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화
259화
상당한 숫자의 뮤턴트 젖소들이 손망실 되었다.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뮤턴트 젖소에게서 생산한 뮤턴트 밀크였다.
적어도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뮤턴트 젖소들을 잃어야 했다.
일부는 뮤턴트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호위 병력들 때문이었다.
“죽여! 죽여 버려!”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운 뮤턴트 젖소였다.
뮤턴트 밀크 한 방울이 금과 같이 여겨졌으니 뮤턴트 젖소는 무척이나 중요시하게 여겨졌다.
스트레스도 받지 말라며 녹색의 초지에 풀어놓고 산책까지 시켜 줄 정도였다.
그렇게 뮤턴트로 인해 산간 지방을 장벽과 방벽으로 막았음에도 강원도의 초지 목장들을 운용하고 있었다.
거미 뮤턴트들이 백두대간을 통해 남하를 하지 않았다면 뮤턴트 젖소들은 그대로 평화로운 목장에서 뮤턴트 밀크를 생산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뮤턴트들의 남하로 인해 남쪽으로 이송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뮤턴트 밀크를 먹은 후송대의 군인들이 매우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 군인들은 동료들뿐만 아니라 뮤턴트 젖소들까지 공격을 했다.
그 때문에 상당 숫자의 뮤턴트 젖소들이 도망을 가거나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상한 뮤턴트 밀크로 인해 발생을 한 일이라는 말인가?”
“상했다기보다는 뮤턴트 젖소가 일정 이상의 충격을 받을 때 뮤턴트 밀크가 변질이 되는 듯합니다.”
뮤턴트 밀크의 변질.
잘못하면 뮤턴트 밀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정도는 미리 확인을 했어야 할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사과를 듣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직접 섭취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뭐야?”
“변질된 뮤턴트 밀크를 섭취한 가축에게서도 동일한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뮤턴트 밀크를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님! 변질되면서 뮤턴트 밀크의 색이 노란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얀색은 변질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노란색만 폐기 처리하면 된다는 건가?”
“예.”
뮤턴트 밀크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에게 식량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뮤턴트 밀크가 필요했다.
만일 뮤턴트 밀크를 포기한다면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을 할 수 있었다.
그 전에 겨우 유지하고 있던 정부 기능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었다.
공무원들도 군인들도 그리고 국민 대부분이 여전히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것도 식량을 보급하기 때문이었다.
쌀과 약간의 채소 그리고 한 덩이의 고기.
그것이 사람들이 정부를 믿고 따르는 이유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고 따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질서가 붕괴되고 생존 경쟁의 혼돈이 찾아올 것이었다.
뮤턴트들보다 인간들 사이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었다.
그렇게 될 것을 알기에 식량 공급 중단만큼은 절대로 피해야만 했다.
“문제는 손망실 된 뮤턴트 젖소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겁니다. 최대한 분실된 젖소들을 찾고 있습니다만 스트레스 유전인자가 퍼져서 변질된 뮤턴트 밀크를 생산한다면…….”
“당장은 뮤턴트 밀크를 생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로군. 전에는 충격을 받으면 뮤턴트 밀크 생산이 중단된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수송 차량으로 이동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자충수가 된 것이로군. 그래서 대안은 있나?”
김석호 대통령의 말에 박충렬은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니 잔인해 보이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식량 배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국민들 인기에 연연할 것도 아니고 정치인들도 더는 선거로 선출되는 상황이 아니지만 국가 붕괴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네.”
식량 배급을 줄이는 것은 이미 각오를 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박충렬도 그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불법 난민과 외국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수용시설의 배급량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석호 대통령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한계까지 줄이고 있는 수용시설 배급량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 데이터를 위해 뮤턴트 밀크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수용시설의 수용자들이었다.
안전성을 확인한 이후 뮤턴트 밀크의 배급은 중단되었고 쌀떡 한 덩이와 마른 나물 무침 정도만 제공되었다.
그나마도 수용지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일부는 자체 조달을 하고 있었다.
그런 수용시설의 배급량을 줄인다는 것은 수용자들의 영양 상태가 매우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더 중요했다.
“그것으로 충분하겠나?”
“최근 뮤턴트 사태로 시민들의 희생이 상당히 많이 늘었습니다. 더욱이 멕시코로의 이주가 계속되고 있기에 국내의 식량 배급량이 어느 정도 감소를 해도 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잔인한 결정을 내리는 김석호 대통령이었다.
뮤턴트 사태 이전만 해도 인권에 매우 관심이 많아 인권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으로서의 감정까지 완전히 메마른 것 같았다.
‘누군가는 잔인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더욱 철저하게 단호해지기로 한 김석호 대통령이었다.
김석호 대통령으로부터 수용시설의 식량 배급량 축소 허가를 받은 박충렬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이건 매번 명칭이 바뀌는군. 이제는 새로 바뀐 기관명도 모르겠어.”
할 일이 그리 없는지 몇 번째 기관명이 바뀌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은 박충렬은 건물 내의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수용시설의 배급을 담당하는 부서와 관련 책임자가 있었다.
“강 부장 있나?”
“예! 국장님!”
강 부장이라는 남자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양아치 같은 모습의 남자 하나가 지저분한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박충렬을 보고서는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일으켰다.
