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15화 (315/351)

제315화

315화

뮤턴트 대원들이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창수는 그들의 결정에 딱히 설득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너희들의 결정이라면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원치 않는 이들은 데리고 가겠다.”

다만 대마도로 떠나길 원하는 뮤턴트들만을 데리고 대마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모든 이들이 다 복수에 물들어 있는 건 아니었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뮤턴트들을 데리고 불안전하게나마 낙원으로 보내려는 것이다.

인간들과의 싸움에 한 마리의 뮤턴트라도 더 있는 것이 유리했지만 뮤턴트 대원들을 이끌고 있는 아룬은 창수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뮤턴트와 인간들 중에 원하는 자들은 대마도로 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좋아. 이제 이곳의 무리의 리더는 아룬 너다.”

“떠나시는 겁니까?”

“내가 할 일은 끝마치고 난 뒤에…….”

처음부터 떠나기로 했었으니 대마도로 가고자 하는 이들을 대마도에 데려다주고 난 뒤에는 떠날 생각이었다.

“마지막 충고라면 무의미한 살인은 하지 마라.”

“노력해 보겠습니다.”

“내가 널 내 손으로 죽이지 않게 해 다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인간과 뮤턴트들의 피를 흡수한 아룬이었다.

그렇게 이제는 3형 뮤턴트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몇몇 뮤턴트 대원들이 창수와 아룬 중에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해서 토론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창수와 아룬의 대화로 아직은 창수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뮤턴트 대원들 모두 창수가 자신들을 떠날 것임을 알기에 아룬을 자신의 대장으로 삼기로 했다.

아룬이 자신들 중에 가장 강했고 인간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룬은 창수와의 대화에서 창수가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알게 되었다.

‘돌아오셨을 때는 나의 폭주를 막아 주시겠구나.’

마지막 결과.

그 결과를 아룬은 알았다.

폭주하는 자신과 그런 폭주를 마지막에 막아 줄 창수.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 준 창수가 자신을 마지막에 죽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아룬은 안도를 했다.

물론 쉽게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창수가 돌아왔을 때는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해져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떠나길 원하는 뮤턴트들을 데리고서는 거제도를 거쳐 대마도로 향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뮤턴트들과 인간들이 대마도로 떠나길 원했기에 거제도에서 대마도로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어야 했다.

“생각보다 괜찮네요.”

“그래. 넬시아. 이들을 부탁할게.”

“제가 과연 이들을 지켜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최초의 변이체인 넬시아는 전투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뮤턴트였다.

2형 뮤턴트이기에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전투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보조 백업 멤버였다.

그렇게 전투를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대마도까지 따라온 몇 되지 않은 뮤턴트 대원 중에 하나였다.

창수가 따라오라고 한다면 따라올 뮤턴트 대원들 중에는 미노와 차성이 있었지만 창수는 둘을 대마도로 데리고 오지 않았다.

인충인 산수유도 따라왔지만 산수유 또한 전투형 뮤턴트는 아니었다.

대부분 인충들의 애벌레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녀였으니 대마도에서 위기 시에 싸워야 할 이는 넬시아뿐이었다.

“너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게 되어 미안하다.”

“아니요. 오히려 감사한걸요. 제가 최 원사님을 돕지 못할까 걱정이 될 뿐이에요.”

“너와 너의 아이들을 지킬 힘을 주지.”

“예? 힘을 주신다구요?”

“그래.”

창수는 자신의 피를 넬시아에게 먹였다.

창수도 자신의 피에 인간이나 뮤턴트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힘이 빅에게서 왔음은 창수도 알 수 있었다.

세계수가 만들어 냈다기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존재는 창수가 아니라 빅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창수는 넬시아에게 자신의 피에 깃든 힘을 나눠 주었고 창수의 힘 일부를 넘겨받은 넬시아는 2형 뮤턴트의 몸에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다.

“내…… 내 몸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넬시아는 무척이나 놀랐지만 단지 외형만 인간일 뿐 내부는 전보다 더한 괴물이 되었음을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신이나 악마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물론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당장은 소화시킬 수 없어서 제대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시간과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힘이라면 네가 원하는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거다.”

“확실히. 이 힘이라면 가능하겠네요. 알겠습니다. 돌아오실 건가요?”

“글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지.”

창수는 안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식을 선물하고서는 잠시 고민을 했다.

거제도를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시베리아로 갈지, 아니면 일본을 통해 북해도와 사할린섬을 거쳐 시베리아로 넘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 육로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었지만 한반도를 지나가며 의미 없는 인연들과 계속 만나게 되는 것이 그다지 탐탁지 않았다.

더욱이 일본 쪽도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보려고 하기는 했었기에 창수는 일본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과거 빅이 보여 줬던 능력을 떠올려 등에 날개를 만들어 낸 창수는 그대로 하늘을 날아 일본으로 향했다.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네.”

씁쓸한 미소만 나올 지경이었다.

과거의 기준으로 세상은 이제 괴물들만 남아 있었다.

* * *

창수가 떠나고 지리산의 수많은 뮤턴트들이 함께 따라가자 인간들과 제대로 싸울 만한 전력이 되지 않았다.

물론 아룬이 나선다면 중화기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군대라고 할지라도 상대가 되진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넓은 뮤턴트들의 영역이었기에 자신이나 많지 않은 뮤턴트 대원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미노의 경우는 아룬의 지시를 따르지도 않아서 한반도의 땅을 자기 멋대로 돌아다니며 지냈다.

“나는 창수의 말만 따른다. 나에게 지시를 내릴 생각 하지 마라! 창수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거다.”

