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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13화 (313/351)

제313화

313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의 몸에 알 수 없는 독 변이 약물이 주입되었다.

정부에서는 예방 접종이라고 설명을 했다.

뮤턴트 사태가 퍼져 나가 세상이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만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뮤턴트들도 감기에 걸리고 각종 병에 걸렸다.

물론 뮤턴트들은 인간들보다 월등한 재생력과 체력으로 인해 어지간한 질병에는 거의 면역에 가까울 정도로 이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들도 가만히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뮤턴트들이 늘어나면서 뮤턴트들에 대한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인간들은 뮤턴트들이 괴물이라 질병 같은 것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아니, 뮤턴트와 질병을 같이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병에 안 걸리는 것이었다.

백신은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우선 배정이 되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비교적 어린아이들 위주로 백신이 투약되었다.

그렇게 수십만 명의 아이들과 일부 젊은 여성들 위주로 투약된 백신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 갔다.

백신보다 먹을 것과 각종 생필품들의 부족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이탈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정부에서 부양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경기도 주변의 남한 사람들도 전부 통제하기 어려웠다.

결국 남한 사람들도 배급이 점차 줄어들어 가자, 살길을 찾아 떠돌아야 했다.

일부는 북한 주민들과 함께 북쪽으로 가기도 했고 일부는 남쪽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이탈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백신을 투약한 아이들이 섞여 이동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낙원은 그 어디에도 없는 법이었다.

뮤턴트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 떠돌이들을 노렸다.

“엄마. 얼마나 가야 해?”

“조금만 더 가면 돼.”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

“엄마 고향. 엄마 고향에 갈 거야.”

“엄마 고향?”

“그래.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미진이 삼촌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야.”

삶이 참으로 고단하고 힘겨웠지만 삶을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참으로 모진 삶이었다.

차라리 뮤턴트들이 나타나 이 모진 삶을 끊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끔 들기도 했지만, 여인은 자신의 딸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따라 계속 걸었다.

그냥 도시에 남아 있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점점 커 가는 딸을 지키려면 도시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 남자도 몸이 곧 재산이었지만 여자들도 몸이 재산이었다.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든 먹고 살기 위해서든 몸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딸만큼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소중히 지켰으면 했다.

공동체 의식이 붕괴되어 버린 세상에 살인조차 범죄가 아니게 되어 갔다.

결국 지긋지긋한 삶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낙원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낙원을 찾아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처럼 죽기 전에 자신의 고향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두 번 다시 그리운 고향을 보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소망이 터무니없이 대책 없는 것임을 알지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더 내려가면 군인들이 지켜 줄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통제 영역 밖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이거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정부의 통제 영역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군인들은 마지막 보급품을 내밀었다.

눈물은 흘리지 않고 있었지만 다들 군인들이 흐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자유 의지로 떠나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정부의 묵인과 방임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 정부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보살필 능력이 없었다.

과거 중세 시대 때처럼 한반도에서 유지될 수 있는 인구는 수백만 명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뮤턴트라도 없다면 천만 내외까지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수백만의 인구도 한반도 전체의 생산력으로나 유지하는 것이 한계였으니 떠나겠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남쪽이든 북쪽이든 이동을 해서 나라나 부족이나 도시 국가를 세워서 살아남기를 기약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부에서 준 마지막 식량과 보급품을 받은 사람들은 먼길을 떠났다.

보호가 사라진 양떼들을 탐욕스러운 늑대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당연했다.

“자! 잡아라! 노예들이다!”

“쓸모없는 늙은이들은 죽여라! 저항하는 자들도 전부 죽여라!”

나이가 많아서 일을 시킬 수 없고 식량만 소모시키는 노인들은 필요 없었다.

농사나 채집과 같이 고된 노동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필요했다.

노예는 자신의 재산이 된다.

그렇게 약탈자들은 사람들을 잡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보시오! 왜 이러시오! 우린 같은 인간들이오! 우리는 뮤턴트가 아니……. 커억!”

약탈자들은 이러지 말라는 노인의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억!

붉은 피가 튀었다.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 주는 것이 약탈자들은 자신들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자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사람들은 저항을 하기보다는 도망을 치기로 했다.

다시 군대가 보호해 주는 곳으로 도망을 치려는 것이었지만 이미 너무 멀리 나와 있었다.

더욱이 군대도 되돌아오는 이들을 받아 주지 않았다.

“미진아! 도망가자! 미진아! 도망가야 해!”

어린 딸을 데리고서는 황급히 도망을 쳐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젊은 여자는 약탈자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약탈물이었다.

그나마 저항을 하는 남자들을 죽인 약탈자들은 그녀를 붙잡았다.

“어딜 가! 우리 그렇게 나쁜 놈들이 아니야! 말만 잘 들으면 우리가, 아니 내가 보호를 해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고!”

