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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30화 (330/351)

제330화

330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인간과 같이 지적 능력을 진화시킨 뮤턴트들도 상당했다.

물론 두족인들처럼 인간들을 지배하는 식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었어도 제법 문명화된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창수는 문명화된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이미 두족인들을 놔둔 상태에서 다른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더욱이 지구의 모든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인간과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들려면 이런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거야.”

빅은 창수가 인류 복원 계획을 구상 중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과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들고 난 뒤에 그 아담을 다시 인간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담에서 시작된 뮤턴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지옥도를 멈추게 하려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았다.

물론 인간만 남는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않는 건 또 아니었다.

차라리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로의 진화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수가 있는 이상 그 어떤 생명체도 멸망의 재앙으로부터 피할 길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빅과 세라핌과 함께 서쪽으로 계속 향했다.

중간에 수많은 뮤턴트도 만났고 아직 생존해 있는 인간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인간이어도 인간과 같지 않은 존재들도 있었다.

“성녀님. 감사합니다.”

“저는 성녀가 아닙니다. 감사하실 필요 없으세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닿은 그 어떤 부상도 치료가 되었다.

숨이 붙어 있다면 마치 뮤턴트처럼 신체가 회복이 되는 것이다.

아주 먼 과거였다면 마녀라 여겨져 불에 몸이 타 버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세상에는 온갖 기괴한 괴물들이 존재했으니 사람의 몸을 치료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하나 정도 있다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당연하게도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를 탐내는 이들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건드리는 이는 없었다.

그건 그녀가 가진 치명적인 능력 때문이었다.

“치료 능력이 아니라 세포를 재생시키는 능력이군.”

“그게 그거 아닌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능력을 더 사용하면 몸 안에 마치 암처럼 세포들로 꽉 채워 버릴 수 있을걸. 인간이나 어지간한 뮤턴트 따위는 간단히 죽여 버릴 수 있을 거야.”

독을 잘 쓰면 약이 되는 법이고 약을 잘못 쓰면 독이 되는 법이었다.

이미 손에서 화염을 쏘아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는 창수였다.

물론 이미 그때부터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에 가까운 존재일 터였으니 창수는 한 인간 마을에서 본 여인도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자니 성녀니 하는 말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능력자가 있다는 말에 구경을 간 창수는 손을 대자 상처가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살기 위해서 하는 거로군.”

창수의 말에 빅도 성녀의 몸을 보고서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성녀라 불리는 여인의 몸은 자신이나 창수보다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그 기운을 외부로 발산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커다랗고 활발해서 여인은 계속 사람들의 몸을 치료하고 있었다.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군.”

창수는 저주에 가까운 능력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래 버티지 못하겠는데.”

“그래. 인간의 정신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니까. 결국 못 지킨다면 모든 것을 다 파괴해 버릴 거다.”

적당히 조절을 하면 치료가 되겠지만 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치료를 해 주는 사람의 몸 안에 과도한 생명력을 불어넣게 되어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선량해서 최대한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이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의 몸을 전부 치료해 주고도 넘쳐나는 힘에 어쩔 줄 모르는 그녀였다.

“저는 이만.”

“성녀님! 어딜 가신단 말입니까! 저희가 성녀님을 모시겠습니다!”

마을 주민들 전부가 치료되었다지만 인간은 계속 다치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마을 주민들로서는 성녀가 계속 자신들의 마을에 머물러 치료를 계속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성녀에 대한 한 가지 소문이 있었다.

성녀의 능력을 탐낸 사악하고 욕심 많은 인간들이 신의 분노를 받아 괴물이 되어 버렸다는 소문이었다.

너무나도 끔찍해서 온몸에 암이 생긴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일그러진 채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차라리 죽는다면 좋겠지만 죽지도 못한 채로 비명을 지른다고 하니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성녀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렇게 성녀는 사람들의 아쉬움에 미소만 지어 줄 뿐 고개를 흔들고서는 마을을 떠나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성녀는 강아지와 웬 요정을 데리고 있는 인간 남자를 보았다.

동양인이었다.

이 근처에 사는 인간들과는 조금 인종이 달랐다.

뮤턴트 사태 이전에야 다른 인종을 보는 것이 드물긴 해도 있는 일이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쉽지 않았다.

몸 안에 끓어오르는 난폭한 기운을 빼내야 했다.

성녀는 창수에게 다가갔다.

“처음 보는 여행객이시군요. 혹시 아프신 곳이 있다면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의료 서비스가 잘 되어 있을 때도 몸에 한두 곳 안 아픈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으니 의사도 약도 없는 세상에서 몸이 한 곳도 안 아픈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운이 좋아 불치병이라도 있다면 그녀의 몸 안에서 상당한 기운을 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에 다들 성녀님이라고 칭송했다.

창수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다른 이들은 너무 많은 치료의 힘을 사용해 지친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창수는 지친 것이 아니라 폭주하는 힘을 억제하기 힘겨워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창수는 팔을 내밀었다.

