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289화
학교에 들어온 인간 군대가 인충들임을 알아차린 창수는 즉시 인충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인충들은 갑자기 미쳐 날뛰는 것 같은 뮤턴트 대원들의 모습에 경악을 하며 외쳤다.
하지만 창수의 지시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설령 정말로 인간들이라고 해도 창수의 지시에 따를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감히 우리를 속여!”
끝까지 속여 보려는 인충의 모습에 뮤턴트 대원은 커다란 손으로 인충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내 엄청난 힘으로 머리를 터트려 버리는 뮤턴트 대원이었다.
인충들 또한 인간들보다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체가 뮤턴트로 변이된 대원들에 비해서는 약했다.
“반란이다!”
인충들은 반란이라고 외치고서는 날뛰는 뮤턴트들을 공격해 왔다.
숫자는 자신들이 월등했다.
더욱이 뮤턴트 대원들의 상당수는 주변으로 정찰을 보내서 학교 안에 있는 뮤턴트 대원들의 숫자는 훨씬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최악의 존재를 상대해야만 했다.
“미노!”
“응? 창수다! 창수! 창수 왔냐?”
학교 뒤편에서 복실이하고 놀고 있던 미노는 창수의 목소리에 커다란 입을 벌리며 기뻐했다.
“인충들을 전부 죽여!”
“응? 인충?”
“흐음! 살짝 젖비린내가 나더니 인간이 아닌 인충이었나?”
“그게 무슨 소리냐? 복실아.”
탕!
총소리와 함께 미노의 몸 안으로 총알이 뚫고 들어왔다.
미노는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커다란 눈을 돌려서는 뒤를 바라보았다.
인간 군인이 자신에게 총을 쏜 것이다.
“저거 인간 아니라 인충인가 보다.”
“인충? 아! 뮤턴트. 그럼.”
“잡아먹어도 된다는 소리지.”
“히히!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연달아 총알이 미노의 몸 안으로 뚫고 들어왔지만 미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총알로 죽을 미노도 아니었다.
미노는 굼떠 보이는 덩치와는 달리 터무니없는 속도로 움직여서는 인충을 움켜쥐었다.
뼈는 부서지고 살점은 으깨졌다.
“껍질 벗겨 내야 한다. 이건 못 먹는 거다.”
“껍질이 아니라 옷이야. 옷!”
“아무튼.”
거칠게 군복을 뜯어내어 벗기고서는 입 안으로 던져 넣는 미노였다.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히히! 그럼 식사하러 가자!”
순식간에 학교는 인충들의 시체들로 널리기 시작했다.
총소리가 한동안 계속 났지만 인간 군대에게서 무기와 탄환을 강탈한 인충 군대는 애초부터 총알을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탄창이 바닥이 나자 인충들은 결국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대롱을 꺼내었다.
생명체의 몸 안에 쑤셔 넣으면 신체를 녹이는 독이 뿜어져 나온다.
인간이라면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한 채로 즉사를 할 것이었다.
다만 상대가 인간이 아닌 뮤턴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턴트들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냈군! 괴물 놈들!”
“괴물은 네놈들이지. 죽여!”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입 안의 대롱을 보자 확실해졌다.
“역시 최 원사님 말은 팥으로 죽을 쑬 수 있다니까!”
“팥으로는 죽 쑤는 거 맞어! 이 멍청아!”
변이되면서 정말 머리가 나빠진 건지 아니면 인간일 때도 멍청했는지 모르겠지만 동료들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조심해라. 방심하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훨씬 많은 숫자였지만 일방적이었다.
기세에서도 실력에서도 그리고 힘에서도 완전히 밀려 버린 인충들은 어떻게든 뮤턴트 대원들의 몸에 주둥이를 박아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불가능했다.
상대는 빠르게 머리만 날려 버렸다.
기습이어야만 승산이 있었다.
인충의 사냥법은 기습이었다.
방심을 하고 있는 인간에게 기습으로 단번에 제압을 해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체가 다수의 인간들에게 들키게 된다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들과 같은 인충들이 모이면서 인간들을 속이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
특히나 군대로 위장을 하면 인간들은 더욱 경계를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뮤턴트들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숫자를 흩어지게 해 놓고 한 마리씩 사냥을 할 계획이었는데 인충들을 알아차린 창수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 도망가! 승산 따위는 없다!”
지능은 인간 못지않은 인충들이었다.
숫자는 여전히 자신들이 많았지만 상대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특히나 인간으로 보이는 남자와 입이 커다란 대형 뮤턴트는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군인들도 아니었고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할 이유도 없는 인충들로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승산이 없음을 확인한 인충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을 쳤다.
“임 중사! 적 확인 대형으로 날아!”
창수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홀로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던 차성을 보고서는 외쳤다.
지상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지만 홀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성은 창수의 목소리에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도망을 가는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을 잡아 죽이는 뮤턴트들.
그건 한 편의 지옥도였다.
“히히히! 이제 시작하시는 건가? 마왕님.”
창수가 끝까지 아니라고 하는데도 차성은 창수를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마왕의 부하로 세상을 멸망시키는 일을 도울 것이었다.
창수의 지시에 따라 하늘 위에서 8자 형태로 비행을 하며 하피의 울음소리를 내는 차성이었다.
“총소리?”
실종된 부대 지휘부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던 뮤턴트 대원들은 총소리를 들었다.
당연히 뮤턴트 대원들과 함께 수색 작업을 하던 인간 병사들도 총소리를 들어야 했다.
다들 총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주둔지가 있던 학교였다.
