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276화
창수는 자신의 군대 인맥을 통해 멕시코에 간 자신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수소문을 했다.
특히나 특전사들이 다수 멕시코로 넘어갔기에 특수전 사령부 내의 인맥들을 통해 창수의 아내에 대한 소문을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지만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자신이 당장 멕시코로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뮤턴트 부대의 대원들과 함께 이런저런 임무에 투입되며 작전을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뮤턴트 부대라고는 하지만 인원이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었고 정식 부대로 편성된 것도 아니었기에 일 개 팀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몇몇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뮤턴트 부대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주목한 국방부에서 불완전 변이체들을 모아 정식으로 뮤턴트 부대를 편성하기로 했다.
물론 창수는 정부 내에서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불완전 변이체가 자신의 뮤턴트 부대로 전입을 온 것이다.
그렇게 신체는 뮤턴트였지만 정신 상태가 무척이나 불안정한 상태의 불완전 뮤턴트들을 안정시키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인간의 정신을 한 채로 신체만 괴물이 되었으니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것은 당연했다.
일부는 완전히 미쳐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 인간이었다면 정신 병원에라도 수용을 하겠지만 뮤턴트의 경우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일부는 실험실에서 각종 실험을 받으며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까지 망가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불안정한 불완전 변이체들은 자신들과 같은 상태의 뮤턴트 부대원들에 의해 약간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야. 인간의 정신을 가진 인간.”
“우…… 우리 정말 인간인 거지요?”
“그래.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도 인간이야.”
대부분의 불완전 변이체들은 자신이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다만 사람이 그런 말을 해 주면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처지가 같은 뮤턴트들의 말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꽤나 혹독한 군사 훈련을 받으며 잡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지자 뮤턴트 부대의 대원들은 차츰 안정되어 갔다.
그리고 더 이상 창수에게 관리를 맡길 수 없다며 정식으로 부대장들이 임명되었다.
문제는 부대장들과 간부들이 전부 인간들이라는 것이었다.
대령 계급의 부대장과 부대 지휘 간부들은 뮤턴트들을 통제하며 지휘와 관리를 하기로 했다.
그나마 창수는 그대로 남아 간부들과 뮤턴트 대원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담당하게 되었다.
전까지는 창수가 지휘를 하고 있었지만 부사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다소 강압적인 인간 간부들 때문에 뮤턴트 대원들의 불만이 올라갔지만 중간에 창수가 갈등을 해소하면서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이 갈등이 언제 폭발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원사님.”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창수는 표정이 좋지 않은 뮤턴트 대원이 자신에게 찾아오자 의아해했다.
뭔가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기본적으로 뮤턴트들은 상당히 폭력적이다.
인간을 먹이로 삼으니 인간에게 폭력적인 것은 당연했지만 불완전 변이체가 되어서도 신체의 폭력성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다소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당연히 웬만한 것에 겁을 먹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찾아온 뮤턴트 대원이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소문 들으셨습니까?”
“소문? 무슨 소문?”
“귀신이요.”
“…….”
창수는 덩치가 산만 한 뮤턴트가 귀신 이야기를 하며 몸을 파르르 떠는 모습에 덩칫값 참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전국에 귀신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아니. 지금까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그래서 그 사람들이 귀신이라도 됐대?”
“예!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요즘 버려진 마을에 사람들이 있다가 사라진다더라구요.”
준우라는 이름의 돌연변이형 뮤턴트 대원은 귀신을 꽤나 무서워하는 듯했다.
“귀신이 아니라 뮤턴트겠지.”
“에이! 아니라니까요! 제가 다른 군인들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요즘 산골 마을들에 빈집들이 있는데 거기에 뮤턴트가 아닌 인간들이 있대요.”
“인간들?”
“예! 그런데 그 인간들이 갑자기 또 사라진대요. 그 마을에서 군인들도 많이 사라지구요!”
“인간 형태의 뮤턴트라면 1형 뮤턴트도 있잖아. 그리고 1형도 1-가형부터 해서 종류가 워낙에 다양하고.”
“에이! 시체가 없다니까요! 시체가!”
시체가 없다는 말에 창수는 또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가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먹어 치웠나 보지.”
“에이!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우리한테 버려진 마을 수색 임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거죠!”
준우는 답답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버려진 대형 건물들의 수색 임무에 계속 투입되고 있었다.
거미 뮤턴트들도 수색 임무나 전투 임무에 투입을 한다지만 아직 충분한 만큼의 숫자로 늘지는 않았다.
더욱이 어떤 위험한 상황이 올지 알 수 없었기에 무작정 숫자를 늘릴 수도 없었다.
결국 인간이 최우선이었다.
그렇게 준우의 걱정대로 산골 마을의 수색 임무가 뮤턴트 부대에 떨어졌다.
인간 수색대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뮤턴트 부대에 야간 산골 마을 수색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창수도 임무에 함께 가려고 했지만 부대 지휘부에서 창수는 부대에 남아 있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임원사로 부대 관리 업무를 맡긴 것이다.
작전 임무는 대위 계급의 중대장들이 맡기로 했다.
일반 인간 부대의 중대원 숫자와 뮤턴트 부대의 대원 숫자는 달랐다.
