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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23화 (323/351)

제323화

323화

소수일 때는 수줍어하고 순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다수가 모이면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담이었다.

때로는 마을 단위로 한두 명씩 세라핌으로 엔젤을 추출당한 인간들은 아담이 되어 인간들이 없는 곳을 돌아다니다가 모이기 시작했다.

지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까악! 깍! 깍!

의미를 알아듣기 힘든 원숭이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는 아담들은 숫자가 일정 이상을 넘어가자 자신들보다 숫자가 적은 인간 마을들을 공격했다.

일부 유인원들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담은 유인원들보다 훨씬 정교하게 도구를 사용했다.

몽둥이뿐만 아니라 인간들처럼 돌을 들고 겨냥을 해서는 던질 수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인간들보다 지구력은 떨어지지만, 완력은 훨씬 좋아서 두 마리의 아담이 성인 남성의 팔과 다리를 뜯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인간 마을을 습격하는 아담들이었지만 일본 규슈의 인간들은 뮤턴트와의 싸움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혼슈에서부터 뮤턴트들과 싸워 왔던 군인들이야 뮤턴트와의 싸움에 꽤나 익숙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이내 공포에 질려 살려 달라 울부짖을 뿐 아담의 손에 의해 몸이 뜯겨 나가며 죽어 갔다.

“다들 도망가! 다들!”

“어디로! 어디로 도망을 가!”

이미 도망을 쳐서 온 마지막 남은 곳이었다.

이대로 어디로 도망을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일본 내의 재일 한인들의 삶은 참으로 기구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살아도 기어코 일본인들은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알아내어 배척했다.

믿었던 일본인들에게조차 자신이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긋지긋해! 뮤턴트가 또 우리 때문이라고 할 테지! 우리가 뮤턴트를 만들었다고 할 테지!”

“그럴 시간 없어! 빨리 피해!”

나름 목책을 만들어 두었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높지도 않은 목책을 커다란 원숭이가 넘어와서는 큰 손으로 사람들의 몸을 두들겼다.

퍽! 퍼억! 퍽!

“커억!”

뼈가 부러지고 몸에 피멍이 들었다.

한 대 두 대 계속 맞고 있으면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다.

과거처럼 병원에도 갈 수 없었으니 바로 죽지 않아도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어 갈 터였다.

그렇게 피해가 커져 갈 때 커다란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꺼져라!”

분명 한국말이었다.

멀리서 들으면 일본어로 혼동이 되기도 했지만 들려온 한국말에는 왠지 모를 힘이 깃들어 있었다.

간혹 기가 무척이나 센 사람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처럼 터져 나온 외침 소리에 다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담들도 사람들처럼 목소리에 깃든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인간들보다 목소리에 깃든 감을 더욱더 예민하게 느꼈다.

마치 맹수의 울부짖음을 듣는 것처럼 아담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가 등장했음을 느끼고서는 이내 허겁지겁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뮤…… 뮤턴트들이 도망간다.”

“도망가고 있어.”

아담들은 순식간에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습격이었지만 마을 곳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음을 흘리거나 죽어 있었다.

“재우야!”

“진아야!”

무너진 목책 사이로 눈에 익은 소년과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국으로 가겠다며 떠난 아이들이었다.

꽤나 많은 마을 주민들이 한국으로 가겠다고 규슈의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한국으로 갔는지 못 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되돌아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친구였던 이들을 찾는 듯했다.

그런 아이들의 뒤로 다부진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이보시오! 다친 사람들을 옮겨야 할 것 같으니 몸이 괜찮은 이들은 모여 보시오!”

창수는 조금 늦었지만, 비교적 멀쩡한 이들을 불러 모았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은 치료를 해 봐야 했다.

중상자들은 어쩌지 못해도 경상자들은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얼떨떨해하는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부상자들을 옮길 수 있었다.

한국인들의 마을은 엉망이었다.

일본인들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들은 깊은 숲속에서 움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옷들도 넝마여서 현대인이라기보다는 원시인에 가까울 정도였다.

“누구십니까?”

“준혁이 아저씨! 한국에서 오신 분이세요.”

“한국? 한국에서 오셨다구요?”

한국에서 왔다는 창희의 말에 재일 한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들에게 있어서 한국이란 단어는 마치 천국에서 온 천사와 같을 정도였다.

“어디서 왔다고?”

“한국에서 왔대.”

“한국에서? 정말이야? 그럼 우리를 한국으로 데리고 가려고 온 거야?”

“모…… 모르지. 데려가 줬으면 좋겠는데.”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다들 한국으로 갈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창수를 조금이나마 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렸다.

예상보다 끔찍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창수는 한숨이 나왔다.

한국의 상황도 안 좋았지만, 이들의 처지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창수 혼자서 이들을 한국으로 보낼 방법이나 능력은 없었다.

“한국에서 오기는 했습니다만, 두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서 왔을 뿐입니다.”

“예? 그럼 저희를 한국으로 데려가려고 오신 것이 아닙니까?”

“예.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창수의 말에 다들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한국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고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은 이들은 이미 마을을 떠났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붙잡아 방금 전에 보셨던 아담이라는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담? 방금 그 원숭이들이 아담이라는 괴물입니까?”

“예.”

뮤턴트는 아니었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뮤턴트나 다를 바 없는 괴물이었다.

한국으로는 갈 수 없고 일본 군인들에게 한국인 출신인 것을 들키면 아담이라는 괴물이 되어 버린다는 창수의 말에 또다시 절망을 해야만 했다.

