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264화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이제는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대구에서 처음 등장을 한 뮤턴트는 기생체가 아니었다.
뮤턴트 개체의 DNA 설계도가 엉망진창으로 뒤섞이고 나누어져 있는 키메라 뮤턴트가 발생을 했다.
기생체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DNA를 가진 개체였다.
두 개체가 대구에서 등장을 한 것은 우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천안에서 발견된 기생체에 박충렬은 긴장을 했다.
기생체를 뮤턴트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뮤턴트와 기생체는 달랐다.
기생체 자체가 감염을 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뮤턴트들과는 달리 기생체는 인간을 죽이지 않고 숙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좀비와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생체에게는 본체만이 기생체를 인간의 몸에 심을 수 있다고 예상된다는 점이었다.
‘기생체의 본체가 몇 마리인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지.’
한 마리인지 아니면 수십 수백 마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본체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뮤턴트까지 조종을 할 수 있는 기생체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감염이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당장 천안을 봉쇄해!”
뮤턴트가 발생을 해도 웬만하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진 않았다.
뮤턴트가 감염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인류가 아직 멸망하지 않은 것은 엔젤이라는 특정 물질이 있어야만 변이되기 때문이었다.
박충렬은 천안을 봉쇄하라는 말을 하고서는 창수를 바라보았다.
멕시코로 보내 주고 말고의 상황이 아니었다.
“즉시 천안으로 가 주게.”
“알겠습니다.”
창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에 천안으로 바로 가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대구에서 특수 작전을 수행했던 부대가 웬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갔었습니다.”
“……!”
창수의 말에 박충렬은 잠시 멈칫하고서는 기다려 보라는 듯이 창수에게 손을 들어 보인 뒤 수화기를 들었다.
“난데! 대구 키메라 본체 확보 작전에서 구출한 여자아이가 있었나?”
-잠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예! 있습니다!-
“어디로 보내졌지?”
-천안으로 보내졌습니다!-
“빌어먹을!”
검사는 거쳤을 터였다.
체온 검사부터 육안 검사까지 확인을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빠져나간 듯했다.
“위치가 어딥니까?”
창수의 말에 이를 악물던 박충렬은 입을 열었다.
“그 여자아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확인하고 해당 위치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는지 고아원으로 보내졌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물론 보내진 위치에 그대로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미 자신이 있던 곳을 빠져나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터였다.
‘천안도 포기해야 하는 건가.’
점점 사라지는 도시와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인지 예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충분히 통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던 듯했다.
그렇게 보라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아이는 천안의 햇별 고아원이라는 곳으로 보내졌다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요원들 붙여 줄 테니까 가서 그 괴물 놈을 찾아. 그리고 되도록 죽이게.”
“그냥 죽이라구요?”
“기생체 본체를 죽이면 기생체가 힘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더군. 기생체 본체만 죽으면 사람들이 본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샘플 연구를 했으면 좋겠지만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생체에 당해 있었다.
그들을 전부 죽이는 것보다 본체 하나 죽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다.
창수는 점차 인간미가 없어지는 박충렬이 그래도 한국인을 구하는 것을 우선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충렬도 창수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듯이 또 다른 말을 했다.
“더욱이 그놈을 생포하게 되면 여왕 거미처럼 이용하고자 하는 자들이 나온다.”
여왕 거미를 이용하자는 계획에 반대를 했던 박충렬이었다.
나름 철저하게 대비를 한다지만 사고가 터지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박충렬의 의견은 상부에서 묵살되었다.
그렇기에 박충렬도 별수 없이 여왕 거미를 이용하는 작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 컨트롤을 하는 것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전염성까지 가진 기생체를 생포해서 이용하자고 상부에서 결정을 내린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 커졌다.
그렇기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창수에게 기생체 본체를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의문의 조직 소속은 아닌 듯하지만.’
잔인한 모습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박충렬은 악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자였다.
창수 또한 그러한 사실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마냥 박충렬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뮤턴트 대원들을 곧장 호출할 수 없었기에 박충렬이 붙여 준 강화 인간 요원들과 함께 헬기에 올라탔다.
천안으로 들어가는 도로와 나오는 길 모두가 막히기 시작했다.
수송 헬기의 조종사들은 천안의 햇별 고아원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하며 출발 준비를 했다.
수송석 안으로 창수와 네 명의 강화 인간 요원들이 탑승을 했다.
“선배님과 함께 작전에 나갈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준비 다 되었나?”
“예!”
자신을 박충렬의 국장실까지 안내했던 특전사 출신의 요원이 함께 탑승을 했다.
다른 요원들도 어느덧 완전 무장을 한 채로 수송석에 탑승을 해서는 자신들의 장비를 한 차례 더 살펴보고 있었다.
탕! 탕!
“출발!”
헬기의 몸체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고함을 질렀다.
헬기 로터 소리에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났다는 외침에 수송 헬기는 하늘 위로 떠올랐다.
하늘 위로 떠오른 수송 헬기는 곧바로 북쪽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천안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30분도 되지 않아 천안 외곽의 햇별 고아원이라는 곳의 상공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있군.”
박충렬과 만난 시간이 저녁 무렵이어서인지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고 해도 이미 해가 져 가고 있었다.
