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4화
334화
피조물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하늘 위에서 세상을 관조하고 다스리는 것이 천사들의 임무였다.
그 천사들 중에 가장 고위 천사는 자신들만이 오직 신과 함께할 수 있고 신을 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천사라고 믿고 있는 그 존재들도 본래는 인간이었다가 변이된 뮤턴트에 불과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으로 추앙받고 있었지만,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역겨움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돌보아야만 했다.
왜 인간인지는 천사들도 알지 못했지만, 아마 몬스터라 불리고 뮤턴트라 불리는 난폭하기 짝이 없는 자들에게서 인간들을 보호해 줄 때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구원을 청하며 숭배를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뮤턴트들은 자신들의 경이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괴물들에게 천벌을 내리고 인간들에게 숭배받던 천사들은 인간들과 같이 지상에서 사는 것에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천공성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거대한 하늘 위의 땅.
가히 신과 천사들이 머무를 만한 땅에 인간들은 경이로워했다.
정말로 신이 존재하고 천사들은 그런 신의 대리인이라고 여길 만했다.
한 번씩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들을 보호해 주며 숭배받는 일을 하기 시작한 천사들이었다.
아직은 천사들의 숫자가 충분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늘어난다면 지상을 전부 천사들이 지배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천공성까지 만든 천사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 어떤 뮤턴트들도 자신들의 위세와 성세 앞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었고 그 하늘이 지금 자신들을 오만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천사일까요?”
“천사는 무슨. 등에 날개 달린 뮤턴트지.”
날개 달린 뮤턴트라면 하피도 있었다.
물론 하피가 천사들보다는 인간 미적 기준에서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럼 저걸 뭐하고 불러야 하나?”
“조류종이라고 해도 되겠네.”
오만한 천사들이 들었다면 발끈할 일이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창수나 빅을 어찌 할 능력은 되지 않았다.
창수도 날개를 단 인간들을 처음에는 천사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날개를 단 인간들의 날개는 꽤나 다양했다.
눈처럼 하얀색도 있었고 탁한 회색도 있었으며 푸른빛이 나는 종도 있었다.
마치 새들과 같이 다양한 색이었으니 그냥 그런 외모의 뮤턴트라고 여기는 것이다.
다만 일반 뮤턴트들에 비해 꽤나 지능은 높은 듯했다.
수십 마리의 천사들이 창수의 일행 주위를 날고 있었다.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던 빅은 어느덧 커다란 늑대로 변해 있었고 나타샤는 그런 빅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저 늑대는 또 뭐야? 분명 거대한 도마뱀이 있었는데.”
“저 늑대가 도마뱀이 변한 모습이다.”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가?”
성스러운 천공성에 더러운 발을 들인 존재들이었다.
영원히 성스러운 곳이 되어야 할 천공성이었다.
당연히 허가받지 못한 존재들을 죽여야 했지만 방금 전에 봤던 거대한 생명체에 기가 질려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창수는 정신없이 하늘 위에 떠 있는 천사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외쳤다.
하지만 창수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천사도, 가까이 다가오는 천사도 없었다.
“겁이 많은 녀석들인 것 같은데. 한 마리 잡을까, 주인?”
궁금한 것을 묻는 것에는 하나면 충분했다.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저 정도 높이라면 빅이 훌쩍 한 번 뛰어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높이였다.
“기다려 봐. 대장인 듯한 자가 오는 것 같으니까.”
창수의 말대로 멀리서 온통 눈부시게 하얀빛이 나는 천사 하나가 다가왔다.
“오오! 미카엘 님이시다!”
눈부시게 하얀 날개는 천사의 등급을 구분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장 강한데 날개까지 하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사들끼리 미카엘이라 부르는 천사들의 우두머리가 다가왔다.
미카엘은 창수를 바라보았다.
인간이었다.
하지만 인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커다란 늑대도 있었고 그런 늑대의 옆에는 인간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요정도 한 마리 있었다.
미카엘은 지상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자태를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았던 인간은 없었다.