그렇게 말없이 팔을 내민 창수에게 그녀는 미소를 띤 표정으로 손을 대었다.

그녀의 기운이 창수의 몸 곳곳을 스쳐 지나갔다.

기운이 부족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 부족한 곳에 자신의 기운을 채워 넣어 주면 끝나는 것이다.

원리는 자신도 몰랐다.

방법도 사실 잘 몰랐다.

그냥 처음부터 그런 것처럼 행했을 뿐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큰 기운을 밀어 넣어 거대한 살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뮤턴트는 그 거대한 살덩어리를 마구 뜯어먹었다.

하지만 살덩어리는 죽지 않은 듯했다.

물론 괴로워서 죽여 달라고 외쳐 대었지만, 그녀에게 죽음을 내리는 방법은 없었다.

피를 흘려 대는 거대한 살덩어리에 더욱더 기운을 밀어 넣어 인간도 아닌, 그렇다고 뮤턴트도 아닌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그렇게 창수의 몸에서 기운이 부족한 곳을 찾던 그녀는 채워지지 않은 공허한 공간을 발견했다.

그건 마치 기아에 죽어 가는 이의 생명력과도 같았다.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 그녀는 다소 의아했지만 자신의 기운을 채워 넣으면 곧 그 공허한 공간을 금방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아무리 공허한 공간이라지만 그녀의 힘이라면 아주 극히 적은 양으로 채우고도 남았다.

그렇게 손에서 무형의 빛이 일렁였고 그녀의 기운은 창수의 부족한 기운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던 식은땀이 점차 식어 가기 시작했다.

목구멍 위까지 차오른 더부룩함이 조금씩 소화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꺼억!”

그녀의 입에서 트림이 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엄청난 기운이군. 세라핌.”

“응?”

창수는 아룬의 검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솟았고 세라핌은 넙죽 창수의 팔뚝에 매달려 피를 빨기 시작했다.

그동안 창수로부터 가끔씩 피를 받아 마시기는 했지만 만족할 만큼 마셨던 적은 없었다.

항상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왠지 마음껏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커억! 커억!”

성녀라 불리는 여인은 자신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트림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

하지만 자신의 기운을 계속 받아내고 있는 창수를 보며, 그녀는 눈동자도 손도 그러다 이내 온몸이 떨려 왔다.

“아! 아! 커억!”

“많이 힘들었나.”

“아! 크윽! 아아!”

창수의 무뚝뚝한 말에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신을 차지하려 했던, 탐욕스럽던 남자의 몸에 자신의 기운을 때려 넣었어도 극히 일부밖에는 넣지 못했다.

자신을 겁탈하려던 수십 명의 사내들을 전부 커다란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렸을 때도 해소되지 않던 기운이었다.

하지만 몸 안에 가득 찬 기운을 비우고 또 비우고 있음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창수가 팔목에 검 하나 그어 버리는 정도였는데도.

“푸하! 못 먹어! 더 이상 못 먹어!”

세라핌도 더는 무리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마을의 수백 명의 사람들을 전부 아담으로 만들어 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창수의 팔뚝 상처는 금방 회복이 되어 버렸다.

몸 안에서 비워진 기운도 차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것을 성녀도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창수는 살이 찌는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래 봐야 살짝 살집이 있는 정도였지만 기운이 넘쳐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더욱 기운을 밀어 넣는다면 인간의 형체는 사라지고 거대한 살덩어리가 되어 버릴 것이었다.

‘머…… 멈춰야 하는데. 이제 멈춰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토록 몸이 편안했던 적이 없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몸이 갑갑했던 그녀였다.

만성적인 소화 불량과 뇌를 가득 채운 무언가에 의해 생긴 두통 등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날아갈 것같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부상자의 몸에 부담이 되기에 신체에 손을 강하게 대지는 않았다.

살짝 손을 신체에 대고 기운을 밀어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수의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몸 안의 갑갑함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물론 언제 창수가 거대한 살덩어리로 터져 버릴지 몰라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떠는 그녀였다.

“끝난 모양이군.”

“아!”

창수의 몸은 거대한 살덩어리가 되진 않았다.

살짝 살이 찐 것 같기는 했지만 인간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인, 다이어트 해야겠는데.”

“조금만 움직여 주면 빠질 거다.”

창수는 자신의 온몸을 가득 채운 기운이 다소 갑갑하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지쳤다.

성녀는 처음으로 맛보는 지친 느낌에 얼굴 가득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움직일 힘 하나 없을 정도여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물론 기운은 계속 차올랐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답답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인간을 아무리 치료해 봐야 차오르는 기운보다 빠져나가는 기운이 적었다.

그렇게 성녀는 볼 일 다 봤다는 듯이 몸을 돌려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는 창수를 보았다.

자신의 거대한 기운을 전부 받아들여 마치 거대한 산이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기진맥진해 있는 성녀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마을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걸어 왔지만, 성녀는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따라가야만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은 결국 미쳐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것이었다.

그런 자신을 누군가 죽여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끔찍한 마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성녀는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간신히 일어서서는 멀어지고 있는 창수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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