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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58화 (258/351)

제258화

258화

멕시코 정착촌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중세 시대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 한국인들인 것 같은데 땡볕에 얼굴들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머리는 대충 잘라내거나 끈으로 질끈 동여매고 있었고 수염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깎지 않아 지저분하게 났다.

옷들도 색은 바랬고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정착지가 아니라 난민 수용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대부분은 남자들이어서 정착지 안으로 들어선 여인들은 기겁을 했다.

한국에서도 여인들이 외모를 가꾸기보다는 육체적인 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했기에 여인들의 외모도 뮤턴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비하면 그리 아름답다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여자다.”

“여자야.”

정착지 안으로 들어오는 여인들을 보는 남자들의 입에서 여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장에라도 질서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여인들의 승낙 없이 여인들을 건들면 즉결 처형을 할 것이니 그리 아시길 바랍니다.”

누구 하나가 여인들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은 것은 정착지를 보호하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1개 소대 병력도 되지 않는 군인들이었지만 완전 무장을 한 채로 정착지로 들어오는 여인들을 막고 있었다.

정착지의 남자들과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인들을 짝지어 주려는 정부였지만 그렇다고 굶주린 남자들에게 여자들을 그냥 던져 주려는 건 아니었다.

물론 완전한 보호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사고는 터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였다면 범죄가 일어나도 처벌보다는 교화가 목적이라며 솜방망이식 처벌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교화를 할 여력도 자원도 없었다.

탕!

“물러서! 새끼들아! 뒤지기 싫으면!”

정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사람 한 명이 아쉽다지만 질 나쁜 범죄자가 집단을 파괴하게 놔두는 것보다 범죄자 하나 본보기로 죽여 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분명 말하는데 여인의 허락 없이 건드는 놈 있으면 무조건 죽인다! 더 이상 경고는 없다.”

군인들의 말에 정착지의 남자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저기. 그러면 여자의 허락이 있으면 괜찮다는 겁니까?”

“강압에 의한 허락이 아니라 정식으로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한 뒤에는 마음대로 해.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여인들의 마음을 얻으라는 말에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와 있다지만 다들 나름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보다 30대 이상의 남자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았으니 군인들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를 했다.

호감을 사기 위해 먹을 것을 선물로 주든 친절하게 대하든 그건 각자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여인들은 커다란 천막으로 들어섰다.

“일단 이곳에서 머무르십시오.”

“저희들에게도 집을 제공해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정착촌에 집이 지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집이 지어지는 대로 제공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여인들은 집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들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남편들을 잊고 정착지의 남자들과 살라는 말이었다.

적어도 정착지의 남자들은 각자 집을 가지고 있었고 농사를 지을 땅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식량도 겨우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제공될 것이었다.

남자들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들 것이었으니 여인들은 치를 떨었다.

“완전히 속았어.”

웃음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열악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생존이란 그리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처절해서 차라리 죽음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날 밤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함께 어린 자식을 죽이고 자살을 하는 여인들이 나왔다.

정착지 전체로 수백 명의 아이들의 여인들이 자살을 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지만 아사달 행정 정부로 명명한 멕시코 임시 행정청은 여인들의 집단 자살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서는 황급히 여인들이 자신의 몸을 지킬 마지막 수단인 검이나 비수들을 압수하려고 했다.

자살이 쉽게 되었던 것이 뮤턴트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지키기 위해 소유한 무기들 때문이라 여긴 것이다.

무기를 압류하면서 또다시 수백 명의 여인들이 자살을 하거나 자식들을 죽이면서 이주 정책이 터무니없이 무모한 짓이었음을 확인시켰다.

이 일이 한국에 있는 남편들에게 알려진다면 한국 내에서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을 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 나가고 있는 한반도였다.

가족들을 같이 멕시코로 보낸다면 아직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의 반발을 정부와 군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내분과 자식들부터 아사달로 보내겠습니다. 국내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아사달에서 한국 본토로 재이주를 하거나 남편분께서 아사달로 가시면 됩니다. 답답하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뮤턴트로부터 이 땅을 지켜 주십시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 달라는 부탁을 결혼한 남자들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비록 자신이 죽게 될지라도 아내와 자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청이었다.

정부에서도 여인과 자식들을 먼저 보내는 것이 집단 구성체들의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인간은 가족 때문에 극도의 이기심을 보이지만 한편으로 가족 때문에 극한의 희생 정신을 보인다.

“살아만 있어.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찾아갈 테니까.”

“여보.”

“걱정 마. 내가 죽을 것 같아? 내 마누라 내 새끼 놔두고 절대 안 죽을 거니까. 끔찍해도 죽지만 말고 기다리고 있어!”

정부의 정책으로 결혼을 한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신혼이라면 신혼인 남녀였다.

가임기를 지난 여인은 이주 대상으로 선정이 되지도 않았다.

당연히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어린 여자도 이주 대상에 선정되지 않았다.

아사달로 가 봐야 생존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여자는 강하지 않다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그 말 한마디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의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진 여인들만 이주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런 대상들이 우선 이주되고 난 뒤에 여력이 된다면 다음으로는 이주 여인들의 남편이 아닌 젊은 남자들이 이주 대상으로 선정이 될 것이었다.