자신을 천사가 아닌 신으로 생각하는 인간들도 많았다.
인간의 외모를 하고 있는 창수와 나타샤도 제법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으니 미카엘은 적당히 꾸짖으면 겁에 질려 덜덜 떨 것이라 여겼다.
“그대들은 어찌 천공성에 온 것이냐?”
“천공성? 아. 여길 천공성이라고 부르나 보군. 무슨 짓으로 지상의 땅을 하늘 위로 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가 그대 무리의 수장이라면 몇 가지만 묻도록 하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수의 말에 미카엘은 미간을 찡그렸다.
“오만하구나. 인간.”
창수는 자신이 정말로 신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믿고 있는 듯한 천사의 말에 기가 찼다.
“이봐. 그런 말은 현대의 기억과 유산이 사라지고 수천 년 뒤에나 하라고. 결국 네놈들도 인간이었다가 변이된 뮤턴트에 지나지 않으니까.”
자신을 한낱 뮤턴트 따위로 취급을 하는 창수의 말에 미카엘은 기가 찼다.
“감히 신의 천벌이 두렵지 않단 말이더냐!”
미카엘은 좋게 이야기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자, 직접 실력 행사를 하기로 했다.
손을 들어 창수를 가리키자 마치 번개 같은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과르릉!
가히 천벌이라 여기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창수도 꽤나 놀라야 했다.
“번개인가? 별 신기한 힘을 쓰는 놈들이네. 니들 전부 그런 힘을 쓸 수 있는 거냐?”
동물들 중에서도 전기 뱀장어나 가오리 같은 것들이 몸 안에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닐 터였다.
“피했……?”
“그냥 몇 가지만 물어보자고 했잖아.”
창수는 아룬의 검을 꺼내어서는 미카엘의 날개 하나를 잘라 버렸다.
꽤나 경이롭고 신기해 보이는 뮤턴트들이었지만, 창수의 눈에는 결국 아담으로 만들어 버려야 할 뮤턴트들에 불과했다.
커다랗고 하얀 날개 하나가 잘려 나가자, 미카엘뿐만 아니라 하늘 위에 떠 있던 천사들 모두 경악을 했다.
“미카엘 님!”
분노에 찬 천사들의 외침에 천사들이 창수를 향해 공격을 하려는 순간, 빅이 자신의 입을 크게 벌렸다.
쿠오오오!
빅의 입에서 쏘아져 나간 브레스는 파괴적이었다.
하늘이 아닌 땅을 향해 쏘아진 빅의 브레스로 인해 천사들이 자랑하던 천공성에 구멍이 뚫렸다.
“전부 죽여 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어라. 새대가리 같은 놈들이라 머리가 나쁜 것이냐? 지금 우리는 니들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개체 전투력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천사들의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지만, 도통 거대한 땅을 하늘 위로 떠올린 방법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창수로서는 세계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어볼 것이 있다. 협조만 해 준다면…….”
창수는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창에 뒷걸음질을 하며 물러서야 했다.
창수가 있던 곳을 뚫고 날아가던 창은 마치 생명이라도 있다는 듯이 날아가던 방향을 바꿔서는 창이 날아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척!
그곳에는 또 다른 천사가 있었다.
“라파엘.”
날개 하나가 잘린 미카엘은 창을 쥐고 있는 또 다른 천사를 향해 라파엘이라고 불렀다.
창수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미친놈들. 아주 지들이 신의 사도라고 완전히 착각을 하고 있나 보네. 왜? 가브리엘도 있고 그 뭐냐? 루시퍼? 아니 루시엘인가? 그놈들은 안 나오나?”
창수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지만 천사들은 장난이 아닌 듯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라파엘이라는 천사는 생각보다 강했다.
창술의 달인이기라도 한 듯이 엄청난 속도로 창을 휘둘러 왔다.
“주인 도와줄까?”
“됐어.”
빅은 배를 땅바닥에 깔고서는 창수와 라파엘의 싸움을 구경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을 사용했었는데. 이거 완전히 판타지 세계로 온 느낌이네.”
