갈망을 하게 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맛있었다!”
“그러게, 이렇게 맛있는 거 나도 처음이다.”
“그치? 너랑 나랑 생각이 같네. 히히히!”
미노와 복실이는 평소 그렇게도 싸우다가 이번만큼은 의견이 맞는 듯했다.
그렇게 후송 중에 한 번씩 뮤턴트 밀크를 맛볼 수 있었다.
“정지! 정지!”
네 시간을 이동한 뒤에 다시 착유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내 주변으로 뮤턴트 밀크의 고소한 향기가 퍼져 나갔다.
“아우. 군침이 도네.”
“그러게 말이야. 저 우유로 크림 만들어서 케이크 만든 다음에 한 입 먹어 봤으면 여한이 없겠어.”
“풋! 케이크라. 나는 요거트 만들어서 먹어 보고 싶네.”
다들 뮤턴트 젖소의 착유를 기다리면서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시간에 맞춰 수송 트럭들이 왔다.
한가득 뮤턴트 밀크를 싣고서는 어디론가로 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뮤턴트 밀크의 고소한 향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후송대에게 있어서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뮤턴트다!”
거미 뮤턴트만 경계할 수 없었다.
주요 서식지가 일본이 되었지만 한국도 하피의 주요 서식지가 되어 어느 순간 하늘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드는 하피를 본 군인들은 날아오고 있는 하피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타탕! 탕! 탕!
“젖소를 지켜! 젖소를 지켜라!”
젖소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하피들도 고소한 냄새에 포기할 수 없었던지 날아오는 총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뮤턴트 젖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본래라면 인간을 공격해야 했을 하피들이었다.
하지만 하피가 자신들이 들고 날아갈 수도 없는 뮤턴트 젖소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몇 마리가 총알에 맞아 땅바닥으로 추락했지만 몇 마리는 뮤턴트 젖소의 몸에 날카로운 발톱을 박아 넣었다.
음모오!
뮤턴트 젖소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 때문에 착유기와 뮤턴트 밀크를 담아 놓은 통이 넘어지며 주변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하피를 전부 잡아!”
“아이고! 이 아까운 걸!”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창수는 총을 사용하다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빠른 것 같아 아룬의 창과 자신의 대검을 쥐고서는 뮤턴트 젖소의 몸을 쪼아대고 있는 하피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빠르게 심장과 머리를 찌르고 베어내는 창수였다.
다른 뮤턴트 대원들도 하피를 공격하며 뮤턴트 젖소들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동안 뮤턴트 밀크를 섭취하며 성장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키도 크고 덩치도 커진 군인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초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아주 튼튼한 특급 전사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맨몸으로 하피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하피들을 제압해 나갔고 그렇게 다들 힘을 합쳐서 하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피들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피해는 상당히 컸다.
열 마리에 가까운 뮤턴트 젖소들이 큰 부상을 입거나 죽어 버렸다.
특히나 하피에게서 머리를 쪼여 두개골이 부서진 뮤턴트 젖소들은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
음모오!
“젖소를 막아! 젖소를 막으라고!”
일부 젖소들은 겁을 집어먹어서는 사방으로 도망을 쳤다.
워낙에 덩치가 크다 보니 막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 원사!”
“알겠습니다! 젖소를 잡아!”
창수를 포함해서 중대형급의 뮤턴트 대원들은 사방으로 도망을 가는 뮤턴트 젖소들을 잡기 위해 뛰어야 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덤프트럭 같은 덩치였기에 어지간한 힘으로는 막기 어려웠다.
“맛있는 우유 만드는 친구야! 그렇게 뛰면 다친다! 다쳐!”
미노는 빠르게 움직여서는 뮤턴트 젖소를 붙잡았다.
“미노 다치게 하면 안 된다!”
“알았다! 미노 안 다치게 한다! 흐음! 괜찮다! 괜찮다!”
뮤턴트 젖소들을 붙잡고 달래는 것에 꽤나 진땀을 빼야 했다.
그나마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이 없었다면 일부 뮤턴트 젖소는 멀리 도망을 가서는 잡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잔뜩 흥분을 한 뮤턴트 젖소들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시 모을 수 있었다.
“이거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죽은 뮤턴트 젖소들을 한쪽으로 모은 뒤에 나머지 뮤턴트 젖소들을 사육사들은 연신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뮤턴트 젖소들이 좋아하는 사료들도 주면서 달래느라 이동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주변에 흥건한 뮤턴트 밀크와 뮤턴트들의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자 주변에서 뮤턴트들이 몰려들었다.
“거미 뮤턴트다!”
그렇게 밤새도록 뮤턴트들과 씨름을 해야만 했다.
다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뮤턴트들을 상대한 끝에 겨우 뮤턴트 젖소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제 이동을 할 수 있겠소?”
“착유를 해야 합니다.”
뮤턴트 젖소들을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젖통에 가득 찬 뮤턴트 밀크를 빼내야 했다.
“안 빼면 안 되는 거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소 하루에 3번은 빼야 젖몸살이 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부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우유가 생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착유를 해 주지 않으면 한 달은 족히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후우!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뮤턴트 밀크를 버리더라도 착유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사육사들은 뮤턴트 젖소들을 달래며 착유를 했다.
“색깔이 평소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겠지. 우리 소는 평소하고 크게 다를 바 없구만. 조금 노랗긴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그럼 다행이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양이 조금 줄 것 같아.”
사육사들은 평소와는 달리 노란색의 뮤턴트 밀크를 생산하는 이유가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