신체가 강화되면서 감각도 예민해졌다.
그렇게 시야에 완전히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큰 감각 기관은 눈이었다.
야간 작전은 그 어떤 특수부대원들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햇별 고아원은 조용했다.
기생체에 감염된 사람들이 돌아다닐 만도 했지만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거나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을 예상해 숨겨 둔 것일 터였다.
“기생체에 감염된 사람에게 타격을 줘 봐야 효과가 없다. 숙주가 아닌 기생체 자체를 노려.”
창수는 자신의 총을 살펴보고서는 강화 인간 요원들에게 기생체의 약점을 알려 주었다.
“기셍체 자체를 노리라구요? 기생체가 몸 밖에 있는 겁니까?”
“그래. 직접 보면 금방 알아볼 거다. 그러니 괜히 힘 빼지 말고 기생체만 노려. 기생체만 제거하면 숙주인 인간은 정신이 돌아온다.”
창수의 말에 네 명의 요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전투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딱 봐도 사고 칠 것 같네. 이딴 놈들을 붙여 주다니.’
창수는 그냥 혼자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체가 잔뜩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텅 빈 고아원의 운동장 가운데로 수송 헬기가 내려앉으려고 했다.
“멈춰!”
족히 6~7미터 상공이었다.
뛰어내리기에는 다소 높은 위치였다.
물론 레펠로 내려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창수는 곧장 수송 헬기의 문을 열고서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창수가 헬기 아래로 뛰어내리자 강화 인간 요원들도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서는 창수를 따라 헬기 아래로 뛰어내렸다.
“뭐 저런 미친 괴물 놈들이 다 있어?”
헬기의 조종사는 레펠도 아니고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가 지상에서 멀쩡하게 움직이는 창수와 요원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엔젤이라는 것이 등장을 하고 강화 물약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이 할 수 없었던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어! 저기!”
창수와 요원들이 지상으로 뛰어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수송 헬기가 지상에 내려앉았다면 위험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탕! 탕탕!
이내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운동장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기생체에 당한 숙주들을 향해 총이 발사된 것이다.
총을 빠르게 발사하는 이는 창수였다.
창수는 연신 총구를 돌려가며 한 발씩 쏴대었다.
그때마다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오는 숙주들은 쓰러져 버렸다.
그런 창수의 빠른 사격에 요원들도 총구를 들어서는 사격을 하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어두워지고는 있었지만 충분히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절로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 했다.
목표가 어디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숙주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탕!
요원 하나의 총구에서 총알 하나가 쏘아져 나갔다.
숙주가 쓰러졌다.
하지만 이내 숙주의 몸이 들썩이더니 다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퍼억!
사격을 한 요원의 얼굴에 충격이 왔다.
“이 새끼야! 내가 했던 말 못 알아 처먹었어!”
창수였다.
창수의 뜨겁게 달구어진 총구가 방금 사격을 했던 요원의 이마에 닿았다.
뜨거운 총구의 열에 요원의 이마가 붉게 달구어졌다.
“숙주 말고 기생체를 노리라고 했잖아! 이 새끼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김인후는 알았다.
당황한 나머지 사격을 했다.
대단하다는 특전사들도 자신 앞에서는 별것 없었다.
강화 물약을 먹어도 자신의 육체적인 힘 앞에서 무력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은 노련한 군인 앞에서 한낱 고문관에 불과했다.
창수에게 욕설을 듣는 김인후를 힐끔 보며 다른 요원들은 정확하게 기생체를 노렸다.
인간의 몸 외부로 드러나 있는 기생체였다.
총알에 기생체의 신체가 날아가면 기생체가 복구될 때까지 숙주는 움직이지 못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새끼야!”
창수는 얼떨떨해하는 김인후를 놔두고서는 총구를 돌려 어린아이들의 몸 밖으로 나와 있는 기생체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기생체의 본체만 제거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기생체에 감염된 아이들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다.
강화된 신체와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진 창수와 요원들의 능력으로 운동장의 가운데까지 다가온 아이들은 없었다.
“어…… 엄마.”
의식이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기생체가 손상이 되면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찾아대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사이로 머리가 날아간 시체 한 구도 있었다.
“중구는 고아원 뒤쪽 출입구로 가서 본체가 도망치는지 확인해! 기생체 회복되면 다시 조종되니까 본체 발견 즉시 사살해!”
“예! 최 원사님!”
“저놈 데리고 가고!”
“예! 인후야! 따라와!”
“예.”
“니들은 나 따라와!”
“예!”
“예! 최 원사님.”
창수는 특전사 출신의 요원에게 고아원의 뒤쪽 퇴로로 가라는 지시를 내리고서는 다른 두 명의 요원들을 데리고서는 고아원 내부 수색을 하기로 했다.
“기생체에 독이 있다. 괜히 쏘여서 일 벌이지 마라. 네놈들이 당하면 머리를 날려 버릴 테니까.”
창수의 으름장에 창수를 따라오는 두 명의 요원들은 침을 삼켰다.
창수가 대단한 군인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이제는 한물간 퇴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창수와 요원들은 곧장 고아원 내부로 돌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