전투력 차이도 워낙에 컸기 때문에 일반 부대보다는 특전사처럼 팀별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렇게 중대장과 소대장 한 명 그리고 부사관 두 명과 뮤턴트 대원들로 해서 총 12명의 팀원이 한 개의 중대를 구성했다.
그동안 실제 전투에도 참전을 했지만 오퍼레이션의 역할을 하고 있던 창수는 부대 살림을 책임지는 주임원사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창수의 영향이 뮤턴트 대원들 사이에 막대한 것을 안 부대 지휘부에서 창수의 권한과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목적으로 전투 임무의 투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창수를 부대 내에서 완전히 빼기에는 뮤턴트 대원들의 통제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해 부대 내에 계속 잔류시키고 있었다.
창수는 다소 우려가 되었지만 인간 중대장들도 꽤나 실전 등으로 잔뼈가 굵어져 있기도 하고 뮤턴트 대원들의 능력도 뛰어났기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귀신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뮤턴트일 것이 뻔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뮤턴트 대원들을 너무 쉽게 희생시킬지도 모른다는 건데.’
꽤나 오래전부터 뮤턴트 대원들을 소모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창수였다.
세상에 뮤턴트들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불완전 뮤턴트들도 전부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두 개 팀이 산골 마을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
수색 작전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끝이 나는 것도 아니었고 전국이 수색 지역이었기에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조우하게 될지 안 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 뒤 뮤턴트 부대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뭐? 행방불명?”
“예. 강영우 중대장 팀의 소식이 끊겼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전멸이라도 했다는 거야? 시체는?”
“그게.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뮤턴트 대대의 부대장인 문만원 대령은 최정예 팀인 강영우 중대장의 팀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소식에 화를 내었다.
“뮤턴트 대원들도 전부 행방불명이라는 소리야?”
“예. 주변 수색을 했습니다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산골 마을의 수색을 위해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면 산골 마을에는 사람이나 뮤턴트 한 명 볼 수 없었다.
초기형 뮤턴트들이 상대의 숫자가 많든 적든 가리지 않고 공격해 왔다면 후기형 뮤턴트들은 점차 지능이라도 생긴 것인지 상대를 봐 가면서 대응을 했다.
그렇기에 깊은 숲속에는 얼마나 많은 뮤턴트들이 있는지 확인을 할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어두운 밤에 침투를 하듯이 버려진 산골 마을로 잠입해 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미 일부 수색대나 특전사 팀들이 그런 방식으로 버려진 산골 마을로 잠입해 갔다가 전멸을 하거나 행방불명이 된 경우가 있었다.
그렇기에 뮤턴트 부대를 동원했던 것이다.
인간도 아닌 뮤턴트들마저도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을 문만원 부대장은 인정하기 힘들었다.
“혹시 뮤턴트들이 영우 죽이고 도망친 건 아니야?”
순간 선을 넘는 발언을 한 문만원 부대장이었다.
다소 뮤턴트들에게 강압적이던 강영우 중대장이었다.
작전 중에 앙심을 품고 뮤턴트 대원들이 상관을 살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뮤턴트와 크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군 내에서 뮤턴트 부대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거미 뮤턴트들도 군대보다는 특수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뮤턴트들이 폭주를 해서 상관을 살해하고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보고를 하는 이도 절대 아닐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박 대위 팀은?”
“그게 강 대위 작전 구역으로 이동을 해서 수색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박 대위 팀만으로 해당 구역 전부 커버 할 수 있겠어?”
고작 해야 12명에 불과했다.
전투력은 뛰어나겠지만 숫자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면 인충들이 숨어 버리기에.”
“크음!”
작전 장교의 말에 문만원 부대장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밝히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는 부대장과 작전 장교였다.
“인충들이 뮤턴트까지 흔적도 없이 잡아먹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번째 인충을 사로잡은 이가 최 원사입니다. 그때도 뮤턴트 대원 하나의 팔이 인충에게 흡수되었습니다.”
“확실히 다수의 인충이라면 뮤턴트라고 해도 별수 없겠군.”
“상부에서는 인충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하는데 인간과 인충을 현재로서는 구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더욱이 지능까지 상당히 높은 듯합니다.”
“아직 공개되면 안 돼. 공개가 되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찾아올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뮤턴트 대원이 반란을 일으키고 탈영을 했다고 할까요?”
“아직 기다려 봐. 수색 작전이 좀 더 길어진다고 해 놓자고.”
“알겠습니다.”
부대장과 작전 장교는 일단은 자신들만 알고 있기로 했지만 둘은 뮤턴트 대원들의 신체 감각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아니 당장 부대장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임원사실에서 근무 중이던 창수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인충이라. 이번 뮤턴트는 인충이라 명명된 모양이군.”
창수는 입 안에서 대롱을 빼서는 자신의 부하를 공격했던 주희를 정부에서는 인충이라 부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정보 통제는 어찌 할 수가 없는 건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뭐든 일단 숨기고 보는 지휘부였다.
부대장이라고 해도 결국 최상부에서는 말단과 다를 바 없으련만 그 아래에서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부터 인정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창수는 파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파국을 자신이 과연 감당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