하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기생 본체인 차성도 창수만을 마왕이라 부르며 아룬의 지시는 듣지 않았다.

“마왕님이 다시 돌아올 때 세상은 완전한 어둠에 물들겠지. 아룬, 너는 마왕님의 검일 뿐. 네 능력으로는 세상을 완전한 어둠에 물들일 수 없어. 그러니 나에게 명령을 내리지 마라. 너의 몸이 탐이 나지만 아쉽게도 내 능력으로 너를 차지하진 못하는군. 뭐, 오래지 않아 약속된 시간은 도래하게 될 거다. 그때 돌아오도록 하지.”

언젠가 창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곤 그때를 기다릴 것이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하피들이 살고 있는 일본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런 중2병스러운 차성을 향해 다른 뮤턴트 대원들도 혀를 찼다.

“완전히 미친놈이네. 미친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어.”

“그러게. 아룬,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가 무슨 살인귀인 것도 아니고. 우리도 딱히 인간들을 멸망시키려는 건 아니잖아. 더욱이 우리는 인간들도 보호를 하는걸.”

인간들도 있었지만 약탈자들과의 전쟁이 진행되며 더는 인간들이 뮤턴트들에게 보호를 요청하진 않았다.

노예들이 해방되어 약탈자들과 함께 뮤턴트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씩 미노가 데리고 오는 인간들이 있었고 전쟁 중에 납치인지 구조인지 모를 방법으로 유입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렇게 인간들의 공격이 다소 뜸해져서 아룬도 인간들의 영역을 노리진 않았지만, 인간들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뭉쳐서 뮤턴트들을 완전히 토벌하려고 했다.

뮤턴트들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물론 아룬은 인간들을 믿지 않았으므로 나름 대비를 하기 위해 경상도로 향했다.

창수가 부산 쪽에 구울들이 들어왔음을 알려 주었기에 그들과 접촉을 하려는 것이었다.

구울이 매우 위험한 뮤턴트들이라 경고를 했지만 아룬은 직접 확인을 해 보기로 했다.

경상도 쪽에도 인간들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군대였다.

중부 지방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로 영남 지방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을 보호하는 군대는 사실상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동안 약탈자들에게 공격을 받아 왔던 지역은 전라도 지역이었다.

임실과 곡성 그리고 무주 등에서 뮤턴트들을 공격해 왔고, 일부 경상도 쪽인 합천에서도 올라왔지만 밀양과 경주 그리고 울산 등지에는 국가나 다를 바 없는 군대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사실 경상도 쪽의 인간들도 지리산의 뮤턴트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위협이 되는 부산의 구울들과의 싸움에 정신이 없었다.

어느 사이에서인가 나타난 구울들은 부산을 자신들의 해처리로 만들고 있었기에 영남의 군대는 부산이 우선이었다.

그런 부산을 되찾기 위해 인간들은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아룬은 구울들과 동맹을 맺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울들이 경상도의 인간 군대를 견제해 주고 있었으니 후방은 안정된 것이다.

오히려 구울과 협력해서 경상도의 인간 군대를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인간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다고 해서 무자비한 일을 저지르려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 인간 자체에 대한 증오까지는 가지지 않았기에 자신들을 향해 공격하지 않는다면 딱히 나서서 죽이려 하진 않았다.

다만 뮤턴트 대원들 중에 오직 살육의 광기에 물들어 가고 있는 이들이 문제였다.

자신들의 베이스인 인간들을 죽이고 자신들과 같은 종족만을 남기려는 본능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본능은 아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아룬은 인간 군대의 눈을 피해 부산으로 갔고 그곳에서 구울들을 볼 수 있었다.

“저것들이 구울인가? 고작 이지도 없는 짐승일 뿐이잖는가.”

아룬은 구울을 처음 보고서는 매우 실망을 했다.

초기 뮤턴트들인 1형과 2형 그리고 3형 등 지능은 없이 오직 본능만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상위 구울과 마더라고 하는 특수 뮤턴트도 있다는 사실을 창수에게 들었지만 구울 자체는 아룬에게 혐오스러운 괴물에 불과했다.

적어도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는 뮤턴트를 원했던 아룬이었다.

그렇게 아룬은 자신에게 덤벼 오는 구울들을 전부 베어 버렸다.

“네놈들의 우두머리를 데리고 와라. 네놈들의 우두머리를 만나야겠다.”

우두머리를 구울들에게 물었지만, 구울들은 아룬의 질문에 대답을 할 만한 지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구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브레인이라는 존재를 만나야만 했다.

사실 구울들도 1형 뮤턴트의 한 종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구울은 일반 1형 뮤턴트가 아닌 뮤턴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브레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더의 존재로 인해 일반 1형 뮤턴트는 아리가의 1형 뮤턴트와는 다소 달라진 변종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 지능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형 뮤턴트들과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아룬도 부산의 1형 뮤턴트를 다른 종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브레인이 아닌 일반 뮤턴트들도 구울로 여기게 되었다.

구울의 브레인을 찾았지만 구울의 브레인은 구울들을 통해 아룬의 무시무시함을 확인하고서는 아룬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룬에게 단번에 살해를 당해 버릴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 때문에 아룬은 수천의 구울들을 조각조각 내 버리기만 했을 뿐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지리산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부산 시내까지 돌아다니며 구울들을 베어내고 브레인을 찾았지만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런 아룬의 존재를 알게 된 구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에 웅크린 채로 부산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힘을 기르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나 오랫동안 부산에 틀어박혀 버렸다.

물론 부산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온 인간도 뮤턴트도 없었으니 완전히 해처리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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