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화
347화
데런이 꽤나 강해지기는 했지만, 상대도 일반인들이 아닌 익스퍼트라고 불리는 초인들이었다.
더욱이 한둘도 아니었으니 데런 혼자서 전부 상대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창수가 가담을 하자 쓰러지는 것은 익스퍼트들이었다.
“이놈!”
알 수 없는 언어로 공격을 해 오는 익스퍼트들의 몸놀림은 꽤나 재빠르고 강했다.
하지만 강함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어서 창수의 눈에는 느리고 약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창수는 아룬의 검을 뽑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다리나 팔의 관절들을 꺾어 대며 익스퍼트들의 몸을 땅바닥에 눕혀 대었다.
“크윽!”
우득!
회복이 되더라도 뼈를 부러트리거나 관절을 부숴 버리면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익스퍼트들이 창수에 의해 땅바닥에 누워 버리자 익스퍼트들의 대장인 게니쉬가 외쳤다.
“물러나라! 네놈들의 상대가 아니다!”
게니쉬의 외침에 익스퍼트들은 뒤로 물러섰다.
데런도 으르렁거리며 마을 주민들을 자신의 등 뒤로 세우고서는 게니쉬를 노려보았다.
행여라도 익스퍼트들이 마을 주민들을 인질로 삼을 것을 걱정한 것이다.
자신의 부하들을 뒤로 물린 게니쉬는 창수에게 다가가서는 입을 열었다.
“익스퍼트인가?”
“익스퍼트고 뭐고, 네가 12 사도라는 놈들 중에 한 명이냐?”
“사도님들을 알고 있는 놈이군. 네놈은 뭐 하는 놈이지?”
“그건 알 필요 없고. 사도 중에 한 명은 아닌 모양이군.”
“나는 페스탈노스 님의 장군이다.”
12 사도 중에 한 명이냐는 창수의 질문에 게니쉬는 자신이 사도 중에 한 명의 장군이라는 말을 했다.
“장군? 부하라는 소리군.”
부하라는 창수의 말에 게니쉬는 불쾌한 듯이 창수를 노려보았다.
부하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에서 보통의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도 중에 한 명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또 아닌 듯 보였다.
“부하 놈들을 상대했다고 잘난 척은 하지 마라. 진짜 상대를…….”
“낭만의 시대로구만.”
“뭐?”
“목숨을 걸고 싸우기 전에 서로 통성명부터 하고 싸울 이유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거 말이야. 자네, 장군이라고 하지만 전장에는 가 봤나?”
수백 미터 밖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칼의 시대가 되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예의를 차리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창수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성녀를 찾고 있나?”
“성녀를 데리고 있는 거냐?”
“성녀가 정말 성녀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네놈들이 찾고 있는 성녀가 우리와 함께 있기는 한 것 같군.”
게니쉬는 눈처럼 하얀 말에 타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말이라고는 하지만 이마에 기다란 뿔이 달려 있는 것이 신수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기운이 가득 차면 몸 밖으로 은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도 하니 그녀의 저주를 모르는 이들이 보면 성스러워 보이기도 할 듯했다.
유니콘을 타고 마을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나타샤는 무릎을 꿇는 유니콘의 위에서 내려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창수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창수의 모습에 그녀는 익스퍼트에게 맞아 죽어 가고 있는 마을 주민의 몸에 손을 대었다.
마을 주민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 가고 의식을 회복했다.
“으윽!”
“조금만 참으세요.”
“누…… 누구?”
자신이 나타샤로 인해 회복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나타샤는 그렇게 마을 주민 하나를 살리고서는 데런의 손톱에 몸이 관통된 채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익스퍼트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는 아군도 적군도 그다지 의미 있지가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넘쳐나는 기운을 쏟아낼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피범벅이던 익스퍼트의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오오! 성녀님!”
무지렁이였든 과거에 고등교육을 받았던 이든 상관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황급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타샤를 숭배하듯이 절을 했다.
기적과도 같은 힘이었다.
나타샤는 양쪽 모두 치료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나타샤의 힘은 꽤나 탐이 나는 것이었다.
익스퍼트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온 이유도 성녀인 나타샤 때문이었으니 몇몇 익스퍼트들이 나타샤에게 달려들었다.
나타샤를 인질로 삼으면 창수와 데런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나타샤의 곁에는 세라핌이 있었다.
“나쁜 짓은 하면 벌을 받는 법이야.”
세라핌에 의해 몸 안에서 엔젤이 뽑혀 나왔다.
초인적인 힘이 사라지고 신체는 마치 유인원처럼 몸에서 털이 나고 외모가 변해 갔다.
그 광경에 다들 경악을 했다.
“무슨?”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한 명뿐이 아니라 나타샤에게 덤벼들었던 세 명의 익스퍼트 모두가 아담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아담으로 변해 버린 세 명의 익스퍼트들은 인간의 말이 아닌 소리로 원숭이처럼 깍깍대며 혼란스러워하다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을 쳤다.
“퍽트! 어디 가는 거야! 이봐! 헤로시!”
익스퍼트 동료들이 세 마리의 아담에게 고함을 질렀지만, 아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듯이 도망을 치기 바빴다.
“무슨 짓을 한 거냐?”
게니쉬가 창수에게 고함을 질렀다.
동료가 전투 중에 죽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근원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뭐? 네놈! 정체가 뭐냐?”
“정체를 알아서 뭐 하려고? 내 정체를 알고 나면 나도 너희를 전부 죽일지 아니면 방금 전의 괴물로 바꿔 버려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게니쉬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창수의 눈동자를 보며 그제야 자신이 상대할 만한 괴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운 좋게 회복의 힘을 가진 익스퍼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워낙 희귀한 익스퍼트였기에 붙잡아 가면 자신의 주인이 무척이나 만족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희귀한 익스퍼트의 곁에는 자신의 주인과 같은 급의 괴물이 있는 것이다.
