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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03화 (303/351)

제303화

303화

낚시를 하던 의문의 남성은 해안가로 자신의 보트를 몰고 다가왔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이 보일 듯한 거리에서 보트에 타고 있던 남자가 창수에게 외쳤다.

“사람이오?”

“예! 군인입니다!”

“여긴 무슨 일이오?”

“인충들에 대해서 조사 중입니다!”

“인충? 그 알 낳는 인간들?”

“예! 인충들에 대해서 아십니까?”

인충에 대해서 아는 듯했다.

“뭐, 알긴 하는데. 그 친구들 육지에서는 찾기 힘들 거요!”

“육지에서 찾기 힘들다구요?”

“섬으로 넘어갔소!”

인충들이 남쪽의 섬으로 넘어갔다는 말에 창수는 추위로 인해 남해안 해안가에서도 버티지 못하고 더 남쪽으로 내려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적이지 않았습니까?”

“뭐, 그리 공격적이지는 않았소! 섬까지 보내 달라고 부탁을 하더이다!”

남자는 인충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고 남쪽 섬으로 실어다 준 모양이었다.

“그 섬이 어디인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그자들이 자신들을 잊어 달라고 하던데. 굳이 묻지 마시오! 그들은 멀리 떠날 것이라고 하니까!”

인충들이 자신들을 찾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말에 창수는 인충들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더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낚시를 하던 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다시 먼 바다로 나가서는 낚시를 계속했다.

창수가 인충이었다면 인충들이 있던 섬으로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인충이 아닌 인간인 이상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 죽을 뻔한 상황에서 인충 덕분에 살아난 해안 마을의 인간이었다.

자신들을 구해 준 것도 모자라 마을의 일을 도와주었으니 마을 주민들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알을 낳는 것이 기묘하긴 했지만 이미 비정상적인 세상이 되어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그렇게 따뜻한 기후를 찾아간다며 남쪽으로 배를 태워 달라는 부탁에 태워다 주었다.

물론 남쪽 바다라고 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춥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남쪽의 제주도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버틸 만했다.

옷을 껴입고 불을 지펴서 따뜻하게 하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으니 남해안의 한 섬에 들어간 인충들은 겨울을 보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인충들은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한반도의 겨울은 남쪽 섬이라고 해도 인충들이 버티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대만이나 그 아래의 필리핀으로 향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터였다.

선박도 없었고 항해술도 없었으니 목숨을 걸고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간혹 자신들이 도와준 해안가의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지내는 인충들이었다.

그렇게 인간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해안 마을 주민의 경계를 받은 창수는 섬으로 넘어간 인충들을 만나지 못한 채로 걸음을 돌렸다.

내륙보다 오히려 해안가가 먹을 것은 더 풍부했다.

뮤턴트로부터 안전만 하다면 바다에 널린 해산물들을 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목책과 방벽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외지인은 들이지 않소! 그냥 가시오!”

마을의 주민들은 외지인인 창수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다.

창수의 감각에 마을 주민들 사이로 인충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을에 인충이라는 뮤턴트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상관없소! 외지인은 받지 않으니 가시오! 가지 않는다면 공격하겠소!”

“이거 가져가! 같은 인간으로서의 성의니까! 우릴 귀찮게 하지 말고 가!”

마을의 방벽 위에서 물고기 몇 마리를 던져 주는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 안에 인충이 있는 것 같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상관없다는 말을 하는 것에 창수는 인충들이 생존 전략으로 인간들에 동화가 되는 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인충들을 사람들이 받아들여 주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수는 알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관없다며 마을 주민들이 선물로 던져 준 물고기를 들고서는 떠났다.

결국 홀로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서는 생각보다 큰 물고기를 구워 먹었다.

“맛있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 있었다.

해안가의 마을 주민들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농사도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만 보면 꽤나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평화로움 속에서 처절한 생존이 있었다.

경상도 쪽으로 가던 중에 창수는 해안 마을을 습격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수의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서는 마을을 습격했고 마을에서는 젊은 남자들이 필사적으로 약탈자들을 막았다.

젊은 남자들은 얼굴에 검은 얼룩들이 나 있었다.

손에도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보이는 것이 온전하진 않은 것 같았다.

창수는 마을의 젊은 남자들이 인충들임을 알 수 있었다.

“저 괴물 놈들을 죽여! 전부 죽이라고!”

“괴물 놈들이 너무 강합니다! 대장!”

“제길! 별수 없지! 일단 퇴각이다! 반드시 죽여 주마! 이 괴물 놈들아!”

마을을 습격한 약탈자들은 죽음을 각오하며 덤벼 오는 인충들을 당해내지 못하고서는 물러섰다.

인충들은 약탈자들을 뒤쫓지는 않은 채로 싸움의 현장을 정리했다.

부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고 죽은 인충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약탈자들 중에서는 죽은 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히…… 히익! 사…… 살려 줘.”

“살려 줄 테니 두 번 다시 이곳으로 오지 마라. 꺼져라.”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약탈자들은 오히려 죽이지 않고 도망을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인간을 죽이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간들 속에서 인간들을 먹어 치워 왔던 인충들이었다.

