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271화
인간은 태생 동물이다.
어미가 배 속에서 일정 시간 동안 새끼를 키워낸 뒤에 낳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뒤에도 일정 시간 동안 보호하고 길러야 하지만 새끼의 생존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에 반해 난생 동물들은 어미가 신체 밖에 알이라는 형태로 낳는다.
포식자로부터 살아남도록 알을 낳은 곳을 숨기거나 일부는 자신이 낳은 알을 보호하기는 하지만 새끼의 생존율은 태생 동물에 비해 낮았다.
그 때문에 훨씬 많은 새끼를 낳으면서 최종적인 생존율을 올리고는 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아이만 낳는다.
쌍둥이나 세쌍둥이 등 하나 이상을 낳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다소 드문 경우였다.
주희라는 여인의 배에서 하얗고 기다란 알들이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야! 싫어! 싫어!”
자신의 배에서 나오는 알들을 보며 주희는 이성을 잃고서는 발버둥을 쳤다.
결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렇게 온몸으로 거부를 하고 있었지만 알은 계속 주희의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열 개쯤 되는 알들이 모두 나오고 나서야 주희는 몸을 덜덜 떨며 온몸으로 흐느껴 울었다.
“흐으으윽!”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을 낳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진 주희였지만 주희는 몸을 일으켜서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돌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낳은 알을 전부 없애 버리려는 것이었다.
“진정하세요!”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내 것이 아니야! 내 것이 아니라고!”
오랜 시간 배 속에서 키워낸 것이 아니었기에 자신이 낳은 알에 대한 애착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괴물이 되었음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었기에 어떻게든 없애 버리려고 했다.
“놔둬. 넬시아.”
“예? 하지만.”
“어차피 그냥 놔둘 수 없어.”
창수의 말에 주희의 팔을 잡고 있던 넬시아가 주희의 손을 놨다.
그러자 주희는 돌멩이를 쥔 손으로 자신이 낳은 알을 내려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생물이 가진 본능인지 주희는 차마 자신이 낳은 알들을 내려찍지는 못했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흐느껴 울었다.
‘불완전 변이. 차라리 완전 변이였다면 이런 부분에서 혼란이 오지 않았을지도…….’
과거 하피로 변한 여인이 인간을 낳았던 적이 있었다.
그녀가 불완전 변이체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낳은 인간의 아이를 어떻게 했을지 알 수 없었다.
자신들과 다른 종이라며 죽였을지도 몰랐고 지금 주희처럼 차마 죽이지는 못했을지도 몰랐다.
“흐윽! 흑! 흑!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자신이 낳은 알을 내려찍지 못한 주희는 창수와 넬시아를 향해 도와 달라고 간청을 했다.
무엇을 도와 달라는 것인지는 주희도 알지 못했다.
차라리 완전히 미쳐 버렸으면 좋으련만 미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음에도 주희는 미치지 못했다.
“넬시아는 여성분 옷 다시 입히고 데리고 나가. 그리고 입을 막아.”
“예? 입을요?”
“그래. 신체의 공격성이 강한 것 같으니까.”
입에서 나오는 대롱 같은 것이 아니라면 딱히 위험할 것 같지 않은 신체였다.
신체가 강화되었어도 일반인들에게나 위험할 뿐 뮤턴트 대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입을 벌리지 못하는 구속구를 채우라는 창수의 지시에 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는 주희를 천으로 감싸 안고서는 알들이 있는 곳에서 밖으로 나갔다.
넬시아가 나가고 난 뒤에 문밖에서 빼꼼히 미노의 머리가 나왔다.
“미노. 아룬 오라고 그래!”
“알았다! 미노 창수 말 잘 듣는다! 아룬! 창수가 오란다!”
아룬이 들어왔다.
아룬은 방 내부에 놓여 있는 하얀 알들을 보곤 창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불완전 변이체는 보통 단일 개체에서 잘 나오지 않아.”
“저 여자 같은 종이 다수 개체일 것이라는 것입니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단일 개체 뮤턴트들도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가지기는 하지만 성향이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로 변해. 저 여자가 특이 케이스일 수도 있지만 번식 개체이기도 하기에 상당히 위험하다.”
“확실히 인간과 형태적인 모습은 완전히 유사합니다.”
아룬은 넬시아에 의해 방 밖으로 나간 주희를 떠올리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뮤턴트가 되더라도 차라리 인간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야. 개체 숫자가 많을지 적을지는 모르겠지만 번식을 하게 되면 최대한 빨리 박멸을 해야만 해.”
인간의 모습과 구분이 되지 않는 뮤턴트.
멕시코에서 자폭을 하는 뮤턴트만으로도 엄청난 불신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아직 한국에서는 자폭을 하는 뮤턴트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집단 자체가 깨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로 인간이 같은 인간을 불신하게 되는 집단 해체 현상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인간이 아직까지 뮤턴트들로부터 생존해 나갈 수 있는 것은 협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멸망해 버린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은 인류 문명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점차 멸망을 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인간 자체가 멸망을 하는 것을 마지막까지 막아야 했다.
“그럼 이걸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겠군요.”
“그래. 살충제.”
“예?”
“정 안 되면 이 개체들을 박멸할 전염병이나 살충제라도 만들어야겠지.”
창수는 열 개의 뮤턴트 알을 회수하기로 했다.
주희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겠지만 알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었다.