“사…… 사도십니까?”
“켄타우로스는 나를 13번째 사도라고 하더군.”
게니쉬는 창수가 말한 켄타우로스가 지그문트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그문트도 사도였다.
자신의 주인과 같은 급의 존재라는 것에 게니쉬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사도님께 커다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자신의 주인도 믿기 어려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초인과 같은 힘을 주었다.
뮤턴트들에게 도망만 다니던 자신들이 뮤턴트들을 사냥할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 힘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힘의 근원이 사도들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창수가 사도라면 자신은 신 아래의 피조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대는 인간인가?”
“이…… 인간입니다!”
창수의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게니쉬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말을 했다.
“그대가 인간이라면 같은 인간을 지켜라. 인간에게 그 힘을 휘두르지 말고.”
“며…… 명심하겠습니다!”
게니쉬가 악인인지 선인인지는 창수도 알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만으로도 악인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스스로 인간이라 여기는 게니쉬였다.
게니쉬와 그의 부하들도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군인일지도 몰랐다.
아니, 군인일 터였다.
다른 세력과 싸우기는 하겠지만 그 싸움이 인간과 인간의 싸움일 터였다.
창수는 인간과 인간의 싸움에는 되도록 관여를 하지 않고자 했다.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변이된 뮤턴트들을 치료할 대상으로 여길 뿐, 같은 인간을 적으로 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였기에 창수도 아직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인간들을 포함해 모든 존재를 아담으로 바꾼 뒤에 세상을 초기화할지 아니면 뮤턴트들만 아담으로 바꾼 뒤에 인간으로 변이시킬지.’
그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에 자신이 인간이라고 여기는 게니쉬를 무작정 아담으로 바꾸지는 못하는 것이다.
“돌아가게.”
창수의 말에 게니쉬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로 피해만 입었지만 물러나기로 했다.
창수와의 대화 도중 창수에 의해 부상을 입은 익스퍼트들도 나타샤에게서 치료를 받았다.
그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데런은 자신의 고향 마을 주민들을 핍박하던 이들을 그냥 놔주는 창수에게 불만이 생길 만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저들을 돌려보내서 미안하네. 사는 곳을 옮겨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날씨 문제로 남쪽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데런은 창수의 사과에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들이 이번에는 순순히 물러났지만 다시 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다.
창수가 계속 보호를 해 줄 수 없기도 했으니 결국 따뜻한 남쪽이든 어디든 고향을 떠나야 할 터였다.
창수나 데런이나 이곳에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끝까지 창수를 따르겠다고 결심을 한 데런이었지만 자신의 여동생과 지인들을 보호해야 했다.
“창수! 나 피 줘! 피!”
세라핌이 익스퍼트들을 아담으로 만드는 데 꽤나 힘을 많이 사용한 것인지 피를 달라고 칭얼거렸다.
그런 세라핌을 보다가 데런은 힐끔 유니콘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유리병과 창수 그리고 자신의 길게 뻗어 나온 손톱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육체로는 버티기 힘든 세상이었다.
뮤턴트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데런은 혼자 결정을 하기 힘든 일이었기에 창수의 일행이 잠시 머무르는 동안 동네 주민들을 설득했다.
자신처럼 진화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창수가 데런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 안 들어줄지도 알 수 없었다.
인간의 외모 그대로였지만 인간이 아닌 듯한 능력은 다른 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이었다.
“정말로 자네와 같은 힘과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건가?”
“그래.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게니쉬라는 자들처럼 초인적인 힘을 가져야만 해.”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도 익스퍼트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더욱이 한 번씩 마을 주민들이 후사르들에게 잡혀가기도 했다.
지금이야 겨울이라 괜찮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뮤턴트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모두 다 변할 필요는 없어. 싸울 수 있는 몇 명만이라도 희생을 하면…….”
가족과 동료들을 지킬 수 있다는 데런의 말에 다들 고민에 빠졌다.
온전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데런이 달라진 것은 몸에 털이 과거보다 조금 더 많이 났다는 것이었다.
남성미가 풍기는 거친 털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이었다.
“저기 혹시 말이야.”
“응? 왜?”
“그…… 머리털도 나나?”
“응? 머리털?”
마을 주민들 중에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자신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나도 살짝 탈모가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탈모는 없어진 모양이군.”
데런은 다소 억세기는 하지만 자신의 머리털을 잡아당겨 보았다.
“정말 괴물로 변하는 건 아니지?”
“손톱도 필요할 때만 뺄 수 있어. 필요 없을 때는 다시 몸 안에 넣을 수 있고.”
“그거 옛날 영화의 히어로 같구만.”
“영화의 히어로?”
“그런 영화가 있어. 약간 야성적인 캐릭터인데. 이름이…… 아! 울버린이었나?”
울버린이라기보다는 두더지에 가까웠지만 데런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은 울버린이라는 종족이 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데런은 마을 주민들을 대표해서 창수에게 부탁을 했다.
“마을 주민들 전부가 자네와 같이 되기를 원한다고?”
“예. 팀장님.”
창수는 순수한 인간이 변종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에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도 변종이었고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변종이 되어 있었기에 무작정 안 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것도 진화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단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이들을 보며 결국 창수는 허락을 했다.
봄이 오기까지 머물면서 데런의 고향 사람들을 울버린으로 변종시켰다.
변종이 된 울버린들은 두더지 뮤턴트들처럼 땅을 파고 지하에 자신들의 거주 공간을 만들었다.
그것이 본능인지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으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의 일행이 떠나고 울버린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하로 옮겨 갔다.