갑자기 바뀐 인충들의 방식에 창수는 호기심이 들었다.

해안가의 마을 주민들에게 인충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왠지 알 것 같았지만 제대로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창수는 자신들의 동료의 사체를 옮기려는 인충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째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은 거지?”

“……!”

추위로 동상을 입어 몸 상태가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인간들보다 훨씬 감각이 예민한 자신들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창수가 자신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올 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처음 보는 인간이었기에 죽이지 않고 제압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창수를 본 순간 자신들의 감각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알려 오고 있었다.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여차하면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만들겠다는 창수의 말투에 인충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 그때 인충들과는 달리 나이가 70은 족히 될 법한 노인 한 명이 창수와 인충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 사람들은 괴물이 아니오!”

인충의 성체가 노화를 겪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인충들은 전부 젊은 모습이었다.

일부 초기의 인충들은 노인의 모습이나 어린아이의 모습도 하고 있었지만 알을 통해 태어난 인충들은 하나같이 20대 초중반의 성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처럼 성체 인충들도 키나 얼굴 등은 제각각이었다.

인간이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나비나 벌 등 벌레들의 외모는 모두가 제각각 달랐다.

그것처럼 인충의 성체의 외모도 다른 것이다.

그렇게 초로의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는 인충이 아닌 인간이었다.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아이들과 중년의 여자들도 마을의 입구에서 걱정되는 듯이 창수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거렸다.

“촌장님! 들어가십시오! 위험합니다.”

인충은 노인을 보호하려는 듯이 창수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경계심을 보였다.

만에 하나 노인을 공격하려 한다면 창수를 죽이려 들 듯했다.

“인간을 조종하는 거냐.”

“그런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네놈들이 어떻게 번식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 우린 인간이 아니다. 인사리라고 한다.”

“인사리?”

인충이라 불리는 뮤턴트들이 스스로를 인사리라고 부르는 듯했다.

“인간이라도 되고 싶은 거냐?”

“그래. 될 수 있다면 인간이 되고 싶다.”

산수유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듯한 인충의 말에 창수는 기이하다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었었나?”

“아니. 인간이었던 적은 없다. 다만 인간이고 싶을 뿐이지. 너는 약탈자인가?”

“약탈자는 아니다. 군인일 뿐.”

“군인?”

“그래. 뮤턴트들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군인. 만일 네놈들이 인간을 죽였다면 내 손에 전부 죽었을 것이다.”

창수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인충들은 느낄 수 있었다.

인충들은 창수가 혼자이고 자신들은 수십 명이라고 해도 결코 창수를 당해내지 못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촌장을 보호하는 인충도 말을 했다.

“우리 또한 인간을 지킨다. 네가 지키겠다고 했던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창수도 마을을 습격한 사람들이 약탈자들임은 알고 있었다.

인충들이 아니었다면 마을 사람들은 약탈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을지도 몰랐다.

“네놈들의 필요에 의해 지키려는 것이겠지.”

“부정은 하지 않겠다.”

부정은 하지 않는 인충들의 모습에 창수는 인충들의 생존 전략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너희들의 자식들이 태어나고 난 뒤에도 계속 마을 주민들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드는군.”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지능이 그리 낮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가 가르칠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는 말에 창수가 인충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물론 인간도 상황이 달라지면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법이었다.

인충 또한 크게 다르진 않을 터였다.

“좋아. 믿어 주지. 하지만 그 약속을 어긴다면…….”

창수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들어 오는 하피의 머리를 아룬의 검으로 베어 버리고서는 잇지 못한 말을 이었다.

“인충들을 박멸할 것이다.”

일본과 가까운 남해안 지역이었기에 봄이 되자 다시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피들도 추운 겨울 동안 상당수가 일본으로 넘어가 있다가 봄이 되자 한반도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창수는 인충들을 놔둔 채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인간들에게 쫓기고 있던 한 인간을 보았다.

“히익! 힉! 살려 줘! 누가 살려 줘요!”

남자는 자신을 쫓고 있는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약탈자들에게 쫓기는 듯했지만 그들은 약탈자들이 아니었다.

한참을 도망쳤지만 결국 붙잡히고는 말았다.

“도망가 봐야 소용없다.”

“크륵! 큭! 큭!”

도망가던 남자를 붙잡은 사람들의 얼굴과 손에는 검은 얼룩들이 있었다.

마치 검버섯 같은 이 검은 얼룩들은 꽤나 흉측했고 모든 사람의 얼굴과 손에 남아 있었다.

“제…… 제발 살려 줘요. 제발!”

붙잡힌 남자는 검은 얼룩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임을 알아보았다.

검은 얼룩들은 다름 아닌 인충들이었고 그 인충들은 인간을 습격해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에 동화되는 것을 선택한 인충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인충들도 있었다.

해안가 위의 지역에서는 겨울을 넘기지 못했지만 남해안에서 겨울을 간신히 넘긴 인충들은 다시 봄이 되자 인간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수는 사람들을 사냥하는 인충들을 보고서는 남김없이 죽였다.

뮤턴트들을 보호하고 있는 창수였지만 인간들을 습격하는 뮤턴트들까지 보호를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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