그가 신경을 쓰는 이가 몇 명이 있는데 그 몇 명 중에 하나가 박충렬이었다.
“아이구! 국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일은 할 만한가?”
“에이! 뭐 할 만하겠습니까.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먹을 거 더 내놓으라고 난리입니다.”
고개를 내젓는 강 부장은 살벌한 말을 했다.
“그냥 전부 처리해 버리면 안 되겠습니까? 이제 외국 눈치 볼 것도 아니고. 듣자 하니 식량도 부족하다고 하던데.”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였지만 전국에 있는 수용시설들을 전부 처리해 버리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백수 되고 싶은 거야?”
“에이! 백수는요. 뭐 백수가 된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 입에 조금이나마 먹을 거 물려 주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소요 사태가 그리 심한가?”
“뭐 심하긴요. 심했다면 가만있지 않았겠지요.”
강 부장은 그런 것이 벌어지는 것을 오히려 바라는 듯했다.
“지금 수용소 관리 병력이 얼마나 되지?”
“수용소당 천 정도입니다. 지금 인력 부족, 아니 장비 부족 때문에 상당히 많이 줄어들어 있습니다.”
수용소의 수용자들의 숫자가 수용소당 몇 만 단위였다.
큰 곳은 십만이 넘어가는 수용소도 있었으니 관리가 쉽지 않았다.
“국방부에 요청을 해서 수용소 경비 인력을 늘려.”
“예? 지금 거기도 여유롭지 않을……. 알겠습니다.”
강 부장은 박충렬의 눈빛을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가 빠른 그였다.
“내가 자네를 그 자리에 앉힌 이유, 자네는 잘 알지?”
“헤헤! 그럼요. 국장님. 제가 소시오패스여서 아니겠습니까?”
강 부장의 말에 박충렬은 피식 웃으며 정정을 해 주었다.
“아니지. 자네가 그 누구보다 단호하게 일처리를 잘해 주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리고요?”
“자넨 신을 믿지 않잖아. 지옥에 갈 일이 없겠지. 안 그런가?”
박충렬의 말에 강 부장은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지옥이 있다 한들 상관없는 강 부장이었다.
‘아니 지옥이라면 이곳 아닌가. 이곳보다 더한 지옥이 어디에 있을까?’
십 년도 되지 않아 세상은 지옥이 되었다.
강 부장과 만나고 난 뒤에 박충렬은 냄새가 꽤나 지독한 가축 사육 시설로 향했다.
퇴비로 쓰려는지 가축의 분뇨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지독한 냄새를 맡으며 가축 사육 시설 안으로 들어간 박충렬은 사육 시설 감독관의 안내로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콰쾅! 쾅!
무언가가 날뛰고 있는 사육장이었다.
꽤나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언제든 부서질 것 같았다.
“이놈인가? 변질된 사료를 먹은 놈이.”
“예. 국장님. 노란 사료를 먹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박충렬은 거대한 돼지를 바라보았다.
가축화 된 돼지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하지만 지금 박충렬이 보고 있는 돼지는 돼지라는 종이 맞기는 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뮤턴트 밀크로 인해 종이 가진 최대한도의 크기 이상으로 성장을 했다.
돼지와 닭.
두 개체가 뮤턴트 밀크로 인해 종이 가진 최대 성장 한계를 넘어 거대한 크기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육상 개체로는 가장 큰 동물이라는 아프리카 코끼리만큼 커진 돼지였다.
가히 뮤턴트 돼지라고 할 만했다.
당연히 고기의 양이 매우 많아졌다.
젖소도 크기가 많이 커졌지만 젖소는 뮤턴트 밀크를 생산해야 했으니 도축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거대해진 돼지가 사육장 안에서 날뛰고 있는 모습에 박충렬은 사육 시설의 감독관에게 지시를 했다.
“도축하게.”
“저기 아직 오염된 가축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확인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축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부 군인들에게서 광기에 휩싸였다가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이 확인된 것이다.
가축들도 그렇게 될 수 있었으니 도축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도축을 하라는 지시를 했으니 작업자들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도축 작업을 시작했다.
워낙에 크다 보니 도축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수십 명이 달라붙어서는 도축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도축된 고기들은 어디론가로 옮겨졌다.
“뭐? 고기? 우리한테 고기를 준다고?”
“그런가 봐. 그런데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아. 고깃국으로 끓여서 나눠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어디야! 하하! 오랜만에 기름칠 좀 하겠는데.”
“한국 놈들이 이제 정신을 차리나 보군!”
“그러게 말이야! 우릴 가둬 놓고 그러더니 결국 우리 힘이 필요해졌나 보군!”
오랜만에 수용시설 중에 하나에서 침샘 돋는 냄새가 풍겼다.
수만 명이 넘는 인원들이 먹어야 했으니 고기의 양은 많지 않았다.
물론 일부의 힘 센 성인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의 몫을 가로채는 등의 문제가 발생을 하기는 했지만 수용소의 경비원들은 수용자들 사이에서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뒤,
“폭동이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때마침 강화된 경비 병력들은 폭동이 일어난 수용자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뮤…… 뮤턴트다!”
이성을 잃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수용자의 모습은 뮤턴트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뮤턴트는 사살이 원칙이었다.
“난 죽는다면 지옥에 가겠군.”
박충렬은 의외로 독실한 종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