* * *
회수된 뮤턴트 알은 곧바로 뮤턴트 연구소로 이동되었다.
입에 구속구가 채워진 주희도 뮤턴트 연구소에서 신체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결과 나왔나?”
“예. 일단 입 안에 나비나 나방과 같은 대롱 구조의 입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대롱 구조의 입 안에서 소화액이 분비되는데 뼈까지 녹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몸 안에 대롱을 꽂은 다음에 내부를 녹여서 흡수하는 방식인가 보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부분은 인간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다라.”
“공격성이 상당합니다. 불완전 개체여서인지 자신에게 접근을 하지 말라는 말은 합니다만,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접근을 하면 공격을 합니다.”
“혹시 불완전 개체 자체가 완전 개체인 건 아니야?”
“그건 다른 개체를 확보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흐음! 알은?”
일단 단일 개체로 보고가 되었기에 비교 대상이 없어서 불완전인지 아니면 지금 상태가 완전 개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알은 살아 있습니다. 부화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곤충의 최적 부화 조건대로 부화장 환경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상 현상이 없는지 잘 체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다수종 개체일 것 같아? 아니면 돌연변이 개체 같아?”
“아직은 판단이 서진 않습니다. 하지만 돌연변이 개체였으면 하네요.”
“그래. 어미하고 알들이 전부 회수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니. 돌연변이 개체였으면 하긴 하네.”
우연히 발생을 하는 돌연변이 개체라면 다행이었지만 다수의 개체가 발견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재앙이었다.
그렇게 부화장에서 알들의 부화를 기다렸고 오래지 않아 부화가 되었다.
“부화되었다며.”
“예. 열 개체 중에 두 개 개체는 부화가 되지 않고 폐사되었습니다.”
“그럼 여덟 개체만 부화한 건가?”
“일차로 네 개체가 우선 부화가 되었습니다. 네 개는 며칠 내로 부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보러 가 보지.”
“예.”
연구소장은 부화장으로 향했다.
그러고서는 꽤나 충격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애벌레군.”
“예. 뭐 아기가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애벌레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애벌레의 몸 표면에 뮤턴트 밀크와 유사한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뮤턴트 밀크?”
“예. 아마도 몸에서 뮤턴트 밀크를 뿜어내 작은 벌레들을 유인해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애벌레면 초식 하는 거 아니야?”
“상추나 뭐 이런 걸 줘 봤는데 안 먹더라구요. 육식파인 듯합니다.”
“가지가지 하네.”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는다는 애벌레의 이빨은 꽤나 날카로워 보였다.
“저 애벌레 상태에서 다른 생물로 변태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설마 인간 모습의 그대로 변태하는 건 아니겠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일단 알았으니까. 좀 더 관찰을 해 봐. 이대로 상부에 보고하기에는 무리니까. 외부에서 다른 개체 추가로 목격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 보고.”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만.”
“아! 알았어. 내가 상부에 전달하지.”
연구소 안에서 연구만 하고 있었으니 외부와의 접촉도 힘든 연구원들이었다.
그렇게 연구소장이 부화장이 보이는 관찰실 밖으로 나가자 연구원은 빤히 부화실 내부를 바라보았다.
30cm 정도 되는 애벌레는 바닥을 꼬물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벌레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애벌레는 빠르게 성장을 했다.
크기가 처음보다 다섯 배가량 커졌다.
“크기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1미터 50센티 정도까지 성장을 합니다.”
“엄청나게 커지는군. 이러면 발각되는 것은 어렵지 않겠네.”
“예. 꽤나 많이 먹어 치워서 활동성도 생각보다 큽니다.”
“대체 얼마만큼 커지려는 거지? 이쯤 되면 대충 고치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이거 바로 성인 정도의 크기로 변태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래. 곤충들도 보통은 그렇게 되니까. 완전 변태가 되면 사실상 성체 상태지.”
“그런데 정말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까요? 왠지 등에 날개도 달리고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미는 일단 인간의 모습이긴 한데. 어미 쪽은 어때?”
“입에 구속구를 상시 착용해야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서 정신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여전히 공격성을 보이더라구요.”
“그것도 골치 아프겠구만.”
“예. 신체 능력에 따른 증가는 그다지 크진 않은 듯합니다. 인간들에게 뒤섞여 있다가 기습을 하는 식으로 사냥을 할 것 같기는 한데. 막무가내로 공격해 오는 것이라면 위험성은 예상보단 약할 것 같습니다.”
“일단 어떻게 변태가 되는지부터 확인을 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애벌레는 결국 고치가 되었다.
그리고 고치에서 인간이…….
아니 뮤턴트가 태어났다.
“제길! 전 국민 주민등록증 검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인간과 외형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뮤턴트였다.
물론 해당 뮤턴트들의 입 안에는 주희처럼 대롱이 있어서 생명체의 몸에 대롱을 박아 신체를 흡수했다.
남녀로 나누어져 태어난 인간형 뮤턴트는 태어나자마자 번식까지 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과 유사한 번식 행위을 했지만 인간과는 달리 아기가 아닌 알을 낳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상부에 이 사항을 보고했고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전부 살처분 지시가 떨어졌다.
연구소에서 문제가 발생을 해서 외부로 유출이 되었을 때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타 뮤턴트들을 처분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모습을 한 뮤턴트들을 처분하는 것은 연구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감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연변이 개체로 기대를 했지만 다수 개체 뮤턴트였다.
그리고 이미 번식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