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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06화 (306/351)

제306화

306화

과거 특전사령부 행사가 열렸을 때 먼발치에서 창수를 본 적이 있는 김만수 중령이었다.

그때도 계급은 김만수 중령이 더 높았지만 창수는 전설적인 군인으로 통했다.

해외 파병뿐만 아니라 해외의 특수 부대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창수였다.

특전사령부에서도 창수를 어떻게든 간부로 만들려고 했었으니 마음만 먹었다면 김만수 중령보다 더 계급이 높았을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창수에게 지시나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김만수 중령이었다.

“대체 어떻게 오신 겁니까?”

“말씀 편히 하십시오. 대대장님.”

“후우! 과거에나 대대장이었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특전사령부는커녕 군과의 연락도 되지 않는 지금 김만수는 더 이상 군인이라 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특전대대장이었던 때도 꽤나 옛날이었으니 한때는 특전사였지만 지금은 예비역 중령일 뿐이었다.

그에 반해…….

“최 원사님은 어쩌신 일로?”

“아. 일본으로 넘어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일본이요?”

“예. 이곳에 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범수의 패거리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창수의 말에 김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배는 있습니다. 군 작전입니까?”

창수가 혼자 있는 것이 의아스러웠지만 창수 정도 되면 비밀 임무도 수행할 것이었기에 김만수 중령은 최대한 협조를 할 생각이었다.

아니, 무조건 협조를 해 주어야 했다.

“군 작전은 아닙니다. 오히려 군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예? 그게 무슨?”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뮤턴트 부대가 있습니다.”

창수는 김만수 중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만수 중령은 창수의 말이 이어질수록 할 말을 잃고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군 내에서도 꽤나 복잡한가 봅니다.”

“아무래도 인충 사태로 인해 모두가 믿기 어려워진 것 때문일 겁니다. 이곳은 인충들로 인한 문제가 없습니까?”

“인충들이라. 거제대교의 입구를 틀어막으면 그 어떤 것도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거제도 내에 탄약고가 있어서 총기 탄약은 아직 충분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오는 길에 범수라는 패거리들이 있던데.”

“아! 그놈들이요. 후우!”

김만수 중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는 저희와 함께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탈영을 한 자들입니다. 뭐, 우리 쪽도 사실상 탈영 상태이기는 하겠군요.”

“그거야 상급 부대와의 연락이 끊긴 탓이지, 대대장님께서 원해서 일어난 일도 아닌데요.”

“어찌 되었든 상급 부대에서는 대전으로 소집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만 군인들에게만 내려진 소집 명령이다 보니 저희가 여길 떠난다면…….”

“주민들이 위험해지겠군요.”

“예. 거제도에 거의 1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많군요.”

“예. 거제시 쪽 외에 덕호리와…… 아! 거제대교가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성포리. 지키는 것이 힘들어서 연륙교는 파괴했습니다. 거가대교가 있는 농소리, 그리고 해금강 쪽으로 해서 사람들이 퍼져 있습니다.”

거제도는 생각보다 넓은 섬이었다.

1만 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거제도에 퍼져 있어서 한산해 보였다.

그 1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을 버리고 갈 수가 없었기에 정부와 군의 소집 명령을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범수 그자가 특전병 출신인데.”

“특전사로 자신을 소개하더군요. 상사 전역이라고.”

“꽤나 특전사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김만수 중령님을 가리켜 사람들을 억압하는 악인이라고 칭하더군요.”

“악인이라. 후우! 뭐, 완전히 거짓은 아니겠지요. 이런 세상에서 착하게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과거의 정의와 현재의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미래의 정의는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죗값은 받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의보다 생존이 우선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자들은?”

“저의 업보이니 제가 처리할 문제입니다.”

“그자의 동생이 뮤턴트로 변이했습니다.”

“엔젤을 사용한 모양이군요. 그리고 변이 억제제를 주사했습니까?”

“예. 불완전 변이 상태입니다. 상대하기가 꽤나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대신 처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그 친구도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설득을 해 왔지만 역시나 안 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설득이 아니라면 힘으로 제압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이나 대마도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예. 대마도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으니까요.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가 보입니다. 사실 거제도에서 대마도가 부산에서보다 더 가깝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일본 쪽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없습니까?”

“과거에 제법 넘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고요.”

“그렇군요.”

범수의 패거리들은 김만수 중령이 해결을 하기로 하고 자신은 일단 대마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 시장실의 문이 열렸다.

“대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범수 패거리인가?”

“아닙니다! 거가대교에 뮤턴트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가덕도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거제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거제대교뿐이라고 들었던 창수였다.

“무슨 일입니까? 대대장님.”

“후우! 저희는 부산 쪽의 집단과 교류 중입니다. 물론 적극적인 왕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부산 쪽의 가덕도나 우리 쪽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서로의 영역으로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산 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거가대교와 가덕 해저 터널이 아직 폐쇄되지 않았다는 것은 김만수 중령도 이곳을 대피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제도 내에서도 뮤턴트가 발생을 할지 몰랐으니 대비는 해야 했다.

