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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92화 (292/351)

제292화

292화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은 도망쳐야만 했다.

거미 뮤턴트들과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지만 같은 인간들과는 싸울 수 없었다.

오해라고 자신들은 배신자가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 보았지만 그 억울한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이 닿지 않는 깊은 산맥 속으로 숨어들어 가야만 했다.

다행히도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자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아니 쫓아올 수 없을 터였다.

상대는 수백 마리의 거미 뮤턴트들을 전부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일반 병사들로 공격을 했다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사람들을 구한 영웅에서 한순간에 괴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창수도 뮤턴트 대원들도 그리고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을 알고 있는 이들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상황은 흘러갔다.

마치 운명처럼 본래 그래야만 했다는 것처럼 변했고 창수는 그렇게 상심을 한 뮤턴트 대원들을 이끌고 아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모르겠다.”

창수도 알 수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서 조금만 쉬자.”

“예.”

다행히 버려진 건물들은 많았다.

깊은 산속이지만 마을도 있었고 건물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뒤여서 제대로 관리가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버려진 모텔 건물을 발견한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은 건물 안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을씨년스럽게 텅 빈 건물 내부였지만 그곳에 귀신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뮤턴트들이 몰려들면 깜짝 놀라 성불을 해 버릴지도 몰랐다.

“이거 귀신 나오는 거 아니야?”

“귀신은 무슨. 귀신이 네 얼굴 보고 무서워서 도망가겠네.”

“그건 니 얼굴이겠지.”

“시끄럽고 일단 들어가 쉬어! 혹시 모르니까. 불침번 설 준비하고.”

“군대 탈영까지 했는데 근무를 계속 서야 합니까?”

“야! 언제 뮤턴트가! 아니, 인간들이 니들 자고 있을 때 머리통에 총알 박아 넣을지도 모르는데 안심이 되냐!”

뮤턴트보다 인간이 더 무서워졌다.

다들 투덜거리며 상처와 피로를 회복해야만 했다.

다행히 피로와 상처는 금방 회복이 되었다.

“먹을 것이라도 찾아봐!”

“알겠습니다!”

깊은 산속에 먹을 것이 있을 리 없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야생 동물들이 있었다.

특히나 멧돼지와 고라니는 사람들의 영역이 축소되자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어났다.

물론 두 야생 동물 모두 노린내가 지독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야생 동물들을 잡아 와 허기를 때우고 난 뒤에 대책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저희가 살린 병사들이 상부에 잘 보고를 해 주면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다.”

“우리가 인간을 공격하진 않았잖아.”

거미 뮤턴트들을 뚫고 외곽의 인간 군인들의 방어벽을 뚫을 때 인간 병사들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았다.

총알을 맞으면서도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하며 뚫고 나간 것이다.

오히려 부대 병사들을 보호하기까지 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상부에서도 자신들이 배신자가 아님을 알 것이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룬은 부정적이었다.

“한국군은 우리를 살려 두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간부들은 어떻게든 우리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더욱이 도주를 할 때 인간 간부들 사이에서 인충을 봤습니다.”

“뭐? 확실해?”

“예. 고함을 지를 때 목구멍이 아닌 목 천장 부분에 구멍이 있던 것을 보았습니다. 인충들로서는 우리들을 제거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테니까요. 설령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안심을 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룬이 자신들을 토벌하기 위해 보낸 인간 군인들 사이에서도 인충을 보았다고 말을 하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창수 또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을 믿기 어려워졌다.

이미 부대를 벗어난 이상 다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워진 것이다.

창수는 더욱 뮤턴트 대원들의 곁을 떠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버려진 모텔 건물의 노후가 심해 더는 머물 수 없었다.

생활을 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기에 좀 더 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아야 했다.

더욱이 헬기까지 동원해서 뮤턴트 대원들을 찾으려고 하는 듯 헬기가 하늘 위를 날아다녔다.

“아무래도 우리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단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겠어.”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제법 쓸 만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커다란 고속도로 터널이었다.

연달아 3개의 길고 긴 터널이 있는 곳이었고 고속도로 아래로 버려진 마을과 적당한 공터 시설이 남아 있었다.

야생화된 텃밭도 있어서 식량을 얻기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버섯을 키웠던 곳인지 주변에 상당히 많은 버섯들이 자라고 있기도 했다.

터널 내부는 덩치가 큰 뮤턴트 대원도 충분히 쉴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터널도 세 개였고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구멍도 4개나 있어서 퇴각로로 쓸 수도 있어 보였다.

“일단 이곳을 아지트로 삼자.”

“무너지진 않겠죠?”

“뭐 튼튼해 보이긴 하는데.”

생각보다는 튼튼해 보이는 구조물이었고 비를 피하기에도 나쁘지 않았기에 고속도로의 터널에 머물기로 했다.

어차피 계속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은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산이 알록달록해지는 것이 가을이었다.

곧 눈이 내리면 식량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었다.

“겨울 보낼 준비를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식량을 찾아!”

터널 내부를 깨끗하게 치우고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식량을 모으기 시작했다.

“버섯을 말리면 꽤 오래 보관을 할 수 있어. 야채들은 전부 말리면 보관을 오래 할 수 있지. 버섯도 제법 많고 텃밭에 무하고 대파가 있더라. 무 이파리는 시래기로 말리면 돼.”

“야채만 있으면 뭐해. 된장하고 고추장이 필요한데. 소금도 없다고.”

부족한 것투성이였지만 의외로 활동 반경이 넓은 뮤턴트 대원들은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면서 꽤나 쓸 만한 것을 발견해 오곤 했다.

“이봐! 내가 된장을 찾았어! 된장을! 그리고 고추장도!”