“얌전히 있어!”

남자는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

이제 축 늘어져 저항할 정신도 없는 여자를 둘러업고서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엄마! 엄마 놔 줘요! 엄마를 놔 주라고요!”

한 여자아이가 약탈자 남자에게 매달렸다.

약탈자는 손을 잡고 이빨로 팔을 물어뜯는 여자아이가 귀찮은지 손을 들어서는 여자처럼 여자아이의 뺨을 후려쳤다.

짝!

“아…… 안 돼! 안 돼! 미진아!”

자신의 딸을 다치게 한 남자에게 악을 쓰며 저항을 해 보지만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저항의 대가는 폭행으로 되돌아왔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있으란 말이야!”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런 행위에 죄책감을 가졌다.

그들도 약탈자가 되기 전에는 평범했던 인간들이었다.

뮤턴트 사태 전의 풍요로웠던 문명을 누렸던 인간들이었다.

자신들의 행동이 법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할 짓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약해 보이면 죽을 뿐임을 알기에 잔인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여자를 두들겨 팬 남자는 또다시 자신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팔을 물어뜯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악!”

오늘 일진이 참으로 안 좋다고 생각하며 여자아이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팔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여자아이가 깨물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팔의 화끈거림은 점차 범위를 넓혀 갔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서는 자신의 팔을 보았다.

기이하게도 팔이 썩어들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자아이가 물었던 곳은 녹아 있었고 물었던 곳에서 점차 검게 썩어들어 가는 것이다.

“뭐…… 뭐야? 뭐? 아악!”

“엄마를 때리지 마!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

여자아이의 얼굴에선 보라색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진은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고 있는 보라색 피를 손등으로 훔쳤다.

손등 가득 보라색 피가 묻었지만 남자와는 달리 미진의 손등은 녹지 않았다.

“아악! 하지 마! 아파! 아파!”

옆에서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한 여자를 겁탈하려고 하고 있었다.

“얌전히 있어!”

남자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서도 보라색 피가 터져 나왔고 그 피는 남자의 얼굴에 튀었다.

지지직!

마치 염산을 뿌린 것처럼 얼굴이 타는 남자였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남자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으아아악! 아악!”

뮤턴트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독 변이는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했다.

보라색 피는 피부를 뚫고 들어가 혈관을 통해 상대방의 몸 전체에 퍼져 나가는 것이다.

같은 독 변이를 통해 내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에게 피해를 주는 독 변이였다.

“아악!”

“아! 엄마!”

멍하니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지르는 남자들을 보던 미진은 다른 누군가가 제 엄마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자 남자에게 달려갔다.

그러고서는 방금 전처럼 남자에게 매달려 이빨로 몸을 물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연약한 이빨이었지만 이빨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남자는 첫 번째 남자처럼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사…… 살려 줘! 괴…… 괴물! 괴물이다!”

미진의 이빨에 물린 남자도 물린 부위가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이 검게 변해 가며 죽어 갔다.

“엄마!”

“미…… 미진아! 도망가자! 도망가!”

여자는 자신의 딸과 함께 약탈자들로부터 도망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을 친 끝에 약탈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했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제 괜찮은 것 같아. 이제 괜찮아.”

안전한 곳까지 도망을 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여자는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엄마 괜찮아?”

“엄마 괜찮아. 엄마 괜찮아. 미진이! 미진이는 괜찮아?”

“나 괜찮아. 흐윽! 흑!”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 딸이었다.

여인은 그런 어린 딸을 껴안고서는 안도를 했다.

그러고서는 딸의 얼굴에 묻은 보라색의 굳어 버린 피를 보았다.

그 굳어 버린 피를 손으로 쓸어내린 그녀는 이내 손바닥의 피부가 화끈하게 아파 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앗!”

“엄마!”

“엄마 괜찮아! 미진아! 엄마.”

여인은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다.

붉게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도무지 어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붉은색이 아닌 자신의 딸의 보라색 피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피가 자신의 피부에 닿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픈 것이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과 딸을 잡아가려던 남자들의 몸이 녹았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피?”

엔젤과 변이 유발 물질을 먹으면 뮤턴트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뮤턴트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옛날에 미진이가 아플 때 먹였던 그 약 때문인가?’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가자! 미진아!”

“엄마! 어디로?”

“일단 안전한 곳을 찾아가야 해!”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딸이 뮤턴트가 되었다고 해도 자신의 딸이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미진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길을 통해 도망을 쳤다.

딸이 뮤턴트가 된 것이라면 같은 인간들도 위험했다.

그녀들은 다행히 안전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약탈자들은 보라색 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아니, 인간들 중에 자신들의 몸을 녹이는 기괴한 뮤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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