물론 무슨 상황인지는 뮤턴트 대원들이나 인간 병사들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이봐! 주둔지 쪽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가 봐야 할 것 같아.”
총소리가 한두 발 정도라면 오발 사고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총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돌아가기로 하고서는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인간 병사들이 뮤턴트 대원들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아닌 이들이 접근을 하는 것을 매우 꺼려 하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이봐! 가까이 붙지 마! 가까이 붙으면 죽여 버릴 테니까!”
흉악하게 생긴 외모로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으르렁거리는 뮤턴트 대원이었다.
그런 뮤턴트 대원들의 모습에 인간 병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색을 좀 더 하면서 뿔뿔이 흩어지게 할 생각이었다.
이대로 기습을 해도 되겠지만 자신들도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물러서.”
그렇게 뮤턴트 대원의 경고에 물러서는 인간 병사들이었다.
아마도 주둔지에서의 총소리는 자신들이 주둔지에 남아 있는 뮤턴트들을 공격하는 것일 터였다.
그렇게 천천히 돌아가 보면 이미 상황은 정리가 되어 있을 터였다.
남아 있는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치면 지금의 뮤턴트들은 충분히 제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을 했다.
하지만 인충들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뮤턴트 대원들의 동료 중에 하나가 높은 허공 위에서 8자를 그리며 고주파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일반 인간들이 보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뮤턴트들에게는 충분히 보이는 거리였다.
“저건.”
주변의 동료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라는 의미였다.
먹보인 미노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말을 안 듣는 차성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창수가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수의 지시는…….
“감히 우리를 속여!”
뮤턴트 대원의 손이 인간 병사의 가슴을 관통했다.
뮤턴트 대원들도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 병사들이 인충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히익! 뭐야! 교도소 가려고?”
물론 뮤턴트 중에서도 눈치가 없는 대원도 있었다.
“이 멍청아! 적이라잖아! 빨리 죽여!”
“뭐? 적이었어?”
얼빵한 동료의 모습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주변에 있던 인충들을 때려잡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제길! 들켰다! 죽여라!”
인충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차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당할 수 없었기에 뮤턴트 대원들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워낙에 가깝고 숫자도 많았기에 일부는 뮤턴트 대원의 몸에 자신들의 입 안 대롱을 꽂아 넣는 것에 성공을 했다.
이내 온몸을 녹이는 소화액이 주입되었다.
몸 안의 장기가 녹아내리는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일반 인간이었다면 곧장 쇼크사를 할 만했지만 뮤턴트 대원들은 이 정도로 죽지 않았다.
“크아아악! 이 자식들이!”
자신의 배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인충의 머리를 움켜쥐고서는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구멍으로 녹아내린 체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녹아내린 체액과 함께 붉은 피가 흘러나오다가 구멍이 메워졌다.
빠르게 회복이 되는 것이다.
“죽여 주마.”
총도 있었지만 난전 상황에서는 총보다 예리한 검이 더 효과적이었다.
군용 대검이라기보다는 훨씬 긴 정글도를 꺼내 든 뮤턴트 대원이 이내 칼춤을 춰 대었다.
“야! 칼 좀 조심히 휘둘러!”
“시끄러! 니들이 알아서 피해! 나 몸에 빵구 났다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동료 하나가 칼을 자기 멋대로 휘둘러 대며 난동을 부리자 인충들보다 동료의 난동에 몸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위 등급의 뮤턴트들은 인충이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 도망가!”
결국 감당을 하지 못하고 인충들은 도망을 쳐야만 했다.
하지만 뮤턴트들과의 전투에 이골이 난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도망을 가는 인충들의 머리에는 총알이 박혀 들어갔다.
탕!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쓸어버려!”
도망을 가다가 하나둘씩 쓰러지는 인충들이었다.
그나마 도망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있던 건 다행일 정도였다.
아룬과 함께 있던 인충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간 채로 죽어야만 했다.
“돌아간다.”
“거 참 살벌하네.”
도망을 가는 것에 성공을 한 인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멸을 해야만 했다.
수색을 위해 멀리 나갔던 뮤턴트 대원들은 이내 학교의 주둔지로 돌아왔다.
수백 마리의 인충들의 시체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 원사님!”
“다들 무사한가?”
“인범이가…….”
“후우!”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1형 뮤턴트의 경우엔 인간보다 빠르고 재생력도 높았지만 크기가 작았기에 인충의 소화액이 몸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자 버티지 못하고서는 몸 내부가 녹아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몇몇 대원들이 사망을 했다.
“그런데 이놈들 인충인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군대로 위장을 하고 있는 인충들을 봤어. 더욱이 이놈들 부대 표식도 전부 제각각이잖아.”
창수는 인충들이 입고 있는 군복이 전혀 통일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물론 군대도 물자가 부족했기에 군복의 표식이 통일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특히나 예비군이나 후방 편성 부대의 경우는 중구난방이었다.
육군에 해군이나 공군의 군복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규 부대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창수가 부대 인원은 정규 부대급인데 내부의 군복과 장비들은 엉망인 것에서 인간이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어떻게 된 상황이야?”
창수도 궁금한 것이 많았기에 인충들을 정리하고 난 뒤에 대원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때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은 요양 병원의 수색 작전을 지휘했던 인간 간부가 묶여 있던 것을 풀고서는 갇혀 있던 곳에서 탈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괴물 놈들! 결국!”
중대장은 학교 주둔지에 널린 인간들의 시체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인간들이 인충임을 알 수 없었기에 중대장은 뮤턴트들이 결국 흉성을 드러낸 것이라 여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