오로지 개인이 아닌 한국인의 생존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여인들의 집단 자살에 충격을 받은 정부였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강행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 명이라도 더 한국인들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정착지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고 해서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굶주린 무언가의 울음소리에 공포에 질려야만 했다.

남자들은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갈 때 일광욕을 하는 여인들을 힐끔 보고서는 정착지 밖으로 나섰다.

어느덧 아이들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정착지를 뛰어다녔다.

일부의 남자들이 그런 아이들에게 감자나 고구마 등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주면서 여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부의 계산처럼 남은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었다.

그렇게 정착지의 농지 개간과 농사 및 가축 사육을 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뮤턴트가 습격해 왔다.

“뮤턴트다! 뮤턴트가 나타났다!”

뮤턴트가 나타났다는 외침에 군인들과 남자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서는 성벽으로 달려갔다.

인간을 잡아먹기 위한 뮤턴트들과의 처절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막아! 막으라고!”

“머리를 노려! 창으로 뚝배기를 찔러 버리라고!”

돌과 나무로 쌓은 성벽 위로 기어 올라오려는 뮤턴트를 향해 연신 총을 쏘고 창과 활을 이용해 공격을 했다.

뮤턴트들의 공격을 막아낸다면 정착지의 수명이 하루 더 늘어나겠지만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날로 정착지는 거대한 무덤이 되는 것이었다.

“뮤턴트가 넘어왔다! 막아! 막으라고!”

성벽의 사방에서 넘어오는 뮤턴트들은 결국 정착지 내부로 들어와 버렸다.

“도망쳐!”

정착지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정착지보다 사람이 더 중요했다.

사람만 살아 있으면 정착지는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착지가 위험해지는 상황이 오면 정착지를 버리고 대피를 하는 것이 아사달의 암묵적인 생존법이었다.

“다들 도망쳐!”

정착지를 지키고 있던 남자들은 곧장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을 갔다.

하지만 정착지 안에는 아이들과 여인들이 있었다.

과거였다면 몇 시간 정도 정착지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오면 뮤턴트들이 사라져 있었지만 아이들과 여자들이 있는 지금은 남자들이 목숨을 걸고 정착지를 지켜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아이들과 여자들을 지킬 의리나 의무는 아직 없었다.

물론 개중에는 아이와 여인을 지키려는 이도 있었다.

“빨리 와요! 빨리! 일단 도망칩시다!”

“영민이! 우리 영민이!”

“영민아!”

남자는 사내아이를 안고 여인과 함께 뮤턴트들의 습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대피로를 통해 도망을 갔다.

그렇게 일부 여인과 아이들은 무사히 대피를 할 수 있었지만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언니!”

“나 여기 있어! 혜은아!”

혜은은 성벽을 넘어오는 뮤턴트들을 보고서는 민정을 찾았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민정과는 같이 도망을 가야만 했다.

의지할 것 없는 곳에서 둘만이 의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혜은과 민정은 뮤턴트들을 피해 정착지 밖으로 도망을 쳤다.

싸울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싸우는 것은 무모했다.

그렇게 도망을 치던 혜은은 민정과 도망을 치던 중에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뮤턴트를 보았다.

“혜은아!”

“이익!”

다른 곳으로 돌아갈 길은 없었다.

뒤로도 쫓아오고 있는 뮤턴트들이 있었기에 혜은은 강행 돌파를 하기로 했다.

창수에게 받은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쥔 혜은은 이름도 모를 뮤턴트의 목을 베어 버렸다.

서걱!

엄청난 힘과 속도로 휘둘러진 대검은 너무나도 쉽게 뮤턴트의 목을 베어 버렸다.

생각보다 목을 벤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머리가 몸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으면 계속 움직이는 뮤턴트였기에 실수를 하면 위험해졌다.

그렇게 머리가 날아가고 멀뚱히 서 있는 뮤턴트의 몸을 발로 차 버린 혜은은 자신의 뒤에 있는 민정에게 외쳤다.

“빨리 뛰어요!”

“그…… 그래!”

살기 위해 뛰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뛰어야만 했다.

혜은은 민정이 최대한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 가며 뛰었다.

그렇게 얼마쯤 뛰었을 때 민정이 더 이상은 뛸 수 없을 만큼 지쳐서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니!”

“하아! 하아! 나 더 이상 못 가겠어. 하아! 하아!”

“이제 괜찮은 거 같아요. 언니. 뮤턴트들이 쫓아오지 않아요.”

힘껏 도망을 친 덕분인지 뮤턴트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같이 도망을 치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며 숨을 돌리는 둘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무사했다.

그렇게 혜은과 민정은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2형 뮤턴트가 나타나는 것을 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더 이상 민정은 도망갈 체력이 되지 않았다.

혜은은 그런 민정의 모습에 별수 없이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마지막 싸움을 하고자 했다.

“덤벼! 이 괴물 놈아!”

고함을 지르며 겁이 나려는 것을 견디어 내는 혜은이었다.

혹시라도 고함을 지르면 뮤턴트가 도망을 가지는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그건 헛된 희망이었다.

뮤턴트는 노란 눈동자로 혜은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화르륵!

뮤턴트의 몸이 불덩어리에 휩싸이며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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