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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295화 (295/351)

제295화

295화

대전에 도착을 했지만 본래 있어야 할 육군 본부는 사라져 있었다.

그나마 일부 주둔 부대는 남아 있었지만 주요 지휘 부대가 경기도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 아래의 충청도 남부 지역부터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건가?”

“그건 모르겠고 위에서 그렇게 명령이 떨어졌으니 저희도 뭐 알 수는 없는 거지요. 원사님.”

중사 계급의 군인에게서 자세한 내용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현 상태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었다.

인충들로 인해 피아 식별이 되지 않으면서 한반도 남부 지역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겨울이 되면 그놈들도 얼어 죽을 거라고 했습니다.”

“얼어 죽는다고?”

“예. 추위를 많이 탄다고 들었습니다. 난방도 안 되는 겨울이니 꽤나 많이 얼어 죽을 거라구요. 그냥 확 다 얼어 죽어 버렸으면 좋겠네요.”

인충들이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을 했지만 사실 사람들도 겨울을 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었다.

난방 연료가 보급되지 않는 상태다 보니 대전에서 만난 군부대도, 그리고 일반인들도 전부 나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웬만하면 산으로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다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나무를 하고 있었다.

연탄이 보급되기 전 한반도는 그렇게 나무가 많은 국가는 아니었다.

조선 시대까지 나무가 겨울을 나는 주요 연료였으니 겨울이 되기 전에 집집마다 나무 장작을 한가득 쌓아 놓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산마다 민둥산이었다.

그렇게 인간들보다 추위에 약하다는 인충들이 점차 추워지자 그나마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남해안 연안 지역은 인간들이 살지 않는 땅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특수전 사령부도 임무 중인 부대를 포기할 정도면 갈 때까지 간 모양입니다.”

“후우! 어디나 좋지 않지.”

“아무튼 빨리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올해는 왠지 눈이 많이 올 것 같습니다. 뮤턴트들에게 죽는 것보다 추위와 굶주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사의 말에 창수는 시퍼렇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지고 있는 병사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이 오면서 인충들의 위협이 줄어들었다.

겨울 동안 인충들이 박멸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년 봄이 되면 알게 될 것이었다.

창수는 뮤턴트 연구 시설과 뮤턴트 대응 특수본부 건물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시설이 폐쇄가 되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설 내부로 몰려 들어가 보았지만 시설 내부에는 기괴하게 생긴 뮤턴트만 있을 뿐이었다.

“가디언인가.”

기괴하게 생긴 뮤턴트는 허락받지 못한 침입자를 공격해 왔다.

아무래도 시설 내부에 남은 정보와 시설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둔 뮤턴트로 보였다.

아주 오랜 시간 이곳을 찾지 않는다면 미궁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창수는 어렵지 않게 시설 내부의 뮤턴트들을 제압했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짓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시설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박충렬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물론 청와대로 가면 알 수도 있었지만 창수는 시설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까지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자신의 뮤턴트 대원들이 걱정이 되었다.

결국 창수는 내년 봄을 기약하기로 했다.

몸을 돌려 아지트로 향하는 창수였다.

눈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소 이른 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께 들었던 날씨는 늦가을에도 눈이 왔었다고 했다.

개마고원이나 백두산 쪽이라면 눈이 내린 지 한참 되었을 터였다.

“힘겨운 겨울이 되겠어.”

창수의 말처럼 그해에는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잔열로 살아가던 동물들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당연히 인간들도 그리고 뮤턴트들도 대자연의 힘 앞에서는 똑같은 피조물에 불과했다.

아지트로 향하고 있던 창수는 눈 덮인 도로가에서 한 여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물론 창수가 외면한다면 여인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결국 창수는 여인을 근처의 빈집으로 데리고 갔다.

체온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태울 것을 찾아서는 불을 피웠다.

냉방이던 방 안은 오래지 않아 훈훈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였다면 이산화탄소 중독이 될 만큼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을 터였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실내에 난로를 놔두고 연통을 밖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개조를 해 두었다.

그 덕분에 가스 중독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온돌에 비한다면 무척이나 추웠다.

겨우 얼어 죽지 않을 정도에 불과했다.

창수는 난로에 나무 장작을 잔뜩 집어넣고서는 저체온 상태의 여인을 위해 이불을 찾아서는 덮어 주었다.

추위에 덜덜 떨던 여인의 몸은 난로의 온기가 방을 채우자 조금 나아진 듯 떨림이 멈추었다.

창수도 그런 여인을 보며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서는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렇게 창수도 잠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인이 눈을 떴다.

눈을 뜬 여인은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길거리에서 추위에 쓰러졌었다.

그런데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온기가 가득한 방 안에서 이불에 덮여 있었다.

여인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의 반대쪽 벽에 등을 기대고 잠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구해 준 남자인 듯했다.

여인은 창수에게로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창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배고픈가?”

“아!”

“인충들은 먹을 때 맛을 구분할 수 있나?”

창수는 흥미롭다는 듯이 여인을, 아니 인충을 바라보았다.

“알아차리셨군요.”

“뭐 대화가 통하는 건 편해서 좋군. 남쪽으로 가지 않고 왜 이런 곳에 있었던 거지?”