창수는 투덜거리며 아룬의 검으로 라파엘의 창을 막아내었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했다.
창의 표면에도 미카엘이 선보였던 것처럼 전기라도 흐르는 듯했다.
아마도 천사라고 스스로 주장을 하는 조류 인간들에게는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도체인 창에 전기가 흐르는 걸 보니, 강도도 꽤나 강화되어 있는 듯했다.
실력 또한 라파엘이 더 뛰어나 보았다.
오직 창수가 힘과 속도 등 육체적인 능력이 더 뛰어났기에 버티는 것이었다.
총이었다면 창수가 더 유리할 터였지만 사실 총으로도 뮤턴트인 라파엘을 죽일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역시 장비인가.”
이대로라면 창수가 당할 수도 있었지만, 창수가 가진 장비가 꽤나 좋았다.
방금 전 미카엘의 피까지 흡수한 아룬의 검은 라파엘의 창보다 더 강력한 무기였다.
서걱!
라파엘의 힘에 의해 그 어떤 강철보다 단단한 창이었지만, 창수의 아룬의 검에 깨끗하게 잘려 버렸다.
라파엘은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창이 잘려 나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경악을 한 라파엘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휘둘러져 오는 창수의 주먹을 보았다.
퍼억!
보기는 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새하얀 날개와 옷이 땅바닥에 나뒹굴며 더러워졌다.
항상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내보여야만 했다.
치욕스러움에 치가 떨려 왔지만, 천공성을 침범한 악마들은 너무나도 강대했다.
“쿨럭!”
“그러게, 묻는 말에 대답만 해 달라니까. 지들이 무슨 진짜 천사인 줄 아나.”
천사들 중에 대장인 두 천사가 창수에게 박살이 나는 모습에 천사들은 덜덜 몸을 떨었다.
힘들게 세운 천상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멈추시오.”
라파엘까지 쓰러트리자, 웬 천사 하나가 멈추라는 말을 했다.
“너는 가브리엘이냐?”
“당신은 누구시오?”
“최창수. 한국군 소속의 군인이다.”
“군인? 인간? 훗! 인간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뭐, 괴물이라고 봐도 좋겠지만 스스로를 인간이라 하면 인간인 것이겠지. 네놈들도 천사가 아닌 인간이 변이된 뮤턴트에 불과하니까.”
창수의 말에 가브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를 모욕하기 위해 오신 것이오?”
“설마. 세계수.”
“뭐?”
“세계수에 대해서 아나?”
“그…… 그게 뭐지?”
“정말 모르는 건가?”
세계수에 대해서 모르는 듯했지만, 명칭은 다르게 불릴 수 있는 법이었다.
“세라핌.”
“응!”
“엔젤 좀 주겠어?”
창수가 손바닥을 내밀자 세라핌의 날개에서 하얀 가루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희미하게 주변으로 퍼지던 미세한 엔젤이 창수의 손바닥 위에 꽤나 많이 뿌려졌다.
“엔젤. 이것을 만들어 내는 나무뿌리 같은 것이다.”
웬 요정의 날개에서 엔젤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엔젤을 만들어 내는 나무라는 말에 천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창수는 그 표정이 정말로 진심임을 알아보았다.
“세라핌.”
“전부 뽑아 버려?”
“쓸모없는 놈들이니…….”
“잠시만!”
천사들을 전부 아담으로 바꾸어 버리려 하는데, 가브리엘이 외쳤다.
“엔젤. 그 엔젤을 만들어 내는 것을 찾고 있는 건가?”
“그래.”
“엔젤을 가지고 있는 자들을 알고 있다.”
“가브리엘!”
미카엘이 가브리엘을 향해 고함을 질렀지만, 이대로라면 자신들을 모두 죽을 것이라 여긴 가브리엘이었다.
일단 살아야만 했다.
살아야만 복수를 하든 자신들의 이상에 찬 세상을 만들든 할 수 있는 것이다.
‘재앙. 저건 재앙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창수를 악마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