“뭐? 아니, 어떻게?”

“이히히히히! 버려진 마을의 집 뒷마당에 항아리들이 잔뜩 있더라고! 그 항아리 안에 된장하고 고추장이 가득 있더라니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줄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두었던 것 같았다.

뒷마당에 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그 사이에 놓인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를 발견한 것이다.

괴물 같은 뮤턴트의 모습이었지만 입맛은 한국인들이었다.

물론 인간도 생으로 잡아먹을 수 있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여전히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한 뮤턴트 대원이 발견한 항아리들은 전부 터널 안으로 옮겨졌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뮤턴트 대원들로서는 최고의 보물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행운은 계속되었다.

“동쪽으로 가니까 감나무들이 아주 많았어!”

“감나무?”

“그래! 감나무! 감들이 엄청 열려 있더라고!”

“오! 겨울에 아파트 베란다에 놓고 먹으면 최고지.”

“곶감으로도 만들어 둘 수 있을 것 같던데.”

“곶감? 헤! 맛있겠네.”

“뭐 해! 바로 따러 가야지!”

“주인한테 허락은 받은 거야?”

농담을 하며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감나무 농장에 도착한 뮤턴트 대원들은 꽤나 많은 양의 감을 땄다.

“야! 저기 사과 있다! 사과!”

사과도 땄다.

의외로 전국에 과수원들이 널려 있었다.

당연히 깊은 산속 아래의 산골 마을에도 과수들이 상당했다.

물론 농민들이 제대로 관리를 해 주지 못하고 있었고 농약도 치지 못했기에 상품성은 매우 낮았고 양도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턴트 대원들은 생각보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자 즐거워했다.

감과 사과 그리고 밤까지 다람쥐들이 도토리 모으듯이 식량을 한가득 모으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그렇게 터널의 식량 창고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식량이 쌓였다.

저수지에는 물고기들도 있어서 얼큰한 매운탕을 맛볼 수도 있었다.

“내년부터는 농사도 지어 볼까?”

“농사 지을 줄 알아?”

“나 뮤턴트 되기 전에 농부였어.”

“아! 그래? 그럼 나 쌀밥이 먹고 싶은데.”

“…….”

“왜? 농사 지어 봤다며.”

“확 그냥!”

뮤턴트 대원들은 농사까지 지을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과수원들을 뒤덮고 있는 칡과 같은 넝쿨들을 전부 제거해 놓기도 했다.

육체적으로 꽤나 힘든 일이었지만 마치 불도저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중형 이상의 뮤턴트들에게 있어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다들 아룬으로부터 칼날을 받아서는 풀을 베거나 잡목을 베며 길이 사라진 곳도 길을 다시 만들어 갔다.

뮤턴트 대원들은 예상보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라리 지금 생활이 마음은 더 편안한 거 같아.”

“나도 그래. 사실 우리도 뮤턴트의 몸이라지만 뮤턴트들과 싸우는 거 엄청 무서웠다고.”

“너도 그랬냐?”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데!”

“여린 마음 같은 소리 하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감이나 깎아! 오늘까지 저거 다 깎아야 해.”

“아우! 미치겠네! 이 작은 걸 곶감으로 왜 만들겠다고 난리인지!”

다들 투덜대기는 했지만 눈이 오기 전까지 식량은 충분히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은신처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창수는 산맥 아래의 상황을 파악하러 가 보기로 했다.

“산 아래에 내려가 보고 올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피난처로 이동을 해서 대기를 해.”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래. 다녀올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했다.

창수는 홀로 산 아래로 내려갔다.

창수가 산을 내려가고 난 뒤에 역시나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미노와 복실이였다.

창수의 부재 시에는 아룬이 뮤턴트 대원들을 지휘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노와 복실이는 아룬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렇게 말도 없이 터널에서 꽤나 멀리까지 나갔던 미노와 복실이는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혹 덩어리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저건 또 뭐야?”

“어! 저거 남원의 요양 병원에서 봤던 고블린들 아닌가?”

“고블린? 아! 그때 그놈들. 그런데 저놈들이 왜 여기로 와?”

“저 돼지 놈이 데리고 온 모양인데.”

“미치겠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미노는 고블린들 수십 마리를 데리고 왔다.

“히히! 미노 사람 구해 왔다! 창수가 사람 구하라고 했다! 나 창수 말 잘 듣는다!”

미노는 사람의 말을 하는 고블린들도 사람이라며 뮤턴트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뮤턴트를 잡아먹어 버리고서 고블린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요양 병원에서 숨어 살고 있던 고블린들은 뮤턴트 부대의 수색 작전으로 인해 살고 있던 곳을 버리고서는 산맥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뮤턴트의 습격을 받게 되었고 절망적인 순간에 미노가 나타난 것이다.

머물 곳이 없었던 고블린들은 결국 미노를 따라왔다.

뮤턴트 대원들도 눈이 내리는 겨울에 추위에 덜덜 떠는 고블린들을 쫓아낼 수는 없어서는 겨울이 지날 때까지 데리고 있기로 했다.

다행히 식량은 충분했기에 봄이 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히히히히! 미노 또 사람 구해 왔다!”

“그만 데리고 와! 이 미친 돼지 놈아!”

“히히! 나는 나보다 약한 놈 말 안 듣는다!”

“대체 어떻게 찾아서 데리고 오는 거야?”

의문은 간단히 풀렸다.

“이 돼지 코가 나보다 더 좋아! 사람인지 아닌지만 물어보고서는 사람 말을 하면 사람이라고 데려오려고 한다니까! 훌쩍!”

복실이는 감기에 걸렸는지 콧물을 훌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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