“버려졌어요.”

“버려졌다고?”

“예. 제가 그들과 달라서요.”

자신이 인충들과 달라서 버려졌다는 말을 하자 창수는 불완전 변이체를 떠올렸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인간을 먹었나?”

“예.”

“맛은?”

“역겨웠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덤비지만 않는다면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참고로 덤벼 봐야 소용없을 거야.”

인간을 먹었다는 말에 불완전 변이체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완전 변이체인지 아니면 완전 변이체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한다면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인충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뮤턴트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라면 아는 것이 꽤나 있겠지만 창수는 인충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인충 여인은 창수가 자신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벌레예요.”

“어째서지?”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 과정을 거쳐서 고치가 돼요. 그리고 번데기 과정을 거쳐 우리가 태어나요.”

“…….”

“우리는 사람을 먹어요. 아니, 동물도 먹네요. 그런데 그건 알을 낳기 위해서예요. 배고플 때는 꽃을 먹어요.”

“꽃?”

“예. 나비처럼. 여름에 한가득한 꽃을 먹으면 배가 불러요. 알을 낳지 않으려면 사람을 먹지 않아도 돼요.”

“애벌레 때도 꽃을 먹는 건가?”

“아니요. 애벌레 때는 성체들이 사람을 잡아 와서 먹였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주는 것을 먹기만 할 뿐.”

“그런 지식을 어떻게 얻은 거지?”

“몰라요. 그냥 알고 있었어요. 아! 몇몇 동료들은 멍청하긴 했네요. 아마 사람이 아닌 다른 짐승을 먹었나 봐요.”

“…….”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요. 왜 내가 알을 낳아야 하는지. 왜 사람을 먹어야 하는지. 그냥 꽃들만 먹으면 충분한데. 우리들에게 있어서 너무 쓸모없는 생각들이 많다고 동료들한테 버림받았어요.”

인충 여인은 불완전 변이체가 아니었다.

“너는 인간인가?”

“아니요. 저는 저예요. 당신들이 인충이라 부르는.”

완전한 인충으로서의 가치관도 가지고 있었지만 인충으로서의 본능적인 삶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창수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인간이 아닌 인충.

하지만 인충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 하지 않은 존재.

‘인간의 뇌를 먹으면 지식과 지능을 가지게 되는 것인가 보군. 몇몇 뮤턴트들 중에서 그런 종류가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완전히 여인을 믿을 수는 없었다.

“이름은?”

“저희에게 이름 따위는 없어요. 먹고 번식하고 추운 겨울에 죽는, 그냥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사는 우리가 이름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겨울을 버티지 못하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인간들은 이 정도의 추위에 죽지는 않는 것 같은데. 저희는 아무래도 못 버티나 봐요.”

인충 여인은 솔직하게 자신들이 추위에 약하다고 말을 했다.

옷을 껴입어도 체온 유지가 되지 않았으니 결국 얼어 죽는 것이다.

그냥 특이 개체였다.

모든 인충 뮤턴트들이 다 여인과 같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여인과 같은 유형의 인충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알고 싶으신 게 있으세요?”

“배고프면 동물 한 마리 정도는 잡아다 줄 수 있어.”

“먹지 못해요.”

“먹지 못한다고?”

인충 여인은 자신의 입을 벌렸다.

그러자 입 안의 구멍에서 대롱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대롱의 끝이 잘려 있었다.

본래라면 강철도 뚫을 정도의 날카로움과 강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잘려 있는 대롱은 사람의 피부도 뚫지 못할 것 같았다.

“스스로 자른 건가?”

“예. 알을 낳고 싶지 않았어요.”

마치 모기와 같았다.

형태는 인간이었지만 알을 낳기 위해 인간의 피를 빠는 모기 같은 종족이었다.

과도한 지능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외면해 버린 것이다.

창수는 그렇게 인간을 먹지 않는다는 인충 여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뮤턴트인 이상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충이 자신의 신체를 재생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인충 여인이 자신의 대롱을 재생하고자 하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창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인충 여인은 방 밖으로 나가 버리는 창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따라갈 수는 없었다.

따라오라는 말도 없었다.

어차피 따라 나가면 추위에 얼어 죽을 것이었다.

그냥 살려 준 것만으로도 더한 도움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난로의 열기가 방 안을 따뜻하게 해 주고 있었지만 인충 여인은 점점 추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로가 꺼지면 그녀의 생명도 함께 꺼질 것이었다.

그렇게 난로의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방 안에서 허기짐에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렸다.

인간도 먹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

그렇게 기절을 한 것인지 잠에 든 것인지 모를 때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

“장작이라도 넣지 그랬어.”

“…….”

방을 나갔던 창수였다.

창수는 거의 꺼져 가는 난로 안에 장작을 집어넣고서는 인충 여인의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꽃은 찾을 수 없지만 이건 먹을 수 있을까 싶네.”

꽃향기가 났다.

인충 여인은 접시에 투명한 액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꿀이야. 다행히 있더군.”

꿀이라는 말에 인충 여인은 자신의 혓바닥을 내밀고서는 꿀을 핥았다.

진한 꽃향기가 맡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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