“여차하면 해저 터널을 폭파시키기 위해 폭탄을 매설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산 쪽 시민들의 대피가 불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겠지만 거제도의 시민들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맨입으로 대마도까지 태워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부산 쪽 상황을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데 해저 터널을 폭파시켜 버리면 아깝기도 하고 부산 쪽 생존자들의 문제도 있으니까요.”

창수의 말에 김만수 중령은 창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스스로도 별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해저 터널은 김만수 중령에게 있어서도 생명줄 같은 곳이었다.

창수는 김만수 중령도 자신에게 무언가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뮤턴트들이 해저 터널을 통해 거제도로 밀려 들어온다면 거제도민들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기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대마도와 일본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지리산의 뮤턴트들을 대마도나 일본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김만수 중령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게 창수는 바로 해저 터널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최 원사님! 타십시오! 걸어가기에는 다소 멉니다!”

거제 시청 앞으로 나가자 오토바이가 한 대 대기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뒤에 타자 오토바이는 곧바로 거가대교가 있는 곳으로 출발을 했다.

시청에서 거가대교까지는 30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차량으로도 30분 이상이 걸릴 거리였지만 창수를 태운 오토바이는 제한 속도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내달렸다.

물론 제한 속도를 위반한다고 해도 범칙금 고지서를 보내 줄 경찰도 없었다.

그렇게 시속 30km 제한 도로를 족히 세 배나 초과해서 내달린 끝에 오토바이는 거가대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가대교 입구의 장목 터널 앞에는 군인들이 기관총까지 설치해 놓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뒤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자 지원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오토바이 한 대에 고작 두 명의 남자가 타고 있는 모습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작 두 명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 두 명 중에 한 명이 백 명의 군인들보다 더 믿음직한 증원군임을 알지 못했다.

“이봐! 특전사령부 최창수 원사님 오셨어!”

“뭐? 누구?”

“특전사령부? 최창수 원사?”

창수가 누구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창수를 떠올렸다.

“아리가의 영웅?”

하지만 그런 존재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창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복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상황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정말 최창수 원사님이십니까?”

“예. 대대장님과는 거가대교 통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상황을 알려 주시죠.”

“예! 지금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 중죽도에서 뮤턴트들을 막고 있습니다.”

창수는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덕도와 중죽도 사이의 지하 터널이 뚫리게 되면 지하 터널을 폭파시키기로 되어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뚫리지 않은 듯했다.

창수는 소총과 탄약을 빌려서 중죽도로 향했다.

5km 정도의 거리였기에 오토바이를 타고서 다시 중죽도까지 달리자 십여 명의 군인들이 중화기로 터널 내부를 향해 연사를 하고 있었다.

“중지! 중지! 사격 중지!”

한참 사격을 하던 군인들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사격을 멈추었다.

사격을 중지했지만, 터널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면 곧바로 사격을 가할 것이었다.

그 와중에 창수가 도착했다.

창수는 터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최창수 원사님이십니다! 대대장님께서 허가하셨습니다!”

창수를 태워 준 이가 중죽도의 군인들에게 창수를 대신해 설명을 했다.

그렇게 설명을 들으며 창수를 놀란 눈으로 보고 있을 때 창수는 터널의 입구에 고깃덩이가 되어 있는 뮤턴트를 살폈다.

“일본에 있던 놈들이군.”

일본 도쿄에서 상대를 했었던 뮤턴트들이었다.

일본의 뮤턴트는 별것 없었지만 브레인이라고 뮤턴트들을 통제하는 상위 뮤턴트가 있었다.

물론 뮤턴트들 중 지능이 있는 개체들이 나타나면서 브레인은 상위 뮤턴트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해졌다.

‘문제는 마더인데.’

마더가 더 있을지도 모르며 그 마더가 부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수는 한숨이 나왔다.

엄청난 숫자의 뮤턴트들이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 나갈 위험이 있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부산도 대구처럼 완전히 지워 버려야만 했다.

일본 정부가 도쿄의 해처리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일본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 것이다.

물론 현재의 창수로서는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욱이 부산을 지우려면 핵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창수는 터널 안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위험해.’

미로가 아닌 곧게 난 터널이었지만 어둠으로 컴컴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뮤턴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터널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다.

차라리 폭탄으로 해저 터널을 봉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한 남자가 창수에게 달려와서는 사정을 했다.

“제발! 사람들을 구해 주십시오! 아직 살아 있습니다!”

가덕도 쪽에 있던 생존자였다.

김만수 중령이 말했던 가덕도 쪽의 무리 사람이라는 것에 창수는 가덕도의 주민들을 도와 달라는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창수는 가덕도 무리의 생존자와 함께 해저 터널을 건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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