다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아담이라는 괴물이 공격해 올지도 몰랐고 일본인들의 눈에 띄면 일본 군인들이 몰려와 자신들을 아담으로 만들어 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저…… 저희를 한국으로 데려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국에서 일본으로 왔으니 다시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재일 한인들에게 남은 것은 절박함뿐이었다.

도망친 곳에서도 지옥이 기다릴지 모르지만 당장 눈앞의 지옥을 벗어나는 것이 더 급했다.

그렇게 나중에는 살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창수도 난감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봐 아이들만 마을로 보내고 떠나려 했었지만, 아담이 마을을 습격하는 바람에 나선 것이다.

움막들 위주의 화전민 마을이었지만 사람들의 숫자만 수백 명은 넘어 보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산속의 두어 곳에도 한국인 마을이 있다고 했으니 족히 천 명은 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두 명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많은 숫자의 사람들을 도울 능력이 창수에게도 없었다.

“그만하게! 다들! 난처해하시지 않는가!”

한 고집스러워 보이는 노인이 창수에게 매달려 애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며 창수에게 다가왔다.

마을에서 꽤나 영향력이 높아 보이는 인물 같았다.

“일본에는 왜 오셨소?”

아무리 봐도 창수 혼자였다.

수십 명이 왔어도 마을 주민들 전부를 한국으로 데리고 갈 수 없을 터였으니 창수 혼자 있는 것에 다른 목적으로 일본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런가.”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다.

많은 숫자의 한국인들이 일본을 드나들었고 일본인들도 한국을 드나들었다.

뮤턴트 사태가 터지고도 하늘길과 바닷길이 닫히기 전까지 많은 이들이 두 나라를 넘나들었다.

물론 상황이 안 좋아지고 나서부터 관광객들은 대부분 자국의 나라로 되돌아갔다.

남은 것은 생활 터전이 한국과 일본에 있는 이들뿐이었다.

재일 한인들도 스스로 한국인이라 여겼지만, 국적 자체는 일본이었으니 한국으로 갈 수는 없었다.

다만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다 보니 한국으로 넘어갈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마을의 이장 격인 이장국은 한국으로 가 봐야 그곳도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 주장해 오며 떠나려는 이들을 만류해 오고 있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하오?”

“남부 지방은 무정부 상태입니다. 중부 지방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지만 그곳의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창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수많은 뮤턴트들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그 뮤턴트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는 창수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간절해하던 사람들의 표정은 바뀌어 갔다.

방금 전 뮤턴트의 습격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뮤턴트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 종류의 뮤턴트들에 대해 걱정을 해야 한다고 하니 한국보다 지금 있는 곳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방금 전 마을을 습격한 아담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었다.

한국인들이었다면 군대라도 다들 다녀왔기에 전술적인 대비를 할 수 있었겠지만, 재일 한인들이 군대에 다녀왔을 리는 없었기에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하루하루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이들로선 뮤턴트들에 대한 대비를 할 여력이 없기도 했다.

그나마 창수의 고함에 깃든 기운으로 인해 아담들이 혼비백산해서 달아났으니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며칠 머물면서 마을 주민들을 도와주고 산에서 야생 멧돼지들과 사슴들을 잡아 주었다.

나름 목축이라도 해서 가축화를 시키라는 창수 나름의 배려였다.

그리고 창수는 한국인 출신의 주민들을 위해 우물을 하나 파 주기로 했다.

물이 있는 계곡까지는 거리가 있어서 물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창수의 힘이라면 포클레인처럼 깊게 우물을 팔 수 있었기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거 꼭 대민 지원 하는 느낌이네.”

군 생활을 하며 자주는 아니었지만 창수도 병사들을 데리고 대민 지원을 갔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딴생각을 해서인지 창수는 아룬의 검으로 땅을 파던 중에 검의 검날에 스쳐 살짝 상처가 났다.

뚝! 뚝!

“생각보다 심하게 베였네.”

웬만한 날붙이에 상처가 잘 나지는 않았지만 아룬의 검날은 꽤나 날카로워서 창수의 몸에도 상처를 입히기 충분했다.

창수의 피가 우물에 꽤나 떨어졌다.

물론 상처 회복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했기에 상처는 오래지 않아 아물었다.

창수는 자신의 피가 묻은 손바닥을 우물 안의 바위에 문질러 닦아내고서 계속 우물을 팠다.

발목까지 잠겨 있던 우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창수의 허리까지 깊어졌고 창수는 1미터가 넘게 물이 차오를 때까지 땅을 파고서는 멈추었다.

몇 번 더 아룬의 검날에 손이 베여 피가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충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우물물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이 쓰기에는 부족하진 않을 것 같자 창수는 흙탕물에 손을 씻고서는 올라갔다.

흙탕물은 시간이 지나면 바닥에 가라앉아 깨끗한 물로 바뀔 것이었다.

다만 창수의 피가 우물물과 우물 안의 바위들에 묻어 있었다.

그렇게 우물까지 만들어 준 창수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예정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다.

머무르는 동안 아담들의 습격도 없었기에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하오. 이름이라도 알려 줄 수 있겠소?”

굳이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던 창수였지만 은인이라고 생각을 하려는지 이름을 알려 달라는 마을 주민들에게 창수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최창수라고 합니다.”

“최창수. 고맙소.”

창수는 결국 떠났고 마을 주민들은 창수가 남기고 간 우물의 물을 마시며 우물의 이름을 창수정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창수정의 물을 마시고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모습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힘도 그리고 민첩함도 늘었다.

크게 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가고시마 긴코만 국립 공원을 뛰어다니며 보다 수월하게 사냥과 채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의 일본인들은 그런 그들을 숲의 주민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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